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네루다.
저는 세울에 살고 있는 마음만은 아직 소녀인 녀성이에요.
쏘이 꼬레아나. 라고 하면 될까요? 푸하하.

내가 700페이지짜리 빠블로 네루다 평전을 읽으때부터 생각한건데요.
당신이 인정할 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꼭 한번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군요.

당신과 나는 닮은 점이 많아요!

음 그걸 처음 느낀건 이번 여행을 준비할 때였어요. 이번 여행 무사안전하게 마칠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6년전 유럽여행 때 일기장을 펼쳐 들었죠. 근데 너무 이상한게 일기 첫머리마다 시작되는 문구가 다 똑같은 거예요.
그런데 그 '비범한 문구'를 다시 발견한건, 당신이 동생 라우라에게 쓴 편지에서였어요.
당신도 가족에게 편지를 쓸 때면 어김없이 그 문구를 편지마다 집어 넣었더군요. 

돈이 없다. 

돈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세상에서 나의 상황과 처지와 전반적인 모든 상태를 알릴 수 있는 한마디의 문구. 6년전 배낭여행 일기장 시작마다 등장한 그 문구는 가족에게 쓰는 당신의 편지에도 항상 서명처럼 첨부돼 있었죠.  

그 뒤로도 저는 당신에게 많은 부분, 동질감과 공감을 느꼈답니다.
스페인 내전에 대한 당신의 입장이나 자잘한 사건 사고 때마다 분노하고 격앙된 감정을 표출했던 당신. 당신도 사주를 보면, 저 처럼 불 화(火)자가 많을 거라고 저는 장담합니다.

그리고
산띠아고와 발빠라이소 두군데 있던 당신 집을 방문하면서 저는 또 다시 당신과 나의 공통점을 찾아냈어요. 바로 수.집.벽. 그것도 이쁘고 귀여운거 보면 못참는 수.집.벽. 망명시절 그 예쁜 물건들은 당신에게 꽤 커다란 짐이었겠어요. 저도 물건 세트로 모아두는데 하나 없어지면 잠 못자거든요. 완전 죽어요. 진짜 아끼는거면 흐느끼면서 울 때도 있어요. 같은 거 다시 구할 때가지 인터넷을 뒤지고 뒤지고, 그러다 못 구하면 수년이 흐른 뒤에도 다시금 떠올리면서 스스로를 고문하죠. 그거 어쨌니? 어따둬서 이렇게 못찾는거니? 당신의 일렬로 서 있는 러시안 인형을 볼 때마다, 부엌에 미친듯이 서 있는 조각장식들을 볼 때마다 벽에 박혀 있는 배모양 창문을 볼 때마다 그 모든게 탐나고 예뻐보일 때마다 저는 당신과 저의 공통점을 떠올렸습니다.

당신의 평전을 읽다가
당신이 당신이 나고 자란 곳을 너무나 그리워해서
당신의 첫번째 딸에게 '말바 마리나 뜨리니다드(뜨리니다드의 자주색 말바꽃)'란 이름을 붙여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만일 제가 당신같은 상황에 처해 외국을 망명해야할 때 가장 그리워 할 것을 꼽아보라면, 저 역시 제가 자란 동네를 고를 거예요. 그곳에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제가 보내온 시간들도 제가 간직한 기억들이 모두 함축되어 있는 곳이니까요. 저는 아마도 제 딸에게 '연희'란 이름을 붙여 주겠죠. 당신 처럼 말이에요. 

방명록에 남긴 문구는 마음에 드셨나요?
저 그래도 나름 당신의 집에다 꼭 남겨야 겠다고 한국에서 부터 준비해서 간 시구예요.
아는 단어는 몇개 없지만, 운율이 참 아름답더군요. 시(詩)가 노래 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아 봐요. 당신은 많은 것을 노래한 사람이었죠. 그리고 아름다운 노래를 했던 사람으로 언제까지고 기억할께요.


Adiós te digo, pero no me voy
me voy, pero no puedo decirle adiós




-tu cariño
(알고 계신진 모르겠어요.
cariño를 한국에서는 '앙증'이라고 한답니다!
바로 제 별명이지요. +_+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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