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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0 고백 - 내 인생의 트라우마 4


어느 때와 같이 만두와 내방에서 노닥거리고 있었다.
20년 째 내 인생 구석구석을 다 알고 있는 만두라 할지라도 모르는게 있다.
나는 고백을 하나 한다.

"우리 5학년 때, 너 박*이랑 정*람이 나한테 좋아한다고 말했던거 알아?"

"모르겠다 기억 안나"

"5학년 초반이라서 기억 안날지도 몰라. 여튼 개네들이 그렇게 말하고 다녔는데 알고 봤더니 개네 둘이 이*실을 좋아하면서 그걸 밝히지 않기 위해서 날 좋아한다고 말했던거야. 그냥 시덥지 않은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트라우마가 됐던건 그 당시 내가 정우람을 좋아했기 때문이지. 푸하하."

"너 문*기는?"

"아놔 미쳐 미쳐! 너.. 다 기억하는구나. 너도 알잖아? 난 같은반 짝궁이면 무조건 좋아했던거. 문*기는 정*람 다음으로 짝이 됐었다고. 그때 정*람이랑 3년 째 같은 반이었는데 3년 째 짝이었어."

"아 지겨워. 그렇게 3년을 짝을 하고선 아직도 만나다니"

"여튼 난 그게 내 인생에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한 결정적 사건이라고 생각해
'나를 좋아해줄 남자애는 없구나.'
나 같이 뚱뚱한 애를 좋아해줄 남자애는 없으니 기대하지 말자.
기대하다가 놓쳐버리는 것 만큼 또 추한게 없으니까 단념하고 살자
그때부터 내 자신을 규정지어 버린거 같아.
난 '뚱뚱한 애'라고 말이지.
근데 생각해 보면 그때 나 키 162에 58키로였어
비만의 정도가 아주 약한 통통 정도였다고."


"너 설마...."

"만약 누가 나의 비만의 책임을 묻는다면 난 16년 째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옆집옆집 앞집에서 내 친구로 살고 있는 정*람에게 이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싶다. 푸하하하"



나의 트라우마를 고백이 끝나자 만두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6학년 나와 반이 갈렸을 때 같은 반 여자아이들과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고.
그게 그녀의 대외적 상냥함에 굉장히 큰 기여를 했다고. 이젠 그 일이 아무렇지 않은데 자신은 어느새 그렇게 만들어져 버렸다고.



받았던 상처는 어느새 아물어져 흉터조차 남지 않았다.
그 옛날 무수히 많은 기억속 한자락일 뿐이다.
하지만 그때 앓았던 무수히 많은 사건들은 재료가 되고 성질이 되어 사람을 완성하고 인격체를 형성한다. 사건은 너무나 희미하게 바스라져 저 멀리 사라졌는데,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이 모습 이대로 놓여 오늘을, 내일을 만들어진 대로 살아가는 걸.

우리는 그 옛날 아팠던 기억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랐는데, 어른이 됐는데
이제는 바꿀 수 조차 없는 것들이 참, 아주 많다.


+) 덧붙이자면 나는 어째서 초등학교 5학년 9반의 아이들 따위와 아직도 만나고 있는가;;;
이*실, 정*람, 이*희, 박*희 그 옛날 94년도 연세대에서 할아버지놀이터 꾸러기 놀이터를 오가며 뛰놀던 아이들과 스물 여덟 넘어서까지 만나고 수다떨고 그 옛날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을...
그 누가 알았겠는가? 22년째 한동네 살고 있는 무시무시함을 또 다시 체험한다!
그리고, 지금 나를 본다면 10년이면 모든게 바뀐단 말은 다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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