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정확한 시간 위로 몰타의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몰타의 시간은 자기 멋대로다. 한시간에 한대 있는 버스가 25분 일찍 나타나질 않나, 30여분 늦게 나타나서는 버스 정류장에 서지 않고 그냥 가버리지 않나. 리셉션을 책임지고 있는 몰티즈 줄리앙 역시 스쿨 액티비티에 40분씩 늦는건 기본이다.

반면 학원 인구의 절반 이상, 그리고 내 생활권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인의 시계는 언제나 정확하다. 어제 새벽 다섯시 시칠리아 데일리 투어를 가기 위해 여섯명의 독일인 친구들과 만났는데 정말 약속한 시간 4시 40분에 정확하게 한명도 빠짐없이 여권 티켓을 들고 나타났다. 이걸로 독일인에 대한 편견은 더더욱 굳어져 가는 중.

그러나 우리가 기다리는건 몰타 택시. 택시는 5시 25분에, 케빈이 세번이나 전화한 끝에 나타났다.  

 

 

 

 

독일어를 배우고 있다.

어차피 여행다니면서 독일인들은 꽤나 만나게 되니까 간단하고 재밌는 독일어를 알려달라고 하고 있다.

아우프 에쓴 (원샷의 의미인듯)

헙헙 (렛츠고 대신 쓰는데 토끼가 뜀뛰는 모양의 의성어 인듯)

아우프 길츠 (렛츠고 의미로 같이 쓸 수 있는듯)

헙헙의 경우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헙헙 인츠 벳츠 면 침대로 가자 같은 응용인듯.

 

젊은 애들 쓰는 용어도 배우고 있다

쥬파(수퍼의 의미) 클라스 (액설런트의 의미다.)

 

당연히 욕까지 배우고 있는데

샤이슨(쉣의 의미인듯)

미스티(이것도 비슷한 의미인듯)

페담 (댐잇)

 

그리고 대망의 숫자를 배우고 있는데

아인스 쯔바이 드라이 풴 퓐

그리고 숫자 6은 섹스라고...;;;; 아마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독일숫자일듯.

 

 

 

작은 꿈을 이뤘다.

우주 여왕 쉬라가 뿔달린 페가수스를 탈 수 있었을 때부터인가?

<작은 소녀 링> 비디오를 빌려봤을 때부터인가

어린시절 나의 꿈은 승마였다. 어린 시절 맨날 침대 위에서 뛰면서 승마하는 나를 상상했다. 다시 말하자면 승마 가상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돌리면서 침대에서 뛴 셈이다. 그때마다 나는 능숙하게 말을 잘타는 소녀(?) 였어서. 막 안장 없이도 말을 탈 수 있었는데 말이다. ㅋㅋ 

커가면서 운동신경 그중에서도 중심 잡는 능력이 한참 떨어진다는 걸 알았을 때 에감했다. 어쩌면 나는 말을 못탈지 몰라...

지난주 학원 액티비티로 승마가 나왔을 땐 그래도 학원 액티비티로 가면 나처럼 처음인 애들도 많고, 덜쪽팔리고, 아울러 말발굽에 밟혀서 어딘가 부러지는 일은 없겠지 하는 의도에서 도전해봤다.

처음 5분은 너무나 무서웠는데 생각보다 금방 익숙해졌다.

거기다 내가탄 <올리>는 똑똑한 말이라서, 알아서 앞에 말이 싼 똥도 피해가고 진흙탕도 알아서 피해가줬다. ㅋㅋㅋㅋ

해질녁 저녁 말을 타고 골든베이 해변을 지나면서 저 멀리 해협과 화산이 만든 절벽을 보는 기분이란. 어린시절 꿈처럼 안장 없이 말을 타고 말과 하나가 되는 경험은 평생 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잊지 못할 경험 하나 더한 셈이다!

 

 

 

사람이 유해졌다.

한국이었으면 빡쳤을 일도 웃으면서 허허실실 지나가고 있다.

지난주엔 하*은행 카드가 인출이 안돼서 인출기를 세군데나 다녔는데도 별로 화가나지 않았다. 당장 이번주 금요일에 이용할 루프트 한자가 파업을 시작했는데도 어떡해든 되겠지 유하게 넘어가게 된다.  

몰타 오기 전까지 지나치게 예민해지고 작은 일에 버럭버럭 하던 성격이 마무돼가고 여유롭고 느긋함이 싹트고 있다는 걸 느낀다.

떠나오기 전엔 재충전이 불가능할거라고 느꼈는데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거의 잃어버렸던 삶을 사는 재미를 다시금 배워가고 있다.

삶은 잃어버렸다 되찾는 것의 반복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