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이 26일날 이사를 간다. 여의도라니. 한번에 가는 153번 타고 출퇴근을 한다면 버스에서 20여분 조는 게 가능해 질것이고, 날씨 좋은 날은 자전거 이용이 가능하다. 5분도 걷기 힘들어 하는 나에게 가끔씩이라도 운동이 가능하단 얘기다. 여러모로 교통편은 좀 더 나아진 축에 속한다. 동네 친구들이 2호선 라인에서 놀고 있다면 그 장소까지 이동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뭐 또, 그간 여의도 술자리에 참여하느라 쏟아 부은 택시비를 생각한다면 이쪽으로 이득도 있다. 여러모로 가감해본 결과, '감'보다는 '가' 쪽이 많은 편이다. 아, 오양의 집에서 부비대면서 점심 얻어 먹는건 힘든 일이 되겠구나. 여튼 오늘 아침부터 회사 짐싸고 정리하느라 혼줄 빠졌다.
다들 큰 의미를 부여하는 예수님 생일과 생일 전야제이지만, 난 큰 의미는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산타클로스를 믿는 꼬꼬마시절과 교회 애들과 새벽송 돌던 십대때까지만 설레여야 할 존재다. 다락방 사는 소공녀가 아닌 이상 나의 신분상승이 급 이루어지면서, 한상 가득 차려진 크리스마스 파티가 따위 열리지 않는다. 그런 '마법의 날'은 결코 오지 않는 다는 것을 나는 진작부터 깨달았다. 일어날리 없고, 이루어지지 않을 낭만 따위 개나 주라지. 여튼 재작년 작년 부터 나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한결 같다. 동네파 퀴즈문제 출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오늘 회사에서 (이사짐을 싸고 그 난리를 치는 와중에)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는데, 각자 2만원 상당의 선물을 사와서 제비뽑기하기로 했다. 2만원짜리 선물을 산다는건 꽤 매력있는 일이다. 평소같으면 절대 돈주고 안 살 '쓰잘데기 없으나 왠지 사면 기분 좋은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1만원 미만이면 선택의 폭이 너무 좁고, 3만원을 넘기면 '쓸모 없는 물건'을 고르기가 힘들어진다. 요며칠 우리팀 막내와 옆팀 막내와는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대체 무얼 사야 '쓸모 없으면서도' '사람들 얼굴에 미소를 띄워줄 수 있을만한 물건'을 구할 수 있는 것일까.
'박수치면 재주 넘는 상근이(강아지 인형)를 살까? 밤샘하면서 일하다 심심하면 박수나 치게?' 'BMW 모형이나 살까? 차를 사주고 싶은 마음만 받으라고?' '3000피스 자리 조각 퍼즐을 살까? 어차피 혼자 보낼 크리스마스 3000조각 맞추면 하루가 참 빨리 가겠지"
여튼 내가 산 것은 14500원짜리 얼굴빨게지는 아이와 비슷한 사람이 그려진 다이어리와 '레이디와 트럼프 DVD'였다. 커플천국을 외치는 오늘 같은 날 집에 혼자 남아 있을 팔자라면 개(강아지)들 연애하는 거나 구경하라는 뜻에서.
3시에 시작한다던 파티는 '방송만드는 프로덕션' 답게 오후 5시가 다되서 치러졌다. 딸기케이크며 까망베르 치즈랑 와인. 맛있는게 참 많았는데 나 정말 정썜이 사온 유기농 곶감이 너무너무 먹고 싶었다. 하지만 원고 쓰고 (물론 우리 피디의 편집이 끝나야 가능하겠지만) 동네파티가 있는데 이런 날들을 앞두고 개복수술을 할 수는 없기에 꾹 참았다.
내게 떨어진 선물은 우리 대표님의 '마키 저금통!' 우리팀 막내 샐리가 산 '토마스와 친구들 기차모형'이 갖고 싶었는데, 마키 저금통도 왠만한 돈지랄(?) 아니면 구할 수 없는 물건이기에 대만족했다. 이대에 마키가 들어온 것은 나 고등학교 2학년때 일인데 그때부터 10여년간 마키물건은 로또 되는날이나 마음껏 지를 수 있는 꿈의 물건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사무실 전체에서 주는 선물로 16기가짜리 USB도 있었는데 다들 이렇게 비어 있으면 어쩌냐. 야동 한편이라도 넣어줘야 진정한 선물이 되는거 아니냐 말들이 참 많다.
여튼 지금 나는 새로 편집된 종편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낮에 문*기한테 술먹자고 전화 왔는데, 왠만하면 오*철이랑 칙칙하게 놀고 있을 모습이 너무 선연해서 나가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내일 일정이 있다. 이날을 위해서 요 며칠 얼마나 수고했었던가! 올해 동네파 퀴즈대회 판은 정말 이쁘다. 퀴즈 문제도 참신하다. 마니또 9명의 구조를 나는 완벽하게 꿰고 있다. 내가 내일 못나가면 동네파는 어디다 삼겹살과 목살을 구을 것인가!!! 내일을 위해서 안된다고 딱 잘랐다. 그렇게 남자 둘이 칙칙하게 놀고 있을 모습에 목이 다 메였다. 으하하. 31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여튼 무료하던 날들 사이로 변화의 기미가 조금씩 보인다.
올 한해 잘 마무리하고 내년 한해 올해보다 좀 더 신나는 일들이 가득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