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사랑.

소소한 수다 2010. 9. 12. 23:08

며칠간 쏟아지던 비가 그쳤고, 밤 공기는 맑았다. 달만 보는것도 지겹지 않게 때때로 구름이 가리기도 했다.
야밤에 연대 벤치에 앉아 밤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새벽 2시가 아니더라도 감성돋는 얘기를 토로할 수 밖에 없다.

오늘 주제는 '교복 입던 시절에 연애를 했어야해'였다. 생각해 보면, 그때가 아니면 영영할 수 없는 연애들이 있다.

만약 지금 내 친구 중 누군가가 '불을 찾아 달려드는 불나비'처럼 대책없는 연애에 빠져든다면 뜯어 말릴꺼다. '낭만은 가버렸다'고 되뇌이는 나라고 해도, 친구가 고생하며 힘들게 사는 모습은 딱 질색이다. '불보듯 뻔한 일인데, 연애로 끝낼 수는 없는 거니?'라며 회유를 하겠지. 다시 생각해보라, 정신차리라, 충고하겠지.

여튼 달밤에 이 얘기 저 얘기 하다보니, 비록 내가 겪지 못했지만, 주변의 누군가는 겪었을 법한 가슴 설레고 가슴 칠법한 이야기들이 꽤 있었다.
 
중학교 시절 서로 마음만 확인하다가 연애못했는데, 결국 고딩때 다른 여자애랑 연애하는데 길가다 마주친 이야기.  
좋아하던 남자애가 용기내서 진지하게 '나 잡아.'라고 고백 했는데 평소 같이 옷잡고 개그치다 첫연애의 기회마저 날려버린 이야기.
3년간 짝사랑한 남자애를 7명 남겨 놓고 수학여행 포크댄스가 끝나버린 이야기.
내 인생 가장 설렜던 고백은 여고시절 우리학교 '오빠(주:보이쉬한 외모로 학교 내에 인기와 선물을 독점하던 여자애. 이런애들은 보통 삐지지 않고 가슴을 치며 화를 낸다. 인사도 손을 흔들며 귀엽게 안녕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터프하게 팔을 들어 경례를 한다.)'가 내 뒤에 앉았는데 속삭이듯 나직히 '나랑 사귈래?'라고  말했던 이야기.

누구는 신이 주신 그 기회를 기막히게 잡아내 첫연애를 했으며,
누군가는 신께서 넌 이때 연애를 해야만해 라고 등 떠밀었는데도 불구하고 어퍼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런 기미조차 없는 구슬픈 십대를 보냈다.  

비록 지금의 나는 강팍하고 메마르기 이를데 없는 세상 속을 살고 있지만,
떠올리면 샘 솟듯 저릿하고 설레는 풋풋한 이야기들이 무엇이든 '처음' 투성이인 교복입고 여드름나는 애들 사이에선 계속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여튼, 그렇게 생각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