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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21 이대부고 카우치 사건


내가 나온 모 고등학교는 미션스쿨이었다.
거의 매주 채플이 있었는데 이대강당에서 드리는 전체 예배도 있었고, 방송 예배도 있었고, 반별예배도 있었다. 공부를 안한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설교가 들어가는 그 순간. 예배시간은 수업이랑 다를 바 없어지기 마련이다. 대게 그 시간은 졸거나 딴 생각하면서 보내는 시간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러던 우리를 흥분시키는 사건이 있었으니...  


그가 처음으로 춤을 선 보인 것은 바로 채플시간이었다.
반별로 진행되던 예배시간. 그 시간에 우리는 조별로 찬송에 맞춰 율동을 준비해야했다.
당시 젠틀한 이미지로 아버지감 1등이었던 종교부장 최*진이 치는 기타 반주에 맞춰 불러야했던 찬송가 '손을 높이 들고'.
그러던 그 순간 벌어진 것이다.

뭔가 지렁이가 흔들어대는 듯한 느낌으로 박자 무시하고 꼬부랑 거리던 그의 허리춤! 춤까지는 좋았으나 벗은 것도 아닌데 대체 거기는 왜 손으로 가리며 춤을 추는 건지. 그는 허리를 아주 신명나게 흔들어댔는데...
여학생들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결코 환호가 아니었다. 그는 '비'가 아니었을 뿐더러 우리 역시 그의 팬이 아니었다. 보는 입장에서는 그 불쾌감으로 이그러지는 입모양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당시 열렬한 기독교인이었던 나는 종교라는 것은 나름 '벌'이라는 것을 내포하는 절대적인 영역인데 성스러운 노래를 저렇게 더럽히다니!! 광분하면서도 차마 역정은 내지 못하고 소리만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야 이 새끼야 그만해!!!



2학년 가을 소풍은 북한산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들이 단체로 아무거나 생각나는데로 적어놓고 제비뽑기 한 것 같이 참으로 센스 없는 소풍장소다.
우리가 암반을 타겠는가 산정상에서 깃발을 꽂겠는가? 할일도 없고 무료한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먹는 일 뿐! 김밥을 절반 정도 먹었던가? 두껍게 썰기로 유명한 우리 엄마의 김밥을 입안에 넣는 그 순간. 산 위쪽에서 전교생들의 비명이 들렸다!

그의 이번 스테이지는 북한산 바위 위! 차라리 신화 춤을 추는 전*기는 깔끔했다!  
떨어질지도 모르는 그 높은 곳에서 그 기름진 춤을 춰대다니!!!
음악도 비쥐엠도 없었지만, 전교생들이 우러러(?)보는 그 장소에서 그는 더욱더 흥을 느낀듯 했다.

야 이 새끼야 그만해!!! 김밥맛 떨어지잖아?!?!?!?

뒤늦게 학생주임이 돌을 던져 그의 춤을 멈추게 했지만;;;;
영원히 회자되는 혼돈의 소풍이었다.
춤을 추는 것은 그네였는데, 왜 내가 부끄럽고 창피한지 알 수는 없지만 여튼 그랬다.



2학년 학기의 끝자락.
영어 과목을 맡았던 담임은 기를 써서 토요일 하루를 우리반을 위한 시간으로 남겨두었다.
그리고 그날 1년간 모아 놓은 지각비로 떡을 하고 오락시간을 가졌다. 
당시 오락시간의 사회자였던 나는 그토록 반대했으나 몇몇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그의 등장.

팬들의 요청이라고 생각했는지 더욱더 화려하고 현란한 동작과 업그레이드 된 춤으로 응수했던 그!

그의 춤을 보다간 백설기에 박혀 있던 콩이 다시 튀어나올 것 같아서 나는 교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그런데 그는 교탁 밑으로 숨은 내쪽으로 계속 춤을 전진(?)시켰다고 한다. 에라이 이씨밤바?멍ㅎ먀ㅐ어ㅔ랴ㅐ버ㅔㅐ험ㅇㅁ레!!!

세번째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그 스물거림에 여학생들은 경악을 했으며
남자애들은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얼굴을 가리다 못해 고개를 숙였고
당시 담임선생님이던 영진은 얼굴이 씨뻘개 진채로
'들어가~!!! 들어가!!'를 외치며 그의 등짝을 때렸으나
맞아가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끝을 향해 달려가던 그의 춤.

그 춤의 느낌이 어땠냐면....
꼭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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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이 느낌... 따악~ 요 정도의 스물거림과 느끼함....
식용유를 한대접 삼킨거 같이 토하고 싶지만 토한다 해도 깨끗하지 못할 것 만 같은
끈적한 이 느낌..


이 방송(?)과 몹시 닮아 있던 이형*군의 춤의 이름은 '공포의 거시기 춤'
역류하는 백설기를 억누르며 댄스에 이름까지 붙인 불어반 이한나의 작명센스에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