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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책 출판 이야기가 나왔다. 덕분에 정말 쉬지도 못하고 달리고 있는 중이다. 이번 주말만큼은 어떡해서든 쉬고 싶은데 쉽지 않겠지.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근데 일하기 싫은건 어쩌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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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교육관련이고 송신되는 출처도 교육관련이고, 최근 기획회의를 계속하고 있는 주제도 교육관련이다. 그런데 말을 하면 할 수록 결론은 하나다. 대안이 없다. 동족방뇨,사상누각. 또 무슨 사자성어가 있었던가? 모두다 고치기엔 개벽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일 것 같고. 그냥 다른 나라에서 다시 태어나는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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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운세는 대박이다. 일도 운도 다 좋단다, 바쁘면 바쁠수록 하는 일이 다 잘된단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난단다. 이토록 힘들고 피곤한데 이것이 최고 운세라면 나는 그 농담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나 대학교 4학년 때 그런 말이 떠돌았다. 여자나이 스물세살이 제일 이쁠때라고. 인생에수 두번 없이 빛날 시기라고. 나랑 내친구들은 모여서 이런 말을 했었다. '설마 이게 최고? 이거 정말 내 인생에서 최고???'
여튼, 나는 두번 다시 '대박운세'따위 믿지 않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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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되고 버려지는 삶을 보는 건 힘든 일이다. 그런데 내 삶도 소모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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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굉장히 명쾌한 글을 썼다. 게다가 유쾌하기 까지하다. 욕 나온다. 얘는 원래 글을 잘쓴다. 이 인간에 대한 열폭은 고등학교 때 끝냈어야 내 인생이 좀 더 평화로웠을 것이다. 여튼 공감간다.
무엇을 하고 싶냐고 어린애들에게 물었다. 저마다 자랑스레 이야기한다. 응. 니네 중에 꿈을 이룰 수 있는 애는 10%도 안될거야. 우리도 자랄 때 어땠냐면... 뭐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군인이 되고 싶다고? 학원을 다녀야 해. 경찰이 되고 싶다고? 학원을 다녀야 해.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다고? 학원을 다녀야 해. 화가가 되고 싶다고? 학원을 다녀야 해. 선생이 되고 싶다고? 학원을 다녀야 해. 학원비는 뭐 일년에 몇백. 기자가 되고 싶다고? 글쓰기 말고 토익공부를 해. 그냥 아무 대학이든 가면 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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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오늘의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던 대자보. 서른을 한살 남겨 놓고 같은 생각을 한다해도 나에겐 실천에 옮길만한 이런 용기가 없다. 근데 스물 두살때도 내 용기는 요만했다. 스물 두살 때 이런 생각을 한다했어도 그자리였을 것이다. 이것 저것 나는 잘 따져보는 아이였다. 저런 결정을 위해선 계산할 것이 참 많다. 그리고 계산은 바로 속박이 돼버린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참 자유롭지 못하구나.
그 옛날 10대 청소년의 대표고민인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같은 고민을 스무살 서른까지 하는 기구한 팔자다.
정말 마지막,
노트북은 뻑나고 썼던 책원고를 날리고 갑자기 돈백이 지출되어야할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 여기다 대고 AC밀란의 성적까지 논한다면 왜 사나 싶겠지? 그래서 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