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단순한 책이 아니다. 모서리로 사람을 내려친다면 살인미수 적용이 가능하다. 하루 30분씩 한팔로 들어올린다면 계란 알이 두개 들어간 팔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하드커버 양장에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김수영 전집 (그 중 2권 산문편). 나는 아직 이 책을 다 읽진 못했지만, 읽을 때부터 마음에 들어한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김수영이 얹혀 사는 처제를 욕할 때거나, 폭발적으로 갑자기 늘어난 수도요금을 알고 광폭무도해질 때였다.

그중 가장 최고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 박인환 뒤땅까는 부분을 꼽겠다.

인환! 너는 왜 이런, 신문기사만큼도 못한 것을 시라고 쓰고갔지?
이 유치한, 말발도 서지 않는 후기.
어떤 사람들은 너의 <목마와 숙녀>를 너의 가장 근사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내 눈에는 '목마'도 '숙녀'도 낡은 말이다. 네가 이것을 쓰기 20년 전에 벌써 무수히 써먹은 낡은 말들이다. '원정(圓丁)'이 다 뭐냐? '배코니아가' 다 뭣이며, '아포롱'이 다 뭐냐?


김수영 전집 2권 <박인환>
그 유명한 문인도 '열폭'이란 감정을 알고 있으며, 사소한 일로 친구와 싸우고 절교한다. 질투에 지치다 못해 때론 누군가를 험담한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천재와 범인, 다를바 하나 없는 인간사 매한가지라며 나같은 이도 살아갈 희망을 주는 이 책은 어찌 보면 성경이라 하겠다. 







  • 회사에서 몸을 움추리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수업시간 줄곳 딴짓으로 가득 채우던 중딩 고딩 때 생각난다 ㅋㅋ [ 2009-10-20 12:20:16 ]
  • 김수영 전집 (수필)을 읽고 있다 아.. 50년전 살던 이 아저씨 너무 좋아. 화낼줄 알고 분노할줄 알고 열폭할 줄 알아서 그게 너무 좋아.(me2book 김수영 전집) [ 2009-10-20 12:21:57 ]
    김수영 전집
    김수영 전집
  • 생각할 것 많은 날에는 항상 이 노래를 꺼내 듣는다. 그 누가 뭐래도, 그 무엇이라도. '나 자신'만큼은 내 마음속의 보석이 되길.(다테다카코,보석,아무도모른다ost) [ 2009-10-20 12:41:54 ]

이 글은 앙증님의 2009년 10월 20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