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고기 종은 스탈린 시대 러시아 혹은 나치시대 독일에서 태어났다.
시작은 있었으나, 끝은 없다!
너와 나 우리는 개별적 존재가 아닌 '하나의 부분'이다!
전체의 일부가 될 때만이 비로소 태어난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한 끝없는 도열.
물속의 노래는 다양하고 각양각색이다.
7시간 8시간짜리 완창을 이뤄야하는 판소리가 있는가 하면,
가볍고 구성진 경기민요가 있다.
피아노 한대에 첼로 한대로 가볍게 이루어진 소품곡도 있었고,
수십마리가 한 바위에 모여들어 화음을 나누고 소프라노 엘토 테너 베이스의 목소리를 내는 중창곡도 있고, 수십수백의 작은 물고기들 사이로 솔로가 도드러지는 오케스트라도 있었고.
첫 펀다이빙에서 떨어진 지점에는 거대한 물고기의 벽이 있었다.
사방을 끝없이 둘러싸던 물고기의 벽.
하나가 모두 같이, 모두가 하나 같이.
종의 생존과 영광을 위한 끝없는 행진
부속으로서의 책임을 수행하기 위한 생.
그 생이 끝날지라도 자신의 종은 영원하리라는 믿음.
공기가 수면으로 떠오르는 거친 숨소리마저
군화발의 마찰음으로 들릴만큼
거대한 물고기의 행렬에 도취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