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이동한다고???"

 

남미며 북아프리카며 세계 곳곳 여행을 안해본 곳이 없는

젼이 나를 아주 의아하게 봤을 때
나는 나의 계획이 왜 의아한지에 대해서 의심을 했었어야 했다.

 

여튼 아프리카는 백팩킹으로는 쉽지 않은 곳임이 분명하다.
(백팩킹이 아니더라도 쉽지 않은 여행지지만...)

 

다시 배낭을 싸면서 하나의 바람 중에 하나는

남미 여행을 당시, 버스를 이동할때마다 만나는 거대한 백팩커스의 무리를
이곳에서도 만날 수 있을거였는데...


그건 정말 나의 오산이었다.

남아공의 경우 케이프타운을 제외하면 안전한 장소가 거의 없다.
포트엘리자베스나 희망봉같은델 가려면 투어를 이용하던지,
차를 대절해야하니까 이것도 쉽지 않은 (비용+)일정이다.

 

그래서 트럭투어를 마치고 본격적인 개별 여행을 시작하면서야
나는 왜 다들 트럭투어를 이용하는지 알게 됐다.

 

덜 더럽고 덜 위험하려면 돈 밖에 방법이 없는 곳이다.

(트럭투어 역시 더럽게 지내지만 비교적 위험하진 않으니까

물론, 트럭투어 트럭이 털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ㅜㅜㅜㅜㅜ)

 

그리하여, 남미를 잘도 40시간 50시간 버스 타고 다니는

북미와 유럽 이십대 애들도

이곳에서는 죄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거나

짧게 왔다 몇군데 포인트만 찍고 돌아가는 일정을 잡는다.

그래 유럽이랑 여긴 가까운 축이지 ㅠㅠㅠㅠㅠㅠㅠㅠ

또 오면 된다 이거냐?!?!?!?!

 

 

***
본래는 잠비아 루사카에서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까지

30시간 버스를 타고 갈 계획이었다.

이미 남미에서 40시간 가까운 버스를 두어번 타봤고
그때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놀라운 장관,

버스에서 자리 짝으로 만나는 친구들도 사귀고 수다도 떨 수 있었기에

30시간 버스는 별 부담 없는 선택지였다. 

그런데 루사카로 떠나기 전 리빙스턴에서 찾아본

루사카-다르에스살람 버스 생생 후기는 처참했다.

30시간 버스가 54시간 (타자라 열차 수준)이 되기 쉽고,
무엇보다도 바퀴벌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바퀴벌레 빈대가 출몰하며, 버스 이용 후 호텔에 가서 짐을 풀면
자신의 가방 안에서도 버스에 동행했던

바퀴들을 십여마리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는

무시무시무시한 정보 흑흑흑흑...ㅠㅠㅠㅠ
버스 30시간 (아마도 50시간을 넘기겠지 흑흑) 더러운건 참을 수 있는데

그 이 후에도 '더러울'거란 예고는 나의 전의를 상실케 했다.
고민하는 나를 두고 마침 루사카 백팩커스에서 만난 한국인 커플이 나에게 권했다.

비행기 타세요. 그 수 밖에 없어요.

그리하여 나는 30만원돈 비행기 티켓을 결재하고 말았다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돈이면 여기서 잔지바르에서 다이빙을 4-6번을 할 수 있는 돈인데 흑흑흑

 (그리고 이제사 하는 말인데 비행기도 결코 쾌적한 환경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버스 타고 내리듯이 중간중간 타고 내리고

좌석 가죽은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는데다가 ㅠㅠㅠㅠㅠㅠㅠㅠ

머리를 대는 부분의 부직포는 어찌나 보풀이 일었는지 ㅠㅠㅠㅠ) 

 


***
잠비아까지는 별 문제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강도택시 (택시기사와 강도가 한패가 되서 낯선곳으로 끌고 가서

다 털어가는 수법)를 걱정한 터라,
잠비아 인터시티 버스 정류장에 그렇게 삐끼들이 많았는데

그 모든 삐끼들을 물리치고 택시정류장까지 가서 내가 직접 골랐다.
(내가 고르면 아무래도 확률상으로 강도택시를 만날 가능성이 낮지 않을까 싶어서)

 

여튼 그렇게 알게 된 택시 기사 덕분에 숙소까지 한번
숙소에서 공항까지 한 번

총 두 번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었고

아저씨 마음씨가 좋은지 돈도 여행책자보다 덜 받는 행운도 만나고.

(물론 택시가 중간에 고장날까봐 걱정은 됐다.

막 길한복판에 차를 세운다음에 헤드라이트를 손으로 고정시키고

테이프로 붙이는 장면을 목격 ㅠㅠㅠㅠㅠㅠ

공항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쫄아있던 상황)

 


***
문제는 다르에스 살람이었다.

탄자니아 오기 전에 만난 한국인들에게 들은 정보로는

바자지 (3륜오토바이)는 한시간을 달려도

10000실링 이상 받지않는다고 한다.

공항 근처에서 잡아탄 바자지는 20000실링을 불렀다.

너무 비싸다 한마디 하니 옆에서 현지인들 열댓명이 끼어든다.

그 정도면 적당하다 여기서 시내는 진짜 멀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2만실링을 내고 바자지를 탔다.

(택시도 그 돈 정도면 가는 비용이다.)

안그래도 바가지 쓰는게 분명한 상황인데 내릴때 돈을 더달라고 한다.
ㅠㅠㅠㅠㅠㅠ


좀 먼 곳까지 핸드폰을 고쳐야 하니 쇼퍼스를 가기 위해 

바자지를 타겠다고 했다.

호텔에서 불러줬으니 믿을만 하겠지 싶었는데

왠걸 3만실링을 부른다.
갈때 만실링 올때 만실링 기다리는 비용 만실링이라고.

안타겠다고 하니까 호텔직원 몇명이 나와서
왜 그러냐며 이 정도가 정상이라고 다들 거든다.
이 가격이면 한국 택시보다 더 비싼데

택시보다 위험한 바자지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을 머금고 바자지를 탔다.

돌아오는 길에 바자지 기사가 또 말을 바꾼다. 돈을 더줘야겠다고.

나는 슬슬 남아공에서 흑인 아저씨랑 삿대질을 하며 싸움을 했다던

내 친구가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한국인 위주로 바가지 안씌우고 친절하게 영업하는

택시를 소개 받았다.
내일 먼거리를 이동하길래

호텔 직원에게 팁을 주고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내일 약속 시간이랑 호텔이름까지 통화 한다음
호텔 직원한테 여기 위치 좀 설명해 달라니까
갑자기 전화를 끊는다.

택시 기사가 안온다고 했단다.
근데 이상하다.

호텔직원은 택시기사랑 말을 거의 주고 받지 않은 채로  전화를 끊었다.
너 방금 그냥 대충 설명하더니 기사말은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잖아..;;
호텔 직원의 핸드폰이 울린다.

아무래도 방금 통화했던 택시 기사 같은데 울리는 전화를 안받는다.
그러더니 자기가 택시 기사를 소개해주겠단다.

이 거리는 얼마 나오냐 물었다. 15000실링이면 간다고 한다.
자기가 아는 기사랑 통화 한 뒤 호텔 직원이 말을 바꾼다.

25000실링에서 30000실링이라고

(호텔은 콘웨이 호텔이다.

혹시나 다르에스살람에서 콘웨이 호텔 이용하시는 분들은

택시비가 더 나올 수 있으니 유념하시라 ㅠㅠㅠㅠㅠㅠㅠ)

 

그냥 사람 거짓말에 질리고 질렸다.
택시 기사만 거짓말 하면 괜찮은데,

문제는 옆에서 그게 맞다고 맞장구 치는 현지인들이다.
나를 너무 돈쓰는 외국인으로만 보고

사람 취급을 안해주니까 진이 빠진다.


다르에스 살람 두번째 날은 바자지 기사들이

또 너무 말도 안되는 돈을 마구불러대서
시내 중심까지 한시간을 걸어갔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내가 그 길에서 아무 일도 안당한게 기적같은 일이라고 ㅠㅠㅠㅠㅠ

(일례로 얼마전 한국인 한 명이 총을 몇방 맞았는데 사람들이 막 달려오더란다.
아 살았다 나를 구해주려나 보다 라고 했는데
자신이 피흘리고 있는데 옆에서 손에 찬 시계며 지갑이며 벨트 구두를 훔쳐갔다고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강도 안당하려고 택시를 탈 수 밖에 없는데
택시 기사들이 날강도가 되어 나의 돈을 뜯어먹고 ㅠㅠㅠㅠㅠㅠ...
분통은 터지는데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나 이렇게 체념을 배워가나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남미랑 자꾸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성희롱도 비스무레한 말들을 하는것 같아서 슬슬 빡이치는 상황.
남미는 돌아다닐 때

'아가씨 아가씨. 너 예쁘다. 하얗다. 귀엽다.'

이러고 내가 빵하고 터지면
윙크를 날리면서 끝이나기 마련이었다.

근데 여긴
'치나치나 (중국인중국인)!! 라고 외친 다음

자기들끼리 뭐라고 대화 주고받고 웃는데

뭐랄까 스와힐리어를 아는건 아니지만

이게 기분이 좋은 내용은 아니란걸 느낌적으로 알겠다.
성별 비중도 중요하다.

남미에서 돌아다닐 땐
현지 여자들도 호감을 갖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대화도 주고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긴 말을 걸면 100% 남자.

여자랑 말을 해본건 호텔직원 리셉션 스텝이 전부임 ㅠㅠㅠㅠ

 

빅폴에서 리빙스턴 넘어올 땐 한사코 괜찮다는데
같이 택시 타자더니
(아 택시 안에서 나랑 같이 있던 베이크가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
구글맵으로 맞게 이동하는지 안하는지를 계속 체크하면서 ㅠㅠㅠㅠㅠㅠ)
자기가 택시비를 내겠다며 우리돈을 안받더니
결국 그날 밤 중에 한잔하자며 호스텔로 찾아온 인간도 있었고
(다행히 호스텔 경비가 그 아가씨들 가버렸다고 쫒아냄)

나중에 현지 한국인에게 들어봤더니

치나치나 외친 다음 잠보 맘보 하고 대꾸해주면
이런 경우 '너 내 동거녀 해라. 우리 밤을 같이 보낼까?' 등등의

말이 연이어 붙는다고...;;;
아 난 이대로 인간에 대한 믿음을,
그것도 특히 개발도상국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굳혀버리나 ㅠㅠㅠㅠㅠㅠㅠ

 

 

 

***
말라리아 약의 부작용도 예상치 못한 문제다.
몰타에서부터 이상하게 새벽에 자꾸 깬다 싶었는데
트럭투어에선 새벽에 일어나 일출 보는 애로 유명해질만큼 일찍 깬다.
새벽 두시에서 네시 경에 꼭 일어나는데 두시엔 어떡해서든 다시 잠을 자려고 노력해보다가
네시엔 아예포기하고 일출이나 보잔 셈으로 눈을 뜨게 된다.

 

 

 

***
여튼 수 많은 위험들을 피해피해 가며, 거쳐가며

지금은 잔지바르 인도양 능귀해변이다.
이곳에서 11일이란 엄청난 숫자가 남았다.
무얼 할 수 있을지는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인도양 에메랄드색 바다를 두고

공놀이 하는 동네 아이들을 보는 것만해도 일단은 만족스러우니까.


 

 


20일간 트럭투어 간단 요약
From Cape town To Victoria Fall

회사 이름 노매드


12월 23일 (수) 첫째날
아침 8시까지 케이프타운에 우치한 회사 사무실로 오라는 연락에

택시타고 7시 45분까지 도착
일찍 가면 사물함 자리를 일찍 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당연히 사물함은 열기 쉽고 짐 넣기 편한 곳으로 재빨리 찜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구탱이 제일 윗칸에 있으면 185가 넘는 네덜란드 성인 남성이라 할지라도

짐 찾는 것이 큰 문제가 된다.


몇개의 서명을 마친 뒤에 소파에 앉았는데 처음으로 타티아나랑 아투르와

말을 트게 됐다. 근데 수다를 떨다가 트럭 좌석을 맨 꼴찌로 맡게 됐음.

맨 뒷 창가 자리인데 뭐 좋다. 내릴때 빨리 내릴 수 있고 좋지.  
(간단한 서류 작성 다음에 트럭 탑승은 되도록 빨리 하는게 좋은듯)
트럭 맨 앞에는 바닥 냉장고를 테이블 삼아 8칸짜리

이른바 비지니스 석이 있는데 그걸 몰랐음 ㅋㅋ

 

간단하게 케이프타운 테이블마운틴과 넬슨만델라 감옥을 먼 발치에서 사진찍고

첫번째 캠핑장으로 이동.
등산을 할 수 있을거라고 기프트가 귀띔을 해줬는데

야심차게 실행에 옮겻으나 날이 무지하게 더워서 중도 하차.

도요타삼형제, 나딘, 타티아나는 정상 정복하고 내려 온듯.
그래도 중도에 내려오길 잘했던 것 같음.

끝까지 다녀왔으면 더위를 먹었을지도.

트럭투어 출발 직전날 걸린 목감기가 심해지고 있다. 
저녁에는 Cederberg Region에서 와인테스팅이랑 전통 요리로 치킨을 먹었다.
와이파이가 터지고 샤워를 할만한(?) 구조의 이 캠핑장이
앞으로 있을 캠핑장 중에 어마어마하게 좋은 곳이었다는 걸 이땐 몰랐다.
이날 샤워 생략.

 조금 더럽고 못생겨지기 시작

 


12월 24일 (목) 두번째날이자 크리스마스 이브
Namaqualand Gariep (Orange) River
드라이브가 주를 이뤘다 .

조금씩 타티아나가 이상하단 생각이 든다..;;;;

자신한테 가장 중요한건 행복이라고 하면서

남의 행복은 신경쓰지 않은 채 너무 큰소리로 웃고 떠들어댄다..;;;

기프트(가이드)에게 무례하게 대할 때도 많다..;;;

얘 왜 이러지?!?!?!

 

더럽고 못생긴 관계로 캠핑장 도착하자마자 샤워장으로 달려갔다.
샤워장 시설은 어제보다 나빠졌으나 그런걸 고려할 처지가 아니었다.
샤워를 하고 나니 살만했는데

샤워를 하고 오렌지 강에 가보니
애들이 오렌지 강에서 수영하고 있었는데 

강이 너무 근사해! 제기럴!! 속상함. ㅠ
하지만 두 번 샤워할 염두가 나지 않았기에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걸로 족함

 


12월 25일 (금) 크리스마스
남아공-나미비아 국경을 넘어온날

인생 최고의 크리스마스!!!

인생 최고로 하드트레이닝한 크리스마스!!

우린 루돌프가 아니다!!

 

오전에는 옵션투어로 오렌지 리버에서 카누잉을했다.
카누잉을 하면 꼴딱 젖게 되는 관계로 사진기는 들고가지 않았는데 
진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장관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아름다운 풍경속에서

선물 다 못 전한 루돌프 마냥 친듯이 노를 저었다는데 있다.

문제는 물의 양이 충분치 않아서 유속이 전혀 나지 않았고

7킬로미터를!

걷는것도 쉽지 않은 7킬로 미터를!
그야말로 '인간 팔'의 힘으로 노를 저어서 강을 타고 왔던 것.
나는 스웨덴 엑스레이사진사 젼과 파트너였는데  
'신 그렇게 저으면 안돼. 면적을 많이 닿게 해야지!'

잔소리잔소리 ㅜㅜ
덕분에 풍경은 기억 안나고 카누잉 하느라 거칠어진 내 숨소리와

젼의 목소리만 기억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게다가 중간중간 바위라도 만나면 어떠했나.

카누 노로 바위를 밀치느라 있는 근육 없는 근육 다 써가면서 ㅠㅠㅠㅠㅠㅠ

 

아 내가 상상한 카누잉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풍광을 바라보며 가끔씩 방향 틀때마다 노 좀 저어주는 거였는데
놀고 있으면 카누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ㅠㅠㅠㅠㅠ

다들 왜 대체 안끝나는거지?!!?!? 라는 말을 한 서른번 쯤 외친것 같다. 

카누잉이 끝나고 오후, 나미비아 국경을 가로지르고 나서부터는
매드맥스 4편 OST를 들었다.
사막 바람을 맞으면서 질주하는 트럭 위에서
엔돌핀이 돌면서 그래 내가 이러려고 왔지란 생각이 ㅠㅠㅠㅠㅠ

오후에는 빅피쉬리버로 이동해 석양이 지는 것과 달이 뜨는 걸 봤다.
투어 사람들은 지는 석양에 집중하고 있을때

나 혼자 반대편으로 걸어나와 보름달을 바라봤다.
지구에서 홀로 나만 달을 바라보고 있고

달도 나만을 바라보는
말그대로 독대하고 있는 느낌.
가방에 있던 엠피쓰리를 꺼내서 드뷔시의 <달빛>을 들었다.
바람이 악곡에서 묘사한 물결 같이 불었고  
잔잔한 달빛이 운율처럼 눈앞에 흘러내렸다.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길에 올가를 만났는데
이어폰 반쪽을 넘겨주고 함께 드뷔시 <달빛>을 한 번 그리고 <플라이투더문>을 들었다.

 

밤에는 크리스마스 선물 뽑기를 했는데

나는 선물로 보드카를 뽑았다


 

 

12월 26일 (토) 넷째날
너무 더웠다.
처음으로 작은 협곡을 봤는데 너무 더워서 움직이지고 싶지 않았다.
처음으로 왜 아프리카를 택했을까

와이 디드 아이 초이쓰 아프리카? 라과 볼멘소리를 냈더니,
다들 공감하는지 빵빵 터졌다

하지만 캠핑장(Seriem campsite)에 가서 끝없는 초원 지는 해을 보고 바로 후회를 접었다.

사방이 뚫린 캠핑장은 한참을 걷고 걸어도 평원.

이곳에서 지는 해를 보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오늘 밤에도  거대한 보름달을 만났다.

 

 

12월 27일 (일) 다섯째날
듄(언덕)45에 해 뜨는 걸 보기 위해서 4시기상했다.
모래 사이로 발이 빠져 한걸음 내딛기 힘들고
턱이 숨까지 찼지만
밤사이 차가워진 모래가 발에 닿고 그 모래를 내리 누르며

한걸음 한걸음 걷던 기억을 잊지 못하겠다.

마침내 듄 꼭대기에 올랐을 때 해가 뜨기 시작했고
그때 펼쳐진 색색의 향연.
해의 가시광선을 받아 더욱 짙어진 오렌지 색 사막. 새파란 하늘.

 

죽은 나무에서 사진 찍는다고 올라갔다가 손에 나무 가시가 마흔개쯤 박혔다.

그냥 놔두면 덧날거서 같길래 그걸 다 뽑아내느라 애를 먹었다.

 

오후에는 부시맨 투어를 했는데 스프링 벅 한마리가 석양 사이로 걸어가는 걸 봤다.
너무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이 고독해서 울컥 울고 말았다.

밤에는 캠핑장에서 근처로 물 마시러 오는 얼룩말과 스프링벅을 만날 수 있었다.

중간 중간 얼룩말 대 스프링벅의 조직싸움을 재미나게 구경. 


로드리고, 아투르, 나딘과 함께 텐트 없이 야외 취침을 시도했다.
눈을 뜨면 거대한 달이 나를 바라보고 살풋 잠에 들었다가

다시 눈에 떠도 달이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엄청난 잠자리.
달을 베고 별을 덮고 자던 밤.

 

하지만... 새벽에 비가 내리기 시작.
부랴부랴 1인용이었던 나딘의 텐트 안으로 들어갔으나
텐트 뚜껑이 안덮혀 있었다. 다시 잠을 청햇으나 비가 새기 시작.
결국 일어나서 레인커버를 덮었는데 이번엔 비가 그침.
이 덥고 좁은 텐트에서 네명이 후덥지근하게 잠이 들었는데

이번엔 바람에 레인커버가 날아가더니 다시 비가 오기 시작.
"왜 죄다 반대지? 와이 얼띵 이즈 오파짓?"
내 의문에 그때부터 빵터져서 한 십분 남짓을 웃기 시작했다.

 

달을 베고 별을 덮고 잤던
그리고 유쾌했던 밤의 기억

 


12월 28일 (월) 여섯째날
스와코프문트로 향하던 길에 플라멩고의 바다 Walvis Bay Lagoon에 도착
호텔에서 첫 취침.

오래간만에 깨끗하고 못생겨짐
아투르와 도요타 삼형제와 함께 하는 마지막 저녁식사였기에
다같이 레스토랑으로 갔다.
식사 후 몇명은 클럽으로 이동했으나 잠이 너무나 부족했던 나는

숙소로 일찍 돌아와 취침에 임했다.

 


12월 29일 (화) 일곱째날
스와코프문트의 두번째 날
옵션투어로 쿼터바이킹을 했다.
쿼터바이크는 팸, 나, 도요타삼형제가 신청했는데
간단한 운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
좀 처럼 능수해지지 않아서 초반에 몇번 사고를 낼뻔 하다가
결국 가이드 등 뒤에서 오토바이를 타는걸로 결정했다.
근데 이게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올줄이야.
가이드는 경사면도 능숙하게 탈줄 아는데다가 가이드가 운전을 하니까
나는 풍경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능선도 곡예 못지 않게 묘기 부려가면서 탈 수 있었고...

 
쿼터바이킹이 끝난 뒤 스와코프문트에서 트립어드바이저 1등인

빌리지카페에 가서 거대한 토스트를 점심으로 먹고 저녁은 포기했다
그룹투어에 좀 질리는 감이 있고 좀 조용하고 조촐하게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숙소로 일찍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12월 30일 (수) 여덟번째 날
Spitzkoppe

거대한 바위가 이상야릇한 형상을 만들어 낸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비가 미친듯이 내렸다.
옵션투어를 안갔는데 안가길 잘한듯. ㅋㅋㅋ

트럭 안에 앉아 미친듯이 쏟아지는 비를 보며 투어안간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ㅋㅋㅋㅋㅋㅋ 우린 행운아라고...
나딘과 호드리고가 밤 7시까지 돌아오지 않아서 잠시 소동이 일어났으나 둘은 무사 귀환. 
모두다 야설을 쓰며 둘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길 바랬으나
아무일도 없었고 단지 석양을 보고 돌아왔다고 한다. 아숩.. ㅋㅋㅋㅋ 

자면서 사고가 많았는데 천둥이 치고 바람이 불고 텐트벽이 기울었다.

과연 이 상태에서 잠을 잘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결국 레인커버 끈이 두개 밖에 없던 우리 텐트는 레인커버가 날아갔다. 
그 와중에 전갈을 봤는데 전갈이 우리 텐트 안으로 들어갔을까봐 걱정 또 걱정.
그런데 타티아나가 짜증이 났는지  
가이드 기프트를 깨워 커버를 씌우라고 화를 냈다.

그냥 우리 텐트 레인커버에 끈이 두개 모자랐고

내가 준비해간 운동화 끈으로 충분히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일이었다.  

 

몰타 아프리카 여행 전에 호빗 빌보 사진를 페이스북에 올려놨던게 기억났다. 빌보의 엄청난 여정을 꿈꿨지만 그렇다고 빌보 같은 개고생을 원한건 아니었는데 ,,,,

그리고 역시 오늘도 나는 빌보만큼 더럽다.

 


12월 31일 (목) 아홉번째 날
힘바부족 Outjo

새벽같이 떠나야 한다고 해서 다같이 아침 거르고 브런치로 대신했다
아점을 위해 중간에 들른 캠핑장은 근사했다.
힘바부족 만나러 갔는데 사람을 동물원 동물 보듯 구경하는것 같아서 느낌이 좋진 않았다.
나딘이 냉장고 옆 비지니스 석을 싫어하길래, 자리 바꿔서 맨 앞자리로 왔다.

아니 이렇게 좋은 자리를 싫어하다니...;;;;

아마 나딘은 단순히 독일어를 쓰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캠핑장 사장님이 쏘는 아마룰라를 안마시는 사람이 있길래 혼자서 세잔을 마셨다.
저녁에는 제법 근사한 스테이크가 저녁으로 나왔다.
케이스가 마지막 밤인데 그냥 잘거냐고 같이 바에 가자고 해서 헤르트와 셋이 수다를 떨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 둘이 나에게 정자 중매를 섰기에 진짜 빵 터졌다.
 


1월 1일 (금) 열번째 날
에토샤 내셔널 파크 게임드라이브.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새해 첫 해 뜨는 걸 오래도록 바라봤다
나딘과 자리를 바꿨는데 이번엔 타티아나가 필립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응?!?!?!? 응?1?!!?!?
모르겠다 일단 오늘 부터 타티아나 옆자리를 벗어나다니!! 새해출발만만세!!
거대한 개미집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바벨탑 느낌?
오늘 처음으로 기린을 봤다. 
밤하늘에 별이 가득했는데 서울에서 삼십사년 사느라 잊었던,
별이 반짝인다는 사실을 오래간만에 깨달았다

올가가 나에게 오더니 앞으로 나와 텐트를 써야 한다고 한다.

타티아나와 필립이 텐트를 쓸 예정이라고

응?!!?! 응?!!?!?!?!?!
덕분에 나는 올가와 텐트를 쓰기 시작했다 예쓰!!!! 만세만세만만세!!

 

 

1월 2일 (토) 열한번째 날
에토샤 내셔널 파크 게임드라이브
흰꽃이 핀 들판을 코끼리가 가로지르는 걸 보고
기린 무리가 유유히 초원을 거니는 걸 봤다
하얀 조약돌은 들판에 흐드러진 꽃처럼 보이는 구나.
뜨겨운 볕을 피해 그늘에 누운 사자
뿔이 부러진 코뿔소
들판을 달리는 햄스벅 새끼
무리지어가는 코끼리
아침 일찍 움직여야 해서 조금 피곤했지만 즐거운 게임 드라이브였다.

Bar에서 케이스,헤르트 폴앤팸, 파스칼 욜리나, 로드리고 젼과 수다를

떨었는데 한국 남자들은 다 싸이나 김정은 처럼 생겼느냐,

그들은 한국 여자에게 다정하느냐가 주된 주제였다.

ㅋㅋㅋㅋ 호드리고가 굉장히 고무돼서 그렇다면 자기가 한국에 꼭 가서

아름다운 한국 여성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되새길거라고

굳게 결심한듯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수영과 샤워를 둘 다 한 덕분에 조금 덜 더럽고 못생겼다.

 

 

1월 3일 (일) 열두번째 날
빈트후크

아침 일찍 일어나 캠핑장에 앉아 있는데
자칼 두 마리가 서로 장난치고 놀고 있었다.

트럭투어 참가자 대부분이 짝궁과 함께 왔고

아프리카 동물들까지도 짝궁과 함께 돌아다니는 것들이 많다...;;;

망할.. ㅋㅋㅋ 
밤새 비가 적당히 와서 시원하고 좋은 날들.
헤트르와 케이스에게 부채를 선물했더니 너무 기뻐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아침 해 뜨는 사이로 음악을 들었다.
지구에서 가장 긴 아프리카의 시간을 마주하면서 
나 개인 하나의 시간이 얼마나 하찮고 보잘것 없는지 깨달았다.
그럼에도 열망하고 사유할 수 있는 존재로 태어나
바라는 것을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막 눈물이 줄줄 나는걸 애써 참고 또 참고...

오랜만에 호텔에서 숙박했다.
혼자 방을 쓰고 샤워하고 나니 조금 덜 더럽고 못생겨졌다.
케이스 헤르트 나딘 젼 호드리고의 마지막날이라 저녁에 다같이 레스토랑에서 식사했는데
재빠르게 케이스와 헤르트 옆자리에 앉아서

케이스의 개그를 들으며 빵빵 터졌다.

 

사진기까지 가져가놓고 같이 사진 찍는걸 깜빡한게 아쉽다 ㅠ

 

 

1월4일 (월) 열세번째 날
빈트후크의 풍광도 좋고 크기도 거대한 로지였기에
아침일찍 일어나서 1등으로 밥먹었다.
기프트도 우리에게 새로운 팀원은 없을거라고 말했기 땜누에

13명이 빅폴까지 가게 되는 건 줄 알았건만
오늘 호주에서 다섯명의 걸들이..;;;

그리고 독일 친구 베이크가 우리의 새 멤버가 됐다.
그리고 드디어!!!!!

스웨덴 젼, 제이디의 비지니스 석을 내가 차지 파하하.

하루종일 차를 타고 달렸더니 덥고 또 더웠다.
오늘은 보츠와나로 넘어왔고 밤에 보는 샘족의 댄스를 봤는데
이걸 전통문화 체험으로 봐야할지 인간 전시로 봐야할지 모르겠다.

오늘 캠핑장에는 샤워장과 화장실에 문이 없었고 전등도 없다.
이닦기를 제외한 모든 걸 생략하고 취침하기로. ㅠㅠㅠㅠㅠ
오늘은 더욱 더럽고 못생겼지만 불이 없으므로 참.....는다.


1월5일 (화) 열네번째 날
한 3-4일간 밤마다 너무 더워서 침낭이 필요 없기에
트럭 안에 두고 텐트에서 잤는데 새벽에 추워서 깨고 말았다.
타티아나라면 기프트를 깨웠겠지만 ㅠㅠㅠㅠㅠ 

내 잘못으로 기프트를 괴롭히고 싶진 않았다.
오늘 나의 상태는 여전히 더럽고 못생긴데다 냄새까지 났기 때문에

꼭 샤워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저녁으론 파스칼 욜리나가해주는 볼라냐 파스타를 먹음.
온 종일 드라이브로 심신이 지친 상황.
트럭투어 42일 짜리를 신청 하지 않길 잘했다고 백번천번만번 생각했다. 

 


1월6일 (수) 열다섯번째 날
오카방고 델타

델타 보트타고 두시간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하마 악어 구경.
덥다. 한캔에 2달러짜리 환타를 몇캔째 먹는지 모르겠다.
타는듯한 더위와 초원에서 3시간짜리 워킹사파리를 하고 오니
오늘 46도였다고 한다. ㅠㅠㅠㅠㅠㅠㅠ!!
안그래도 못생긴 얼굴 이상하게 눈썹그리는 것 마저 포기하고 싶더니만...

46도!!!!!!

 

게다가 우리가 본건 코끼리똥 사자발자국 소..;;; 가 전부였는데

캠핑장에서 사파리 안간 팸과 폴은 코끼리를 두번이나 봤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을 기점으로 눈썹그리는 걸 포기하게 됐다!!

못생겼지만 더 못생긴 채로 살기로!!!

생존이 왔다갔다 하는 마당에 눈썹 하나는 중요하지 않ㄷ.

메탈 섞인 검은 흙이 흩날리는 곳에서 세시간을 걸었더니

신체 안 더러운 부분을 찾을 순 없지만 ㅠㅠㅠㅠㅠㅠ

그중에서 나의 발은 최악 of the 최악

 


1월7일 (목) 열여섯번째 날
오카방고 델타에 언제 내가 또 오겠는가,
아침에 해뜨는 걸 보려고 앉아 있다가
숙소로 박쥐들이 돌아오는 소리를 들었다.

얘들아 방가방가, 아니? '대체불가능한 다섯종 중에 하나' 지식채널 만든게 나야 ㅋ 


낮에 잠시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감상은 단 한마디.
덥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이 덥다.
이 근사한 풍경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는 오직 얼음컵에 환타를 마실때 뿐. ㅜㅜ

원래 일정은 선셋크루즈였는데

캠프장 측에서 수량이 적어 보트가 갈 수 없다면서 트럭타고 라군 구경을 가자고 했다.
욘과 쌔미가 싸우다시피 요구해서 결국 모코로 타고 하마구경으로 변경됐다.

초원 풍광을 좀 보고 싶었는데 가는 길에 호주 애들이
너무 셀카 찍고 난리를 치는 데다가
타티이나까지 우하핳 하고 떠들어대서 피곤이 더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모코로를 타고 정말 가까이에서,
이보다 더 가까울순 없다 싶을 정도로 오래도록 하마구경을 했다.

(아프리카 손꼽히는 맹수 하마의 경계소리를 두어시간 들으며..;;;)

 


1월8일 (금) 열일곱번째 날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일찍 준비하고 밥을 먹었더니 시간이 남아
해먹에 누워 오카방고의 초원을, 하늘과 구름을 봤다 
내 인생 중 초원에서 보내는 짧은 시간이 이렇게 가는구나.

아침 보트만 두시간을 탔는데 이보다 더 오래 오카방고 델타를 볼 순 없겠지.

호스텔 도착해선 돈주고 와이파이 샀는데
다음메일이 열리지 않는다. ㅠ

케이스에게 보낼 말이 많았는데 결국 쥐메일 보냄.
트럭투어 이후 여행 숙박업체나 등등을 알아야 할게 많아서

수영장도 못들어가고 내내 바에서 이것저것 예약 결재하며 보냈다.

 

 

1월9일 (토) 열여덟번째 날
초베강 투어
아 하루 한번 트럭팩킹 식사 준비 설거지... ㅠㅠㅠㅠㅠ

가끔 훈련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았는데

아이스박스에 음료수와 술을 가득 싣고
유람선을 타고 동물 구경을 시작하는 날이 오다니 ㅠㅠㅠㅠ
다들 이제야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는 것 같다며 수근수근댔다.


무리지은 코끼리,
엄마 보폭에 맞추기 위해 엄마 한걸음에 다섯걸음씩 뛰어야 하는 3주된 코끼리
목욕하는 코끼리
진흙 썬탠하는 코끼리
혼자 이동하는 수컷 코끼리
코끼리 코끼리 코끼리 진짜 질리도록 본 것 같다.

오늘이 마지막 텐트치고 밤.

하지만 오늘 밤도 비가 왔다 ㅠㅠ

이제 내일이면 덜 더러울 수 있을것이다!!

 

 

1월10일 (일) 열아홉번째 날
게임사파리-빅토리아폴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 게임사파리를 갔는데
오늘 최고로 많은 동물을 봄
사냥하는 와일드 독,
도망가는 스프링벅들.
죽은 코끼리 주변에 모인 독수리데와 쟈칼 무리.
그리고 아침 잠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자 무리.

많은 걸 보고 또 봤다.  

짐바브웨 국경으로 들어오는데 직업란에 방송작가라고 적었더니
주의해야할 여행자란 판정 받아서 기분이 안좋다.

다들 20일 여행일정에 지쳐가는것 같다.
점심 팩킹 중엔 살짝 말다툼이 있기까지 했다...

 
사실 나 역시 언제나 붐비는 트럭복도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애들이 짐을 무조건 사물함에 쑤셔 박을 게 아니라 나중에 효율적으로 찾기 위해 봉투에 분류해 놓으면 안되겠!?!?!?!?! 뉘?ㅃ?ㅃ?ㅃ?ㅃ?ㅃ?ㅁ?ㅇ

 

그래도!! 도착한 레인보우 호텔 방은 아프리카 여행 중에 가장 근사했다
아아 무려 에이컨디셔너가 있는 삶이란 ㅠㅠㅠㅠㅠㅠ

 

저녁식사 전에 쟈니와 쌔미에겐 결혼선물로,
폴앤 팸과 파스칼 욜란다 커플에게도 부채를 선물했다.

너무나 기뻐해줘서 나까지 기뻤다.
올가에겐 짧은 카드와 뒷면에 달밤에 놓인 텐트 그림을 그려줫더니
고맙다면서 집에 붙여놓을거라며 울기 시작해서 급당황.. ㅎㅎ

샤워를 하고 오래간만에 눈썹을 그렸다.

여전히 못생겼지만 어제에 비하면 덜 더럽고 덜 못생겻다고 자부한다. ㅋ

 

 

1월 11일 (월) 스무번째 날. 안녕 트럭킹!
헬리콥터로 내려다본 빅토리아폴은 울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돈이 모자라는 까닭에 브릿지 슬라이딩을 했는 짧아서 아쉬웠다.
셸터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호텔로 돌아와 마주치는 투어사람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기프트를 두시간 가까이 기다렸으나 기프트는 오지 않고
결국 베이크와 비를 뚫고 국경 이동 ㅠㅠㅠㅜㅜ

여튼 이렇게 끝이 났다.

 

잘가!

울고 웃고 짜증내고 기뻐하며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던 광경들로

아프리카의 시간드로 가득찼던 나의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