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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22 바릴로체에서 산띠아고로 - 2월22일


오전 10시 10분이다. 바릴로체 센트로에 앉아 있다. 버스는 오후 1시 출발이니까 아직도 시간은 정말 널널하다. 생각해 보니 난 이제 칠레로 넘어가잖아? 아르헨티나가 어땠는지 이 시점에서 정리를 시작하긴 해야겠는데 말이지. 일단 스위스가 미친듯이 넓게 늘어나서 우리나에 40배 크기로 놓인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을 꼽자면 쇠고기?!?!!??!(미안하다;;; 아르헨티나..)



바릴로체 부스 데 떼르미날에 앉아 있다.

사람들도 많고 큰 개도 많다. 무려 터미널 안 실내인데도 개가 많다.


사실 처음부터 내가 터미널 안에 앉아 있었던건 아니다. 날씨도 좋고 경치도 훌륭하길래 바깥을 좀 서성이다가 터미널 벽에 기대고 서 있었다. 근데 정말로 덩치 좋고 힘좋게 생긴 큰 개 한마리가 오더니 자꾸 꼬리로 내 트렁크를 탁탁 쳐낸다. 처음엔 무시했다. 근데 계속 꼬리로 트렁크를 쳐댄다. 어이가 없어서 트렁크를 치웠다. 그랬더니 당당하게 그 자리에 드러누우시네요. 예 형님, 형님 자리셨는데, 미쳐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나는 그렇게 쭈그리가 되어서 터미널 안으로 들어왔던 말씀.
뭐 사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평등한 동물권이란게 있는거 아니겠어요? 저는 고기는 좋아하지만 동물권은 인정되야할 한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모순된 삶을 사는 녀자니까요.


비바 부스!
산티아고 행 버스에 탔다. 일단 심호흡 좀 하고 널뛰는 내 심장 좀 억눌러 볼께요.
얼씨구 어절씨구 비바! 아르헨띠나-! 비바 비바 올레!!

버스가 꽉 차서 바릴로체에 하루 더 묵게 된 게 너무나 감사하다!!!! 하나님 부처님 너무 사랑해요 너무너무 좋아염~ 엘찰뗀에서 바릴로체로 넘어올 때 만났던 버스 최고 미남이랑 또 마주쳤다. 무려 같은 버스다. 가장 먼저 날 알아본건 그 미남의 어머니. 아주머니가 먼저 툭툭 치면서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네더라. 나도 아는척하고. 버스표 비교하니까 둘이 같이 오소르노 역에서 대기하다가 버스 타는것 까지 똑같네. 엘찰뗀 버스에선 오만상을 찌푸리던 미남이 환하게 웃으니까 주변이 다 환해지고 버스 짐칸도 환해지고 버스 안도 환해지고 내 마음도 환해지네요.
일단 그 미남과 어머니가 어느나라 국적일지 너무너무 궁금하다. 지금 현재로선 국적을 묻는 스페인어를 모르고 있으므로, 스페인어 회화책을 다시 꺼내야겠다.


정말 살기 싫다. 아아 망신 망신 대 망신. 이런 망신이 없다 흑흑.
칠레-아르헨티나 국경을 넘는데 세관검사가 있었다. 무슨말을 하면 좋을까 하다가, '께 프리오(춥네요)'란 말을 걸어야 겠다고 결심 결심을 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도 날 보더니 환하게 웃어주더라. 나 역시 미소지으며 그들에게 다가가는 찰나!

바로 앞에 둔턱을 못보고 넘어졌다.
흑.

더 창피한건
"께 빠 소? (영어로 치면 How are you?에 해당하는 안부 표현)"
라고 묻는데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무이 비엔 (완전 좋아요!)" 정도로 대답한거?!?!?!?!?
무릎에 정말 피가 처절철철철 흐르는데! 완젼 좋아? 완젼 좋아? 완젼 쪼아! 진짜 좋아!?!?!?!?!? 대답을 그따위로 하다니. '아씨아씨(그럭저럭)'이라고 대답했어야지 이여자야!!!!!!! 아님 '께빠소(괜찮니?)'라고 묻는데 피를 철철 흘리면서 '께프리오(추워요)'라고 대답하지 않은거에 대한 안도를 표해야하는 걸까?
뭐 그 때부터 빵터진 어머니와 미남아들은 내내 날 보면서 함박 웃음 지어주고 계시다. 미남의 미소를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근자감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