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

카테고리 없음 2023. 12. 1. 15:04

휴면전환 인가 


2022년 마흔한살로 살았던 한해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보려고 한다 

 

1월은

엄마네 이사가 있었다 엄마 부엌에 장을 사드리고 조립까지 가서 지켜보고 이사를 도왔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네. 엄마 물건 더 버리고 싶었는데 다 못버린 것이 천추의 한... 일은 TBS 일을 근근히 하면서 작년부터 진행했던 KBS 다큐 두편을 틈틈이 손보고 있었다 

 

2월엔

문화재청에 냈던 기획안을 어떡해서든 웹툰 플랫폼과 연계하고 싶어서 아등바등 댔던 기억이 난다. 꼬꼬무식 대본화를 해야 설득이 잘될까, 특정 영상을 만들어야 설득이 될까 고민이 많았다. 따박따박 돈 나오는 일을 하면서, 다음 도약을 준비하는 터라 불안했지만 행복했던 기간이었다. 

 

 

3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기술하고 싶지 않은 기억은 기술하지 않으련다. 요 달은 KBS 다큐 취재가 잘 안됐던 후폭풍이 몰아닥쳤을 때였군. 다큐팀 팀원들이 줄줄이 코로나 사라지면서(?) 마무리 작업이 더욱 어려웠다. 코로나 유행은 TBS 생방에도 영향을 많이 미쳤는데, 출연자들이 펑크가 유달리 많았던 때였다. 그래도 말쯤에 문화재청에서 내 기획안에 협찬 의지가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줘서 힘이 났던 달.  

 

4월엔

집 앞에 벚꽃이 흩날리는데 다큐 원고 쓰느라고 벚꽃구경을 제대로 못했던 아쉬움이 있네. 그래도 원고 쓰다말고 한시간 짬내서 동네 벚꽃길을 걸었고, 다큐 원고 털고 난 다음엔 친구랑 안산 소풍도 했다. 문화재청 협찬을 어느 방송사와 협업시킬지 가지고 미팅이 계속 되면서 폭풍 일정이 몰아쳤다. 예산안 내기 하루 앞두고 모 방송사를 소개 받아서 문화재청 협찬까지 확정을 세이프! 당당하게 홈으로 들어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5월은

시국이 하수상할 때였다. 지방선거가 있었고 레귤러로 잘 들어가던 TBS 프로그램에 실질적인 위협이 불어닥칠 때였다. J방송국에서 빨리 넘어오라고 하기에 넘어가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이달의 하이라이트는 급 생겨버린 산신이(자동차)! 아빠가 거의 모든 돈을 낸 채로 공동명의에 올라 있던 남동생이 차를 가지고 독립해나갔는데, 장모님이 쓰던 차를 주시는 바람에 나에게 그 차를 주겠다고 약속. 결국 나는 10년된 장롱면허 탈출을 도모해야 했다. 지방선거 기간에 미친 듯이 도로연수를 해냈고(총 30시간 허리 부서지는 줄..;;;) 각종 서류를 모아 내 명의의 차를 갖게 되었다 

 

6월 방송국을 옮겼다. 운전을 시작했다. 새롭게 시작되는 일이 많았었다. 의욕 충만할 때라 상당히 활기찬 하루하루를 보냈다. 

 

7월 기획한 프로그램을 계속 다듬고 1회 원고를 얼추 완성했다. 그래도 기획 첫단계부터 꿈꿨던 부분을 섭외해냈고! (엠씨 섭외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꿈꿨던 기획이 조금씩 틀이 보이는 것 같아서 나름 재밌었던 달이다

 

8월 이 달 초에 눈에 이상이 (하나 더)있다는 걸 발견했다. 눈 질병은 쉽사리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이 몹시 우울했다. 안구 관리를 어떡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은 달이었다. 잠시나마 친구랑 오크밸리로 여름 휴가를 떠나기도 했었다. 기획하면서 가졌던 꿈과 현실의 괴리가 보이는 거 같아서 초조했던 달이기도 하다. 

 

9월 추석과 네 번의 녹화가 있던 달이라 꽤 바쁘게 보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때가 첫단추를 낄 때로,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정말로 꼭 해보고 싶었던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아쉬움이 크다. (그래!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 이후 벌어졌던 일들을 생각하면 자다가 벌떡 일어날만큼. 이걸 생각하면 밤에 눈을 감을 수 없을만큼.. 크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었다. 시도 해보았고, 부딪혔고, 결국은 물러서야 했다. 그럼에도 해보지 않은 것보다는 나았다. 거기에 의의가 있었다 믿는다

 

10월 본격 편집 기간이었다. 내년을 어떻게 보내야할까 슬슬 고민이 되던 시기다. 약간은 무기력증이 도졌었는데, 비행기표를 지르는 바람에 무기력한 나날에 그나마 불쏘시개가 되었던 듯하다.  

 

11월. 믿고 싶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보았다. 하지만 내 잘못이다. 그 모든 것이 나의 탓, 정확하게는 나의 선택 탓이로다. 이 시기 나는 우울함에 잠 설치는 날도 많았는데. 이 와중에 재개발 이슈가 동네에 터지면서 또 다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동네에 뜻이 비슷한 교류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겨서 기뻤다. +좋아하는 출연자들과 모임을 한 번 가졌는데, 너무 좋아+사모하는 출연자님이 술을 사주셨다. 하... 이 일로 나는 그야말로 성덕 대열에 합류... 죽을 때까지 이 날 모임을 기억할 것이다. 

 

12월. 인생 버킷리스트 몇 칸을 채웠던 모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오로라를 호수 건너편 초원에 누워 수시간 바라봤고, 밤하늘을 노래하는 개들과 거대한 달을 향해 얼어붙은 숲을 달렸고, 전 지구를 누비는 고래들의 여정의 일부가 되어 그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북유럽 몇 도시 빈티지 샵에서 북유럽 커피컵과 그릇들을 사재기 했던 것도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지. 

한국에 돌아오니 태어날때부터 나를 무척 사랑해주던 작은 아버지가 위독하단 소식이 들렸다. 삼촌과 작별 했고, 코로나로 보지 못했던 친인척들을 오래간만에 한자리에서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 자그마하던 나를 만나기만 하면 몇 번씩 웃게 만들어주던 삼촌을 이제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 태어나면서 주어졌던 기쁨은 언젠가는 내 손 밖으로 빠져나가 버린다. 그런 슬픔을 마음 한 켠에 안고 가던 도중, 넷플릭스 <피노키오>를 봤다.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그리고 막주부터 바로 새직장에 출근 시작. 새로운 일을 시작하더라도 내년 한해에 절대 놓쳐서는 안될 일이 무엇인지 잊지 않으려고 한다. 

 

많은 일을 해보았다. 망설이지 않고 해보았기 때문에 나의 마흔 한 살 로 남길 수 있는 경험이었다. 올해의 부족한 점들 올해의 아쉬웠던 점들은 잘 보듬고 다듬어서 마흔 둘의 나로 데리고 가야겠다. 

 

안녕 마흔하나! 


생일

카테고리 없음 2022. 6. 27. 09:35

작년 생일은 평범한 '하루'로서도 최악의 날이었다. 

거기다 '오늘이 생일인데...'라는 생각까지 더해졌으니 

기분이 곤두박질 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최악의 날, 내년 생일을 꿈꿨다. 

 

준비해서 실현시킨 꿈도 있고, 

예상치 않았는데 생활의 일부분이 확 하고 바뀐 모습도 있다.

전혀 기대 하지 않았던 방송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도 의외라면 의외고...,

 

어제는 가족들이랑 생일파티를 하고 돌아와서 

밀린 드라마를 좀 보고 이북이나 더 읽다 자야겠다 싶었는데

여덟시부터 미친듯이 눈이 감겼다. 

비몽사몽 조명 끄고 침대에 누웠는데 일어나보니 아침 일곱시 

열한시간 푹 자고 일어났더니 호랑이 기운이 넘치네~ 

 

남 신경 쓸 것 없이, 나 하나 잘하기로 하자.  


 

장롱면허 9년, 신분증으로만 사용하던 나의 장롱면허를 본연의 용도로 쓰게 되었다.

5월 초, 남동생은 7년 쓰던 차를 우리단지 구석 깊숙한 곳에 집어 넣었다. 

그러더니 덜컥 자동차 키 두개를 내 손에 쥐어주고는 홀연히 떠나버렸다.

그렇다.

졸지에 차가 생겨버렸다.

 

남동생 장모님이 찌인짜 좋은 차(내 기준)를 사시면서, 좀 좋은 차(이 역시 내 기준)를 남동생네에게 패스하셨고, 덕분에 그럭저럭한 차가 다시 엄빠에게 돌아온 것. 이 차를 여동생네로 보내느냐 내가 갖느냐 가족 회의를 거쳐 앞으로 있을 엄빠의 원할한 거동을 위해서 일단은 내가 갖게 됐다.  

 

 

얼마전에 구청가서 양도 신청을 등록하고 

그리고 초보운전생활 시작됐다. 

남의 기물을 파손하지 않으려고, 누구를 혹시나 다치게하지 않으려고

정말로 제대로 운전하과 싶은데,

그것은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할 일 ㅠㅠ 

여튼 실력이 쌓일때까지는 다른 운전자의 배려로 살아가게 되었다. 

 

문득 남미 여행떄가 생각나는데 영어도 못하고 스페인어도 못하던 내가 남의 배려로 어떡해서든 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나, 

일단 운전이 익숙해질 한 3개월. 남의 배려와 친절 양보로 대충 뭉게면서 살아봐야겠다. 

 

 


안녕 마흔살

20세기 소녀 2021. 12. 31. 09:38

 올 한해는 매서웠다 

계획했던 일들 중에 몇가지가 틀어지고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서 너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겪어가며 생채기가 나야 했다 

 

실의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해야한다는 강박과 의욕이 없음 사이에서 괴로워 하기도 했다

 

그래도 살아냈다 

그 언젠가 네가 썼던 촉잔도권의 그림에 관한 글 처럼 

마흔살을 살아냈다

 

그리고 다시 돌아보니 어땠니?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지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자랑스럽지?

다른 사람 그 누구도 아닌, 네가 살아낸 너의 인생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네가 버텨낸 너의 시간이다. 

 

올해 너는 독립을 했다

비싸진 않지만 네 취향에 꼭 맞는 집을 만들었다 

스위치 하나 문손잡이 하나 책장의 크기와 색깔 

수배의 값을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만큼 꼭 네 마음에 든다. 

오래 계획했고 마음속에 묵혀오고 머릿속으로 늘 떠올리며 다듬었다 

그리하여 다시보니, 얼마나 마음에 드는 공간이 너의 소유로 남았니. 

조급하지 말자

시간은 돌아온다. 

 

올 한해의 깨달음을 잊지 말자

네가 날카로운 칼이 될 때는 그것이 너를 향한다고 생각해보자. 

꼭 같은 직군이 아니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네 식구 처럼 여기자.

 

언젠가 다음번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더라도 

그럼 분명 지금보다 좀 더 수월히 살아낼 수 있을것이다

이미 겪어봤던 매서움이니까 

 

고생했다

마흔의 네가 자랑스럽다 


안녕 연남장

20세기 소녀 2021. 8. 27. 14:28


안녕 연남장

지금 나와서 이 글을 정리하는 곳은 연남장.
나는 이곳을 몹시 사랑했다.

이 공간을 알게 된 것은 그 옛날 유리공장이 있던 시절부터지만, 그건 내가 국민학교 다니던 수십년 전 그 시절이니까. 그 이야기는 살짝 제껴두고.

이곳을 제대로 사랑하게 된 건 작년 여름 무렵이었다. 해가 뜨지 않고 습하기만 하던 작년 여름은 어찌나 숨이 막히던지. 그 와중에 코로나 특보로 방송은 심심하면 죽곤 했다. 출근하지 않는 일주일 중 사흘을 집에서 보내는 것도 버거운데 방송이 죽어서 집에만 있는 날이 빈번해졌다. 그 와중에 옆집에서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 아침 일곱시 반부터 들려오는 소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와중에 람이가 이곳을 알려주었다.
동네 오가며 이곳을 봤을 땐 場이라는 한자를 크게 써둔채 오랜시간 공사를 하길래 숙박 공간으로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근사하게 리모델링해서 1층은 커피숍 2층 일부는 공유오피스로 사용하고 있었다. 주말을 포함한 24시간 언제든 이용 가능 한 것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집에서 도보 6분 거리... 그야말로 일하다 말고 집에 가서 저녁 먹고 돌아올 수 있는 완벽한 시공간...

일주일에 출근하지 않는 사흘, 그리고 오전 출근하는 날 잠시 들렸다 가는 용도로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뭔가 써볼까 하고 자료를 잔뜩 공부하기도 했었고, 알바가 들어오면 출퇴근 틈틈이 완성해서 리모델링비에 보태기도 하고. 그리고 막상 할 일이 없는 날엔 통창을 배경 삼아 넋을 놓기도 했었지.

나는 이곳에서 커다란 창문이 선사하는 4계절의 향연을 만끽했다.
겨울 어느 날이던가, 함박눈이 오던 날이었다. 여의도에서 집으로 가던 길에 방향을 바꿔 연남장에 들렀다. 불 꺼진 사무실에서 눈이 오는 소리를 한참 듣고 일어설 정도로, 나는 이 공간이 주는 사계절의 기쁨을 잘 만끽해왔다.


매미의 노래, 낙엽이 지는 소리, 어두운 밤을 밝히던 함박눈의 냄새, 창문을 열면 스며드는 아카시아꽃들의 체취...

백수가 된 뒤, 이곳을 거점 삼아 집 공사를 하고 아르바이트 다큐도 몇 편 말았다. 잠시 기획했던 프로그램을 정리하고 나온 뒤 갈 곳 없던(?) 나를 받아준 것도 바로 연남장. 오래도록 이용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다니 아쉽지만, 훗날 내가 어떤 공간에서 일하고 싶은지를 가늠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대체 공유오피스에 어떻게 카스텔리106 정품 (심지어 빈티지도 아님) 이 서너개, 허먼밀러 임스체어가 놓여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런 의자가 어울릴만큼 한가하고 한산했고, 그래서 좋았다. 그리고 그 한산함 때문에 문을 닫는다는 건 이 부동산에 미친 서울에서 예상한 결말이 가능한 일이었고 1년간의 소중한 경험을 뒤로하고
이제 또 인사를 할 차례다.

안녕 연남장
이곳 밖을 내다보며 그리던 꿈들이 무척 그리울거야.


인생에서 가장 지름이자, 가장 큰 플렉스라고 해야할까나.

(혹자는 부동산으로 치부하지 않을 낡고 오래된) 집을 사고

한해 연봉을 들여서 싹 고치고 

친구가족혈육들에게 돌렸던 그간의 선물들의 답례를 받아 가전을 마련하고

얼마전 이사까지의 관문을 넘었다. 

 

3월에 급작스레 백수가 되고, 안그래도 어려운 자금난 속에서 

갑자기 수입이 끊기는 악재가 발생하더니 

여기저기서 훨씬 많은 금액을 빌려서 

어떻게 갚아나가야할지 모르겠지만 미래의 나여.. 알아서 하겠지 ㅠ

 

남들은 십억을 넘기는 아파트를 턱턱 잘만 사지만, 

그래도 내가가진 분수 내에서 

아끼고 아껴서 이만큼 완성해 낸 것도 장하다 칭찬해주고 싶다. 

 

매일 가던 스타벅스를 끊고 10분더 부지런하게 커피를 갈아서 보온병에 싸가고  

16시간 근무가 끝나고 택시타고 싶은 욕구를 눌러가며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휴대폰비, 통신비 왠간한 고정지출은 최대한으로 줄였으며

운동을 해야하는데 차마 피티를 끊을수가 없어서 홈트로 대신했다. 

 

코로나라 해외여행 못간건 가게 경제에 큰 도움이 됐네. 

먹는데 왠만하면 아끼지 않았는데,

큰돈 쓰게되는 레스토랑 방문은 대폭 줄였다. 

그 돈을 아껴 후원하고픈 단체 다 후원했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경조사만큼은 열심히 챙겼다고 자부한다 

 

어떤 하자가 있을지는 4계절을 모두 살아봐야 보이겠지만, 

계획하던 디자인은 모두 시공됐고,

이케아 주방도 가지게 됐고,

벽면 전체를 덮는 그래서 이천권의 만화책을 모두 진열가능한 책장도 오게 됐다.

북유럽 미드센츄리 가구 몇개정도는 소장하고 싶다는 4-5년전부터의 꿈도 ...

일단은 이뤘네  

 

인생의 몇가지 꿈을 또 이렇게 이뤘다.   

 

 

추신 :

그나저나 가족혈육친구들이 없었으면 어쩔뻔

에어콘도 혈육,

세탁기+매트리스는 혈육,

덴마크빈티지 확장형 다이닝테이블도 혈육

찰스퍼니처 노르딕 암체어는 여꼴O이,

냉장고는 동네파가,

멀티오븐전자렌지는 신세컨이 ...

다들 너무나 고마워서 눙물이 ... 흑흑 

앞으로도 잘할게 

 

 

 

 

 


떠남

카테고리 없음 2021. 5. 20. 08:48

삶을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보내주는 것

 

여섯살 꼬꼬마였던 내 눈에 한껏 커보였던 

모과나무와 대추나무가 자라고 목련과 장미가 피던 우리집

 

열네살. 

우리집은 하숙집으로 바뀌어  

나와 우리 남매가 자라는데 부족함 없이 사용되어줬다. 

 

세상에 상처받았을 때, 

써야할 돈이 없었을때, 

그래도 내 몸하나 뉘일수 있는 내 방 하나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로였었나. 

 

인이박힐만큼 익숙한 이 집에서의 시간을

다신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보내줘야할 때다. 

 

지켜줘서 고마워.

네 덕에 잘자랄수 있었어.  

안녕! 사랑하는 우리집


Born To Write

카테고리 없음 2020. 8. 27. 14:10


*** Born   To Write 
인생 부제를 정해봤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물건을 사면 책이 부록으로 따라오게 된다는 알라딘 사은품 카피 ‘본투리드’ 를 보고 따라한 글귀.  
태어나자 마자 아빠 친한 친구 아버지가 봐주었다는 내 사주에는 글을 써서 먹고 산다고 나와 있었다. 그러니 사실상 이 정도 부제는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인생 부제를 정하고 나니, 이제는 이게 더 궁금하다.  앞으로 내가 쓰게 될 글은 어떤 글일까? 지금까지 뭘 쓰며 먹고 살았는지 너무 잘 아는데, 앞으로 뭘 더 쓰게 될까?

그 글을 다시 읽고, 만족스런 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  
 


*** 재난영화 프롤로그 장면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 대하여
올해는 전업으로 두고 있는 일에 지장이 많다. 2월에는 코로나, 여름에는 기상이변이었던 장마, 그리고 다시 코로나. 이대로 가다간 생활이 안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위기감을 느낀다. 탄탄한 정규직 직장을 가지고 있지 않고서야 대부분이 느끼는 공포라고 생각하면 위안이 되지만, 그렇다고 불안이 해소되는건 아니니까. 
이번주 방송도 죽는다는 통보를 듣고 어제까지는 몹시 우울했는데 오늘 다시 아름다운 창이 돋보이는 공동작업실(?)같은 공유오피스에 나와 해와 나무를 보니 기분이 나아졌다.

제부가 삼성 무선 키보드를 양도해주었는데 이제 매 번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수고를 덜어도 될거 같아서 흡족하다. 지금 이 글도 키보드를 휴대폰에 연결해 휘갈기고 있다는 거... 그래 쓰려고 태어난 인생이니 재난 영화 프롤로그도 쓰는 장면으로 시작해 주마. 부디 이 영화가 꽉찬 해피엔딩이길 바란다. 


*** 몰타에 대해서 
몇주전이었다. 기후변화의 일환인 관측역사상 최장장마로 인해 나는 근 두달간 해를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날 내 방송은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의 증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과거에 누리던 삶이 더이상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을 거라는 경고였다. 그 방송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는데 정말 세차게 비가 내렸다. 쨍쨍한 해를 본 게 한달이 넘었다는 셈을 마쳤을 때였다, 절망감이 침대 위 가득 차올랐다. 그 속에서 나는 몰타를 떠올렸다. 공부벌레, 일벌레 평생을 열심히 열심히 살라고 재촉하는 한국회에서 탈출해 딱 세달. 놀고 먹고 판판히 즐겼던 지중해 푸른 바다로 둘러 싸여 있던 섬. 떠날때 작별인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해서 다시는 만나지 못할 이별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어쩌면 이제는 영영 작별을 고해야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 마흔되기 전에 잘한 일들 
트위터는 정말 덕질 눈팅용으로 쓴지 한 5년 된 것 같다. 세상사람들에게 알려야할 나의 공식적인 심정같은건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에.., 내 트위터 공식용도는 덕질용 눈팅용 가끔 공감가는 말에 하트 정도 박아주고 아주 중요한 정보는 알티로 저장하는 백업용이다. 요 며칠 타임라인에는 이십대 삼십대때 잘한일을 정리하는게 유행이던데..,

누가 묻더라도 내 대답은 여행여행여행여행. 백번을 물어도 배낭을 메고 떠나는 한달이상의 긴 여행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것은... 이제 당분간 더이상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 영원히 주어지지 못할 것이니까. 

 

‘여행’의 다른말은 나에겐 ‘도망’이기도 했다. 
대학교 4학년 때는 총학생회 선거에 또 출마하기 싫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한학기를 휴학하고 7학기 졸업하는 거였다. 그 한학기 휴학 기간에 첫배낭여행을 시작했다. 47일간의 유럽. 그대로 뷔페(?)코스로 단기간 유럽 각 도시를 찍었다. 태어나 처음인데, 취향이란게 어디 있나? 그저 여행책에 나오는데로 없는 돈 탈탈 털어 먹는데 아껴쓰며 가봐야할 박물관 미술관 관광지 정말이지 성실하게 돌았다. 
두번째 도망은 서른살이었다. 방송일 시작한지 한 4년쯤 됐을 때였는데 입봉 달고, 원하던 역사프로그램도 한번 했는데, 일하던 외주사에만 계속 머물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남미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총 여행자금 800만원. 토레스델파이네를 처음 본 날 생각했지. 여기서 이 여행이 끝나더라도 나는 그 돈을 아까워하지 않겠다고. 

세번째 도망은 서른다섯. 준비된 탈출이었다. 35년 산 한국사회가 지긋지긋할 즈음이었다. 몰타에서 3개월 어학연수를 빙자한 백수 생활을 하고 아프리카 남부지역을 돌았다. 남미를 흠뻑 사랑했던 나는 아프리카도 사랑할수 있을줄 알았는데.., 그러진 못했다. 푸하하.  대신 언제든 자기 집을 에어비앤미로 여기라는 소중한 친구들을 많이 얻었으니 그걸로 되었다 ㅎㅎ 

 

앞으로 없을지도 모르는 기회라 생각하니 더욱더 값어치 있게 느껴진다. 그래도 역시 그걸로는 부족해. 6월초의 알래스카 빙하도 보고 싶고, 몽골 대 초원에서 하루종일 말을 타고 다니다 직접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독특한 경험도 하고 싶고, 여튼 내 인생 모험이 여기서 멈춘다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 코로나 백신이여 ㅠ 제발 빨리 나오너라.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친구들이 언제 다시 놀러올거냐고 물었단 말이다 ㅠ 

 

 

***내 장례식장에서는

 

종종 듣는 팟캐스트에서 본인 장례식장에서 틀었으면 하는 노래를 정하는 코너가 있었다. 

동네파 친구들에게 곡명을 말해줬는데, 친구들이 기억하기 어려우니까 찾기 쉬운데가다가 적어두라고 한다.  

그래서 적어둔다 (2020년 8월 VER) 

 

The Beatles - Ob-la-di ob-la-da 
Somewhere over the Rainbow - Israel "IZ" Kamakawiwoʻole
Julie London - Fly Me To The Moon (플라이투더문은반드시 줄리런던 버전으로 완전 신나야한다)

Debussy Claire de lune (이왕이면 조성진버전으로) 
김건모 2집 - 우리스무살때
veinte años - Silvia perez (원곡말고 실비아버전)

 

어디선가 읽었는데, 최후 승자는 마지막에 웃는자가 아니라 자주 웃는자라고 했다 

장례식 온 지인들이 내가 최후 승자임을 알 수 있도록 활짝 웃는 사진을 많이 찍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서른 아홉 8월이 며칠 남지 않은 여름날  


스물 한살 민주노동당을 알게 됐다. 그로부터 햇수로 19년. 

응원하는만큼 아끼는 마음이 큰 만큼 속을 까맣게 태우고 울었던 기억이 더 많지만...
진보정당은 늘 나의 정당이었지. 

언젠가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4등도 못했다고 울먹거렸을 때 외국인 친구가 해줬던 말이 기억난다. 

"신, 그래도 너의 팀이잖아." 

그렇다.  우리 팀. 나의 정당. 
결과만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이 혹독한 세상 속에서
그래도 바른과정이야 말로 가장 중요하다는 걸 내 대신 세상에 말해준 나의 정당. 

미련하다 멍청하다 어리석었다 세상사람들 모두 말해도, 
바른 길을 걷기 위해 돌아돌아가는 나의 정당.

아침에 일어나서 결심해봤다. 
앞으로 이십년씩 두번만 더 응원하기로. 

"우리는 아직 그곳에 도착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그 길 위에 서 있으며
그 길은 공정하고 위대할 것이다."

고마워요 정의당. 

마지막까지 정정당당하게 싸워줘서!

멋진 완주에 박수를 보냅니다. 


* 취소 되거나 하거나 예정인 약속들이다. 

잡혀 있는 주말 약속 말이다.


지난주부터 약속 0건으로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프리미어 강좌도 휴강... ㅠㅠㅠ

하.. 심심.. 투머치 심심..   

자고로 내가 선호하는 주말 루틴은 점심즘에 친구를 만나서 놀고 들어와서 

저녁즘엔 넷플로 마무리하는거였는데 ㅠㅠ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를

이렇게 열성적으로 지킬 거라 예상치 못했다.


지난주 수요일 목요일 생방진행 도중 기침이 콩콩 나기 시작해서 

금요일에 ㄴ사람들의 따거운 눈초리를 빨리 막을겸 
재빨리 동네 병원에 가서 처방 받았고 
병원 길에 나선김에 만보를 걷겠다며

스웨덴 산 우의의 성능을 맹신하며 비오는 동네를 걸었던 것이 문제였을까?

토요일 저녁, 2년전 공장식구들과의 만남이 잡혀 있던 날이었다. 
그런데 약속을 앞둔 1시간 전, 내 볼이 빨간 것이다..;;
이마에 열은 안나는데 일단 볼이 빨개!  
약 복용으로 기침은 안나는데 볼터치 한것마냥 볼이 빨개..;;

이대로 만나? 말아?

근데 만나기로 한 멤버들이 너무 각양각색의 방송국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만일의 사태, 쓰여지게 될 신문기사를 상상해본다면... 

 

코로나19에 뚫린 방송가! 

부주의한 지인들 모임으로 인해 케이 폐쇄, 스브스 폐쇄, 엠 폐쇄, 상암 T폐쇄...;;;

"감염경로는 지난주 주말에 있었던 한 모임을 추정된다.

이들은 과거 스브스 블*하우스 피디와 작가 제작진으로 알려져..." 같은 기사  
그리고 그 밑에 첨부사진으로 따라온  블*하우스 스틸컷 총수 얼굴... 
ㅠㅠㅠㅜㅜㅜㅜ 


그것만은 막아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미안하지만 볼이 빨개서 못나가겠단 카톡을 날렸고

약속 한시간 전  우리의 모임은 장렬히 다음을 기약하며 마무리됐다... 

그리고 곧이어 동네파 생파도 다음으로 기약... 
"이들 여섯명은 한동네 사는 친구들로 한 명의 생일파티 중 전염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기사 보고 싶지 않았단 말이지. 

여튼 그렇게 주말약속이 모두 취소되고 

내방 침대와 한몸이 되어 넷플릭스 리모컨만 손에 쥐고 3일을 내리 보냈다


 

 

** 아끼면 뭐하나 부질 없는 것 
올해 갚아야할 빚이 무지막지한만큼 가열차게 아껴쓰고 절약 하고 있다. 
택시 탈거 버스타고, 스타벅스 갈거 집에서 커피 내리고, 
3만원 절약하겠다고 대기업통신사에서 알뜰폰 통신사로 통신사까지 옮겼다
그리하여 놀랍게도! 
1월달 카드 값은 무려 43만원!!
(물론 설날에 엄빠와 작은엄빠 조카 세뱃돈으로 카드값 왜 현금지출이 크긴 했지만) 
43만원이라니!!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이게 실화입니까!!! 
나 막내작가 때 이 보단 더 썼던거 같은데..;; 
여튼 이 기염을 토하며 2월달에도 50만원 언더로 카드값을 찍었다. 

그렇지만 절약의 덧없음이여... 
아무리 몇달 아끼면 뭐하나 
3월 초 조카가 돌이고 아빠가 생신이고 동생 둘의 생파를 한꺼번에 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거기다 하필 삼년정도 쓰던 안경도 테두리에 살짝 금이가서 바꾸게 생김 
ㅠㅠㅠㅠㅠㅠㅠ

안경 없인 살 수 없는 몸이라 그래도 지금까지 늘 테는 가벼운걸로 엄선해서 써왔는데...

그러자면 돈이 훅 나간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내 눈에 들어온 안경은 ㅠㅠㅠㅠㅠㅠㅠ 
엄... 흑흑... 

앞으로 1년 아껴써도 퉁칠수 있을까 하는 금액... 


그동안 아끼고 있었던 유로를 팔아서 막아볼까 고민이 많았지만 덮쳐오는 금액의 크기에 
그냥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절약 다 부질없구나 흑흑흑 



*** 조금 부족한 지브리데이

본래는 친구들과 우리집에서 지브리 데이를 하기로 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실현은 요원해지고 지난주 주말부터 걍 혼자 지브리 애니를 보기 시작했다. 

다 좋은데 말이지  ㅠㅠㅠㅠㅠㅠ 
지브리 애니의 화룡점정은 마지막 노래 가사에 여운을 음미하는거 아님?!?!?!!?

마지막 엔딩곡에 가사 번역이 안돼 있는 것이다!!

보통 엔딩에 코로코 아저씨가 달렸을 푸른 하늘과 흰구름을 바라보며 
"도코니이루노카이마데와 와까라나이 도모다찌모이쿠닝카이루케도"
이부분에서 나의 친구 포로코 아저씨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며 한번 더 울어주는게 포인트인데!!

 

https://www.youtube.com/watch?v=7sZI-V6kW6M


원령공주 마지막엔 멧돼지 신의 원한과 늑대엄마를 되새기며 
 "슬픔과 분노 숨은 본심을 아는건 숲의 정령뿐, 숲의 원령뿐, 원령들뿐"
이 가사를 음미하며 되새김질 해야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봤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ㅠㅠㅠㅠㅠㅠ

그런데 엔딩에 가사가 없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심지어 다른 영상 예고편으로 넘어가버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이럴때!!

넷플에 다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축복인지. 
주저 않고 바로 불만의 메세지를 보냈다.   
지브리애니메이션 마지막 엔딩에 한국가사 첨부해달라...
그게 그 애니메이션을 보는 이유의 80%이상이다!! <-라고 왕강조!! 

다행이다.

친구가 적극 검토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조만간 다시 지브리데이를 열어야겠다. 

 


요즘 내 행복을 책임지는 3종세트 

 


1. 35만원에 산 행복

펠리스 (마레 오르사폼 독립형스프링) 매트리스 

매트리스는 살까말까 고민의 시간이 길었던 아이템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시점이니까, 
괜히 헛돈 쓰는게 아닌가 고민이 많았다. 
여튼 구입은 작년 11월. 
(독립 예정)을 1년 6개월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헛돈쓰지말고 독립하면 새로 사? 
-못살것도 없는 가격인데 1년 반정도 일단 써보고, 독립해선 더 좋은걸로 사? 

때마침 일하던 팀이 개빡셌다. 
일월화수목금토일 주구장창 출근하다보니, 
집에선 정말 매트리스 위에 누워서만 시간을 보내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누워있는 시간조차 투자도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너무 하대한단(?) 생각이 들것같았다. 

메이커 매트리스는 엄두가 안날만큼 비싸고, 
우리나라 중소기업 제품도 호텔 납품하는 제품 중에 
괜찮은 매트리스가 꽤 있다는 이야기에 
국내 제품을 뒤지다가 아는 언니 추천을 받아서 펠리스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원래는 1년 남짓 쓰고 말 10만원 후반대 제품을 보고 있었는데 
독립형 스프링에 이거저거 추가하다 보니 결국 35만원대 제품으로 낙찰..;;; 

겉에 싸인 오르사폼이 내몸의 무게 대로 포옥 들어가다가, 
적당선에서 멈춰서 내 체중을 받쳐주는(?) 스프링의 탄성에 대만족. 
독립해서 침대 사이즈를 늘리더라도 펠리스에서 사야겠다 마음먹었다. 

출근하는 날엔 하루 3분의 1. 
쉬는날엔 스물네시간 나를 받아들여주고 존중해주며 기댈곳이 되어주는 나의 매트리스여 
그 탄성 영원하라... ㅠㅠㅠㅠ 




2. 삼만사천원에 산 내 행복

송월 40수 목욕가운

목욕가운은 이야기가 길다. 
본래 나는 이것을 12월쯤 사려고 마음 먹고 있었다. 
그 때는 PT나 헬스장을 그만두고 만보걷기 운동에 들어간터라, 
모든샤워를 집에서 하기 시작할 때였다, 
그리고 그 즈음은 매트리스로 인해 집에서 느끼는 행복이 극에 달했(?)던 시점이었다. 

송월40수 목욕가운 가격을 검색하고 있을 즈음, 
동네파 크리스마스 파티 용으로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나는 (선물 가격 제한 때문에 송월 타올은 아니지만) 목욕가운을 목록에 올렸다. 
동네파 선물은 십수년째 파티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무작위 랜덤뽑기가 진행중이지만, 
덜컥 정말로 내가 내가 원한 선물을 받게 된다면 이 또한 낭비 아니겠는가?
해서 안샀는데 내가 당첨된 선물은 영화 <패터슨>에 나오는 스텐리 보온병..;;; 

그래서 지난주에 질렀다. 

삼십구년동안... 
수건으로 몸을 닦아도 욕실에 남은 습기가 다시 몸에 닿는 그 순간을 어떻게 버텨왔을까..
이제 더 이상 샤워 후의 습기가 두렵지 않다. 
가운을 걸치고 방으로 이동하면 그 사이 습기순삭! 
너무 아름답다. 
송월타올이여 영원하라~  




3. 만이천원에 산 오전의 행복

드립포트 주전자
이번달과 지난달 카드값이 정말 인상적이다. 
진짜 조금나왔다... ㅋㅋㅋ
설이 껴있던 터라 부모님 작은엄빠 용돈 기타 경조사비, 
늘어난 국민연금 건강보험 같은 돈은 꽤 나갔지만 카드는 진짜 적게 썼다고 자부한다. 
장하다!  
일단 줄여본 목록으로는 택시비와 커피값이 있다. 
생방이 끝나서 14시간 근무에 녹초가 된 몸뚱이를 이끌고 택시 대신 심야버스를 탄다. 
사무실에 커피머신이 들어오고, 
집에 전기 커피블랜더를 장만하면서 스벅이용이 급격하게 줄었다. 
불만이라면 스벅처럼 진하게 내려지지 않는게 불만이었는데 
전기드립포트를 살 돈은 없고 
만원대에 드립포트 주전자를 샀다. 
유튜브에서 영상 몇개 찾아보고 본 모양대로 커피에 그림을 그린다 생각하며 내려본다.  

그리하여 나는 조금 더 진해진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만족만족대만족!! 
오죽하면 독립면서 바로 구입하고 싶은 가전제품들이 몇 있었는데 
발뮤다 드립포트는 좀 더 나중에 사도 되겠다는 결론이 났다.
나의 드립력(?)이여 좀 더 나아지길~

우후후훗 


이외에도 이북리더기, 면100%잠옷, 스탠리텀블러 

몇가지 더 있는데 일단 최애3종 먼저 꼽아보겠다~ 


서른 여덟

카테고리 없음 2019. 12. 26. 12:32


올해 마지막 출근이다.
연말에 약속이 많아서 집에서 노트북을 켜지 않을 것 같아서 
노트북 앞에 있을 때, 재빨리 서른 여덟에 대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올해는 몇가지 일들을 해냈다.

 

기획안을 완성했다.

혼자서 공부하고 써보고 수정하고 사람을 섭외하면서 해낸 일이다.
늘 돈을 받고 해오던 일을 아무런 보상 없이,

그것도 마감이라는 기한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만의 노력과 아이디어를 버무려가며

게다가 자비까지 털어가며 완성했다.

그래도 지금보다 내 삶이 더 재밌어졌으면 좋겠다는

욕심 하나만으로 묵묵해 써내려가봤다.
좀 더 상급기관(?)에 넣어보자는 제의에 뛸듯이 기뻤고,
좋은 번역가를 만나고 기획안을 꾸며줄 사람을 거치면서
기획안을 완성했다.

다행히도 내 마음에 들었다. 

 

메일을 발송하던 일요일 밤....
<보내기>를 마우스를 클릭하고 난 뒤에 찾아오던 여운.
그 순간의 기쁨을 오래도록 곱씹어보고 싶다.

 


내 명의로 된 집을 하나 장만했다.
(물론 그 집에는 "오래됐으며 허름하고

미래에 값나갈 가망은 거의 없으며

투자가치는 제로에 수렴하는"이란 형용사가 붙는다)
안일할 수 있었겠지만 안일하지 않고

조금더 행복하기 위한 노력이라 생각된다.

요즘은 집안 도면을 구해서 틈날때마다
어떤 가구를 어떻게 배치할까를 그리고 또 그린다.

나의 선택들로 채워진 내 공간...

그곳에서 만들어 낼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된다  

 


마지막은 역시나, 나의 일.일.일.

귀찮고 번거롭고 피곤하고 괴롭히지만

그래도 내게 주어지고, 나의 일부인 일. 

 

데일리 시사를 하면서 이런 기쁨을 느끼게 될 줄 몰랐는데,
몇가지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4.3 피해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70년 설움을 해소하며 무죄라고 선고해줄 때,
나의 일로, 방송을 선택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아이들에게 졸업을 축하한다는 인사말을 적을 때 눈물이 났다. 

그렇게나마, 축하의 말을 건넬 수 있어 다행이었다.

 

여의도 공장에서 목동 공장으로 이동해 3개월간 두편의 다멘터리를 완성했다.

목동공장 동료들은 내가 하나를 해달라고 말하면

서너개는 물론이고 열개를 만들어주는 세상 멋진 친구들이다.

열악한 상황에서 멋드러진 결과물이 나왔을때의 쾌감!

좀 더 잘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제한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있다.

시청률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기뻤다.

 

다큐가 끝나면 뭘로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여의도 공장에서 다시 와주겠냐는 연락이 왔다.

돌아온 탕아를 받아주셔서 감사하단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살아고 있다.

3일을 쉰다는건 얼마나 달콤한 휴식인지...

마음 착한 동료들과 능력 있는 후배들 덕에

큰 어려움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삶을 누렸다고 말할 수 있는 서른여덞이었다.

후회보다 안도가 앞서니, 다행이다


 

책을 읽기 위해 준비를 몇 개 했다.

서라운드 리얼 음향으로들리는 동해의 무거운 파도소리,

쉬지 않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짙은 파도가 있는 풍경,

럼은 사지 못했지만 이야기 속 짜릿한 흥분을 더해줄 밀맛 진한 맥주,

고급 선실에 앉아 있는 듯한 효과를 주는 호텔방...

 

지난 몇달 서울살이가 버거워 이정도는 준비해야 할것 같았다.

그래야 다시 모험이 시작됐음을 착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계량된 숫자와 강자들의 정치가 만들어낸 지도를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귀기울이지 않은 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강원도 속초 호텔에서 탐험을 시작했다.

 

적도 기니로, 차고스제도로,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로, 산타크루즈 솔로몬제도로...

유배지의 타는듯한 고독,

산호초의 명멸 속에서 창조된 세상,

개미에게 생살을 뜯어먹히는 붉은게의 비명.

꿈꾸는 이의 낙원이 실패라는 마침표를 찍는 소리.

교수형을 피해 도망친 도망자들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

3톤 폭탄을 실은 헬륨풍선이 한 세상의 명멸을 장식한 순간..

 

짜릿한 모험이었다.

모험으로 더할나위 없던 2박3일이었다.

 

 

 


기록

카테고리 없음 2019. 10. 1. 13:39

2년 넘게 가계부 어플을 쓰고 있다. 
카드값이 나갈 때는 숫자를 들여다 보지만, 

심심할 때 적어둔 명목을 살펴보다보면 꽤 많은 것들이 기억난다. 
이것도 삶을 기억하는 방법이구나, 생각도 든다. 

올해 2월에는 내 명의로 된 문서를 하나 마련하면서 
빚을 갚는 항목이 추가 됐고 
('집'을 거꾸로 읽으면 '빚'이 된다는 문구를 이제야 실감하며 살고 있다)
어제는 난생처음, 
<임금>항목을 만들어서, 돈을 지불헀다. 

네다섯명 되는 후배들 데리고 밥한번 먹거나
각종 명절이나 프로그램 접을 때 책을 선물할 때는 
십만원 훌쩍 넘긴 금액을 적는 일은 많았는데.., 

그거야 고마움의 표시였고, 
그야말로 누군가에게 나의 일이 돋보일 수 있게

일을 부탁하고 검수하고 수고하셨다는 말을 건내면서
계좌번호를 묻는 일은 난생 처음 해보는 일이다.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갈 떄는 별 감각이 없다가 
문서를 넘긴 발송 버튼을 누르고선 나름 감격에 찼다. 

이번 일에 대한 감상을 적어볼까 생각도 들었지만 
종이로 된 일기장에 적기로 했다. 
요즘 SNS에 전시된 삶을 보는 것에 꽤나 피로를 느끼고 있고, 
어차피 나의 삶에 가장 관심이 있는건 '나'이니까.

인생에서 해보지 않았던 참 많은 것에 돈을 써보기 시작한 서름여덟
집에가면 종이 일기장에 또박또박 수고의 말을 건네고 싶다. 
깊고 진한 격려가 되도록... 

 


오늘은

카테고리 없음 2019. 8. 28. 16:38

 

마지막 생방날. 

내놓은 자리를 많이들 노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질문도 많았다. 

안정적인 고료와 마음씨 따뜻한 동료들을 

놔두고 어떻게 다른 선택을 했냐고.., 

 

떨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고, 

불안하지 않는다면 허풍일 것이다.  

그래도 내가 더 자란 것이라 믿어본다. 

 

그 옛날 입봉을 위해 이곳을 나섰을 때, 

그토록 크게만 느껴졌던 이 조직이 작아보이는 것은, 

내가 더 자랐고 키가 컸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본다. 

더 자란 나를 믿을 수 있고, 

덕분에 좀 더 가슴 뛰는 일에 뛰어들 수 있을

자신감이 생긴거라고..,

 

그래서 지금의 불안과 떨림은

알에서 부화한 새가 마주하는 처음만난 세상에 대한 

설렘이라고 치부하고 싶다. 

그렇게 믿고 싶다.  

 

184회의 오늘밤. 

마음 따뜻한, 더할나위 없는 동료들과 일했다.

떠올릴떄마다 웃음나는 기억으로 오래 간직하겠다. 

 

 


결정을 내리고도

스스로를 믿지 못할 때, 

우연히 튼 노래가 말해줬다.

나를 믿으라고. 

 

https://www.youtube.com/watch?v=a-AOd_ZfNaw

그렇게 말해줘서 고미워. 

 


여행 사진 하나 올릴 수 없을정도로 바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세보니 거의 다섯개... 

영어 숙제와 헬스장을 제외해도 대박적이다 ㅠ 

 

이 와중에 미팅도 이어가야하는 상황이라 정말 대박적 모멘트 ㅠ

중요하지 않은 순으로

하나씩(?) 미뤄나가고 있다, 정말이지 대박적이다  


즐거운 기억들은 사라지기 전에,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게. 

올해도 역시나 친구들과 그룹별로 생파를 했더니, 
우리집 냉장고에는 케이크가 종류별로 놓여 있다.
축하도 좋지만, 

역시나 이 나이 먹도록 유치원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동네+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큰 기쁨이다.

 

 


요 근래 내가 집중하고 있는 포인트는 

난생처음 가보는 휴양지 리조트인데.., 

(그렇다 나는 아프리카 대륙과 남미는 종주해봤지만 

동남아의 휴양지는 가본적 없는 일게 촌년이다.)
여꼴통 네명과 함께 할 예정에, 아주 흥미진진! 

단 하나의 쇼핑도 할지 말지 뭘살지를

넷이서 매일 채팅창에 떠들고 있기 떄문에

이미 리조트 방문 한달전부터 합숙은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지난주 토요일에는 생파 끝내고 내 방에 모여

도가게에서 내놓는 상품의 피팅 시간을 가지었다..

나는 어두운 색 막 입는 원피스 한벌을 구매했는데 나름 대만족 ㅋㅋ 

나를 제외하고 다들 세벌씩 구매했는데 

거의 서로 강매하는 수준이어서 대유잼. ㅋㅋ 

 

여튼 나는 쇼핑으로 수영복을 탑을 두벌이나 지르고, 

난생처음 (휴양지에서만 입을수 있는) 로브를 샀으며, 

랩과 도가게에서 원피스 두벌도 구입했다. 

무더운 여름나라 헐벗고 다니는 것이 목표이다. 

 

내 성격에 은지마망이 사는 도시에서 어딜 갈지는

레스토랑부터 관광지까지 벌써 다 정했고, 

대략 쇼핑품목도 검색을 마쳤다. 

이젠 무슨 책을 들고 갈까 고를 차례.

셀프 생일선물로 제공한

<머나먼 섬들의 지도> 책이 예쁜데다가 휴가지에서 읽으면 찰떡일거 같은데

양장에 하드커버라 무게만 차지할 거 같아서 들고갈지 말지 좀 고민이 됨. 

버마시절도 들고 가고 싶은데 이 역시 집에 있는건 하드커버 양장.. ㅠㅠ

우리나라 책은 왜이리 무거울까 ㅠ 고민되는 이 마음. 

 

 

벼랑영어 숙제는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100문장씩 녹음하던게 50문장으로 줄었고, 

적절한 때 영어 공부하면서 숙제를 내니 

시간도 빨리가고 참 좋다. 

역시 여백이 많은 것보다 몰두하면서 얻는 재미가

나에겐 더 매력적. 

 

 

머리 두고 자는 방향을 바꾸었더니, 

꿈이 잦아졌다. 

어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이제는 드물게 연락하는 친구와 흥미진진한 모험을 떠나기도 했다. 

기록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꿈은 그 순간을 즐기는 걸로 놔둬도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어제 집에서 갓딴 상추와 바질 냉장고에 박혀 있던

토마토와 치즈로 샐러드를 최선을 다해 만들고 먹고 치우고 나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들어왔다. 

우리집 건너편 나무가 춤추는 것이 보였다.  

 

삼십년 넘게 이 풍경 속에서 살아왔는데, 

이제 곧 몇년 후면 이 풍경 속에서 사라지게 될지 모른다. 

일단 계획은 그러하다.

 

그때까지 아주 많이,

나의 오래된 친구들처럼 사랑해야겠다 생각했다. 


아 놔

카테고리 없음 2019. 6. 25. 13:12

여꼴통 너무 웃겨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웃김

여행까지 근 한달 넘게 남았는데, 

벌써부터 리조트 조식 먹기 전에 선베드 자리 맡아야한다고 

누구 짐 놓을지부터 정하고, 

베트남 날씨 검색하고, 

리조트서 입을 수영복부터 로브 원피스 

하나하나 허락맡고 있는  

올해로 21년째 베프 여꼴통들 너무 웃겨서 하루에 서너번씩 배잡고 웃고 있다 

 

이래서 니들이 넘 좋아  


 

마치 평평한 자전거 길을 달리는 듯한 시간이었다. 

평탄했고 그래서 평온했고 

집중하지 않더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좋고 행복학니 했는데, 

역시 나는 약간은 바쁜 것이 좋다. 

집중하고 몰입해서 '삶을 산다'는 느낌이 팍! 드는 시간들이 더 재밌다.

 

+여름휴가

여름휴가를 가게 됐는데.., 

일주일(+팀휴일 3일)을 더하여 10일 밖에 되지 않는 날짜로는

멀리 떠날 수가 없었다.

거기다 나는 대출을 끼고 사는 가난한 빚쟁이빚쟁이빚쟁이...

기간이 너무 짧아 다음 목표로 잡았던 몽골을 갈 수 없다면,

좋아하는 친구 얼굴이라도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래서 김마망이 사는 동남아의 한 도시로 떠나게 됐다. 

안그래도 우기인 계절,

김마망의 아파트에는 야외수영장도 있고, 

아무리 덥고 비가 내린다고 해도 풀장이 눈 앞에 있다면신나지 않을까?

책도 읽고 만두가 추천해준 생강마사지도 김마망과 받아보며 우정을 돈독히하는 시간도 가져보지 뭐. 

호캉스를 예약했고 근사한 프렌치 레스토랑에 메일도 넣었다 

쇼핑지와 목록을 정하고 야시장 투어와 

꼭 가야하는 전쟁박물관

더불어 프랑스 식민지 문화가 듬뿍 남은 캬페도 가보기로 했다.

 

여튼 그러고도 휴가가 4일이나 남았다.

그 남는 시간에 만화방이나 다니면서

컨텐츠 보충이나 해야겠다 싶었는데 

오줌싸개님의 은혜로운 문자가...,

 

"나 혼자 나OO 리조트 예약했다 낄려면 끼던지" 

"재워는 줄게. 리조트 함 검색해봐봐"

 

검색하고 ... 네. 놀랐읍니다... 

하... 오줌싸개님 아름다운 리조트네요... ㅠㅠ 

마침 날짜도 내가 은지마망네 도시에서 아웃하는 날짜부터 시작해서 정확하게 3박4일...

이것은 신께서 "너는 저 나라에 더있다와야만 한다 더 있다 와야만 한다" 등 떠미는 수준 

급하게 아웃하는 공항 날짜 변경하고

은지마망네 도시에서 저가항공 예약하고 수하물 추가하고 

그렇게 예약을 마쳤다. 

 

그리고 오늘 ㅋㅋㅋㅋ

뚱토의 출현!!! 

"나도 나OO갈래. 니네들이랑 놀래! 뎡아 너도 가쟈"

 

고 하여 참가 인원이 늘었다.

여꼴통과 함께하는 3박4일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낮에는 수영을 할것이며 

약간 헐벗고 여꼴통 다함께 맛사지를 받을 것이며

조식부페에서 뽕을 뽑는다는 것이 어떤것인지를 보여줄것이며

리조트 입성과 동시에 맥주를 한궤짝 주문하여

3박4일 술판을 벌여볼것이다. 후후후

 

평탄해서 무료한 나날이었는데

해당 나라 책 사서 읽고, 음식점 갈 곳 알아보고 여행노트 사고 

휴가에서 입을 옷 쇼핑하고

예산잡고 스케쥴 짜고 놀 계획 잡으면서 

오랜만에 의지가 콸콸콸 용솟음친다.  

 

 

+다이어트 

몰타와 아프리카를 돌아다니던 그 시절보다, 

노트북을 마주보고 사는 삶이라, 살과 지방이 더 붙을 수 밖에 없는데, 

예전에 입었던  휴가복+더운지방에서 입어야할 옷들을 다시 챙겨보니, 

입으면 굉장히 추해진다는 현실과 직면 했다.

흑흑

휴가까지 근 4-5주... 한달..

한국의 옷은 박하기 이를데 없어서, 외국보다 훨씬 작게 나온다.

여튼 그 더운 나라에서 꽁꽁 싸메고 다닐수는 없고, 

벗고는 다녀야겠지만 

외국의 방대하고 너그러운 시선에서 벗어난지 근 3년

어느새 한국인렌즈 장착하고 보니 이거 가능한 수준인가 자꾸 의문이 든다 흑흑 

그래서 한달 남짓 남았으나, 남은 기간만큼은 열심히 달려보기로 했다. 

거의 포기상태였던 유산소를 좀 추가하고 

큰근육 위주로 고고 고고고!!

무리는 하지 않고 뺄 수 있을만큼 뺴보련다. 

 

+공부

요즘 하고 있던 고민 중에 하나가, 

쉬는 시간이 무료하다고 느끼고 있는데..,  

봄철에 도서관 다니면서 이거저거 공부하던것도 다 때려쳤다. 

쳇. 현재 나는 좀 빈정이 상한 상태.  

여튼, 어디서 입금이 되는 것도 아닌데, 그 공부를 다시 하고 싶지는 않고..,

얼마전에 외국인 친구들을 만났는데

예전에 비해 대화가 많이 딸린다는 판단이 들어서 

영어 공부를 다시 좀 해야겠단 생각(까지는 들었지만)까지만 했다.

좀처럼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친구가 준 정보 

 

"야, 벼랑에 8주간 영어녹취를 봐주는 프로그램이 생겼어."

 

이거다! 누가 시키면 그래도 해내기는 하는 나에겐 딱인 프로그램이다! 

내 녹음을 봐주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한국사람은누군가 마감 기한을 정해줘서

기한 안에 숙제를 제출해야하는 힘이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다. ㅠㅠ 

여튼 그래서 오늘 바로 등록했다. 후후후 

8주간 영어 공부할 스케쥴도 짜봤다. 우후후후후

이거이거 간만에 바빠져서 신나는구먼. 후후후후

 

 

+그리고 이제 곧 생일.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낼 일이 가득가득 차 있다

 

 


싶은 것들이 있다.

바뀔까봐 혹시나 누가 훔쳐갈까봐 아껴두고 숨겨두고 모셔두고 싶어서

잘 모셔두는 것들인데 ...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올해 내가 갖게 된 행운에 대해 적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지난주 금요일 공장 체육대회가 있었는데, 

생방을 하는 팀이라 우리팀만 따로 꾸려서 체육대회 날짜를 잡았다. 

본래 체육대회라 함은 너무나 가기 싫어서 꾸물대며 억지로 끌려가는 게

체육대회의 국어사전적 정의 아니었나.

이사를 가야하는 감독님 한명을 제외하고 전원참석

심지어 그 바쁜 엠씨의 기획사에서도 

엠씨 포함 담당 팀이 전원참석하는 기염을 토했다.  

 

체육대회 답지 않게 다들 가열차게 놀았고 웃었고

몸싸움이 있어서 구르기까지 ....  

애장품 대회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지...

여전히 나는 그런데 운이 없어서 상품권 하나 선물 하나 뽑지 못했지만 ㅎㅎ 

다음날 목이 아프고 손바닥이 쓰렸는데 

(박수를 너무 많이 치고 웃었기 때문인 것으로 ) 

 

체육대회 2차로 회사로 복귀해

회사 근처에서 야외바람 쐬면서 맥주를 마셨는데 

팀원들 하나하나 참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다 보면 늘 나를 돌아볼 수 밖에 없는 거다. 

나는 함께 일하기 좋은 동료인가?

다행히 올해 우리 팀에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젊은 나이에 인성이 완성되어, 

저 인성을 조금이라도 따라잡지 않으면

큰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이겠단 상황 판단이 든다..;;; 

 

 

 

한창 때의 나는 참으로 매몰차서,

나 만한 열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참 박하고 매정했다. 

 

나만큼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과 작년 한해 일했다면 

올해는 열정도 있지만 사람으로서도 존경할만한 사람들과 일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불평으로는 세상 따라올자 없는 나같은 아이가 아닥할 정도면,

정말 큰 행운이다. 

행운에서 멈추지 말고 조금 더 다독이고, 

나 역시 누군가의 좋은 동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여튼 그 하나를 배워가야겠다 생각해 본다. 

 

 

 

 

 

 

 

 

 

 

 

 

 

 

 


를 모르겠다. 

 

좋은 후배들이랑 동료들이 있는 프로그램에 (운좋게) 들어와서 

이틀 빡세게 준비하고 이틀 뜨겁게 프로그램 만들면서 

무난한 일주일을 반복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계속 불안하다. 

 

뭔가 더 공부를 해야하나, 

이 업이 아닌 다른 밥벌이를 조금씩 준비해야할까?

아니면 이 일에서 좀 더 만들고 싶은 것을 구체화 시켜야하나. 

 

하고 싶은 꿈은 너무 멀리 있어서 손 안에 들어오지 않을것만 같고 

어수선한 마음... 

그런데 왜 어수선한지까지 알 수 없는 마음... 


덕질의 한 여정을 접으며..., 

 

1차) 

방송 끝나고 열두시부터 세벽 세시까지 보고 나왔다.

이건 호빗 3편 매드맥스4에  이어서,  '극장5차각 영화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는데 잠을 청했는데,

아침 여덟시에 눈이 떠졌다.

몰아치는 감정이 뭔가 덜 해소 됐다는 느낌이 빡!하고 들었음.

 

긴 시간 사랑해온 만큼, 보내줄 때도 정성들여 보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2차)

가만히 있다가도 너무 보고 싶길래, 

토요일 표를 예매취소하고 금요일로 당겼다. 

 2차를 찍으면서 되새겼다. 

아. 이건 5차각이 아니구나,

10년 내 덕질 한 페이즈의 완결인만큼

7차각을 찍어줘야겠구나.

그래서 마음껏 오열했다. 

또 볼거니까, 눈물에 화면이 흐려지는거 신경 안쓰고 마음껏 슬퍼하고 감격했다.

.

 

3차)

일요일 퇴근길에 3차를 찍으면서 

지난번에 찾지 못한 포인트들을 더 발견했다. 

매력이 넘쳐서 푹 빠져들 수 있었고 그래서 마음껏 감동할 수 있었지 

장엄한 서사였다. 

 

 

 

 

더불어 왕겜 시즌8도 버닝 중인데, 

아 아리아... ㅠㅠ 너무나 멋진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는 여성으로 자라주었어. 

아리아가 여전해서 너무나 조타..

아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룸곡 대잔치 

 

그리하여 수년간 무르 익었던 나의 두 덕질 장르는 

끝을 맺어간다. 

 

 

여튼 보내야, 새로운 애정을 줄 대상을 또 찾을 수 있을것이다. 


네덜란드 아저씨들로부터 봄편지가 왔다.  
네가 묵고간 집 앞마당에 튤립이 다시 가득 피었다는 봄 편지가.  

안그래도 간송미술관 전시관에서 <마상앵두> 엽서를 사서,  
카드를 써야겠다 마음 먹은 참이었는데,  
너희도 날 생각했니? 

그렇다면 찌찌뽕(?!!) 

월요일에 급하게 영문편지를 써서 공장에 있는 우체국에서 부쳤다.  
아저씨들 생각하니까 욜이랑 파스도 보고 싶어져서
상자 가득 한국의 차와 과자를 넣은 택배도 보냈다.  
데미가 식빵 굽는 거랑 비슷한 그림의 엽서도 넣었다. 


어제 퇴근길에는 집까지 걸어갔는데   
작년 네덜란드 방문때 줄창 들었던 노래들을 꺼내들으니  
서울 풍경도, 트위스크 시골길을 달리던 풍경이랑 겹쳐 보이는 특수 효과가....  

올 여름, 나는 어디도 갈 수 없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ㅁ; 

 


며칠전엔 사촌동생으로부터 화장품을 선물받았다.  
아 요자식 기저귀 갈때가 난 아직 생생한데,  
홍콩 카지노에서 번 공돈을 누나에게 쓰다니 ㅠㅠㅠㅠㅠ  
듣고보니 딴 돈도 얼마 없던데..;;; ㅋㅋㅋㅋㅋ  
더 이뻐지라는 사촌동생의 말씀 명심하고 

유통기한 넘기지 않도록 재빠르게 쓰겠다고 다짐+답례인사 날렸다.  

 



아! 나약한 인간의 마음이여...  
지지난달에 계약하려고 마음 먹고는 

단돈 오천원도 아껴쓰기로 마음먹었는데,  
왠걸.. 
역시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한번 경험하는 계기가 돠었다...   
맛있는 커피+밥+빵 찾아다니고, 

후배들, 친구들, 피붙이들 밥좀 사먹이느라 큰돈이 자주나갔다. 
돈쓰는 기쁨은 가까이에 있고, 빚청산은 넘나 멀고 요원한 길이니..., 


그래도 일단 레귤러로 일하는 덕분에 

자금 운용이 고정적이라는 건 큰 장점이다.  
(이 예상가능한 자금운용이 2-3년은 지속되어야할텐데 ;ㅁ;) 
운 좋게 저번 프로그램에서 이번 프로그램으로 큰 공백 없이 넘어온 덕에, 

쓴돈을 까먹는 일이 발생하진 않았다.  중간에 들어온 알바도 열심히 해치웠다. 

앞으로 몇년간 가야할 길이 멀지만 일단 묵묵히 해나가고 있다. 
생활비를 한달에 120 미만으로 줄이겠다는 결심은 

(지키지 못할지언정) 여전히 유효하다.  

다른 동네 투어 때 들리던 곳들이

동네에 생겨버리는 바람에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폴앤폴리나가 들어온 것도 신났는데,

콘하스도 동네에 들어와버림. 오오 

 

한번 방문했는데 노트북 펴놓고 초집중해서 일할만한 공간이 보여서 좋았다.  

창문으로 보이는 정원도 너무 마음에 들고 친구 뎡이네랑도 가깝고, 

2년 쯤 뒤에 이사가기로 마음먹은 집이랑도 가까움. 

나의 비혼을 즐기라며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기로 함.

 

요즘 선물받은 버터에 연희동 맛(빵)집들의 빵을 발라먹으면서 

빨리 독립하고 싶단 의지를 다진다

 

여튼, 잠시 동네 빵집에 대한 소회를 하자면 

 

+버터가 없는데 버터를 듬뿍 토스트가 먹고 싶다 ->

연희동 <곳간>으로 간다. 

특히나 돈까스 빵가루 같은 빵이 땡긴다(?)

그럼 반드시 이곳으로 간다 ...

다만 이곳은 사장님이 땡기는대로 문을 닫는 다는 점, 

그리고 식빵 위주로만 팔기 때문에 식빵이 한번 떨어지면 

헛걸음을 하고 돌아와야만 한다는 위험성이 존재함 ;ㅁ; 

 

 

+곡물이 씹히는 빵이 먹고 싶다

<피터팬>제과점으로 고고 멀티그레인 식빵을 산다.

비록 얼마전 (아마도 리모델링 떄문으로 추정 ;ㅁ;)

700원이 올라서 나를 슬프게 만들었지만, 

조금 쌉싸름한 맛에 곡물빵은 햄샌드위치에도 어울리고, 

버터에도 어울리고, 겨자소스에 발라도, 그냥 먹어도 맛있음. 

 

 

+폴앤폴리나 는 자주 이용하지만, 

워낙 설명이 장황하고 후기가 많은 집이니, 

짧게 썰을 풀자면, 

 

이렇게 얇게 펴지고 떼지는 페이스츄리가 있는

빵오쇼콜라 하는 집은 이집!! 바로 이집!! 이므로

아침 빵+커피로 이곳으로 방문할 땐 늘 버터프레첼과 빵오쇼콜라를 먹는다.

얼마 전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오픈. 

깜빠뉴빵으로 만든 꿀바른 버터토스트도 맛있는데,

(몇번 먹어 본 뒤 가격을 생각해 앞으론 깜빠뉴 빵을 통으로 사서 집에서 만들어먹기로 마음먹었다

꿀은, 집에도 있으니까여...)  

 

이곳에서 빵오쇼콜라를 먹을 때면, 어찌나 행복해지는지 

이른 아침 날 위해 동네 수퍼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뺑오쳐컬라를 사다준 헤르트가 생각난다. 

앞으로 남자를 만난다면 헤르트처럼 

아침에 뺑오쳐컬라를 사러 슈퍼까지 자전거 타고 다녀오는 사람이랑 하는 걸로.. .

후후후훗 

 

 

+쿠헨브로트 <엘리게이터 파이>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누군가를 위로해야할 상황일 때 사서 선물한다. 

우울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맛이니까, 

행복할 때 먹으면 잘 절여진 페이스츄리가 더 큰 행복을 만들어주니까.. 

선물해보고 실패한 적이 없었던 엘리게이터 파이. 

1장 2장 3장 4장 가격대별로 포장해서 선물하기 좋으며, 

이 맛이 또 커피를 제대로 부르는 맛임요. 

얇게 잘 발라진 설탕물과 쌉쌀한 페이스츄리의 앙상블 

ㅠㅠㅠㅠㅠㅠㅠ 

 

 

+독일빵집 

그 옛날 소보루와 제대로 된 단팥빵을 먹고 싶을 땐, 

아빠의 식사 대용 빵을 사야할 땐  

사러가쇼핑센터 옆에 위치한 이곳에 들른다. 

옛날식 생크림케이크가 생각나서 동네파와 생파를할 때는 

이곳에 방문. 초코렛이 얇게 썰린 옛날식 생크림케이크를 제일 큰것으로 공수한다. 

동네파는 아무리 큰 생크림 케잌크라도

완판(?)이 가능한 세상 훌륭한 친구들임

 

 

 

+동네에 <재인>이란 곳도 생겼다.

좀 고급진 구움과자가 땡기는 날에는 재인으로 고고.

12시부터 5시라는 각박한 운영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나무>는 인생 디저트... 

심지어 견과류와 초코가 어우러지는 맛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인생 디저트.. 

특히 이곳에서 쑥마들렌을 먹고 난 뒤에 다른 마들렌을 먹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눈도장 찍은 덕분에 며칠전에는

꿀병이 꽂힌 치즈휘낭시에와 먹물휘낭시에도 선물로 주심 bbbb 

후후훗훗훗

 

 

 
아직은 출근 안하고 쉬는

목금토(반나절)일 만날 친구들이  동네에 한아름이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재미난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쉴 땐 좀 더 신나게 놀 수 있도록 

 

더 건강할 수 있도록 운동하고

재밌는 건 더 많이 파고

더 더 더 더 해야겠다. 더더... 

 

지금도 신나고 재밌지만 아직 부족해.  


 

트위터에 우유니 사진이 떠돈다. 

 

풍경이 떠올랐다

3박4일 칠레 아따까마 사막의 무지개부터,

마지막 호텔에서 안녕을 말하던 순간까지. 

 

숨쉬기가 어려운 고산지대를 지나 모래를 씹고 딱딱한 시트차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물티슈로 얼굴을 닦고 5리터짜리 물로 양치하던 기억.., 

투어 마지막, 나에게 주어졌던 풍경은 어떠했던가

고됐고, 그래서 더욱 값진 추억. 

 

갑자기 몰려든 구름이 소금비를 내려 대피하던 처마 밑에서 

아르헨티나 친구가 작은 기타로 연주를 시작했다  

구름이 걷히기 시작한 풍경은 또 어떘나. 

바다같기도 하고 하늘같기은 경계 없던 그 풍경 속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또 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가도, 

그래도 '나의 우유니'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는. 

그래서 기분좋은 날이다. 

 

 

 

 





안정적으로 안착해 일하고 있는 도중인데, 
괜찮은 제의가 하나들어 왔었다. 
지금 일하는 공장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이라는 거였는데, 
큰 차이가 있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이미 안정적인 상황이라 큰 고민 없이 거절했다. 

그런데 앞으로   
'정말 하고 싶은 일이지만 불안정한 일자리'와 
'정말 안정적인 일자리'가 선택을 기다릴 땐 난 어떻게 해야할까? 

앞으로 누릴 생이 참 많은것 같다가도, 절반 왔다는 생각이 들고 
짊어져야할 짐이란 의무도 떠올리게 되니까. 
애정을 주고 애착을 쌓아온 사람들과 공간을 생각해야하니까.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을 때에는, 
주어진 모든 것을 훨훨 털고 과감하고 맹렬하게 도전해야한다. 
만일 그 선택을 했을 때는 빈손이니까 다시 낮아지고 부딪히고 깨어져야 하겠지. 

 

이를테면 이런것들이 있다. 

얼마전엔 친구랑 겁나 근사한 저녁을 먹으면서 참 행복했다. 

와인까지 한병 따면서 너무 행복했는데, 그러면서 겁이 났다.

한끼 근사한 저녁에 이만큼의 돈을 쓸 수 있는 '지금'이  지키지 못할까봐. 

그러면서도 또 그게 겁이 났다, 지금을 지키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까봐. 

 

나의 업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잘 추리고 잘 포장하는 일이니까.  
아직은 재밌다.

아는 것은 즐겁다, 알고나면 흥미진진 재미난 것들 투성이지.  
하지만 존재하는 것을 알아내고,

무언가 만들어내는 시간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겠지. 

  

 


그래서 자꾸 망설이게 되는 거다.  
손에 쥔 것이 많을 수록,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게 겁이나서. 


 


 

 

 

+

최근에 생긴 인생의 큰 지름(?)을 친구들에게 말했다.

과연 이것이 기뻐해야 할 일일까 고민됐는데,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친구들 얼굴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기뻐해야할 일이구나. 신나해도 되겠구나. 

친구들이 진심으로 기뻐해줘서, 더 행복했다. 

친구들의 이런 훈내나는 첩첩쌓인 '우정'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게다가 나는 이런 친구들이 한 명 두 명도 아닌,

슈동 인원 꽉 채워 있지 않은가...

 

 

 

++

아빠와 대화할 일이 많았다.

이래저래 각종 사무서를 같이 다니지 않으면 안될 일이 많다보니,

말을 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세 아이를 두었던 삼십대 청년 신**과

비혼의 삶을 살고 있는 내 인생의 시기가 비슷한 일이 많아 놀라고 있다.

 

기억 속에 치열하게 일하거나, 인생에 과감한 결정을 했을 때의 아빠의 모습은 없다.

결과물만 안고 안주하는 아빠의 모습이 이십년 넘게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에,

하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새삼 깨닫는다.

나를 성인으로 키워낸 부모의 생 하나하나가 기적이 아닌 것이 없다는 말...

 

사춘기와 이십대의 내 삶은 부모의 갈등으로 심적으로 불안했을 지언정

학자금 대출 한번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 한번 않아도 되었다. 

성적 장학금을 받는다면 용돈을 주겠다는 엄빠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총학생회며 과학생회며 동아리며 하고 싶은 일들 다 해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서 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서  

여섯학기 성적장학금에 7학기 졸업이 가능했다.

7학기 졸업이라는 시간을 번 덕분에

50여일 안되는 유럽 배낭여행을 할 수 있었고,

그건 내 삶을 충만한 경험으로 채우겠다는 '방향'을 결정하는 일로 이어졌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물질적인 '안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시도들이었다.

 

그래서 때때로 세 아이를 두고 부모를 모시고 장사를 시작한

나와 동년배 가장 신**이 생각난다.  

그 청년에게 감사함을 표해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안정'으로부터 비롯된 인생의 '경험'은 큰 축복이자 자산이 되었으므로,

 

 

 

+++

며칠전에는 단원고에서 졸업식이 있었다.

엔딩 원고에 마음을 담아서 축하의 메세지를 적었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얘들아.

 

미안함을 이야기한 적은 참 많았다.

그럼에도 미안함을 지울 수는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언론계에 일부 종사하는 사람으로써,

그건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겠지.

그건 아이들에게 미래를 앗아간 장본인으로써 평생 지고가야할 멍에라고 생각한다.  

 

미안하단 말은 평생 할 수 있다.

하지만 '졸업을 축하한다'는 인사는 지금밖에 할 수 없다.

단 한번의 기회에,

축하 인사를 건넬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4.3 항소기각 때 무죄선언을 한 것처럼,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고우영 선생님 책을 다시 꺼냈다.

십팔사략은 어느페이지 어디를 봐도 좋다.

연출이 화룡점정이다.

배우고싶다.

아니, 응용만이라도 가능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

영어 공부를 다시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휘력을 높이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주말에 도서관에 가야겠다.

좀 텅텅빈 것같은 머리책 잡다한 책으로 잡설을 잔뜩 이고 돌아와야겠다.

 

 

 

 


ㄱㅁㅇ 놈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화통화로 1차 묻고

가서 직접 확인해가면서 서류작성했는데

 

몇번이고 몇번이고 말을 했는데

이상한 서류 쓰게해서 관공서 세개를 더 가게 만든

ㄱㅁㅇ 놈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절규하며 분노해본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며칠 전 오른쪽 이마 끝에서 두 가닥 흰머리를 발견했다.
새치인지 흰머리인지 의심할 여지가 다소 있긴 하지만,  
우리 아빠와 똑같은 위치에 난 것을 보아, 
흰머리일 확률이 높겠구나.

납득했다. 

 

주어진 일도 열심히 하고, (좀 덜 재밌지만...ㅠㅠㅠ)
덕질도 정열적으로 하고, (이 하나만큼은 확실히 선언할 수 있다.

특히나 '얼마' 썼는지로 증명할 수 있다) 
주말엔 왠만하면 쉬면서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직 친구들이 이리도 많이 남은것은 삶을 풍성하게 하는 큰 축복이지)
가족들에겐 다정하게 대하려고 조금씩 있도록 노력하며 

나름 잘 늙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가닥의 흰머리가 별로 두렵지 않았다.

새치 많이나면 환경보호 차원 및 순응적인 자세로 염색 안하고 

흰머리로 살아볼까도 생각중

 


스카이캐슬로 불이 붙어서,

넷플을 다시 열심히 이용 중이다.
범죄 다큐가 너무 재밌음. 

하! (절대 만들고 싶지는 않지만) 진짜 꿀잼 ㅠㅠㅠ 

얼마전 <누가 피자맨을 죽였나> 시리즈를 정주행한 다음
테드번디 시리즈까지 손댔고,

그날 유투브 영상으로 각종 미국 살인마들을 좀 파보았다.

 

그리고 손 댄 것이 <아메리칸 반달리즘>

왜이렇게 모큐멘터리가 좋을까?
아직도 인생 미드는 <오피스>.  
일하는 분야가 그쪽이어서 그런지

이런쪽으로 신랄한 풍자가 훅 치고 들어오면
정신을 못차리겠음. 너무 좋아서... ㅎㅎ 빵터져서.

흔들리는 카메라의 시선, 덜 편집된 듯한 날그림.

맨질맨질하지 않은 거친 편집을
연출해서 집어 넣으면 사실성이 너무 극화되니까
그야말로 존잼 꼴잼...
아메리칸 반달리즘이 <살인자만들기>의 패러디인 걸 알게 됐으니,
아직 볼 시리즈가 남은 셈이다.
두근두근

 

 

 

 

 

 

 


그리고 나는
아... 아아.... 아아아아....

 

 

 

인생에서 가장 큰 지름이 끝났다.
잠시 우는 시간을 좀 갖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힘들었다. 무지하게 힘들었다. 미치도록 힘들었다.....  

살떨리며 괴로워했다
그럼에도 끝났다는데 의미를 부여해 본다.


12월 말 합의를 보고 결정을 내리고 실천하고 하나씩 해나가면서

지금까지 시간은 현미빵 보리밥 마냥 얼마나 팍팍했던가.
심지어 그렇게 좋아하던 덕질을 하는데도 신이 나지 않아서

스스로 충격 받은 날도 있을정도..;;;

 

여튼 나름, 인생에서 큰 방점을 찍었다.

혹시 잠이 잘 와서, 늘 졸려서 고민이거든,
혹은 내 자신이 너무 잘난 거 같아서 

좀 낮은 평가를 받아 스스로에 대한 균형을 찾아야 하겠거든, 
"대.출.심.사"를 받을 것을 권하겠다.

사람이 스스로를 한 없이
작아지고 쪼그라들고 보잘것 없게 여길 수 있는 경험이 가능해진다.
 
몸은 피곤한데 쾡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나날..

얼마나 많았던가...


아... 지금도 눈물이 차오른다..
잠깐 울고 돌아와야겠다.

흐극 흐극 흐흐흐흐흐흐그그극 ㅠㅠㅠㅠㅠㅠ


여튼 프리랜서 삶에서 쉽지 않은 길을 선택했고

걸었고, 중간에 대패닉이었는데,

지인가족들이 흔쾌히 도와줘서 일단 막아냈다. 

 

그럼에도 빼놓지 않고 나새끼 칭찬해보자면
지구반대편 남미를 돌면서도
통장에 꼬박꼬박 80씩 적금부은거,
중간 중간 프로그램 적응 못했을 때도 
얼마 안되는 적금이지만 계속 부었던거 ...

그 시절. 나는 얼마나 가난했던가??

흐그그그극 ㅠㅠㅠㅠㅠ

이제 남은 것은 잔치잔치빚잔치

오늘 하루는 스스로를 칭찬하며 꿀잠 자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