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커피를 사가지고 가게를 나서면 회사 도착 전에 얼음이 전부 녹아버리는 계절의 시작이다. 이빨이 누래지던 말던 커피에 띄워진 얼음은 우걱우걱 씹어야 제맛인데, 시리던 말던 젊을 때만 할 수 있는건데 늙으면 이걸 못할까봐 슬프다. 그래서 난 맨날 씹고 또 씹는다. 깨부셔져 작아지는 얼음을 녹여서 내 갈증 축이는 데 이만한 스트레스 해소가 없다.

스테레오 더치커피를 들고 출근했다. 왜 간장을 싸가지고 다니냔 소리를 들었다. 이번주에는 밤샘이 많을 예정이다. 미리 사두려고 했는데 너 한잔 나 한잔 얘 한잔 따라주다 보니 내일 아침 연명할 것 밖에 안남았다.

최근 잠깨는 약 대신이라고 생각하면서 커피를 마신다. 그 기분이 좋은 것 만은 아니다. 억지로 깨고 나면 피곤한 상태로 상태로 나머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강중약'이라는 강도로 '약'이라는 강도로 3시간 버틸 기력이 있는데, 커피를 마시면 '강'이라는 강도로 1시간을 땡겨 써버리는 기분이다. 기력도 시간도 모두 도둑 맞은 것 같은 이 기분.

그래도 마신다.
맨정신에 살지 않으면 안되는데 몸도 마음도 참 노곤한 요즘이다.

커피는 믹스가 짱이지. 자판기도 짱이다! 인사대 건물에서 뽑아나와 상명대 예쁜이 나무 앞에서 마시는 150원짜리 커피맛 만한게 없다고 자부했는데, 촌년인 나도 요즘 커피향이 무언지 알거 같고, 더치와 드롭의 차이를 알아가고 있다. 연필재 맛 나는 커피가 어떤건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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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