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잘 조절해서 마신 덕에 숙취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몇몇분들 덕에 내내 배를 붙잡고 웃었던 기억만 한가득인데, 얼굴이 좀 땡긴다.
어제는 꽤나 즐거운 밤이었다.
창문을 열고 잤는데, 창가 앞에 놓아둔 선풍기 바람에 뒤섞여 빗방울이 발끝에도 닿았다.
비는 사자처럼 몰아칠 때도 있었고, 알콜 분해로 인해 등장하는 열기를 씻어갈 때도 있었고.
잠결에 창문을 닫아주는 엄마가 기억난다.
정신 좀 차리고 나니 식탁에 육개장이 놓여 있었다.
역시 밥보다는 국물이 해장에 최고다.
밥은 딱 두숟가락 넣고 국물 위주로 떠마셨다.
간단하게 설겆이를 하고 얼음통에 더치 커피를 부었다.
트위터를 켜고 보니 비오는 날에 어울릴법한 노래를 사람들이 여러개 올려놨다.
오늘은 주말. 노트북을 싸온 덕에 크로슬리를 틀 필요도 없었다.
볼륨을 올리고 유투브를 들었다.
얼음 녹는걸 기다리는 내내 행복했다.
나는 여백을 못참는 아이라서, 가벼운 아이라서.
내 대신 주절주절 떠들어 주는 비님 오시는 오늘 같은 날이 좋다.
내내 오늘만 같아라~
낭만 넘치는 토요일 점심 나의 흘러 넘치는 감수성을 대표해줄 갸륵한 짤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