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 선화 고모님과 헤어진 뒤 엘찰뗀 버스 터미널에 혼자 앉아 있다. 생각해 보면 유럽여행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을 때였다. 왠지 모르게 우울해지고 외로워도 지고. 문득 생각났던게 유럽여행에서 잔세스칸스를 다녀왔던 날이었나? 영국 IN할때 만났던 민혜랑 언니들을 다시 만났다. 그렇게 하루를 시끌벅적하게 같이 돌아다니고 헤어지는데, 어찌나 우울하던지. 근데 뭐 덴마크로 올라가는 길에 정연언니를 만났던걸 생각해 본다면. 헤어지는거야 아쉽지만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믿어봐야겠다.

엘찰뗀 트래킹은.... 암.... 나쁘진 않았다. 선화도 있고 고모님도 있고 코지도 있었으니까 더욱 그랬지. 산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하나하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로 챙겨주고 웃어주고. 오늘 올라만 한 삼백번 외친거 같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목엔 탐스러운 버찌가 한가득 있었다. 근데 고모님이 자꾸 무리해서 따시는거다. 난 왠지 모르게 미국해안서 전복캐다가 몇천만원 벌금문 사건이 자꾸 생각나서 불안했다. 고모님을 말리면서 내려오는데.... 숲길에 배낭 두개가 버려져 있었다. 이게 뭐지? 하고 좀 더 내려가보니까 키큰 외국인 둘이서 버찌를 정말 한가방 가득;;; 버려진 배낭이 시사하는 바가 참 커서 한참을 웃었음. 
 

우수아이아까지 내려간 것도 아닌데 이놈의 남반구는 해가지지 않는다. 지금부터 바릴로체까지 버스를 타고 간다. 28시간! 그것도 엘찰뗀을 들렸기 때문에 단축시긴 시간이다. 내리면 새벽 1시인데 강도만나지 않게 해주소서.
여튼 아직까지 여행은 다 좋다. 체력이 저질된것만 빼면 진짜 좋다. 40리터 60리터짜리 배낭메고 친구들과 함께 캠핑장 가는 서양애들을 보니까 마냥 부럽다. 나도 동네파랑 여꼴통이랑 이런데 오고 싶다고요. 이렇게 끝내주는 산과 풍경들을 혼자만 보고 있다니. 한국에서 끙끙댔던 월급 10만원 20만원 야근을 하네 안하네 죄다 부질없고 자잘한 소꿉놀이같이 느껴진다. 왠지 용기가 솟는다. 남은 기간 여행도 최선을 다해서!!! 지평선 28시간 보는것쯤이야 우습잖아?






남반구에서 들통나는 나의 빠순스런 과거 - 오늘의 곰인형 코지
코지랑은 모레노 빙하투어도 같이 한데다가, 엘찰뗀까지 함께했다. 짧은 영어로 대화가 가능했는데 '알고 보니'란 단어를 쓸만한게 한두개가 아니었다. 일단 1982년생으로 나이가 같았다. 게다가 .... 루나씨 팬. 이란 말에 빵! 나 루나씨 은퇴비디오테이프도 가지고 있다고 종막 기억나냐고. (종막은 한자로 썼다) 코지는 아예 종막 콘서트를 갔다고 한다. 아 놔. 여기서 나의 빠순이 같은 과거를 들킬 줄이야. 내가 "고토바니 데키나이" 노래 너무 좋다고. 오다카즈마사 왜이렇게 노래 잘하냐고. 코지는 일본인 답게 K의 1리터의 눈물 좋다고. 보신탕 이야기랑 남미 남자 좋냐? 브라질리언 아르헨티나 여자들은 왜이렇게 이쁠까 등등 여러가지 이야길 나누었다. 6개월 후에 결혼한다는데 선화랑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근데 왜 여자친구는 떼고 혼자 여행왔니? 가기 전에 곰인형 챙겨줬는데 쳥겨주길 잘한것 같다. 이틀이나 함께한건 정말 긴시간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