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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20 몇가지 푸념 5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고???"

 

남미며 북아프리카며 세계 곳곳 여행을 안해본 곳이 없는

젼이 나를 아주 의아하게 봤을 때
나는 나의 계획이 왜 의아한지에 대해서 의심을 했었어야 했다.

 

여튼 아프리카는 백팩킹으로는 쉽지 않은 곳임이 분명하다.
(백팩킹이 아니더라도 쉽지 않은 여행지지만...)

 

다시 배낭을 싸면서 하나의 바람 중에 하나는

남미 여행을 당시, 버스를 이동할때마다 만나는 거대한 백팩커스의 무리를
이곳에서도 만날 수 있을거였는데...


그건 정말 나의 오산이었다.

남아공의 경우 케이프타운을 제외하면 안전한 장소가 거의 없다.
포트엘리자베스나 희망봉같은델 가려면 투어를 이용하던지,
차를 대절해야하니까 이것도 쉽지 않은 (비용+)일정이다.

 

그래서 트럭투어를 마치고 본격적인 개별 여행을 시작하면서야
나는 왜 다들 트럭투어를 이용하는지 알게 됐다.

 

덜 더럽고 덜 위험하려면 돈 밖에 방법이 없는 곳이다.

(트럭투어 역시 더럽게 지내지만 비교적 위험하진 않으니까

물론, 트럭투어 트럭이 털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ㅜㅜㅜㅜㅜ)

 

그리하여, 남미를 잘도 40시간 50시간 버스 타고 다니는

북미와 유럽 이십대 애들도

이곳에서는 죄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거나

짧게 왔다 몇군데 포인트만 찍고 돌아가는 일정을 잡는다.

그래 유럽이랑 여긴 가까운 축이지 ㅠㅠㅠㅠㅠㅠㅠㅠ

또 오면 된다 이거냐?!?!?!?!

 

 

***
본래는 잠비아 루사카에서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까지

30시간 버스를 타고 갈 계획이었다.

이미 남미에서 40시간 가까운 버스를 두어번 타봤고
그때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놀라운 장관,

버스에서 자리 짝으로 만나는 친구들도 사귀고 수다도 떨 수 있었기에

30시간 버스는 별 부담 없는 선택지였다. 

그런데 루사카로 떠나기 전 리빙스턴에서 찾아본

루사카-다르에스살람 버스 생생 후기는 처참했다.

30시간 버스가 54시간 (타자라 열차 수준)이 되기 쉽고,
무엇보다도 바퀴벌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바퀴벌레 빈대가 출몰하며, 버스 이용 후 호텔에 가서 짐을 풀면
자신의 가방 안에서도 버스에 동행했던

바퀴들을 십여마리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는

무시무시무시한 정보 흑흑흑흑...ㅠㅠㅠㅠ
버스 30시간 (아마도 50시간을 넘기겠지 흑흑) 더러운건 참을 수 있는데

그 이 후에도 '더러울'거란 예고는 나의 전의를 상실케 했다.
고민하는 나를 두고 마침 루사카 백팩커스에서 만난 한국인 커플이 나에게 권했다.

비행기 타세요. 그 수 밖에 없어요.

그리하여 나는 30만원돈 비행기 티켓을 결재하고 말았다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돈이면 여기서 잔지바르에서 다이빙을 4-6번을 할 수 있는 돈인데 흑흑흑

 (그리고 이제사 하는 말인데 비행기도 결코 쾌적한 환경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버스 타고 내리듯이 중간중간 타고 내리고

좌석 가죽은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는데다가 ㅠㅠㅠㅠㅠㅠㅠㅠ

머리를 대는 부분의 부직포는 어찌나 보풀이 일었는지 ㅠㅠㅠㅠ) 

 


***
잠비아까지는 별 문제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강도택시 (택시기사와 강도가 한패가 되서 낯선곳으로 끌고 가서

다 털어가는 수법)를 걱정한 터라,
잠비아 인터시티 버스 정류장에 그렇게 삐끼들이 많았는데

그 모든 삐끼들을 물리치고 택시정류장까지 가서 내가 직접 골랐다.
(내가 고르면 아무래도 확률상으로 강도택시를 만날 가능성이 낮지 않을까 싶어서)

 

여튼 그렇게 알게 된 택시 기사 덕분에 숙소까지 한번
숙소에서 공항까지 한 번

총 두 번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었고

아저씨 마음씨가 좋은지 돈도 여행책자보다 덜 받는 행운도 만나고.

(물론 택시가 중간에 고장날까봐 걱정은 됐다.

막 길한복판에 차를 세운다음에 헤드라이트를 손으로 고정시키고

테이프로 붙이는 장면을 목격 ㅠㅠㅠㅠㅠㅠ

공항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쫄아있던 상황)

 


***
문제는 다르에스 살람이었다.

탄자니아 오기 전에 만난 한국인들에게 들은 정보로는

바자지 (3륜오토바이)는 한시간을 달려도

10000실링 이상 받지않는다고 한다.

공항 근처에서 잡아탄 바자지는 20000실링을 불렀다.

너무 비싸다 한마디 하니 옆에서 현지인들 열댓명이 끼어든다.

그 정도면 적당하다 여기서 시내는 진짜 멀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2만실링을 내고 바자지를 탔다.

(택시도 그 돈 정도면 가는 비용이다.)

안그래도 바가지 쓰는게 분명한 상황인데 내릴때 돈을 더달라고 한다.
ㅠㅠㅠㅠㅠㅠ


좀 먼 곳까지 핸드폰을 고쳐야 하니 쇼퍼스를 가기 위해 

바자지를 타겠다고 했다.

호텔에서 불러줬으니 믿을만 하겠지 싶었는데

왠걸 3만실링을 부른다.
갈때 만실링 올때 만실링 기다리는 비용 만실링이라고.

안타겠다고 하니까 호텔직원 몇명이 나와서
왜 그러냐며 이 정도가 정상이라고 다들 거든다.
이 가격이면 한국 택시보다 더 비싼데

택시보다 위험한 바자지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을 머금고 바자지를 탔다.

돌아오는 길에 바자지 기사가 또 말을 바꾼다. 돈을 더줘야겠다고.

나는 슬슬 남아공에서 흑인 아저씨랑 삿대질을 하며 싸움을 했다던

내 친구가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한국인 위주로 바가지 안씌우고 친절하게 영업하는

택시를 소개 받았다.
내일 먼거리를 이동하길래

호텔 직원에게 팁을 주고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내일 약속 시간이랑 호텔이름까지 통화 한다음
호텔 직원한테 여기 위치 좀 설명해 달라니까
갑자기 전화를 끊는다.

택시 기사가 안온다고 했단다.
근데 이상하다.

호텔직원은 택시기사랑 말을 거의 주고 받지 않은 채로  전화를 끊었다.
너 방금 그냥 대충 설명하더니 기사말은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잖아..;;
호텔 직원의 핸드폰이 울린다.

아무래도 방금 통화했던 택시 기사 같은데 울리는 전화를 안받는다.
그러더니 자기가 택시 기사를 소개해주겠단다.

이 거리는 얼마 나오냐 물었다. 15000실링이면 간다고 한다.
자기가 아는 기사랑 통화 한 뒤 호텔 직원이 말을 바꾼다.

25000실링에서 30000실링이라고

(호텔은 콘웨이 호텔이다.

혹시나 다르에스살람에서 콘웨이 호텔 이용하시는 분들은

택시비가 더 나올 수 있으니 유념하시라 ㅠㅠㅠㅠㅠㅠㅠ)

 

그냥 사람 거짓말에 질리고 질렸다.
택시 기사만 거짓말 하면 괜찮은데,

문제는 옆에서 그게 맞다고 맞장구 치는 현지인들이다.
나를 너무 돈쓰는 외국인으로만 보고

사람 취급을 안해주니까 진이 빠진다.


다르에스 살람 두번째 날은 바자지 기사들이

또 너무 말도 안되는 돈을 마구불러대서
시내 중심까지 한시간을 걸어갔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내가 그 길에서 아무 일도 안당한게 기적같은 일이라고 ㅠㅠㅠㅠㅠ

(일례로 얼마전 한국인 한 명이 총을 몇방 맞았는데 사람들이 막 달려오더란다.
아 살았다 나를 구해주려나 보다 라고 했는데
자신이 피흘리고 있는데 옆에서 손에 찬 시계며 지갑이며 벨트 구두를 훔쳐갔다고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강도 안당하려고 택시를 탈 수 밖에 없는데
택시 기사들이 날강도가 되어 나의 돈을 뜯어먹고 ㅠㅠㅠㅠㅠㅠ...
분통은 터지는데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나 이렇게 체념을 배워가나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남미랑 자꾸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성희롱도 비스무레한 말들을 하는것 같아서 슬슬 빡이치는 상황.
남미는 돌아다닐 때

'아가씨 아가씨. 너 예쁘다. 하얗다. 귀엽다.'

이러고 내가 빵하고 터지면
윙크를 날리면서 끝이나기 마련이었다.

근데 여긴
'치나치나 (중국인중국인)!! 라고 외친 다음

자기들끼리 뭐라고 대화 주고받고 웃는데

뭐랄까 스와힐리어를 아는건 아니지만

이게 기분이 좋은 내용은 아니란걸 느낌적으로 알겠다.
성별 비중도 중요하다.

남미에서 돌아다닐 땐
현지 여자들도 호감을 갖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대화도 주고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긴 말을 걸면 100% 남자.

여자랑 말을 해본건 호텔직원 리셉션 스텝이 전부임 ㅠㅠㅠㅠ

 

빅폴에서 리빙스턴 넘어올 땐 한사코 괜찮다는데
같이 택시 타자더니
(아 택시 안에서 나랑 같이 있던 베이크가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
구글맵으로 맞게 이동하는지 안하는지를 계속 체크하면서 ㅠㅠㅠㅠㅠㅠ)
자기가 택시비를 내겠다며 우리돈을 안받더니
결국 그날 밤 중에 한잔하자며 호스텔로 찾아온 인간도 있었고
(다행히 호스텔 경비가 그 아가씨들 가버렸다고 쫒아냄)

나중에 현지 한국인에게 들어봤더니

치나치나 외친 다음 잠보 맘보 하고 대꾸해주면
이런 경우 '너 내 동거녀 해라. 우리 밤을 같이 보낼까?' 등등의

말이 연이어 붙는다고...;;;
아 난 이대로 인간에 대한 믿음을,
그것도 특히 개발도상국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굳혀버리나 ㅠㅠㅠㅠㅠㅠㅠ

 

 

 

***
말라리아 약의 부작용도 예상치 못한 문제다.
몰타에서부터 이상하게 새벽에 자꾸 깬다 싶었는데
트럭투어에선 새벽에 일어나 일출 보는 애로 유명해질만큼 일찍 깬다.
새벽 두시에서 네시 경에 꼭 일어나는데 두시엔 어떡해서든 다시 잠을 자려고 노력해보다가
네시엔 아예포기하고 일출이나 보잔 셈으로 눈을 뜨게 된다.

 

 

 

***
여튼 수 많은 위험들을 피해피해 가며, 거쳐가며

지금은 잔지바르 인도양 능귀해변이다.
이곳에서 11일이란 엄청난 숫자가 남았다.
무얼 할 수 있을지는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인도양 에메랄드색 바다를 두고

공놀이 하는 동네 아이들을 보는 것만해도 일단은 만족스러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