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라니를 떠나면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코크가 끝나면 다시 더블린으로 가는 건데,

아일랜드에 와서 해야할 걸 안하고 있단 불안감이 든거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아... 내가 제대로 된 홍차를 안마셨구나.

다행히(?) 코크 호스텔은 조식이 불포함이었다.

코크에서 첫날 밤. 나는 이 나라에서 제대로 된 홍차와 스콘을 먹어야겠단

일념에 급히 트립어드바이져를 검색.

베이커리 1등으로 돼 있는 코크 타라's 티룸을 찾아냈다. 

 

 

도미토리 8인실은 전원 취침 중이었지만

혼자 7시에 기상해 이를 닦고 옷을 챙겨 입고

아침 8시 호스텔을 나섰다.

그리고 밥을 먹으러 40분 넘는 베이커리까지 달려가는 상쾌한(?) 발걸음 

 

 

 

 

 

그리하여 도착한 타라's 티룸

뛰어들어가느라 바빠서 입구를 찍은 사진은 없다.

 

 

 

 

그래!! 바로 이거였어!!

나는 진정 이런 인테리어 속에서 홍차 잔을 든 손의 새끼 손가락을 치켜 세워 들고

소녀소녀하길 원했던 것이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집에서 직접 만든다는 메이플 시럽.

지금은 소녀지만 이따간 주정뱅이 아이리쉬 처럼 만취할 예정이므로

오늘 섭취할 열량을 계산하여 조금만 뿌리려고 했는데 ㅋㅋㅋㅋㅋ

아 놔 깨끗이 비우고 말았음 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작은 병에 담긴 이 아이보리색 크림의 정체...

먹기 전엔 왠 생크림을 스콘이랑 같이 줘? 라고 반문햇는데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클로티드 크림이 아닌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 이러려고 왔지!!

이러려고 백여만원 더 투자하면서 아일랜드 여행을 끼우넣었지!!

그러려고 여기까지 왔지 ㅠㅠㅠㅠㅠㅠㅠㅠ

 

 

 

2월 중순 지난 아일랜드는

하루 비오고 하루 흐리고 하루 맑은 날의 연속.

간만에 파란 하늘보니까 잔디도 더 반짝이는 것 같고

어제 못 다 본 코크 시내 곳곳에다가 공원은 한번 더 돌아다녔다.

 

 

 

 

격하게 너의 의견에 동의한다!!

 

 

 

 

 

 

 

 

오후에 인시아라 비앤비로 떠나야 했지만

여튼 코크의 봄날은 아름다웠다.

 


영화 <프랭크>에서 나온 아일랜드 시골은 참으로 근사했다.
곳곳에 양들이 뛰놀고 어딜 둘러봐도 녹색으로 가득한...

나 저기 묵을래. 나도 저런데서 한달 두달 놀고 싶어!! 외칠만큼 말이다...

 

코크 3박 일정 중에 2박을

한시간 가량 걸려 한시간에 한대 오는 버스가 있는 B&B를 예약한 건

아일랜드 시골을 조금이라도 만끽하고 싶단 욕심에서였다.

 

게다가 숙소의 평점은 9.5...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숙소길래 이런게 가능한거지?

외딴 곳이라 걱정되는 건 단 하나였는데,

뭐 아침밥이야 주는거고 점심이나 저녁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였다.

설마 동네에 펍 아님 레스토랑 하나는 있겟지

 

구글맵을 검색해본 결과 숙소까지 대중교통이 가기는 간다는 걸 확인했다. 
버스에서 내린 뒤에 20분 정도 걸어야 하지만 그건 못할 일은 아니니까

 

코크 시청에서 버스를 기다린지 50여 분...
과연 버스가 오긴 오는 것일까 반신반의 했는데 버스가 왔다.
정류장을 보여주는데 기사가 잘 모른다..;;;

그래도 좋다.

가기만 가면 되니까... 그리고 무려 버스에서 내렸는데...;; 아놔

 

 

ㅠㅠ

진짜로...

아무것도..

없다...;;;;

 

나의 짐은 10킬로그램이 넘는 40리터 배낭,

노트북과 각종 생활용품으로 5키로가 넘는 작은 배낭 하나.

그리고 캐리어와 캐리어에 거기에 붙어 꽤 큰 부피를 차지하는 침낭.....;;;

 

초반 길은 걸을만 했다.

그래도 도로 옆으로 인도가 있었 던 것!!!

 

 

 

그러다 시속 50이었던 길에 변화가 생겼다.

시속 80!!!!

그래 뭐 괜찮다. 차에 치이지만 않으면 살겠지....

 

 

 

 

네... 제가 깡시골을 언하긴 했지만

이렇게 숲만 가득한 걸 원했던 건 아니고요..;;;;

 

 

가도 가도 만날 수 있는건 나무와 새들뿐.. ㅠㅠㅠㅠㅠㅠㅠ

니들 여기서 인시아라비앤비는 얼마나 더 가야 나올지 혹시 아니?

 

 

그런데 갑자기 당황스러운 표지판들이 등장했다...

빨강.... 저거 이 앞으로 전진하지 말란 표시같은데...

 

 

그러더니 등장한 길이 좁아질거란 표시

 

 

 

 

헐?!?!?!?!?

인도!!! 끝났음!?!?!?!?!!?!?

차 다니는 도로 밖에 없어!?!?!?!?!!

사람은 날아가란 말인가/??!?!! ㅠㅠㅠㅠㅠ

구글 맵에선 아직 5분 넘게 걸어가라는데!?!?!?!?!

 

 

게다가 차도는 또 얼마나 좁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를 앞지르기 위해선 모든 차들이 

나를 피해 반대차선을 넘어가야 했다 ㅠㅠㅠㅠㅠㅠㅠ

미안해요.

하지만 나도 미안하니까 그만 빵빵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공포에 떨면서 가기를 5분여...;;;;;

 

 

 

우회전하고 만난  Insiara B&B로 가는 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옥끝에 본 천국의 풍경이라 그럴까?!?!!?

이뻐!!!!!!!!!!!!!!!!!!!!

너무 이뻐!!!!!!!!!

 

목숨 걸고 왔지만 일단 이뻐!!!!!!!!!!!!!!

 

 

그리하여 들어온 비앤비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

내가 여섯살때부터 꿈꾸던 집이 이런거였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벽난로랑 큼직한 소파도 있어야 하고요

사시사철 꽃을 갈아 끼울 수 있는 정원도 있어야 하고요 ㅠㅠㅠㅠ

 

해나는 날

분위기 잡고 책읽으려면 유리창도 큼직해야하고요 ㅠㅠㅠ

 

일단 말을 잃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좋아서 ㅠㅠㅠㅠㅠㅠㅠㅠ

 

밤하늘에 별을 보면서 잘 수 있는 비앤비지만

오늘내일 흐린 날씨란 걸 알기에 ㅠㅠㅠㅠㅠ

 

 

목욕하면서 별을 보라 이건가!?!?! ㅋㅋㅋ

 

 

 

다 좋은데 이 비앤비의 단점이라면 일단 예상과 달리 너무 깡시골이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열두가구 오십여명이 사는 마을이고 ㅠㅠㅠ 레스토랑도 없고 펍도 없고 슈퍼도 없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점심 저녁 주문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나 내일 아침밥 먹고 나서부턴 뭘 먹지?라고 좌절하니까,

슈퍼까지 차타고 나가주겠다고 한 친절한 호스트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하여 쟁여놓은 비상식량

일단 에일 위주로 골라본 맥주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침 산책 때 봐도 이쁘고

나무 사이로 봐도 이쁜 B&B!!! ㅜㅜㅜㅜㅜㅜㅜ

 

방 안에 작은 룸이 따로 있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침식사를 위한 공간

 

 

 

서른다섯.

도전 해서 후회한 적은 거의 없었다.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모험은 계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