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발언이라, 박만두가 한동안 날 기피할지 모르겠다.
근데 '만두'랑 사귀고 싶은게 아니라, '만두 같은 남자'랑 연애하고 싶은거잖아?
만두 의향은 됐고! 이 생각이 당분간 바뀔거 같진 않다.  
연애하고 싶다.
근데 이왕이면 만두 같은 남자랑 연애하고 싶다.

그 생각이 든건 엊그제였다. 하하에서 중국식 닭요리에 맥주 한잔 하고 꾸러기 놀이터에 앉아 있는데, 역시나 봄날의 정취는 놀이터. 그것도 아파트같은데 말고 한적한 양옥집 사이의 놀이터다 싶었다. 한참을 수다 떨었면서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이만큼의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는게 아니고 가능성이 아예 없어 보엿음 -_- 

우린 서로 많이 다르지만, 따지고 보면 또 비슷한 것도 많다. 그게 오래 만난 강점이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것'에 대해 욕한다는 공통점이 있네. 

'그거 너무 이상해. 그거 너무 비상식적이야. 그게 말이 돼? 기본과 근본따위 망각한 정신나간 세상 따우... 미쳤어 미쳤어.' 미처 깨닫지 못해도 '너 그거 알아? 그런 일이 있대' 라고 말하면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라고 응수 하며 미친세상을 향해 협욕(?)하고 말야. 

생각하다 보니 조급한 내 성질머리 울컥하는 성격 양해 구하면서 하나하나 설명할 필요 없고 집도 가까워. 옆집옆집 뒷집뒷집살어. 안봐도 훤히 아는 집안사 말 안해도 돼, 그래서 새벽 늦게까지 서로 방에서 놀아도 돼. 날씨 좋은날 한적한 동네 산책 나가도 돼. 신촌 홍대 안나가고 맨날 동네서 데이트 해도 돼.
게다가 최고 장점은 '야 우리동네 짱좋아'란 말을 마음껏 지껄여도 '잘난척'이 안된다는 장점이...

만남에서 서로를 알아가기까지의 과정이 기쁨이라면 기쁨이지만 때론 얼마나 지리하고 제자리 걸음 반복이야? 23년을 꼬박 알고 지냈고, 그래도 수다 떨때면 '나는 이런데 말야'라고 새로 꺼낼거 투성인데?

오랜친구, 동네파가 최고야!
결국 결론은  동네 사는 남자랑 연애하고 싶다<-가 되버렸음.
그러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 연애가 뭔소용이람, 깨지면 친구조차 되기 힘든 거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