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사람다리 달고 다닌 고통을 느낀지 이틀째
어제 또 일기를 못쓰고 잤다. 한인 민박에 오면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보내는 시간이 태반.... 수다 떨면서 밤은 밤대로 지새우는데, 시차 때문에 새벽에 눈뜨기 일쑤. 게다가 다리는 어제보다 더 쑤시고 아파오고 있다. 인어공주의 고통이 이 정도였을까? 아프다고 말도 못했을 텐데, 새삼 그녀가 더욱 불쌍하다.
 오늘도 역시 나는 아메리칸 델리에서 카페인을 들이부은 맛있는 꺄페꼰라체를 들이키고 있다. 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여유 있게 맞이하는 아침 식사는 이것이 마지막. 미친 설탕을 뿌린 빵들도 마지막 흑흑. 그러나 나는 오늘 꼭 고기 요리를 먹을테야.
지금 온몸에 꼭 끼는 옷을 입은 여자를 봤다. 어제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제법 웃음이 난다. 남미 여자들이 옷 입는 법에 대해서 들었다.

1. 마음에 쏙 드는 옷을 발견한다. 옷을 산다. 사이즈를 불문하고 산다. 맞지 않아도 산다.
2. 옷을 입는다.
   (여기서부터 한국여자와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한국여자였다면 그 옷을 입기 위해 다이어트를 한다든지 갖은 노력을 해서 옷에 자기 몸을 맞추겠지.)
3. 옷을 내 몸에 맞춘다. 
 
그야말로 인본주의적인 사고방식! 아아 나는 남미 땅에서 발상의 전환을 배운다. 사람나고 옷 났지 옷나고 사람난게 아니다.



레꼴레따 구경과 땅고쇼를 보고 난 뒤
레꼴레따 잔디밭에 앉아서 사람들이 연주하고 춤추는걸 여유롭게 감상했다. 내가 진짜 이러려고 여기 왔구나. 내가 정녕 남미에 왔구나 가슴 설레더라. 비록 땅고는 아니고 보사노바 풍의 연주였지만, 뭐 여기가 남미라는 인증 아니겠나 싶다.

게다가 인*언니 덕에 본 땅고는 어땠나? 인*언니가 땅고 추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아다 준 덕에 식사도 하지 않고 단돈 50페소에 2007년, 2008년, 2009년, 2010년 땅고 참피온들의 쇼를 볼 수 있었다. 땅고에 대해선 모르지만, 그래도 오기 전에 유투브에서 땅고 영상도 무지 찾아보고, 음악도 들어보고 했는데... 아이고 아이고. 나 세상에서 그렇게 박진감 넘치고 스릴넘치는 춤은 처음 봤어요. 에로틱이 느끼하지도 않고 어쩜 그렇게 절도 있게 박자 딱딱맞추고 화려한가요.
연주도 연주지만 나 정말 아르헨티노 들이 그렇게 멋있는줄 오늘 처음 알았음. 꽃달고 춤추는 언니들도 어찌나 예쁘던지. 가슴이 선덕선덕. 끝나고 뚜리스따(관광객)이라는 철판을 깔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BUT! 무대에서 볼땐 그렇게 크고 멋있어 보이던 사람들이... 그냥 평범한 아르헨띠노로 변신하는 순간이었음.



두번째 곰인형 : 레꼴레따에서 돌아오는 길에 만난 할아버지.
버스 안에 있는데 뭔가 시선이 느껴졌다. 아니다, 그 분이 내 옆에 앉을 때부터 시선이 느껴졌다. 뚫어져라 그야말로 나를 인식하고 타셨다. 한참 버스를 타고 가는데, 뭔가 시선이 느껴지는거다. 옆을 돌아보니 머리를 깔끔하게 넘기신 부에노스 할아버지가 한 스무번쯤 윙크를.... 빵하고 터지니까 어디서 왔냐면서 환영한다며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의 성함은 아마도르. 남미 사람 답지 않게 쉬지 않고 말씀하시는데 20퍼센트 정도 밖에 못알아들었다. 마지막에 헤어지면서 곰인형을 선물하니까 너무 좋아하셨다. 이 곰인형이 입고 있는게 한국인 전ㅌ통 의상이라는 말 정도는 해드리고 싶었는데. 회화책을 좀 찾아봐야겠다.  




땅고가 끝나면 평범한 아르헨띠노로 변하는 땅고의 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