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감상문

소소한 수다 2010. 9. 27. 17:48

한 편당 약 70분에 달하는 24회를 2-3일에 걸쳐본다는 것은 커다란 노력을 요한다.
그러나 난 해냈다! 파하하.
대길이 보는 맛으로 우직하게 버텼다.

나는 내가 나쁜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친구가 대길이보고 나쁜 남자란다.
아닌데... 오빤 비뚤어진 남자지, 나쁜 남자는 아니란 말이지.
(그러고 보니 설화한테 대길이가 나 좋아하지 말라고 말했던거 같다. 나쁜남자 맞는듯...)

남들이 다 대작이다 대작이야 소란할 때는 혼자 안보다가
이제와서 뒷북치는 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드라마는 몰아서 봐야 감정이입이 더 잘된다.
내가 일하는 직군에서 드라마 꼬박꼬박 챙겨 보는것도 하늘의 별따기이고.

작년 이맘 때였던가? 푹 빠져있었던게 쾌도홍길동 길동이었는데, 주변에서 버림받고 의지할데 없고 그런 놈이 혼자서 나름 (비뚤어질 지언정) 굳세게 살아가는걸 보면 맘이 간다. 난 길동이 등짝만 보면 어찌나 외로워보이던지, 한동안 '만약에'노래만 들리면 눈물이 울컥 콧물이 훌쩍 나는걸 막아야 했었다.

사실 추석 때 원래 목표는 한성별곡을 보는거였다.
이제 곧 하게 될 프로그램이 정조 관련이었단 말이지.
내가 꾹참고 4편까지 봤는데, 영상화려하고 색감 죽여주고 조연들 연기 끝내주는데 빠진게 있어....
난 내가 그렇게 이쁜 얼굴을 밝힌다고 생각 못했는데 여주인공의 얼굴이 거슬리더라. 대체 왜 남주 둘이서 여주에게 푹 빠졌는지 느낌이 안와;;; 다급해도 왜 다급한지 감정 이입이 안돼;;;
그리고 주연 셋다 못해. 결국 4편까지 보다 말고 창을 꺼버렸다.

그러고 도전한게 <추노>.
그리고 대길 오빠를 만났다. (푸하하)
근데 추노 1편 보고 소리를 지른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아 놔 뭐 이래? 뭐 이렇게 대단해? 뭐 이렇게 스펙터클해? 노래만 들어도 말타고 텨나가야할거 같아!!!

근데 3회부터 나를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 있었으니... 한성별곡을 그만보게 만든 여주인공이 추노에 나온다;;; (그것도 3편부터 24편까지. ㅜ..ㅜ)
추노꾼 남자 셋이 맛깔나게 대사 주고 받는데 첫등장 발성부터 튀더라. 그것도 거슬리는데 연기도 못해.(한성별곡서 정적으로 참하게 나올 땐 봐줄만 했는데 통통 튀는 연기는 못견디겠음) 상큼발랄한 역할 같은데 귀여운척하면 내 손발이 오그라들어. 게다가 캐릭터까지 시망이야.

추노 방송 당시 언년이 욕은 들어먹어서 익히 알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설화가 더 싫다.
언년이는 그냥 답답한 수동적인 여성상인거고, 설화는 다르다.
개념은 어디다 팔아먹었으며 (언년이는 개념이라도 있었지), 뻔뻔하기가 하늘을 지르고...
내가 절대 대길이 오빠랑 같이 말타고 다녀서 그러는거 아님. 진짜 아님!

언년이는 욕이라도 먹었지, 설화는 보아하니 욕도 안먹은거 같던데. 정녕, 설화에 대해선 나만 분노한 것인가?
아이라인 눈썹라인 다그리고 나와 입술 찍어발라 분쳐발라 손톱손질해. 말타고 돌아다니는 와중에 분홍 치마 꼬까옷 입고 다녀. 게다가 중간에 대길이네 말 팔아, 말판 돈 지 돈 마냥 주막에 뿌려. 그래놓곤 사과 한마디 안해. 자기 버렸다고 징징대. 또 눈치코치는 어찌나 없는지, 언년이 결혼해서 총 맞은 것처럼 아픈 대길이 심장에 소금 뿌리기 대장이다. 언년이 결혼으로 울부짖는 대길이 앞에서 왜 자꾸 언년이 얘기는 해싸?!?!?!? (나랑 싸울래?)  
대길 오빠가 온산에 대고 가라고 쩌렁쩌렁 소리 지를때 내가 다 후련했다. (근데 24편까지 계속 나오다니...) 모든걸 다 참을수 있었지만, 진짜 못참았던건 타령 부르는거;;;; 적막강산 어찌나 산통을 깨던지.  






여튼 여자캐릭터는 초복이 빼고 다 시망이다. 남자들은 등장하는 사람마다 이렇게 우월하고 멋진데 이따위로 여자를 그려놓다니.... 이 정도면 여성비하다. (아이고)
나 좌의정이 출입하는 기방 기녀가 뭐 한건 할 줄 알았고, 명나라 옷 입고 다니는 언니가 대단한거 할 줄 알았다. 그리고 언년이는 큰 뜻이 있어서 나중에 혁명에라도 가담할 줄 알았지.-_- (솔직히 말해라 언년아. 그냥 신랑이 늙은게 싫었지?)
 
24편 내내 너무너무 잘봤는데,
모든 이야기와 인생에 로맨스를 추구하는 여성으로서 한가지 아쉬운 점을 덧붙이자면,
대길이랑 언년이 둘이 왜 사랑에 빠지는지가 안나온다;;;; (이건 한성별곡도 마찬가지)
어릴적 동무처럼 지냈는데 커서 고생하는 걸 보면서 대길이가 안쓰러워 했다든지,
어릴적 여동생처럼 지낸 사이인데 사춘기 지나니까 완죤 이뻐졌더랄지.
그리고 언년이도 좀 더 대길이한테 잘해야하는거 아닌감?
그냥 다소곳하고 이쁜 종 언년이만 나오니까 이해가 안된다. (남자애들은 그거면 됐지 뭘더 바라겠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렇게 힘든데 성격이 안억세진것도 이해 안돼. 언년이는 첫 등장부터 정승판서정실부인마냥 여성스럽고 착하고 그랬다.

추노 칭찬하려고 쓴 글인데
죄다 욕이네.
아니에요. 솔직히 추노 진짜 재미지거든요. 오죽하면 오늘 OST 사러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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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결론 : 내 앞에서 대길이 까면 사살.
                  그리고 난 역시 쉬운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