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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7 미련과 집착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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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자꾸 눈이 간다.

2년전에 사서 2년 약정도 다 못채운 애니콜 SPH-V9900!!

고작 200만 화소인 주제이 로모같은 효과를 내면서 사진이 찍혔고
불필요한 기능도 없이 쌈빡하게 깔끔했다. 가로로 더 긴 화면이 마음에든건 두말할 나위 없었고.
가끔 부러질까 두려웠던 것만 빼면 12만원을 주더라도 고쳐써볼까 몇번이나 다시 생각했던 폰이었다. 그 폰에 연결되어 있던 011-295-5*55 란 번호도 참 마음에 들었고 말이지.

여튼 그 핸드폰에 너무나 애착이 남아서인지, 새로 장만한 핸드폰이 4개월이 지나가는데도 정이 안간다. 안 이쁘다 안이쁘다 말한게 입에 붙어서 그런지 얼마 전에 잃어버릴 뻔했다. 근데 막상 찾고 싶은 생각이 안들어서 스스로 당황했다. 아직 할부금이 20개월 남짓 남은 주제에 정신차리라고 생각하고 애써 핸드폰을 찾으러 돌아다녔지.

그리고 지금 가장 안타까운게 있다면 카드지갑이다. 이대부고 전에 홍대 쇼핑때 이쁘다 이쁘다 말했던 걸 이대부고 여꼴통 애들이 눈여겨 봐줬다가 대학졸업선물로 준거다. 겉감은 남색천에 고양이가 마킹돼 있고 안에는 빨간색에 흰줄이 가 있는 퀼트천이 덧대여 있다. 고양이 얼굴이 닳고 끈이 끊겨나가도 어찌나 이쁜지. 근데 안에 껴 있는 비닐이 다 조각조각 나는 바람에 사용하지 못할 위기에 처해져 있다.

물건이란거 집착인거 다 알고 버리고 나면 그만일 뿐인데, 이렇게 자잘한 마음조차 버리지 못하는 나는-

요즘 우울한걸까? 아니면, 그냥 애 자체가 소심해져 가는걸까.
미련일까 집착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