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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12 나의 빛나는 조연 선택기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참 쉬운 애였다.
잘웃고, 잘울고, 잘 감동받고, 잘변했다.
나 같은 애가 누군가를 (짝)사랑하기란 참 쉬운 일이었다.
안습인건 내가 처한 상황이었다.

그 시절, 나는 계산을 했던건지도 모른다.
나의 외모는 내세울 것이 전혀 없었으며, 그렇다고 미친듯이 사람을 잡아끄는 재주나 매력이 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단독으로, 원톱으로 사랑받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였을까?

나의 선택은 '눈에 띄기'였다.
목소리는 원래 컸고, 오지랖도 원래 넓었다.
그 덕분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속한 학교와 학원 교회에서 나는 온갖 수다에 중심에 있을 수 있었다. 덕분에 누구와도 말을 섞어도 이상할 것 없는 담대한 역할이 나의 역할이었다.  
따져보면, 애초에 내가 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부터 몇 없었다.

때때로 내가 행했던 우스꽝스러운 행동들. 푼수떼기 같은 수다들. 소란스런 사건사고들.
하지만 그 덕분에 짝사랑했던 그가 박장대소를 하며,
'귀엽다'랄지 (하지만 나는 그시절 이미 알고 있었다. 당시 귀엽다라는 것은 우습다의 또다른 표현일 뿐인 것을;;;)
놀리듯 나에게 다가와 '우리 결혼할까?'라고 말해주면
그건 나에게 큰 기쁨이었다.

첫째가 아니어도 좋았다.
감히 욕심내지 못할 주연을 꿈꾸며, 닭이 텨오른 지붕을 바라보는 꼴은 추하다 생각했다.
그보다는 분수에 맞는 조연역에 충실한 것이 덜 추해 보였다. 
그렇다. 밑밑한 주연만 노리다간 결국 이 평생이 다 가버릴것만 같았다.
빛나는 감초역이라도 꿰차는 것이 내 목표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예 나를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았다.
나의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할 것 같았다.

몇년전 그 사람을 다시 만났다.
열연한 조연 역할 덕분에 그는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빈말일지는 모르지만 가끔 생각났고, 보고 싶었단 이야기도 덧붙였다.

어쩌겠는가?
그 사람 기억속에 남으려면 그 방법밖에는 없었다.
내 방법이 틀렸다고?
내 입장이 한번 되어보라고 말해보겠다.
분명, 몇 번이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그 방법 외에는 없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