깅씨가 말했다.

'내가 가난뱅이인데 말야, <가난뱅이의 역습>을 읽다가 지하철 정거장을 지나쳐서 택시를 타고 말았어'

이 책.
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래?!??!


YES 24 판매가격 9900원. 단돈 100원으로 인해 치르게 될 배송료 때문에 못지르고 있다가 커트 보네거트의 <마더 나이트>와 함께 질렀다.
책상에 놓인 상자를 뜯음과 동시에 한권을 통째로 읽었다. 오래간만에 우걀걀걀 소리내서 수어번을 웃었다.

아 놔...
다른건 다 필요 없고 공짜로 사는 법에 관해서만큼은 우리 쩡아를! 동네파 쩡아를! 이겨낼 자가 없는데... 기고해라 쩡아! 네 삶을 활자를 통해서 토로하라규! 모두가 실생활에 적용해, 반기업적인 기치를 드높이는 세상을 만들어보자규!

스무살 젊음의 시절 단돈 1000원으로 수십번 맥도날드에서 콜라 리필, 가난한 우리를 반겨주던 스무살의 TTL 존. 동네 어귀 놀이터 연세대 노천극장 홍대 벤치, 커피 안시키고 들어가 쐬던 별다방의 에어콘, 무수한 가난과 저렴의 흔적들이 적어도 우리 동네파 삶 귀퉁 귀퉁이마다 존재하고 있는데 말야. 우리는 왜 이런 창작물을 토해내지 못했는가... OTL;;
게다가 우린 아직도. 영화보고 밥먹고 차마시는데 단돈 만원을 넘기지 않는 기염을 토하는 중이다.

자꾸만 무언가가 되길 강요하는 이 사회가 싫어서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는 반항심리로 '모과나무'란 필명을 쓰고 싶다는 만화가의 이야기를 들은적 있다. (결국 그는 이 책의 삽화를 그렸다 ㅋㅋ )

무언가 끊임없이 개발하고 발전하고 나아가라고 종용하는 이 사회에서
'나는 아무것도 안될꺼야. 장삼이사 갑남을녀 필부필부로 살다 아무것도 안남기고 사라져 버릴래.'
라는 꿈은 얼마나 지키기 쉬운 일인가.
하지만 그 꿈의 필요성을 깨닫기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사실 나 어제 참 우울하고 비참했는데 말이지...
우울해 않기로 했다. 비참해 지지도 않기로 했다.

이대로 2년반. 수고한 노력을 다 접고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둬야할지도 모른다.
그때는 아무런 미련 없이 훌훌 털고 떠나겠다. 대신 한치의 아쉬움 없이 뒤돌아보지 않으련다. 그냥 이렇게 저렇게 마음을 다져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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