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방류점이 낮아졌다.
걸핏하면 터져나온다. 나는 우는것도 곱게 울질 못해서 눈가를 막 부비니까 다음날 눈이 퉁퉁 붓고, 세상의 절반밖에 못보고. 일상생활의 지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당이 해산했다.
선거 당일날 투표 결과 보는데 펑펑 눈물이났다. 울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우는 바람에 놀랐다. 절반정도는 예상한 결과였잖아..? 근데 그날 심정은 막 우리 당이 뭐 어때서? 왜때려요? 왜때려? 우리당이 그렇게 별로에요? 기독당 한나라당 이딴 당이랑 왜 동급 취급해요? 왜그렇게 몰라줘요??!?!! 라며 울부짖는 두더지잡이의 두더지 심정? 누군가의 멱살을 부여잡고 엉엉 울고 싶은 심정? 암튼 브로콜리너마저 의 노래가 BGM으로 눈물 방류점을 한껏 낮추긴 했지. 아직도 때때로 섭섭하다. 그냥 친구들을 만난다고 치유되지 않는다.
동류만이 위로할 수 있는 아픔이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당사람들을 만나고서 치유받고자 하는가...;;;
선거 다음날 퉁퉁 부은 눈을 했지만 일상은 변함이 없었다. 회사에 출근하고 점심 먹고 일하고 저녁먹고 다시 들어와 소소하게 수다 떠는데, DM이 하나 도착했다. 발신인 노회찬...의원... 비록 내가 어제 당선축하드린다고 기쁘다고 DM(쪽지)를 날리긴 했으나, 반응이 올 줄을 몰랐다. 이건 정말 상상치도 못했던 대답.
'감사합니다 항상 낮은 자세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어쩌면 소박하고, 투박하고 보잘 것 없지만, 그래서 더욱 빛을 발하는 대답이었다. 진보정당 가입 10년. 이젠 지칠때도 됐고 포기할 때도 됐다. 하지만 내가 아직 어떤 가치를 선택해서 지향하고, 거기에 나의 애정과 관심을 쏟고, 돈을 들이고 안타까워하는 모든 노력의 보상이었다. 그게 어젯밤(선거날)의 설움과 어찌나 잘 맞아 떨어지던지. 갑자기 눈물이 펑펑 나네. 수다떨다 말고 갑자기 핸드폰 들여보더니 훌쩍 훌쩍 우는 나 때문에 에이디가 적잖이 당황했을거야 아마,
시기가 시기인지라 막내에게 부탁해서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집을 빌려오라고 했다. 기억이 맞다면 대학 3학년 때 읽었을거야. 서른하나에 다시 만나는 브레히트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나는 남들보다 강해서 살아 남는 것이 아니다. 세상엔 분노하고 부끄러울 일들 천지인데, 부끄러움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서, 치욕과 수치에도 견뎌내는 강도가 높아서 살아가는 거지. 그냥 잘 견디는 거다. 잘견디게 진화하고 있는거다.
"그래 그저 계획이나 세워라!
그저 큰 빛이나 되거라!
그리고 뒤이어 두번째 계획을 또 세워라!
그것은 둘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을 살아가기에는
인간이 악독해도 모자라기 마련.
그래도 인간의 고매한 노력은
한가지 장점이다."
-인간 노력의 불충족에 관한 노래
나를 울린 쟌철수와 짜장면
아직도 최고의 로맨틱코메디 드라마를 꼽자면 나는 <환상의 커플>을...
오랜만에 환커가 땡기길래 저녁 무렵 한편을 틀었다. 본래는 3-4편만 보고 잘 생각이는데 10편을 내리보고 새아침을 맞이하고 말았네. 볼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어쩜 이렇게 '변화의 과정'에 대해서 설득력 있게 소개할 수 있는건지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한 계단도 훅하고 올라가는 법 없이 차근차근 14편까지 내리 성장하는 주인공들이라니. 이 드라마를 볼때마다 언제나 울어온 지점은 나상실이 장철수네 따뜻한 사진들을 삭제할 때. 쓰리석이랑 헤어질 때, 버스정류장서 둘이 헤어질때 였는데, 아 놔.. 짜장면 보고 울컥하는 장철수를 보고 나도 울컥해서 내내터진 울음을 드라마 끝나도록 이어갔다. 좋은 드라마고 훌륭한 구성이다. 등장하는 모든 장치들이 하나도 빠트릴 수 없이 사랑스런 메타포였다. 짜장면, 전기장판, 조카들, 개(꽃순이)...
너무 줄창 보면 질리니까 꼭꼭 숨겨뒀다고 몇년후에 다시 한번 만나야겠다. 그때 다시 만나, 쟌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