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B'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5.02 동전 두개

동전 두개

소소한 수다 2010. 5. 2. 16:48


어제 다모토리에서는 <015B>의 <텅빈거리에서>가 흘러 나왔다.
동네파 아이들과 떠들고 있는데 정말 기절할만한 가사가 나왔다.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손에 외로운 "동전 두개"

그 가사에 망치를 한대 얻어 맞은 듯했다.
그래, 그 시절에는 공중전화 통화료가 2000원 200원도 아닌
(십원짜리) 동전 두개였었다.
지금은 문자 한건 가격이나 되던가;;;
수다스러운 멀티 메일은 20원으론 택도 없을지도 모른다.

주기자가 캐 폭소할만한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해줬는데,
그 시절 공중전화 박스에 20원이 남아 있으면 아빠 가게에 전화 걸어서
"된장 찌개 하나 배달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전화 끊어버리곤 했단다.

공중전화 옆에 붙어 있는 곳곳에 하숙집에 전화해서
"방 있나요?"
라고 묻고 끊은 적도 많았단다.

자신은 완벽한 장난전화를 했다고 자부하지만
그런 꼬꼬마 목소리(이자, 자신의 딸 목소리;;;를) 알아보지 못할 어른(부모)가 있을턱이;;;
그야말로 배꼽을 잡고 웃었다.

왜냐면 나역시 동네 공중전화마다 붙어 있는 하숙집 전화번호를 보며
'장난전화나 한번  해볼까?' 하는 큰 유혹을 받았었으니까.

결국 텅빈거리를 노래한 윤종신이 야윈 두손으로 20원을 쥔 채 
'자니...?'라는 전화를 걸었는지는 모르겠다.  

인생의 비극이란
82년 혹은 83년에 설계된 우리들이,
80년대와 90년도에 제조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시대의 생각과 습성을 장착한 채 21세기를 살아가야 한다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정말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