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구성안을 쓰고 있는데 도저히 풀리지 않고 있다. 아직 촬영이 안끝나서 그렇거니 위로 하면서 대충 정리하고 마무리하고 있는데 이걸 또 확실하게 잡지 않으면 보충이 지지부진해지는거잖아?
아.. 아마 난 이밤에 완벽하게 편구를 정리하고 집에 가야할 거야....

오늘 사무실이 너무나 소란해서 하루종일 이승환 노래를 BGM으로 깔아 놓고 있다. 이승환은 어느 순간부터 창법에 꺽임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게 거슬리기 시작해서 옛날 노래먄 찾아 들은지도 꽤 됐다. 내 노트북 음악 폴더에는 '옛노래' 폴더가 있다. 말이 옛노래지만 아직 10년밖에 안지난 노래들이다.

그들이 사랑하기 까지,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다만,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화려하지 않은 고백. 아아.. 90년대는 정말 시리도록 '낭만이 콧구멍을 벌렁대며 살아 숨쉬는 시대'였지. 너무너무 좋은 노래라 지금 당장 다모토리로 날아가서 맥주 한잔에 떼창을 불러 제끼고 싶다.

아아~ 신나게 듣고 있는데 <덩크슛> 나온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우리반 남자애 하나는 자신의 꿈이 '킬러'였다

과목 이름도 무시무시한 '단체'시간이었다.
이게 또 왠 허세냐? 그애가 꿈을 발표하자마자 반애들은 술렁거렸다.
그 허세를 허세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심각하게 상담을 신청한 윤리 선생님도 웃음거리였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한 아이가 있었으니, 막상 '킬러'가 꿈인데 널 좋아한다면서 뒷자리에 앉아서 '큭큭' 웃어 댄다면... 그의 표적이 된 주인공 입장에선 마냥 비웃고 손가락질하기가 쉽진 않다. (사랑이 집착이나 증오로 변질되는 순간 발생할, '후환'이 두렵기 때문이다;;;)

여튼 킬러가 장래 소망인 소년과 그가 사랑했던 소녀는 나의 같은 반 친구였다.
입에 걸쭉하게 걸린 불평과 불만 욕설이 뒤섞여 그녀의 별명은 장욕.
아이들은 이내, 그 둘의 이름을 한글자 씩 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만들었고 불러 대며 마냥 즐겼다. (다들 후환 따윈 잊은지 오래였다) 소*이 엄마, 용*아빠. 이것이 그네들의 또 다른 별명이 되어 지금까지 회자되고 회자되고 오르내리고 내리고오르고 한다. 

1학년 겨울 방학 열정이 차고 넘치는 첫 담임 하에 떠났던 춘천 여행.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노래방에 들렸다. 인원이 너무 많은 관계로 서울역 노래방에 조를짜서 흩어져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옆방에서 아이들이 하나둘씩 텨나오기 시작했다.

 '야 장욕 찾아!'
 '장욕 불러와!!'

그네들은 왜 그녀를 찾아야 했을까?
사건과 사고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나는 방문이 열린 노래방으로 튀어 나갔고,
나는 곧이어 보고야 말았다.
킬러를 꿈으로 가지고 있는 허세 있는 소년의 눈물을;;;
그리고 그가 부르고 있는 노래 '덩크슛'을;;;;

그는 왜 덩크슛을 부르면서 눈물흘렸을까?
그 아무도 좀처럼 웃을 수 밖에 없는 '야발라바히기야 야발라바히기야하루나 하이루나' 부분에서 눈물 흘릴 어떤 정점을 찾아낸 것일까?

그의 감수성은 아직도 미지수다.
듣자하니 장욕을 찾은 아이들의 주장으로는

'예쁜 여자친구와 빨간 차도 타고 싶었지만' 부분부터 눈물을 흘렸으니
그의 눈물의 근원은 장욕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왠만하면 빨간 차, 타주지 그랬니?
하지만 장욕이 진정 예쁜 여자친구일까에는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는 일 ㅋㅋㅋㅋ

나 그날 춘천에서 자전거 못타서 울었는데,
생각해 보면 킬러가 꿈인 그 소년이 내 뒤에서 자전거 못타는 나를 비웃었기 떄문에
서러움이 폭발해 울었던거였다.
이런저런 추억이 얼기설기 꽁기꽁기 엮여 있구나.

그래도 꼭 한번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그시절 그때.
교복을 입고 온 이대가 쩌렁쩌렁하게 웃던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비록 그시절 나는 자전거를 탈줄 몰랐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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