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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3 나는 변하지 않아! 2


지하철에서 고등학교 동창생 남자애를 만났다.
그애는 내리는 역이었고, 나는 그애가 내리는 찰나 입구 앞에 서 있는 그 애를 발견했기 때문에 우리가 나눈 말은 몇마디 되지 않았다.

"으앗! 김*석!"
"오! 신승*!"

남자애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며 웃었다.
그리고 열려진 문사이로 사라져버렸다.

"너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톡쏘아 받아칠 내 말은 마저 듣지도 않고 그렇게 황망히 가버리다니...



작년 최*빈 결혼식.
근 7년 8년만에 처음으로 보는 얼굴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렇기 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 자리에 나선 건 그때문이었다. 이제 다시는 못볼지도 모르는 애들이 궁금하다는 호기심...) 그리고 예상 그대로 최*빈의 결혼식은 졸업하고 처음 만나는 애, 심지어 전학간 얼굴까지 다시 모여 있는 만남의 장이었다. ㅋㅋ

고등학교 때보다 더 훤칠하게 자란 남자애들은 키작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말을 똑같이 남겼다.

"넌 어떻게 하나도 변한게 없냐."

내가 그날 코트를 입고 목도리로 이중턱을 가리고 있어서 그렇지, 사실은 더 쪘다.




작년 가을, 상상마당.
영화 한편 때리고 나타나서는 고등학교 동창생 여자애를 만났다.

"꺄아! 신승*!!"

헤어스타일이 변하고 옷차림도 몹시 변해 그야말로 '홍대'스런 마인드를 가지게 된 그녀의 변화를 나는 단박에 눈치챘다. 그녀는 나를 보고 폴짝 뛰었다.

"어쩜 하나도 안변했구나."

나 나름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준답시고 앞머리 일자로 잘랐는데 그거 안보이냐??
끝내 그녀는 나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듯.



오래간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짠듯, 언제나 나에게 같은 말을 건넨다. 
자주 보는 친구들이야 내 성장의 과정을 듣고 보고 느끼고 공감해주겠지만,
그들은 그 길고 긴 시간을 뛰어 넘어 '여전하고', '그대로인' 모습만 눈에 담는가보다.


시간이 흐르고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사건과 함께할 공간은 사라진지 오래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 시절 꾸었던 꿈을 꾸고 있다.
그게 비록 '언제나'가 되지는 못하지만,

가끔, 변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면 쓸쓸해진다.
나만 이 자리 혼자 남아, 몽상으로 치부 될 부질없는 꿈을 꾸는 것 같아, 외롭다.
그 때 꾸던 꿈이 허황됐나. 이루지 못한 꿈이라 미화되었나?
작년 봄, 대학에 찾아가 나이든 교수님을 봤을 때도 그랬었지.

그럼에도, 그렇기 때문에. 내 자신을 다시 돌이켜 본다.
영영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래서 세월에 부대끼다 꼬부랑 할머니가 된다 하더라도
그 꿈이 있어서, 그 꿈만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 '꼬꼬마시절 감수성 풍부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낭만스런 소녀 마인드'로 돌아갈 수 있는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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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내가 이렇게 감성적인 것은
청춘의 꿈을 레몬색으로 덧칠하는 허황된 만화.
'허니와 클로버'를 읽고 잤기 때문.

서른이 가까워오니 이루지 못한게 많아서 부질없이 꿈만 꾸고 상상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