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마흔살

20세기 소녀 2021. 12. 31. 09:38

 올 한해는 매서웠다 

계획했던 일들 중에 몇가지가 틀어지고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서 너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겪어가며 생채기가 나야 했다 

 

실의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해야한다는 강박과 의욕이 없음 사이에서 괴로워 하기도 했다

 

그래도 살아냈다 

그 언젠가 네가 썼던 촉잔도권의 그림에 관한 글 처럼 

마흔살을 살아냈다

 

그리고 다시 돌아보니 어땠니?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지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자랑스럽지?

다른 사람 그 누구도 아닌, 네가 살아낸 너의 인생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네가 버텨낸 너의 시간이다. 

 

올해 너는 독립을 했다

비싸진 않지만 네 취향에 꼭 맞는 집을 만들었다 

스위치 하나 문손잡이 하나 책장의 크기와 색깔 

수배의 값을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만큼 꼭 네 마음에 든다. 

오래 계획했고 마음속에 묵혀오고 머릿속으로 늘 떠올리며 다듬었다 

그리하여 다시보니, 얼마나 마음에 드는 공간이 너의 소유로 남았니. 

조급하지 말자

시간은 돌아온다. 

 

올 한해의 깨달음을 잊지 말자

네가 날카로운 칼이 될 때는 그것이 너를 향한다고 생각해보자. 

꼭 같은 직군이 아니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네 식구 처럼 여기자.

 

언젠가 다음번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더라도 

그럼 분명 지금보다 좀 더 수월히 살아낼 수 있을것이다

이미 겪어봤던 매서움이니까 

 

고생했다

마흔의 네가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