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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22 2009년 10월 21일 밤 스케치


집에가는 길, 만두를 전화로 붙잡았다.
살을 빼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간간히 운동중이었지만, 어젠 정말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해야할 말이 무척 많았지만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껄끄럽게 토해내지 못하고 한번에 다 쏟아낼 것 같았다. 한꺼번에 쏟으면 식도가 타버릴지 몰라, 주의요망이다.

나는 할말이 참 많았고.
그 할말을 들어주는 친구가 있어서 나름 살만한 인생이구나 싶어졌다.
유전자조작 옥수수로 만든 치즈볼을 끊기란 헤로인 중독자가 마약 끊기보다 더 어려운 듯.
결국 두바구니 내가 다 먹어 치웠다. 한잔 더 마시고 싶지만 내일을 위해서 참기로 했다.

연남동 이안을 지나, 둘러 둘러 집으로 오는 길.
럭비티 한벌 입고 오들오들 떨면서 어느새 목도리를 둘러야하는 계절이 왔음을 실감했다.
작년 잃어버린 목도리는 대학교 4학년 과동기들과 스터디 하던 도중 샀던 목도리. 추억이 있다면 꽤 담겨 있던 물건인데. 몇번을 잃어버려도 내 손에 다시 들어오길래, 언제든 다시 찾을 수 있을거라 방심했었다.
올해 다시 목도리를 사겠지만 5년간 두르고 다닌 그 목도리를 대신할 수는 없겠지.

대신할 것들로 채워지면 나중에 너무 서글퍼 질지 모른다.
세상모든 것들을 '처음'과 '새것'으로 다 안고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 소중했던 것들이 나중에도 소중한 것들로 내 주변에 남아있길.

스물여덟, 조금씩 편해지고 익숙한 만큼 변하지 않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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