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부는 차라리 덜 가까운 사람에게 내보이기 쉬운것인가보다.

어제 몇년만에 한 친구를 만났는데,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술에 취해서 이말저말 마구 지껄였는데,
우습게도 서로의 공통점이 너무 많은거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차마 토해내지 못했던 비참한 인생의 한 꼭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찌릿찌릿한 서러운 비참한 경험.
자존심 세우겠답시고 '괜찮아, 그렇죠, 다 알아요, 그런거죠 뭐...' 
거짓말로 반창고를 붙이고 상처를 가리고 없는척했는데 
허허실실대는 사이 상처가 곪았다.
악취가 풍기고 살이 썩는데, 차마 아프단 소리를 하나 못했다.

근데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사실'이 돼버리기 때문에.
그게 그렇게 겁이나서.

나 빼놓고 다 이상해!
다 잘못됐어!
다들 그렇게 살면 안돼!
나한테 진짜 그러면 안돼!
나 나름 착하게 살았거든? 니들 벌받을거야! 알아? 벌받을거라고오!!

술을 쳐마시다 말고 혀가 썩도록 단 커피우유를 쪽쪽 빨면서
바뀌라바뀌라 그렇게 외치는데도 꿈쩍 않는 세상을 향해 욕을욕을하고
비분강개하고 열을 뻗치고...

집에 돌아오던 길, 어찌나 후련하던지.
그 후련한 감정이 박하향처럼 알싸하니 쓰리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무지 시원해서 
왈칵 눈물을 쏟을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