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쓰는 날에는
원고를 쓰다말고 손톱을 자르고, 손톱을 자르다 말고 손톱 위 그슬음을 모두 끊어버리고
찝찝하다며 세수를 하고 세수 한김에 스크럽을 하겠다며 모래를 얼굴에 문질러보고 그러면서 각질이 완전 청산 됐는지 확인 또 확인, 거울보기를 십여분.
잠에서 좀 깨보겠답시고 이를 닦고, 이를 닦은 김에 치실로 치석 제거에 도전하며, 치실로도 안되는 치석들은 이쑤시개로 도전해 보고, 그러다 침이 새도록 차오르고 턱이 빠지는 듯한 고통에 당면하면 이번 주 내로 반드시 스켈링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방으로 돌아와 얼굴이 건조하면 안되니까 스킨을 바르고 로션을 바르고 그러다 수분공급으로 인해 유달리 굵어진 입주면 솜털들을 발견 바로 제거에 돌입한다. 솜털이 한두털이 아니므로 삼사십개 뽑고 나면 남는 건 눈물자국 두줄기. 따가운 내 턱주변. 차라리 수염이 나는게 낫겠단 판단이 선다.
이제 좀 두 손 얌전히 키보드 위에 올려볼까 하면, 뒷머리가 뜬거 같아, 결국 빗을 들고 와선 키보드 위 제자리는 잊은 채 양손을 이용해 빗을 들고 머리를 만지는데 사용한다.
그리하여 외출할 일도 없는데 평소 외출때보다 차분하고 깔끔한 나를 만나게 된다.
원고 쓰는 날에는?
원고 쓰는 날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