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소개팅 주선을 하다가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직장 선배가 소개팅을 하고 싶단 말을 던졌다. (본래부터 난 오지랖이 태평양이다.) 이 사람 저 사람 떠올리다 동네 남자애한테 전화를 걸었다. 동네 남자애는 연봉높기로 유명한 대기업에 갓 입사한 찰나였다. (뻔한 속물의 변명이라 욕할지 몰라도, 대게의 사람들이 이성관계에서 원하는 기본적인 요구조건은 맞추는 것이 주선자의 도리다 싶었다.)
갑자기 동네 남자애가 사진을 요구했다. 그게 흔한 일은 아니다. 대게의 경우 소개팅에서는 주선자간의 증언(?)으로 소개팅 여부가 결정나는 법이니까.
기분이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직장선배는 동안에다가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주저 없이 동네남자애에게 사진을 보내주었다.
충격적인 결과는 그 다음이었다.
"서른이 넘었는데 이정도 밖에 안생기면 좀 어렵다"
그때 나는 사람을 만나는데
엑스축-나이 와이축-얼굴과 같은 등급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사람이 상품으로 팔리고 팔려나가는 세상이라곤 하지만,
나이에 따른 등급이 있다니;;;;
우리 선배는 그 어떤 조건도 말하지 않고 단지 '소개팅'만 말했을 뿐인데. 말이다.
오늘, 서른을 며칠 앞두고 문득 그일이 떠올랐다.
우울하냐고? 우울해야 정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울을 넘어서 상관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들이 보기에 나는 진열대 위에 올려지지도 않을 물건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반액처분, 창고대방출, 1+1꺼리 조차 안되는 물건일지도 모른다.
대신 나는 저쪽에 찌그러져서 그들을 냉소하기로 했다.
인생 그따위로 그모양으로 그렇게 살아서
그들이 과연 몇등급의 행복을 누릴지 의문이지만,
동네 남자애와 그 남자애의 선배의 천박한 인생을 동정해주기로 했다.
사람을 값어치로 매기면 매길 수록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값싼 질로 만들어진 너나 나나 비슷한 우리네 인생은 보잘것 없어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