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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

소소한 수다 2009. 8. 13. 13:11

역사 프로그램 팀에서 빌리는 책은 대게 크기가 컸다 두깨도 두껍고 날라야 하는 권수도 많았다 특촬실 매뉴퓰레이터에서 촬영하려면 대게 크기가 그정도는 돼야 쓸법하겠거니 싶었다.

왕복 40여분 거리 KBS도서관을 6번 왕복하던 날
낑낑대며 책 들고 연예인 대기실 앞을 지나는데 전화가 왔다. 한 번 더 도서관에 다녀와야 한다고. 사진집이랑 도판은 6권이나 됐고 책은 너무 크고 무거웠다. 이대로 연구동에 갈 수도 다시 돌아가 남은 책을 빌려올 수도 없는 상황.
 <연예가 중계팀> 건너편 화장실으로 달려가서 엉엉 울었다. 서러운 것도 아니고, 누군가 날 슬프게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짜증이 났다 짜증이 끓는 간장처럼 온몸에 눌러 붙어 떼지질 않았다. 눈물과 콧물 침을 섞어서 불리고 불려, 박박 떼어내야 했다.
그래서 책 들고 가다 말고 화장실에서 울었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일부러 소리내서 흐느껴 울었다 벅벅 긁어 내야돼. 다 벗겨 내고 멀쩡한 얼굴로 사무실로 돌아가야 돼.

사무실 들어가서 허허실실 웃는 내가 참 베알도 속도 없는 년이라 생각됐다.

짜증의 밀도라고 치면 이곳에서 그 비슷한 밀도를 100번 넘게 경험한거 같다
사람들의 무능함이 짜증나고 그 와중에 나는 최고 무능하고
처지가 처지라, 그 짜증이 더욱 엉겨 붙는다


끈적하게 눌러서 떼어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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