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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27 겨울에 태어난 모기


침대에 누워 E-100에 들어 있는 <쾌도 홍길동>을 복습하고 있는데,
귓가에 스테레오로 들리는 현장음이 느껴졌다.
오. 이런 효과음까지 생생하게 들리나, 13000원짜리 내 이어폰이 이렇게 성능 좋은 것이었나 싶다가 엠피쓰리 화면을 오가는 모습을 보고 바로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언제, 어느 시점에 내방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11월에 태어나 자기와 닮은 것 하나 없는 방안에 갇혀 살다 죽게 될 운명의 11월 모기.
얼마나 심심할까. 왜 태어났을까.

움직임을 보아하니 기운하나 못쓰고 피하나 못빠는 것 같던데.
이따우로 태어나 여기서 이렇게 생을 끝내게 되는게 안쓰러웠다.

언젠가 그런 말을 하고 싶었다.
철지난 모기와 '우리'의 모습은 참 닮지 않았냐고.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한창 때를 기다리는 귀뚜라미도 아니다.
때를 이미 지나쳐 늦게 태어난 겨울 모기.
곰곰히 따져봐도 참 닮은 구석이 많다.  

졸려서도 귀찮아서도 아니고
앵앵대며 귓가를 간지럽히지도 못하는 그 기운없음이 안쓰러워
잡지는 않고 그냥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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