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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폭의 대상

소소한 수다 2010. 1. 13. 12:49

누구나 그런 존재가 하나씩 있는지 모르겠다. 나에겐 열폭의 대상이 있다.

그애는 나와 같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같은 직군은 아니지만 비슷한 직군이다. 마치 시장통 야채코너에 판매되는 그애가 '배추'라면 나는 '파' '마늘' 정도 되겠다. 내가 열폭하게 된 계기는 매우 간단하다. 그 직군에 들어가기 위해선 낙타바늘구멍이라는 언론고시를 통과해야한다. 그걸 패스하는 것 자체가 감투다. 내가 일하는 이곳에선 그는 김장철 메인 배추김치다. 그리고 프리랜서인 내 직군은 겉저리다.
(지금 주저리주저리 내 직군에 대한 글을 8줄 정도 썼다. 바로 지웠다. 쓰면 쓸 수록 신세한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튼, 나는 그애가 글을 남기는 사이트를 알게 됐다. '알게 됐다'다는 맞지 않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알려고 용 쓴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튼 그 사이트를 보고 난 더욱 열폭했다. 그애는 '글 마저' 잘썼다.
짧지만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었다. 더덕더덕 너덜대는 내 글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건 그애의 인생같았다. 주절대며 엉켜 있는 내 글들은 내 인생 같았고. 그날 이후 그냥 그런 기분이 들었다. 노력은 하겠지만 난 아마 일생동안 그애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예감은 이성이 아니다, 감정이다.) 그런 예감이 들었다. 그때부터 그애는 내 질투와 시샘의 대상이었다. 열폭하고 싶은 날이면 나는 즐겨찾기에 추가 된 그애의 사이트를 찾았다.

여의도에 이사온 덕분에 요 며칠 그애와 마주칠 기회가 있었다. 그애가 날 알아보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못알아보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애를 알아본다. 그리고 질투하고, 열폭한다. 그다음 초라한 내 자신을 다시 살펴본다. 다음순서로 간극을 줄여보겠다고 발버둥을 쳐보고.
마지막으로, 누구에게나 그런 존재는 한명쯤 있으리라 믿으며 살아간다.  

그것 외에 또다른 방법이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살지 않는다면 이 세상 상실감으로 가득차서 어찌 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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