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8시 넘어 시작된 술자리는 오늘 아침 6시가 되어서 끝났다.
뎡이 기집애 결혼식 뒷풀이 자리기도 했는데, 신랑 허세랑 빼꼼히 얼굴만 비추고 그냥 가버렸다. 아니다, 1차는 거하게 쏘고 가버렸다.
8시에 엉덩이 붙인 자리에서 12시가 다돼도록 앉아 있었고 다들 얼근해질 즈음 다모토리로 옮겼다.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을 같이 보낸 고딩들이 모여서 노래를 불렀다.
어느새 십년이 지나서, 스물 아홉.
취하기도 취했고 생각도 많았다.
하지만 아무도 아무 말 않고 노래만 불렀다.
그 중 한 곡은 정말 마음을 담아, 정말 간절하게 불렀다.
똥쟁이는 그 와중에 신명을 못이기고 춤을 추웠다. 그게 또 10년 전 펌프춤과는 달리 기름지고 느끼했다. 박장대소를 하다 입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시끄러워서 민폐였을텐데, 옆테이블서 우리들이 참 보기 좋다면서 술을 쏘기도 했다.
나는 때때로 지나가 버린 것들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근데, 이젠 그러지 않기로 했다.
두번다시 돌아갈 수 없는 옛날이겠지만
그 옛날이 있어서 오늘이 이토록 즐겁고 신나는 걸.
새벽 4시 반경 도저히 못견디는 놈들은 집으로 갔고, 그나마 버티는 놈들은 술집 소파에 널부러졌다. 쌩쌩 멀쩡했던 우리를 향해 졸린 눈꺼풀을 감으면서 누군가 한마디 했다.
"지독한 년들, 우리 오늘 마신거 물 아니야. 술이야."
이십대 초반 술독이란 별명을 얻었었다.
서른을 삼개월 앞두고 오랜만에 별명하나가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