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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06 정찰제를 사랑하게 된 이유


나는 정찰제를 사랑하게 됐다.

 

아프리카 56일 여행이 끝나가는 마당에 깨달은 점이라면 정찰제 강제성의 필요라고나 할까.
오천실링이면 갈 거리를 오만실링으로 불러놓고 삼만실링에서 쇼부보자는 택시기사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가는척 쇼하고 시스터시스터 소리 들으면서 팔 붙들리고 다시 흥정하고... 그 모든 과정이 지난하다. 지치고 피곤하다.

 

세렝게티 투어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싼 회사는 국가 인증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애초에 너무 싼걸 할 생각이 없었다.
700 USD에 신청하려고 했는데 호스텔 주인장이 600USD달러짜리를 신청해줬다.

여행책자에는 650에서 800정도가 정가라고 하는데
이거 괜찮을까?미심쩍었지만 그냥 넘어갔는데..;;;
투어 당일 우리 사파리 투어차 문을 열자마자 알았다.

 

내가 600달러짜리 비지떡을 샀다는 걸..;;;
안전벨트는 폼으로 달려 있고 시트는 다 뜯겨 있고 청소는 언제 했을까 싶은 정도의 차량.

우리 차는 첫날 두번이나!!
당당하게 시동을 꺼트리는 바람에 전원이 내려 차를 밀어야 했다.
뭐 괜찮다. 아직 세렝게티 들어가기 전이니까.
굶주린 맹수 앞에서 맨몸으로 차를 밀일만 없으면 돼지 뭐 안그래?

캠핑장도 충격이었는데.

나는 이미 오버랜드 트럭투어 20일을 하면서 15박을 캠핑장에서 잤지만
이건 또 신선한 경험이었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은 것 같은 화장실과 샤워실 상태...;;;
샤워 하는데 물은 내려가지 않아서 발목까지 차오르고 ㅠㅠㅠㅠㅠㅠ

게다가 텐트 매트리스는 스폰지로 돼 있었는데 누르면 물이 나올만큼 젖어 있었다.
이 위에 침낭을 깔면 내 침낭이 다 젖고 그럼 내가 젖잖아 으응?

매트리스는 바닥에서 습기 찬기운 올라오지 말라고 까는거 아닌가!?!?!?
그나저나 왜왜왜왜 고무커버가 아닌 매트리스를 쓰는거지?!?!?!?

 

그래! 싼가격에 왔으니 할말이 없다 체념했다.
좀 안타까운건 이 투어에 동행하는 다섯명이 모두 다른 가격에 왔다는거다.
나는 600이었는데 중국친구 강시는 700, 인도계 미국인 패트릭은 750,
프랑스 이지도르는 600, 한국인 친구는 580...;;;;
이 비지떡을 비싼 값주고 온 패트릭과 강시... 쏘쏘리...ㅜㅜㅜㅜ 

사실 사파리에서 숙소가 중요한게 아니기 때문에 거기까진 참을 수 있었다.
문제는 본격적인 게임드라이브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사파리를 하러 출발하면, 우리차는 양보를 시작한다.
한마리라도 더 보려고 질주해야 정상인데 모든 차가 우리를 앞서 나간다.

앞선 차량 스무대가 내뿜는 먼지를 먹어가면서 나는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그래 응당 있어야할 수신기가 우리 차에 없다..;;;
이 드넓은 벌판에서 어디에 표범이 있고 사자 프라이드가 있으며
사냥이 시작됐다는 정보를 주고 받는 수신기가 없다.
그러고 보니 어제 하루 종일 가이드가 무전기를 드는 걸 본적이 없..네...;;
오버랜드 트럭투어 트럭도 갖추고 있는 무전기가 없...네...

게다가 설명도 없다.
동물을 만나면 암컷 수컷 가족 구성은 어떻게 되고 끝.
그 뒤론 드넓은 풍경만 침묵으로 바라보는 게임드라이브!!

우리 차가 질주를 할 때는 오직 쉬러갈 때 뿐이다.
다른 차들은 한창 사파리 중인데
동물따위 필요 없다.
쉬겠다고 밥먹겠다고 캠핑장으로 전력질주하는 우리 차량..;;
출발은 거의 꼴찌.
쉬러갈 땐 1등.

 

그냥 다른 차들을 쫒아가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자꾸 남들 안가는 길로만 다닌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길은 동물 많은 길이 아니라 캠핑장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는지

가다보면 꼴찌였던 우리 차량은 남보다 앞섰다..;;)

무전기가 없던 우리 차는 핸드폰 통화를 통해 첫날 간신히 사자를 만났다.

 
하지만 그날 저녁밥을 먹으면서 비교한 결과
그날 대다수의 차량은 치타 한마리를 가까이서 봤고
사자를 두번봤으며 표범을 봤다고 한다.
사파리 차량이 열다섯대 넘게 서 있었는데 너희차는 왜 못봤느냐는 말에 
차마 사자나 표범 대신 밥먹으러 1등으로 출발중이었거나
침묵으로 아프리카 풍경을 감상했다 말은 할 수 없었다...
 
둘째날엔 우리팀의 점심시간은 무려 두시간반이었다.
프랑스 요리를 먹는것도 아닌데. ㅠㅠ 
세렝게티 입장료를 치르러 가서는 카드로 입장료를 지불해야하는 이지도르는 진작 돌아왔는데 입장료를 낸 가이드가 두시간 가까이 실종됐다. 거기다 그렇게 긴 시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세렝게티 입장할 때 요리사 입장료를 내지 않은걸 걸리는 바람에 (아마도 요리사 입장료는 띵길 생각이었던듯) 가이드가 요리사의 티켓을 사러 다시 나갔다. 여기서 20분을 더 소비 ㅠㅠㅠㅠㅠㅠㅠㅠ

 

캠핑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거나 밥을 먹으러 가서 대화를 할 때마다 다른 차량과의 차이가 현격하게 나기 시작했다. 운전 도중 들은 설명도 (우린 들은게 거의 없으므로) 너무 다르고..;;

게다가 내가 비지떡을 샀으니까란 체념도 먹히지 않기 시작했다.
600달러 미만으로 주고온 애들의 차에도 무전기 송수신기는 구비돼 있었다.

560달러 주고 온 애도 표범을 두번 식사중인 사자를 봤다고 한다.

우리팀은 슬슬 불만에 찼고, 궁금한걸 못참는 나는 가장 적극적으로 다른 차들이 오늘 뭐 했는질 물었다. 정보를 캘 수록 우리 일정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고 우리 팀의 문제에 대해서 볼멘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우린 무전기랑 라디오가 없어
-그게 진짜야? 아니 어떻게 세렝게티 투어 차량이 그러지? 그런차가 있어?
-우린 매일 꼴찌로 출발하고 일등으로 숙소에 돌아와
-그래 쉬러 와보면 넌 항상 있더라.
-사파리 때 우리 차 너무 느려
-어. 나 오늘 니네 차 기어가는거 봤다.

 

이 모든 빡침의 상황을 종합해서 불만을 쌓아가며 다른팀 팀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우리팀 프랑스 이지도르가 나에게 물었다.
신 무슨 일이니?

나는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서 이야기해주기 시작.

그런데 갑자기 가이드가 나타나더니 나를 끌고간다.
 
대체 너는 뭐가 불만이냐고 소리  지른다.
-동물을 보는 건 운에 따른거다. 이건 게임드라이브다.

나도 지지 않았다.
-운이라고 하기엔 이 투어 회사가 운을 잡기 위해서 준비한게 아무것도 없다.

가이드는 버럭 화를 내면서
-모든 사람들이 사자를 두번 봤는지 확인하란다.

-그걸 말하는게 아니다. 기본적이 노력을 안한다는 거다. 우린 매일 아무도 없는 캠핑사이트에 일등으로 도착하잖아.
라는 내 말에


-그건 얘네들이 5일짜리 사파리 투어를 왔기 때문이야. 라는 되도 않는 거짓말...;;

 

여기 죄다 3박4일짜리 투어거든요?

식당 사람들 죄 쳐다 보는데 막판엔 서로 소리지르면서 대화 결렬
대체 뭘 원해서 날 여기까지 끌고 왔냐고 물으니까
팀원들한테 자꾸 부정적인 이야기하지 말래...;;;
나는 결론 내릴 수 있었다.

우리가 조금 본게 맞구나. 와
더불어 이 가이드는 내일 받을 팁을 신경 쓰는 구나..;;;

 

그리고 넷째날.
가이드와 요리사에게 팁을 줘야하는 넷째날은
정말 토틀리 디피컬트 완전달라진 사파리를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변화가 팁 주는 날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그만하자.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릴까 두렵다.

 

여튼 너무 달라져 있었다.
지난 2박3일간 무전기 댓니 동물 위치 파악을 위해 꼴랑 핸드폰 전화 세통 한게 전부였는데
마지막날은 수도 없이 통화 시전.
동물 보면 설명도 엄청 길게 시작.

당한 일이 너무 분해서 팁을 줘야하나 말아야 하나 좀 고민하긴 했는데 임금이 너무 적은 나라인데다가 이 사람들은 거의 팁에 의존해서 산다고 하는데, 내가 팁을 안주면 임금 체불이잖아?

내키지는 않았지만 중국 기업들이 그렇게 노동착취를 한다는 아프리카 땅에서 안그래도 '치나치나(중국인중국인)'로 불리는 마당에 가난한 노동자 등쳐먹는 자본가진 외국인은 되지 않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20달러를 냈다.

그래. 3박4일 시간을 보내며 치룬 노동의 대가는 필요하니까 ㅠㅠㅠㅠㅠ


회사명은 그린호라이즌 Green Horizon
가이드 이름은 애덤.
트립어드바이저에 평을 남기려고 했는데 등록이 안돼 있다.
혹시나 가신다면 기억해두셨다가 무전기 수신기 여부가 있는지를 확인하시길...;;;
설마 무전기 수신기가 없을거라곤 생각하기 어려운데다가
에이전시에 물으면 없어도 있다고 대답하기 때문에
아예 저 회사를 선택하지 않는게 낫다고 본다. 


여튼 그리하여 나는 정찰제를 사랑하게 되었다.
말도 안되는 가격을 깎고 또 깎고 실랑이를 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야'만' 하고
말로 물어보면 안되고 눈으로 확인하고
확인하고 난 다음 당일에 다시 확인하고....

현지인들의 '노 프러블럼, 에브리씽 오케이'란 말은
사람을 얼마나 불안에 빠지게 하는가 ㅠㅠ
'하쿠나 마타타(걱정마)' 란 인사는 얼마나 걱정에 휩싸이게 하는가

이 모든 것이 사람을 피로하게 만든다.
근사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았지만
그러기 위해 들이는 수고가 너무 많다.

더불어, 이번 생엔 이보다 더 하다는 인도엔 가지 않는 걸로..;;;

 

추신: 이번 투어에서 만난 광저우 출신 중국인 아저씨를 통해 중국인의 저력(지독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투어를 500달러에 왔다고 하는데 국립공원 입장료를 생각한다면 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금액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분명 900달러부터 불렀을거 같은데 어떻게 500을 만들었지?
자기는 200생각한다고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