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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울음

소소한 수다 2010. 6. 25. 11:22

그건 참 생소한 광경이었다.
만두랑 쩡아랑 맥주나 할까하고 나선 동네 놀이터. 후끈한 여름밤, 시려운 맥주캔을 붙잡고 노닥노닥 사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데 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건너편 정자 가로등빛이 들어오지 않는 자리.
한 아주머니 한분이 울고 계셨다. 뒷쪽에는 따님으로 추정되는 젊은 여자분이 같이 앉아 있었다. 아주머니가 얼마나 서럽게 우셨냐면, 꺽꺽 터져나오는 신음을 입으로 막아가면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앉아 있지도 못할 정도로, 그렇게 울고 계셨다.
쏟아지는 감정의 파도가 너무 커서 건너편에 있는 나까지 찌릿찌릿 가슴 아플 정도였다.  

나는 그러면서도 그 광경이 참 낯설다 생각했다.

우나무노도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과 동물의 차이점은 이성보다는 감정이라고.
그런데 사람이 우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나는 그 장면을 그토록 낯설어 했던걸까?

TV도 드라마도 영화도 아무도 '어머니'가 소리내어 우는 장면을 담지 않는다.
조용히 눈물을 훔치거나 묵묵하게 버텨내는 모습만을 그린다.
'엄마'라고 해서 울고 싶은 때가 없는게 아닌데.

나는 짜증나면 목놓아 울고, 서러우면 눈물을 훔치고,
울거나 말하거나 둘 중에 하나만 할 것이지,
울는 도중에도 할말이 참 많아서, 목소리와 눈물을 뒤섞어 떨리는 목소리로 지껄이기도 참 많이 지껄인다. 짠눈물을 삼키면서 콧물을 들이마시고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다.
그래도 그건 내게 주어진 감정소모의 기회다.더없는 발산 쌓았던 한을 해소하는 축제.  
내게 '울음'이란건 터뜨리는 즉시 그러한 긍정의 기능을 발휘했다.

그런데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는 그런 감정의 발산과 소모를 '어머니'에게 허락하지 않았던건 아닐까? 내 스물아홉 기억을 아무리 떠올려봐도 우리 엄마가 소리 내 엉엉 울었던 기억이 없다. 매체도 마찬가지다  (특수 상황에서 가족이 죽지 않는 한) 극에 등장하는 어머니가 땅을 치며 우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문득 일상속에서 터뜨리지 못한 채 쌓여만 있을 수 많은 '어머니'들의 수많은 '감정'을 떠올려 봤다.

저 아주머니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 어두운 놀이터까지 찾아오셨듯이
왠지 우리 엄마가 울음을 터뜨릴 장소는 흔치 않을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