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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1 빼빼로 데이를 추억하며


올해 빼빼로 데이도 어김없이 남들이 받은 빼빼로를 질겅이는 것이 전부였다.
낭만을 기대할 나이는 지났지만, 그렇다고해서 아무 것 없이  보내고 싶단 말은 아니고.
종잡을 수 없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에 휩싸인 채로 나는 오늘도!
옆팀 막내작가에게 온 빼빼로, 우리팀 에이디가 받아온 생초코렛을 주워 먹었다.  


빼빼로 데이가 전국적으로 홍보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즈음. 올해로부터 근 10년. 아몬드 빼빼로 통빼빼로 나오기 전의 일이다. 우리 학교에서 별나지 않은 애를 찾는 일이 더 힘들다지만, 말 수 없음으로 유명한 남자애가 있었다. 말이 적던, 벙어리던 상관하지 않았던 나의 오지랖은 그때도 여전했다. 그럼에도 특별한 친분은 없었던 그애. 근데 그날 정말 뜬금없이 그 애가 나에게 빼빼로를 던져줬다.

"너 먹어."

'평소 천성이 밝고 남을 의심할줄 모르던' 나는 여꼴통들과 신나라 하면서 '진짜 주는거야? 나 먹어도 되는거지? 무르기 없는거지' 터진 입이라고 주절대면서 그 빼빼로를 까먹었고, 그 일은 곧 잊혀졌다. 당시 빼빼로 가격 500원. 특별한 날이라곤 하나, 같은 반 애들 사이에서 빼빼로 한통에 별 의미를 다는게 더 이상한 시절이었다.

일주일 중 6일이야 학교에서 마주치는 게 다반사였고 기억할 이유도 없다. 내가 그 애를 아직도 생각하는 건 의외의 장소에서 만났기 떄문이다. 한달에 3만원, 저렴하기 그지 없는 모 단과학원 같은 교실 안에서. 왕따처럼 각자 다녔던 우리 둘은 그 뒤로 저녁밥(=떡볶기)를 함께 먹으며 학원을 다녔다. 주로 내가 주절대고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사이였지만, 나는 눈치 깔 수 있었다.
그 빼빼로는 원래 임자가 있었음을.

십년 전 그 빼빼로.
아마도 그애가 마음에 둔 그애에게 주려고 준비했다가
꼭꼭 손에 쥐고 또 쥐고 있다가 너무 떨린 나머지
그냥 눈에 띄던 '시끄러운 나' 에게 던져준 것이리라.
그걸 좋다고 까먹던 나와 여꼴통들은;;; 정말이지...


여튼 이런 날이 되면 그애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두 눈을 감은 채 사과하고 싶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고백하자면,
네 순정을 짓밟아 놓아서 미안타. 성*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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