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싸웠다.

고작 대기업 취업한 것 하나만으로 성공에 도취돼있는 걸 견딜수 없었다.
자신처럼 살지 못함을 '게으름'이나 '성실성 결여'로 치부하면 정말 답이 없어진다. 
좋은 스펙을 가지지 못할 거라면 실업계나 갔었어야 한다니 해도 해도 너무 하잖아.
고졸 졸업장만 가지고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건 자신도 너무나 잘알면서.
취업 두 글자로 그렇게나 스스로가 대단해 졌다고 판단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너 역시 길게는 삼십년 짧게는 십년. 소모되고 버려질 인생이다.
냉소하고 싶었지만 그말은 '예수 믿지 않으면 지옥간다'라는 저주의 말처럼 생각돼서
굳이 덧붙이진 않았다. 

세상에는 크고 작은 이명박들이 넘쳐 났고
그게 화가 나서 숨이 막혀서 견딜수가 없었다.

아침에 문득 눈 떠 생각했다.
사실 나 자신부터가 이명박이고 나부터가 미친 세상인데 말이다.  
싸울 대상을 잘못 골랐다.
들이 받았어야할 상대는 내 동창생이 아니라 이 미친 세상이었다.
 
선배 언니가 나에게 해준 말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언젠가 부조리함을 봤을때 그 실체가 아무리 거대하고 견고하더라도
옳음을 옳다 그름을 그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게 바로 성공한 운동이라 말해줬다. 

그렇게 화를 내던 나는 뭐 그리 떳떳하게 살고 있나.
내세울 것 정말 단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어제밤 내가한 행태는 분명 스스로에 대한 자격지심이었다.
스스로가 부조리한걸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타인에게 더더욱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밀고
그나마 나은 나라고 확신할, 양심을 위로할 무언가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스스로의 모순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