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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1 꿈과 악몽 사이


자료조사로 일했던 1년 반 전.
영화를 전공하던 친구에게 말했다.

"주발아, 그래도 너 정도 학벌이면 본사 방송국 카메라 감독은 될 수 있지 않냐? 그건 어때?"

당시 나는 프리랜서인 내 직업에 학을 떼고 있던 상태였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설움을 한몸으로 체험하고 있었고,
더불어 자아실현은 취미생활로도 가능한 법이라고 울부짖을 때였다.
공사직원이 갖는 혜택에 놀라움과 더불어, 초라하고 불투명한 나의 인생에 대한 한숨과 한탄이 제2롯대월드 건물만큼 치솟을 시기였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

우문현답이었다.


요즘 제 7의 인간을 다시금 읽고 있다.
여름 시작무렵 곰다방에서 만나게 된 이 책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존 버거의 모든 책을 사모으기로 했다.
선물받고 사게 되고 읽게 된 책은 유저스토리북에도 꼭꼭 올리고,
존 버거에 관해서 사람들이 무어라 말하는지도 챙겨 봤다.

어제밤 두번째로 이 책을 다시 읽었다. 감회가 새롭다.
먼 곳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 또한 악몽을 꿈꾸는 중이 아닌지 되돌아봤다.

나는 친구들과 가족이 사는 연희동에
흰색 진돗개를 키울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앞마당 딸린 작은 집을 원하지만
그 꿈의 가격은 자칫 나를 노예로 만든다.  

나는 손꼽히는 역사다큐멘터리 작가가 되고 싶지만,
그 꿈을 위해서 달리다 보면 분명 놓치고 지나치는 것들이 많으리라.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참 많아질 것이다.

노예로 살지 않으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
소모되지 않기 위해서 내가 갖춰야할 방어태세는 무엇일까.

책에는 답이 없었다.
그게 참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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