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끝낸지는 꽤나 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까지 둥둥 떠다니는 마음을 잡을 순 없었다.
아니, 마음이야 언제나 의지의 문제니까, 그 마음을 붙잡고 싶지 않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심정이 어땠냐면,
벤쿠버발 한국행 에어 캐나다를 타는 순간. 나는 12시 마지막 종소리를 들으며 재투성이 아가씨로 변해버린 신데렐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나는 특별할 것 하나 없고, 내세울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마법이 풀려버린 그 기분이 너무나 싫어서- 끔찍해서 나름의 치유책을 낸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포털 사이트를 열고선 되도록 기사제목을 읽지 않았다.
TV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집으로 배달온 시사주간지는 봉투도 찢지 않은 채로 내버려 두었다.

사실 그게 아닌건 잘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진짜 그럼에도, 내 심정은 그랬다.
이곳에 적응을 마치는 순간, 정말 나의 소중했던 여행이 끝이구나.
마법같기도 하고 황홀하기도 하고 언제나 새롭고 신나고 기운나던 시간들과 안녕 안녕.

비워둔 기간을 채운다고 해서, 이곳에 다시 적응한다고 해서,
서른살 방학. 내가 가졌던 그 꿈같은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도, 잊어버리는 것도 아닌데,
그냥 계속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차고 또 들어찼다. 

여튼 그래도 돌아왔다!
욕심내서 적응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천천히!
서른을 시작하는 첫머리. 한국에서 여백으로 비워뒀던 그 자리의 안락함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다.  

서른살. 지금은 재투성이 아가씨일지라도, 다시금 무도회장을 꿈꿔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