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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단상

카테고리 없음 2014. 8. 22. 10:02

올 겨울 취소된 일정을 떠올리니 더욱 여행이 떠나고 싶었다. 텀블러를 들여다 보다가 지구상 곳곳의 동물들의 모습을 담은 페이지를 찾았다. 선명한 붉은 빛을 가진 아프리카 도마뱀, 흰사막 여우, 친구와 재회한 코끼리, 안기 낀 숲을 달리는 영양... 다른 생명으로 태어나 저마다의 삶을 사는 모습을 사진을 통해 확인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삶을 확인한다. 생명의 실체를 짐작해 본다.
그리고 내 삶과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이 세상 많은 생명의 것들을 강탈하고 앗아간 결과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아침 핸드폰을 들여다 봤다. 자식이 맞이한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목숨을 건 아버지의 사진을 접한다. 그 사진을 접하고도 분노와 공감 모든 감정을 꾹 눌러 담은 채 버스에 몸을 실었다. 
평소처럼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 내 삶을 돌아본다. 이 외면이 삶의 방법인가, 삶을 살아갈 유일한 방법인가. 그럼 이 방법은 이 사회만의 방법일까, 다른 출구는 없는 것일까. 잡생각이 썰물처럼 몰려든다. 

사는데 도움되지 않는 생각들이다. 세상은 내 한몸의 안위를 내 육신의 평안을 통장의 잔고를 염려해야할 때라고 말한다. 주변을 둘러봤다. 여의도 거대한 빌딩 숲 답답한 하늘 아래선 모두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실은 나에겐 뜯어고치고 새로 지을 힘이 없다는 걸 안다. 없다면 세상을 탓하고 한탄할 힘까지 없으면 좋으련만 입은 살아서 나불나불 대길 좋아한다. 이렇게 쓸모 없으니 사실, 주둥이라고 불리는게 맞을지 모르겠다.   

이런 부조리를 목격하면서도 외면하는게 '사는 법'인가 싶다. 지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내가 사는 이 세상과 차이가 있긴 한 걸까. 고통의 존재와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눈감고 애써 외면하는 나 역시 이 세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부분이자 부품일 뿐이겠지.
오늘은 마음이 너무 우울해서 이런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커트 보네거트의 한마디로 냉소하고 싶다.
'그렇게 가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