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운동장을 돌기 시작한건 지지난주 부터 였다.
매일 매일 돌겠다 결심한 것도 아니고 시간 날 때 짬짬히 돌자. 스트레칭도 하고 한껏 나온 배둘레도 좀 줄이고. 근력도 키우고, 체력도 만들고.
운동을 하면 당연히 땀이 나고 콧등과 뺨 주변에 김이 서린다.
그게 너무 귀찮아서 며칠전, 두바퀴 돌고 난 뒤, 겉옷 옆에 안경을 고이 모셔두었다.
아... 그런데,
하늘이 보인다.
왜 이걸 몰랐을까? 대체 왜 이걸 놓치고 살았었을까?
보이는 것에만 급급해서 안경 안으로 시야를 가두고 안경 밖 세상이 없는 듯 살았다.
안경 너머엔 이렇게 세상이 존재하는데도,
안경 너머 위쪽으로 시야를 둘 생각을 못하며 살았다.
희뿌옇게 뭉개져 들어오는 야경 너머 밤 하늘은 너무나 커다랗고 광활해서
소소한 근심 걱정이 순식간에 참 보잘것 없고 볼품 없어지고 밤톨 쥐똥만해져서 저 멀리 사라져 버린다. 대신 비어진 그 자리 마다 희뿌연 야경 불빛들이 별빛을 대신해 가슴속으로 불어 들어 온다.
안경 하나에도 이렇게 갇혀 사는데, 보지 못하고 놓치는 것들, 귀를 막고 듣지 않는 것들. 만지지 않고 스쳐지나는 것들. 세상에 얼마나 많이 존재할까?
울고 싶어지고 한 없이 작아질 땐,
안경을 벗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