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리옹에서 안시 도착.

이번 프랑스 여행에서 제대로 먹기 시작한 첫 끼니.

안시 기차역 인포메이션에서 (역시나 이곳은 영어소통 거의 불가능)

그냥 베이커리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다. 역 입구에서 나와서 글리에흐가 쪽으로 가다가

Vinyl and coffee 란 곳으로 들어갔다.

주문은 만두에게 맡기고 햇받으며 안시의 차갑고 상쾌한 공기를 만끽!!

샌드위치는 바게트가 잘 돼있는 편이었고

만두가 주문한 프로마주 앤 과일잼(?)이 괜춘한편!

 

 

 

 

 

 

 

 

15일 저녁밥

안시 곳곳을 헤메이다가

여기 가격이 좀 있는데 괜찮은 곳이 아닐까 해서 들어간 곳!

스타터로 먹은 크로켓도 어마어마 하게 맛잇었는데

스테이크가 레어가 아니라 웰던 이상으로 구어져서 나왔다.

컴플레인  걸었는데 젊은 프랑스 아가씨가 몹시 얹짢아 하는 표정이 역력.

근데 문제는 저 타이거 새우가 무지하게 맛있는 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 불만을 이야기 할 수 가 없이...

그러더니 다시 웰던으로 익혀서 나온 스테이크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맛있어 흑흑흑흑흑흑

게다가 젊은 아가씨 말고 다른 중년의 웨이트리스는 또 너무 친절하네...

그러다 오마이갓! 후식으로 프로마쥬를 시켰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치즈 처음 먹어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유분이 듬뿍 있질 않나 브리치즈 같은 모양인데 이게 브리치즈라면 그동안 나는 대체 무슨 브리치즈를 먹어왔던 것인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튼 안시는 성공적!!!

 

 

 

 

 

 

 

 

 

 

 

 

 

 

 

 

 

16일 아침

안시 호텔 리셉션 언니에게 맛있는 베이커리를 물으니 이곳을 추천하면서

베리베리 퐈~ 멀다고 했는데 사실 걸어서 10분정도 밖에 안걸렸다.

지금 다시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확인해보는데 이곳이 맞다면

Boulangerie Patisserie 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여튼 들어가자 마자 김기절!!! 대체 이중에 뭘 먹어야 후회가 없을까 한탄이 서렸던 곳.

만두는 생강과 홍차가 어울어진 케이크를 시켰고

아 나는 해피밀 모양을 따라한 코코넛 케이크를 시켰는데

아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누가 유럽인들에게 코코넛의 감칠맛과 단맛을 알려줘서 나를 이런 슬픔에(이곳에 다시 올 수 없다는) 빠트리나!!!!

 

 

 

 

 

 

 

 

 

 

16일 저녁

16일 저녁은 조금 바빴다. 안시에서 다시 리옹으로 돌아와 호텔에 짐을 풀었고

나는 벨쿠르 광장에있는 여행자 인포메이션 센터로 가서 보졸레누보 투어를 예약했다.

인포메이션에서 리오네이즈 요리 집을 추천받았는데,

두곳 모두 7시부터 영업을 하는 곳이었다. 너무 허기진 만두와 나는 추천받은 골목

아무곳이나 들어가서 주문을 했다.

오늘 요리는 19유로자리 저렴이.

메인에 고치즈(염소치즈) 크랩 샐러드가 나왔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향긋한 유분의 맛이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메인이 잘못나온게 아닌가??@?@?@? 비프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돼지고기가 나왔다.

웨이트리스는 아무 잘못 없다면서 니네가 시킨대로 나왔다고 우기기 시작. 마음은 상했지만 솔직히 돼지 목살도 엄청 맛있어서 일단 참고 먹고 있는데....

잠시 후 스테이크 한접시를 가져다 주는게 아닌가!!!

비프도 남김없이 신나게 먹었고 솔직히 가격대비 맛잇어서 조금 놀람.

디저트는 솔직히 나쁘진 않았으나, 다른 식당 디저트들이 너무 훌륭했으므로

쏘쏘로 판정 땅땅땅!!!

 

 

 

 

 

 

 

 

 

 

 

17일 점심

구시가지 Le Laurencin 식당.

만두는 공연 연습가고 혼자 구시가지 돌다가 찾아간 집.

15유로에서 20유로까지 저렴한 가격에 비해서 참 맛있는 곳이라며 인포 아저씨(지만 동생이었을테니) 추천한 집. 스테이크는 괜찮았는데 나는 리오네즈 샐러드는 취향이 아닌가 보다 싶었다. 무엇보다도 돼지고기 말고 저 찬 지방 같은 음식의 정체가 뭔지 너무 궁금궁금함.

 

 

 

 

 

 

 

 

 

 

 

 

 

 

 

 

17일 저녁

드디어 만두와 함께 어제 못가본 인포메이션 추천 식당에 가봤다.

중고딩으로 보이는 프랑스 남자애가 혼신의 힘을 다해 영어로 안내를 해주...ㅋㅋㅋㅋ

자긴 재패니즈를 좋아한다면서 이타다끼마스 를 외치는데

얘야, 이따다끼마스는 우리가 해야할 말이란다 ㅋㅋㅋㅋㅋ

하지만 귀찮아서 지적하진 않았다

맛을 음미하기에도 모자랐기 때문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타터로 와인에 절여진 스프와 빵, 만두는 크림이 베이스로 절여진 파스타를 먹었고

메인으로는 송아지 혀와 머리 스튜!!!

소내장의 하나인 양 크로켓(?)!!!!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느끼한 부위가 맛있을 수 있다니 ㅠㅠㅠㅠㅠㅠㅠ

아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게다가 디저트는 또 왜 이렇게 맛있나요?

크림뷔릴뤠는 물론이고

내가시킨 저 크랩도 최선을 다해 먹었습니다!!

 

설거지가 필요 없게 싹싹 먹는 것이

리옹 음식에 대한 나의 리스펙트다!!! 이것들아!!!

 

 

 

 

 

 

 

 

 

 

 

 

 

 

 

 

리옹을 처음 돌아보는 날 걸어가면서 이 레스토랑을 봤을 때

코웃음을 쳤다.

아 놔 이름이 ICEO 나는 씨이오야 ㅋㅋㅋㅋㅋㅋㅋㅋ

흘낏 지나가다 보는데 2012년도 트립어드바이저 엑설런트...;;

여튼 나 초등학교 시절 코코스를 떠올리게 하는 과한 색감에 일단은 스킵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그날 저녁 만두가 말하는 거 아닌가,

우리 숙소 근처에 음식점이 하나 있는데 만족도가 높대. 그리고 호텔에서 쿠폰주는데 20퍼센트 할인이 된대.

설마... 나는 씨이오는 아니겠지... 라고 했지만 호텔 리셉션에서 준 쿠폰은 바로 이곳 아이 씨이오였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황당 무개한 색감의 접시가 나왔을때까지만 해도

그리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우리가 만나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리는요 ㅠㅠㅠㅠㅠㅠㅠ

아 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스테이크는 리옹말고(다른데도 다 괜찮았으니까) 처음이야!!!

계란 반숙된 저 얇은 크랩하며

와인에 절여진 돼지고기 하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역시 만족도가 높은 채로 돌아왔습니다요!!

 

 

 

 

 

 

 

 

 

 

 

 

 

 

 

 

 

 

19일 아침

제발 리옹에 있으신 분이라면

Le Kitchen Cafe 에 가세요!

아무 생각 없이 커피 마시려고 트립어드바이져에서 베이커리 검색했다가

이거슨 로또 당첨!!!!과도 같은 행운!

 

하루 한번 가도 질리지 않습니다!!!!

 

잉글리쉬 메뉴판도 가지고 있고

점심은 일주일에 한번 요리사의 영감에 의해 요리 된다는 말에 끌려서

점심 먹을 수 있냐고 물었다 본래 예약이 필요한데

오늘은 가능하단 말에 그 자리에서 점심까지 먹기 시작

그리고 등장한 점심........;;;;;;;;;;;;

 

 

 

 

 

 

 

 

 

19일 점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걸 먹고 보졸레누보 투어를 위해 인포메이션 센터까지 뛰어야 했음!!!

코스 요리는 스타터, 메인을 먹거나 (21유로) 메인 디저트(21유로)

아니면 스타터, 메인,디저트 29유로에 먹을 수 있는데

이날은 시간관계상 스타터, 메인만 먹었다.

하지만 이틀 뒤, Le Kitchen Cafe에 다시갔다가 디저트를 먹지 않은건

인생의 큰 실수라고 느꼈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놔 ㅠㅠㅠㅠㅠㅠㅠ

 

 

 

 

 

 

 

 

 

 

19일 점저는 보졸레누보 와인으로

이날 12잔을 마셨.... 저녁이 생각나지 않을 와인의 양이었슴돠...

풍경은 또 얼마나 좋던지,

첫번째 집 와인농장 아저씨는 또 어찌나 미남이던지요 ㅎㅎㅎㅎㅎ

 

 

 

 

 

 

 

 

 

 

20일 아점으로 먹은 중국요리

만두와 둘다 매운게 땡겼는데

가게 입구에 들어서니 앞에 한 팀이 줄 서 있는걸 보고

맛있는 집이구나 확신!!!!

Place des Jacobins 근처라고 기억하는데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가물가물

땀흘리며 마파두부까지 깨끗하게 해치웠다.

 

 

 

 

베지터블을 위한 베이커리에서 시켜먹은 콩케이크.

고소한 맛이 일품.

 

 

 

저녁 식사 가기 전에 도전해 본 리옹구시가지 꽃모양 아이스크림.

 

 

 

 

 

 

 

 

 

 

이집은 이야기하자면 길다,

고기퐁듀가 땡긴다는 만두의 말에 그거 참 좋다 나도 한번 먹고 싶다라고 해서

퐁듀집을 검색!

saxe gambeta 역 근처에 있는 Les marmottes 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아...;;; 이거 뭔가 치즈를 먹어줘야만 할것 같은 분위기가 불씬

치즈 냄새가 쩔어주는 집이었지만

우리는 약속한대로 고기 퐁듀를 주문...;;;

고기 퐁듀가 별로였다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우린 발견하고야 말았다!!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이것!!!

바로 아래 그림!!!

 

 

이 기게로 말할것 같으면 수박보다 더 큰 반원 모양의 치즈를

기계가 녹이면

다른 사람들이 접시 위에 긁어서 가져가는 것으로 딱 봐도 너무 맛있게 생겼습...;;;;;

 

당시 우리의 상태는 치즈샐러드와 고기퐁듀까지 주문해서 포화 상태!

하지만 저걸 먹지 못한다면 이집에 온 의미가 없다는 결론 끝에

19유로짜리 저걸 또 시켰다!!!

 

게다가 저 집에는 우리의 라이벌 손님 아저씨가 하나 있었는데

치즈가 노릇노릇 누룽지가 될 때쯤이면 어김없이 쓱삭쓱삭 하고 긁어가버리는 아저씨 때문에

우리도 질 수 없단 마음가짐으로 백번 천번 긁어대고 말았음.

 

 

 

그 결과!!

삼년치 치즈는 다 먹은것 같은 기분같은 기분!!!!!

75유로라는 거금을 썼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잊지도 않으리 누룽지 치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벌써 다시 가고 싶.....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호텔 근처 Place Jean jaures 근처에 있는 빵공장

바게트를 사오는 길에 못참고 꼬다리를 뜯어 먹을만큼

고소한 냄새가 일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바게트가 얼마나 맛있던지 ㅠㅠㅠㅠㅠㅠㅠ

씹으면 씹을수록 특유의 향이랑 맛이 잘 살아난다.

에끌레어랑 다른 디저트도 맛있엇는데 배터지는 상황에서

술과 함께 먹었던 터라 기억이 가물가물 ㅠㅠㅠㅠㅠㅠㅠ

 

 

 

 

 

 

 

 

만두와 헤어진 다음 다시 찾아간

Le Kitchen Cafe!!!!

위에도 썼지만 다시 한번!

제발 리옹에 계신분들이라면 Le Kitchen Cafe 가세요

하루 한번 Le Kitchen Cafe가세요!!! ㅠㅠㅠㅠㅠ

 

오늘도 파운드 케이크는 겁나 맛있고요!

 

 

 

 

 

익히지 않은 소고기가 이렇게나 맛있습니다!

올리브유 같은데 대체 무슨 마법을 부려서 저렇게 맛있는건지

특히나 저 절인 양배추와의 조화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엊그제 먹어 본 메뉴인데 다시 먹어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지

후추까지 쓱싹!!!

 

혼자 온 김에 옆에 앉은 잉글랜드 출신 할아버지(데이빗)와 말을 트면서

(알고보니 같이 SLO 호스텔에 묵고 있었음)

덩달아 이 키친 주방식구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내가 건넬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였다

=유 아 매지션! (넌 마법사야)

=유 메이크 베네핏(불어로 미라클) 너는 기적을 만들어!!

 

 

원래 코스에 디저트가 하나 있는걸로 기억하는데

세개가 나왔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적을 세번이나 경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생크림에 후추 뿌린게 맛있을 줄이야!?1!?!?!

그냥 진저에 배갈아 넣었다고 겸손하게 말하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놔 내가 생강맛 따위에 눈물 흘려도 되는거야?!?!?!!??!?!

생크림에 후추에 울컥하고 울어도 되는거냐고요?!!?!?!?!

아 놔 살아 생전 이런 음식을 먹고 호강을 하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향긋한 크림하며 사이에 끼어진 캐러멜(캬라멜이라고 읽을 수 없다) 캐러멜의 조화

그리고 흩뿌려진 과자 부스러기는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

이걸 먹으면서 속으로 외쳤다.

트립어드바이저 만점 줄거다 이것둘아?!!!??!??

일본인으로 보이는 서빙하는 분이 계셨는데 영국 할아버지 역시

너 하루에 한 번 여기 음식 먹을 수 있니? 너는 정녕 행운아야!

그말에 나도 격하게 동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막에 나온, 그리고 내가 선택한 초코렛

바닥에 있는 브스러기 하나까지 다 먹었단걸 말씀드리고요

저 설탕 녹인 과자와 초코부스러기가 얼마나 조화로운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여튼 눈물을 흘리며

내 다시 리옹을 찾으면 매일 같이 이 카페를 찾으리라 다시 결심한 날이었다.

옆에 앉은 할아버지도 내일 또 오겠다고 ㅋㅋㅋㅋㅋㅋ

 

 

 

 

 

 

 

 

 

 

 

 

 

 

 

 

 

인포에서 추천한 마지막집에 도착!

돼지가 사람같은 모습을 잔뜩하고 있는집이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소세지가 유명한 집이었다.

아 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맛잇는 소세지는 살아생전 처음 먹어보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이 막 나려고 하네요 흐극극극극극

리요네즈 샐러드는 저번보다 이집게 훨씬 맛있었는데 같이 나온 곡식(?) 조 불린것 같이 생긴게 한몫을 했다. 신맛도 저번보단 덜했고.

배가 터질것 같았지만 디저트가지 싹 비우고 나왔습니다.

 

 

여튼 맛있다맛있다는 여기까지!!

또 만나요 리옹-안시 맛집들!!!


독일인의 정확한 시간 위로 몰타의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몰타의 시간은 자기 멋대로다. 한시간에 한대 있는 버스가 25분 일찍 나타나질 않나, 30여분 늦게 나타나서는 버스 정류장에 서지 않고 그냥 가버리지 않나. 리셉션을 책임지고 있는 몰티즈 줄리앙 역시 스쿨 액티비티에 40분씩 늦는건 기본이다.

반면 학원 인구의 절반 이상, 그리고 내 생활권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인의 시계는 언제나 정확하다. 어제 새벽 다섯시 시칠리아 데일리 투어를 가기 위해 여섯명의 독일인 친구들과 만났는데 정말 약속한 시간 4시 40분에 정확하게 한명도 빠짐없이 여권 티켓을 들고 나타났다. 이걸로 독일인에 대한 편견은 더더욱 굳어져 가는 중.

그러나 우리가 기다리는건 몰타 택시. 택시는 5시 25분에, 케빈이 세번이나 전화한 끝에 나타났다.  

 

 

 

 

독일어를 배우고 있다.

어차피 여행다니면서 독일인들은 꽤나 만나게 되니까 간단하고 재밌는 독일어를 알려달라고 하고 있다.

아우프 에쓴 (원샷의 의미인듯)

헙헙 (렛츠고 대신 쓰는데 토끼가 뜀뛰는 모양의 의성어 인듯)

아우프 길츠 (렛츠고 의미로 같이 쓸 수 있는듯)

헙헙의 경우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헙헙 인츠 벳츠 면 침대로 가자 같은 응용인듯.

 

젊은 애들 쓰는 용어도 배우고 있다

쥬파(수퍼의 의미) 클라스 (액설런트의 의미다.)

 

당연히 욕까지 배우고 있는데

샤이슨(쉣의 의미인듯)

미스티(이것도 비슷한 의미인듯)

페담 (댐잇)

 

그리고 대망의 숫자를 배우고 있는데

아인스 쯔바이 드라이 풴 퓐

그리고 숫자 6은 섹스라고...;;;; 아마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독일숫자일듯.

 

 

 

작은 꿈을 이뤘다.

우주 여왕 쉬라가 뿔달린 페가수스를 탈 수 있었을 때부터인가?

<작은 소녀 링> 비디오를 빌려봤을 때부터인가

어린시절 나의 꿈은 승마였다. 어린 시절 맨날 침대 위에서 뛰면서 승마하는 나를 상상했다. 다시 말하자면 승마 가상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돌리면서 침대에서 뛴 셈이다. 그때마다 나는 능숙하게 말을 잘타는 소녀(?) 였어서. 막 안장 없이도 말을 탈 수 있었는데 말이다. ㅋㅋ 

커가면서 운동신경 그중에서도 중심 잡는 능력이 한참 떨어진다는 걸 알았을 때 에감했다. 어쩌면 나는 말을 못탈지 몰라...

지난주 학원 액티비티로 승마가 나왔을 땐 그래도 학원 액티비티로 가면 나처럼 처음인 애들도 많고, 덜쪽팔리고, 아울러 말발굽에 밟혀서 어딘가 부러지는 일은 없겠지 하는 의도에서 도전해봤다.

처음 5분은 너무나 무서웠는데 생각보다 금방 익숙해졌다.

거기다 내가탄 <올리>는 똑똑한 말이라서, 알아서 앞에 말이 싼 똥도 피해가고 진흙탕도 알아서 피해가줬다. ㅋㅋㅋㅋ

해질녁 저녁 말을 타고 골든베이 해변을 지나면서 저 멀리 해협과 화산이 만든 절벽을 보는 기분이란. 어린시절 꿈처럼 안장 없이 말을 타고 말과 하나가 되는 경험은 평생 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잊지 못할 경험 하나 더한 셈이다!

 

 

 

사람이 유해졌다.

한국이었으면 빡쳤을 일도 웃으면서 허허실실 지나가고 있다.

지난주엔 하*은행 카드가 인출이 안돼서 인출기를 세군데나 다녔는데도 별로 화가나지 않았다. 당장 이번주 금요일에 이용할 루프트 한자가 파업을 시작했는데도 어떡해든 되겠지 유하게 넘어가게 된다.  

몰타 오기 전까지 지나치게 예민해지고 작은 일에 버럭버럭 하던 성격이 마무돼가고 여유롭고 느긋함이 싹트고 있다는 걸 느낀다.

떠나오기 전엔 재충전이 불가능할거라고 느꼈는데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거의 잃어버렸던 삶을 사는 재미를 다시금 배워가고 있다.

삶은 잃어버렸다 되찾는 것의 반복인지 모른다.

 

 

 

 

 


몇가지 단상

두번째스무살 2015. 10. 29. 22:01

 

 

물 건너간 다이어트.

다이어트에 대한 큰 의지는 없었다. 여기서 먹는건 흔히 먹을 수 있는게 아니니까, 일단 첫주에 수퍼마켓에 가득 진열된 치즈를 본 순간 '아 틀렸구나'하는 결론을 내렸다. 첫주엔 리코타 치즈에 도전했다. 왠걸. 망할 코스트코에서 파는 리코타는 리코타에 리 도 꺼내선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체 이탈리아는 어떤 나라길래 같은 리코타 치즈인데 이렇게 더 맛있는거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마스카포테 치즈를 발견했다. 아침점심저녁 쉬지 않고 열심히 빵에 펴발라 먹고 있는데 이탈리아 친구가 말한다. '신, 잼을 발라'

그 순간 다이어트는 틀려도 단단히 틀렸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엊그제는 염소치즈에 도전했는데 이게 또 신세계다. 유분이 많고 촉촉해서 한입 먹으면 고소하고 새콤한 맛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다 알아. 한국엔 없다. 그러니까 이곳에선 절제해선 안된다. 최대한 열심히 먹고 갈테다 흑흑흑

 

 

오피스 커플.

학원에는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들이 있다. 수업 첫날 바로 깨달았는데 브라이언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타입의 성소수자다. 가끔 보여주는 신경질 적인 대답, 속사포처럼 내뱉는 수다, 그리고 매일매일 근사하게 깔맞춤해오는 스카프가 그걸 반증한다.

 

스위스에서 온 브루스 윌리스를 닮은 다니엘이 의외의 경우였는데 말이다. 3주 머무는 동안 사업차 1박2일 스위스에 돌아오는 모습도 얼마나 근사 했던지.  아침 조깅 때 종종 마주치는 바람에 다니엘과 나는 제법 친해졌다고 자부한다. 학원에서 언제나 다정하게 웃어주고, 브레이크 타임 내가 수다스럽게 떠들어 대도 다 받아줬단 말이지.근데 제시가 어느날 말하는거다. '신, 다니엘도 토틀리...'

그제서야 나는 다니엘 귀의 피어싱과 조금은 남다른 목소리 톤을 떠올렸다.

 

크리스티나와 토니가 의외의 커플이었다. 물론 크리스티나의 파워풀한 모습이나 자애로운 성격에서 유추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나는 대모 스타일의 여자라고 생각했다. 반면에 토니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동글동글한 인상 하트모양의 귀여운 입술 재잘재잘 우리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학원에서 <오피스>를 주제로 대화하던 날이었다. 토니가 말했다. '나는 오피스 커플이에요. 결혼했어야' 한국이라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조합이다. 우리 사회는 묵인하고 눈 감아 버리는 사안이니까,

여튼 나는 유추할 수 있었다 크리스티나는 세마리의 고양이를 키운다, 토니 역시 세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크리스티나는 어제 새로 살 집의 타일을 고르러 갔고 토니 역시 오늘 아침 부엌을 꾸며야하는데 마음에 드는건 항상 비싸다고 말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크리스티나와 토니는 나름 커밍아웃(이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미 대다수는 알고 있는 사안이니까)을 했는데 중장년 노년층이 절반이상으로  이루어진 학원에서도 다들 그런갑다. 둘이 결혼했다니 잘됐는갑다. 하고 시크하게 넘어간다.

한국이라면 뒤에서 수근수근 잘근잘근 토로하고 수다 떨 내용이다.

 

그리고 나는 한국에 사는 나의 성소수자 친구들을 떠올린다.

부디 그들에게도, 남다를 것 없는 삶이 주어지길. 

자신을 드러내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남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게 되길...

 

 

 

그래도 여기도 나름 학교,

엘리사는 전형적인 모범생이다.  첫주엔 아민이 그렇게 한문제 하나에 눈에 불을 키고 선생님한테 묻더니, 아민이 반이 올라가니까 그 뒤로 엘리사가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하고 있다. ㅋㅋ 나는 여기 쉬러 왔기 때문에 쪽팔리긴 싫으니까 꼴찌만 하지 않겠단 마음으로.. 적당히 공부하고 애들이랑 대화하고 있다.

이 학원이 다른 학원이랑 다른게 매주 금요일 시험을 치르긴 하는데, 그 시험이 절대적인 평가 기준은 아니다. 목요일엔 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숙제를 내준다. 옆에 앉은 친구와 답을 맞춰보게 한다. 답이 다를 경우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도 마찬가지다. 시험을 본 뒤 서로 답을 맞춰본다. 뭘 틀렸는지 확인하고 토론한다. 대충 몇개를 틀렸는지 감이 잡힌다. 다음엔 선생님과 답을 맞춘다. 채점은 자기가 한다. 점수도 자기가 매긴다. 애들이 너무 다들 솔직하니까 나도 점수를 속일 생각은 차마 하지 못한다.

 

지난주 금요일 시험이 끝난 뒤 엘리사가 득달같이 나한테 오더니커스턴의 흉을 본다.

'나랑 개 답맞췄는데 개 거의 다 틀렷거든 근데 네개 틀렸다고 점수에 적더라'

 

엘리사는 광분해 있긴 했는데, 난 그 말마저 즐거웠다. 학교다. 내가 다시 학교에 왔구나. 실패하거나 실수해도 받아 줄  수 있는 연습공간...

 

 

 

줄리앙은 역시나 프랑스 남자.

우리학원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독일에서 왔다. 아무 생각 없이 독일에서 왔니? 란 질문에 굉장히 싫은 기색을 내비췄다. 살사바 공짜 레슨장에서 한국인이라면 제일 먼저 배우는 그 영어 질문을 물었다.

 

'웰알유프럼? 너 어디서 왔니?'

 

줄리앙은 내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프럼인유얼드림... 너의 꿈속에서'

 

그 뒤로 버터리하면서도 재치 있는 그의 문답을 듣는건 큰 즐거움이다.

 

-넌 내 살사 파트너가 아닌데 왜 내 손을 잡니?

-널 놓칠까 무서워서...

 

-오늘 너는 학교 끝나고 뭐할거니?

-너와 함께라면 비가 와도 해변을 걷고 싶어.

 

마르세유 대학에서 엔지니어 교수를 하고 있는 그는

이렇게 남프랑스 남자에 대한 편견을 이렇게 도 굳혀주고 있다.

 

 

첫번째 할로윈

어제는 학교 액티비티로 호박만들기에 도전했고 오늘은 싸구려 코스튬을 샀다.

그리고 내일은 할로윈파티 펍크롤을 갈 예정이다.

하루하루 맞바꿀 수 없을만큼 스무살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

 

 

여튼 이렇게 한국말로 실컷 일기를 쓰고 나면

친구들이 언제나 궁금해 한다.

What did I wright?

Guess!! hahaha XD 

 

 


젠가에 대한 짧은 단상

 

최악을 상상한다. 덜최악을 만났을 때 위로하기 위해서다. 상상을 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디테일이 더해진다. 이를테면 오년전 남미 가기 전에는 싸파티스타 혁명군을 만나서(그렇다. 싸파티스타 혁명군은 멕시코에 있다는걸 당시엔 몰랐다.) 납치가 되다가 혁명군 동료가 되고 스페인어에 능통해지는 상상을 해봤다. (이걸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튼 최악을 상상하고 내린 결론이다.

한국인은 물론이고 아시안을 받아본 적 없다는 이 학원에서 몰타 어학원을 오기 전엔 줄곳 왕따가 되는 상상을 해봤다.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보려고 젠가를 사긴 했는데, 그러다 만들어낸 최악의 상상은 '내가 사온 젠가'로 나 빼놓고 나머지 애들끼라 젠가하는 상상(?)이었는데 말이다. 여튼 야심차게 사온 미니젠가는 쏠쏠하게 써먹고 있다. 미니 젠가보다 두배는 굵은 손가락으로 고심하는 외국 남자애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눈은 말한다.

눈은 유리창도 아닌데 말이다, 많은 것을 여과 없이 내보인다

엘리사의 눈은 말한다. 침착할 때와 서두를 때를 아는 현명함. 재빠르게 판단하면서도 남을 배려하는 영리함이 있다. 반면 서른여덟살 스위스 친구의 눈은 언제나 포커스 아웃이다. 무얼 담고 있는지 전혀 알 수도 없고 무엇에 집중하는지 조차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도 멍하니 질문을 놓치는 걸 자주 보곤 했다.

 

 

독일에 대한 편견이 더해지고 있다.

여행자는 자신의 편견을 가지고 길을 떠난다.

어떤 편견은 증명되어 진리가 되고 어떤 편견은 수정되어 새로운 편견이 된다.

-후칭팡 <여행자>

 

루프트 한자를 탔다. 독일 프랑크 푸르트에서 짧지만 1박을 했다. 학원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 4일까지 도미토리 룸에이트는 독일인친구였다. 그리고 현재 학원생 절반이 독일인에, 독일어를 사용하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친구들을 셈해보면 70퍼센트가 독일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생활하는 셈이다. 독일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새로운 편견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는 생활 구조다.

 

프랑크푸르트 역에서 46번 버스가 유스호스텔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 한 청년에 구글맵으로 길을 검색해 줬다. 10분가량. 아마 10유로 가량이 나올 거라고 얘기해줬다. 차선책이 없었던 나로선 택시를 탔다. 요금은 10.5유로. 바가지 일절 없는 쌈빡한 금액이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다시 공항으로 나섰다. 유스호스텔 아저씨가 적어준 버스시간은 5시 48분. 버스는 한치 오차도 없이 5시 48분에 해당 정류장에 서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인포메이션에 가서 공항 가는 길을 물었다. 나같은 사람이 하루에도 수십명씩 있겠지. 안내원은 대답한마디 없이 미리 인쇄해둔 종이를 내민다. 갈아타야하는 플랫폼 위치 타야하는 우반번호 나가야하는 공항 게이트 번호까지 적어서 그 뒤로 누구에게도 길을 물을 필요가 없었다.

 


두번째 스무살

 

4년전 서른살. 남미 여행을 갔을 때 생각한건 상실감이었다. 내가 누리지 못한 이십대. 누가 뺏어간것도 아니고 홀랑 집어가버린 것도 아닌데 분명 나의 이십대엔 누리지 못한 것이 있었다.

 

학과일 동아리일 학생회일 농활 전수 학생회선거 학술제 엠티로 점철 됐던 대학생 시절이 문제인가, 만화 해보겠다고 빈둥대다가 보낸 2년 그리고 그 뒤로 인간끝장 방송작가 막내시절과 입봉하고 아둥바둥 애먹은게 문제였나. 나의 20대는 주체적으로 무엇을 결정하기도 전에 휩쓸리듯 사라져버렸다.

 

나는 그 흔한 어학연수를 비롯한 외국 생활(여행과는 다르다)을 한 번 하지 못했으며,

뜨거운 연애 한번 하지 못하고 어물쩍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다니던 대학이 집에서 너무 가까워 남자셋여자셋 같이 부모에게 독립해 친구들과 어우러져 지내는 하숙집 생활, 기숙사 생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60리터자리 배낭과 침낭 에어매트를 척척 들어매고 겁없이 어디든 나서는 북미와 유럽 이십대 아이들의 모습은 나를 큰 상실감에 빠트렸다. 그리고 든 생각이 그거였다. 나의 이십대는 아직 오지 않았단 생각이었다.

 

사십리터 배낭에 26인치 캐리어를 들고, 남들

며칠전 이웃 스쿨아파트에 살고 있는 케빈, 엘리사네 집에 소주한병과 젠가를 들고 벨을 누르는 순간 깨달았다.

 

왔다.

나의 두번째 스무살이.

 

 

 

 

 


지난주 일기는 너무 사생활이 많아서 비공개!

 


10월4일 일요일
쓴돈 : 장본것 12유로 맥주 3유로

오늘은 독일 커플 마이와 팀이 우리 플랫에 왔다. 너무 어려보여서 놀랐는데 예상대로 18살.

앞으로 2주간 있을 예정이고 다른 나라로 여행가겠다는데 아직도 장소를 안정했다고 ㅋㅋ
슈퍼마켓에 길도 알려줄 겸 해서 오전에 다같이 장보러 다녀왔다.
약속대로라면 우리는 수영을 해야하는 날이었다. 한시에 수영복까지 다 챙겨 입었는데 날이 흐려서 낮 수영을 못갔다. ㅠㅠ
마리나, 제시, 커스턴과 성당이 보이는 바다에 앉았고, 엘리사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
좀 지경누거 같아서 마리나와 나 제시는 칵테일 마시러 갔다가 낮 술을 시전. 맥주 한잔만 했다. ㅋㅋ 나는 가난한 유학생이니까.
집에서 좀 휴식을 길게 취하다가 저녁 때는 커스턴이랑 엘리사가 와서 젠가 하고, DVD를 연결해서 킹스맨을 봤다.

(극장서 두번, 세번째 보는거지만) 오오 아름다운 콜린퍼스시여~


10월5일 월요일
쓴 돈 ; J언니와 맥주 두잔 안주 먹은것 15유로 락커보증금 10유로

오늘은 바쁜 날이었음. 학교 수업 끝나고 집에와서 잠시 쉬고 월컴파티 갔다가
글룰루에 10명 자리 예약. 다시 집에 왔다가 엘리사와 둘이 수영을 갔다가
J언니와 맥도날드에서 만나서 저녁+맥주 해결 했다.

그동안 쌓인 이야기가 많아서 수다 폭발!!!
치스크는 금방 취하는지 맥주 두잔에도 알딸딸해진다.

 


10월6일 화요일
쓴 돈 : 글룰루 23유로
수업 끝나고 엘리사와 수영을 갔다.
현재 나는 생리중이기 때문에 발만 담그고 햇볕을 만끽.
후칭팡의 <여행자>를 오늘로서 다 읽었다.

 

아침에 마이와 팀이 레스토랑에 안가겠다고 말하더니 마리나도 안가겠다고 하고
글룰루에 예약을 10명이나 했는데 결국 엘리사 나 제시 커스턴만 갔다.
오늘은 화요일인데 제시가 클럽에 가고 싶다고 해서 파체빌에 도전 ㅠㅠㅠ 그런데 춤추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커스턴은 뚱하니 앉아 있고 결국 제시에게 칵테일 한 잔 얻어먹고 한시간 가량 앉아 있다가 돌아왔다. 사실 놀 상황이나 컨디션이 아니었는데 어찌보면 이렇게 끝나서 다행이다.

 


10월 7일 수요일
쓴 돈 : 없다.

쓴돈이 전혀 없다. 왜냐면 1교시 수업 쯤 어지럽고 숨이 가빠오는거다.
울렁거리기도 하고 토하고 싶은거 같기도 하고 ㅠㅠㅠㅠ
2교시 수업을 들을까 말까 하다가 결국 집에와서 끙끙 앓았다 ㅠㅠ
다이빙도 취소했고 액티비티로 나와 있던 카누잉도 당연히 못갔다 흑흑...
제시에겐 왓츠앱으로 걱정하는 메세지고 도착해 있고

오늘 임디나에 간다고 같이 갈 수 있으면 가자고 하는데 야 임마 지금 다이빙도 취소했는데 그런게 가능할 리가... ㅜㅜㅜㅜㅜ
집에와서 1차로 낮잠 잔 다음 버나드 쇼의 책을 읽고 빈둥빈둥 있다가
저녁 여덟시부터 자리에 누웠다.
코가 막히고 갑갑하고 어지럽고 여튼 빨리 나았으면 한다 ㅠ

 


10월 8일 목요일
쓴 돈 : 장본것 22유로 (살라미와 마스카포네 치즈, 스테이크를 샀더니 이렇게 됨 ㅠ)+더블초콜렛케이크(맥도날드)

장보고 돌아와서 잠시 휴식,
오늘은 말 그대로 스터디 하드 ㅋㅋㅋ 학교 끝나고 엘리사 제시 다같이 모여서 숙제하고 영어 공부하고 그러다 저녁 산책 나가는 길에 제시가 단게 먹고 싶다고 해서 맥도날드에 갔다. 오마이갓 완전 취향인 케이크들이 천지 ㅠㅠㅠㅠㅠㅠ 설탕 함유량이 좀 많긴 하다만 ㅠㅠㅠㅠ

 
아 몰타는 그야말로 데이트하기 참 좋은 장소들 천국이라서 ㅠㅠㅠㅠㅠㅠㅠ

제시와 엘리사에게 다음엔 꼭 여기 남자랑 와서 같이 걸으라고 말해줬더니

항상 '커스턴이랑'을 붙여서 빵빵 터짐.
제시랑 엘리사랑 서로의 남자 타입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제까진 우리 하교 최고 미남으로 게리를 꼽았는데 취소.

생각해 보니 절먼 독일 가이 에이에이쥐부터 친구였다던 그들 중에서

블론드 머리에 여자 이름이였던 그 친구가 단연 미남이다.

제시는 수줍게 피터도 미남이었어.

애들에게 직접 말은 안했지만 사실 난 도미닉같이 크고 마른애가 좋더라..되뇌였다.

 

 

 

10월 9일 금요일
쓴 돈 : birgu 버스 왕복 4유로 피자값 4유로

오늘은 이탈리아 세명의 마지막 수업시간. 한주마다 썰물 빠져나가듯이 빠져나가니까

섭섭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사람들이랑 사진 찍고 싶었는데 깜빡하고 카메라를 두고 와서 아침에 학교 가자마자 카메라를 가지러 다시 떠났다.


첫시간엔 48문제 중에 네문제를 틀려서 선방.

올가, 다니엘, 쥬시가 떠났다. 마지막 수업시간엔 각 주제에 대해서 재미난 퀴즈를 내는거였는데,  나는 아민이 주장인 팀이었고, 상대편은 수다쟁이 다니엘 팀.
피카소의 부인은 몇명?

아돌프 히틀러의 자살 날짜는?

작곡가 중에 살아 있다면 가장 부자였을 작곡가는?

말타 국견 개의 이름은?

 

같은 퀴즈를 냈다.
그래 영어 문법은 좀 딸리지만 나름 잡다한 상식으로 덕을 봤다.


역시나 각 분야마다 전공이 살아 있는데 아민, 다니엘, 커스턴 같은 경우는 이공계 지리 쪽에서 탁월한 문제들을 냈고마티어스는 방송 뉴스 팀에서 일한다더니 모르는 게 없는 아저씨였다.

이 와중에 캐릭터가 엄청 사는게 다니엘이 이탈이아식 영어로 미친듯이 퀴즈를 내니까 같은 팀인 잉그부룩 할머니가 "아이돈언더스텐드!"라고 팀킬해서 짱웃겼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사람들 어찌나 개성넘치고 캐릭터 스러운지. ㅋㅋㅋㅋㅋ

 

집에와서 점심을 먹으려는데
마이가 또 후라이팬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놔서 좀 짜증이 났다.
그냥 사소한건데 마이와 팀, 마리나는 휴지통 한번 비울줄을 모르고

음식도 하고 나면 늘 음식찌꺼기가 남아 있고 샤워실은 머리카락으로 난리도 아니다.

 
뭐 1-2주 있다갈 애들이니까 뾰족하게 이야기 안하고 그냥 참고 있는데
조반나나 지난주엔 전혀 없던 일이니까 좀 황당하긴 하다.

 

버그에 가는데 커스턴 잉그부룩 그리고 그녀의 친구도 같이 가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고 서둘러 나간 다음에 12번 버스는 정원이 차서 다음차 13번 버스를 타고 봄비에서 X7로 갈아탔는데 버그에 종점 도착인 버스라 온갖 말타 동네를 다 돌아다니는데 그것도 나름 스릴있었다.


버그 도착해서 동네 산책 좀 하는데 아무리봐도 캔들페스티벌에 캔들이 없는거다. 헐 ㅋㅋㅋㅋㅋㅋ 비도 내리고 제시가 배고프다길래 잠시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보니 생각해 보니 내가 행운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알지 못해던 행운이 있었다.


제시는 처음 숙소 왔을 때 나랑 아냐 대신 독일 친구들만 있었으면 그때부터 늘 독일말을 쓰지 않았을까 라고 말했다. 생각해 보니 한국말 쓰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영어를 쓰기 시작하는건 어려운 일이다. 도착하는 날이 모두 똑같았던 네명. 그리고 알게 된 엘리사.
독일어를 놔두고 늘 영어를 써준 아이들을 만난건 큰 행운이다.


지금 우리 숙소에 있는 팀, 마이, 마리나만 봐도 자기들끼리 있으면 늘 독일어를 쓰고 내가 영어로 묻지 않는 이상 굳이 영어로 대화하지 않는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버그에 캔들이 켜질일은 없는것 같고 제시가 아픈거 같다고 하길래 2번 버스를 타고 발레타에서 12번 버스로 갈아타고 돌아왔다. 에어컨을 켜주지 않아서 완전 찜통이었는데 외국애들은 생각보다 참을성이 없는듯 다들 엄청 못견뎌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사실 좀 피곤했는데 제시가 아프다고 클럽 가잔 이야길 안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ㅋㅋ

버그는 참 예쁜 동네였다. 지난주 화요일 액티비티 쓰리시티 포인트 가이드에서 가본 동네이기도 했다. 바닷가 요트 정착지에 비가 와서 사람이 없는 조용한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외관이 상당히 현대적이고 심플했다. 이런 곳에서 둘이 있으면 정말 세상에 단 둘인 기분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9월 26일 토요일 일기
쓴 돈: J작가님이랑 밥먹으면서 낸 10유로 (피자 맥주값)

 

아침 기상 거하게 아침밥 먹고, 슬리에마까지 산책. 오후랑은 사뭇 다른 바다색. 청량한 바다라는 게 어떤건지 알거 같았다.
간단하게 빵으로 점심 떼우고 낮잠 자다가 수영장에서 수영 좀 함.
수영 끝나고 잠시 숙소에서 쉬다가 링구아 몰타 있는 곳까지 가보기로 함.
세인트 줄리안스는 너무 멋진 곳이었다 동네도 조용하고 이국적에 예쁜집들이 가득가득.
걷는것만해도 너무 좋았는데
해변 따라 걷는 길은 너무 아름다워서 말이 안나왔다.
이게 정녕 동네나 사람 사는 곳이란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놀이동산인데 ㅠㅠㅠㅠ
커다란 돌성곽 위로 조명이 쏴지고 바닷물이 넘실대고 그리고 커다란 보름달까지....
사랑에 빠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동네다.
내일부터 이런 곳에서 살게 된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월 26일 일요일 일기

오늘 쓴 돈 : 장보면서 든 7유로.
앞으로 돈을 아끼기 위해 냉장고에 유통기간 남은 버터랑 등등

죄다 오케이오케이외치면서 내가 챙겼음

 

나 운다 ㅠㅠㅠㅠ
오늘은 추석.
이역만리 타국에서 흐느껴 운다.
배낭여행 인생 12년.
매트리스 꺼진 침대 도미토리,

영국 남자애가 나는 아랑곳 않고 팬티까지 갈아 있던 남녀 믹스룸....
성수기 바닥에 매트리스 깔아주는 한인민박집 등

각종 호스텔 도미토리만 전전하던 나에게 말도 안되는 공간이 생겼다.

 
솔직히 말해 (집세를 낸다는 것만 빼면) 우리집 내방보다 더 좋은...,
학원기숙사.

아니, 어떻게 이렇게 좋을 수가 있지?!?!?!?ㅠㅠㅠㅠㅠㅠ
아놔 소파랑 카페트도 이태리제야!!!?!?!!?(유럽이니까 당연한 걸지도..)
ㅜㅜㅜㅜㅜㅜㅜ지금 기분같아선 12월에 아프리카 가기 싫으뮤ㅠㅠㅠㅠㅠㅠㅜ


방금 독일에서 온 제시카가 오늘 새로 왔다면서 인사하더니 숙소 너무 좋다면서 방방 뛴다.
알아 알아, 세시간 전 나를 보는 것 같다. ㅠㅠㅠㅠㅠㅠ
오늘 제시카랑 한국에서 싸간 아이유가 그려진 쏘주 한잔 콜 해야겠다!! ㅠㅠㅠㅠㅠ

제시카, 그리고 조금 더 늦게 온 아냐와 함께 학원이 어딨는지 위치도 파악하고
세인트줄리안스 근처를 배회하다가 일요일에 문여는 슈퍼마켓을 찾아 파체빌까지 다녀왔다.
부엌을 대충 정리하고 파스타 만들어 먹고 소주 콜을 외쳤는데
다들 소주를 안좋아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크흑
여튼 부엌에 남아 있는 흰 와인이랑 등등해서 좀 약하게 먹었다.
제시카는 같이 하고 싶은게 참 많은것 같은데 앞으로 당번정해서

 저녁도 같이 만들어 먹자고 하는데 나는 과감하게 거절했다. ㅋㅋㅋ
되도록이면 다이어트를 위해서 하루 세끼만 먹고
네다섯시에 저녁 일찍 먹은다음에 놀러다녀야겠다.
놀 기회가 있으면 과감하게 늘 놀러다닐 것이다.

해는 저물고 나의 갈길은 길다!! 벌써 몰타에서 5일이나 지났다규~!

 

 


 

(9월26일에 쓰는) 9월25일 금요일 일기


 

오늘 쓴 돈 :

보트파티 20유로

J언니랑 커피 2유로

보트파티에서 5유로(빵값 지불 포함) 

 

<동일한 DNA의 힘>

동일한 DNA의 힘은 이렇게나 대단한 것일까?
본래 인류의 몸속에는 흥과 신명이라는 공통분모가 녹아 있는 것일까?

 

대학 다닐 때 수업에서 신명은 신을 모시는 것이고 신을 모시기 위해서 손을 들고 태양빛을 반사하는 금속을 흔들어야 하고 그것은 곧 춤이 된다고 배웠다. 사실 나는 그것이 우리 민족의 고유한 특성인 줄 알았는데...

그런데 알고 보면 신명은 굳이 태양신을 모시지 않아도 주신(알콜)을 만난다면

인류 누구나 발현할 수 있는 성질인 것일까?

 

나는 오늘 베를린에서 왔다는 DJ의 테크노 선율에 맞춰
파도를 가르며 계속되는 보트의 흔들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손을 위로 들고 휘청이는 보트파티에 참석한 각종 인종의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다.


우리나라 고속버스에서 흥에 겨워 춤사위를 신명나게 시전하는 아저씨 아주머니들과

콜롬비아 보고타 소금성당으로 향하는 길에서 일잔한 뒤 춤추는 아저씨들과

무엇이 다르냐고.

 

몰타에서는 여름시즌 매주 금요일 보트파티라고

보트를 타고 신나게 춤을 추면서 세인트 폴 해변에 정착한다음
술이 오르고 흥에 겨워 춤을 추다가 바다에 점프하는 파티가 있다고 했다.

 

세상에!!! 뭐.라.고.요????!?!!

술도 좋고,
풍경도 좋은 밤에,
배를타고 나가서,
클럽음악에,
춤을 추다 말고, 
지중해 바다에 빠진다고?!?!?!?!?!?!

 

나 맨날 갈거야... ㅠㅠㅠㅠ 저 파티 맨날맨날 갈거야 ㅜㅜㅜㅜㅜㅜㅜ 하루 생활비로 1유로를 쓸지언정 저 보트파티 죽순이가 될거야... 라고 외쳤는데,
안타깝게도 시즌 끝나서 오늘 있을 보트파티가 마지막이라고 ㅠㅠㅠㅠㅠ

베를린에서 온 DJ가 테크노를 디제잉한다고 하는데

사실 테크노는 내 취향은 아니었기 때문에 초반 뱃머리 앞에서 밤바다를 구경했다.
추석 되기 하루 전 덜찬 달이 두둥실 떠 있고 저멀라 몰타 성의 성곽이 보이는 야경.

잔잔한 파도소리
파도 위에 달빛이 떠다니는 풍광...
사실 유람선이라고 해도 20유로가 아깝지 않겠다 싶었다.

밤에 몰타를 도는 배는 흔하지 않으니까.

 

사실 보트에 올랐을 때 완전 두껍게 껴 입은 아이들을 보며, 쌀쌀한 밤바다 바람을 맞다 보니 과연 뛰어들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몸을 덥혀야해. 20유로 낸 김에 야무지게 놀아주겠어.
흔들리는 고속버스 춤판과 매우 유사한 풍경 속에서 배의 흔들림에 맞춰 춤을 추며

바다에 뛰어들기 적합한 체온까지 끌어 올렸는데 이럴수가!

보트가 정착한 뒤에 아무도 뛰어드는 애들이 없는 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오늘 수영복 입고 비치타올까지 한 짐 싸온여자인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맥주 한캔을 더 들이킨 나는 서양여자애 하나를 붙잡고 중얼댔다.

나 다이빙 원해. 그것 때문에 여기 왔어...

 

근데 저쪽에서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
아니나 달라. 여자애 바다에 두명이 두둥실 떠있는게 아닌가.
비틀비틀 대면서 나는 옷을 집어 던지고 바다로 입수 준비를 시작했다.

 

밤공기 보다 바닷물은 따뜻했고
어제 낮에 찾아갔던 바다보다 훨씬 잔잔했다.
에메랄드 색 수면 위로 달빛이 비치고 밤하늘 위로 별들이 떠 있고
비록 코랑 입에는 짠물이 가득하지만...

 

한번으로 아쉬웠던 나는 이왕 젖은 김에 다시 한번 입수!

 

몸을 어느정도 말리고 난 뒤에 보니,
뒤로 돌아 백덤블링으로 점프하는 독일애
친구랑 손잡고 떨어지는 놈들
떨어진 다음 여러명이서 원만들어 노는 아이들...
역시 친구 사귄 다음에 보트타러 왔어야 했구나...

 

하지만 보트파티 막배라도 탄 게 어딘가 싶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나는 한껏젖은 옷과 더이상 춤출 의지를 잃은 채

배 앞머리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내일 보름달이 뜨면 빌어야할 소원이 몇개 있다.
아픈 친구가 나았으면 좋겠고, 같이 여행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여기서 인생에 젊음에 다시 없을 기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보름달님께서 치사하고 쪼잔하게 하나만 빌라고 하나만 들어준다고 하지 않겠지.

밤바람은 너무 싸늘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총총한 별들 얕게 퍼져 있는 구름.
또 다시 밤보트를 탈 수 있는 몰타의 밤이 있겠지만...
이 밤은 다시 찾아오지 않겠지.

혹시나 몰타에 여름 기간에 가게 된다면 무리해서라도 꼭꼭꼭 수영복을 챙겨 입고 위에 원피스를 걸치고 비치타올을 챙겨가야하는 보트파티를 추천한다!! 강추한다 진정으로!!!!

 


9월24일 목요일 일기
오늘 쓴 돈 : J언니가 끓여준 김치찌개 저녁 답례로 낸 돈 5.4유로. 비치타올 9유로.

 

오늘 한일은 딱히 없다. 아침 다섯시부터 눈이 떠졌으나 꾹 참으면서 일곱시까지 버텼고

여담이지만 NSTS호스텔 아침밥 짱!!! 토마토, 사과, 오렌지, 수박 과일이 네종류나 나오고 시리얼도 세종류 커피머신도 있어서 내려마실수도 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7시 45분 아침식사가 시작된 시간에 일찍 아침을 먹으러 나가서 테이블 멤버가 두번 바뀌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요거트며 새로나온 과일까지 다 챙겨 먹는 과식을 해냈다.


수영장에 나가 있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좀 쉬다가

수영장으로 나가서 책을 읽었고(민지가 선물로 준 책 여행자)
점심으로 조식 때 챙겨온 사과를 먹엇으며 한시 정도에 J언니네 기숙사에가서 콜롬비아 아가씨들과 인사를 하고 J언니의 라면을 뺏어 먹었고

바다에 나갔다.

슬리에마 포인트몰 근처 해변이었는데.....

 

아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때 왜 나는 그런 선택을 했었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쩌자고 가방 하나만 더 들면 되는걸 스노쿨 안경과 오리발을 가져오지 않았나.

흑흑흑흑흑 아 놔 그 두개만 있었으면 절대 바다에서 안올라오고

두 시간이든 세시간이들 놀 수 있을것만 같은데 말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몰타에 여름에 오는 사람이 있다면 스노쿨.. 아무리 가방이 터지더라도 스노쿨 안경만큼은 챙겨오시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카톡으로 영진이한테 징징대니까 부쳐주리? 라고 했지만 그 스노쿨이 몰타에 도착하면 바다에 못들어갈 날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J언니가 보트투어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다.... 내일은 보트 투어에 가게 되는걸까? 재미 없으면 어떡하나. 쩌리 되면 어떡하나. 고민도 되지만 이왕 느끼는거 다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위해 과감히 바다에 빠지겠다!! 고고

 

 


 

9월23일 수요일 일기

 

오늘 쓴 돈 :

S반 4.55유로
버스비 1.75유로
공항와서 몰타 호스텔 택시비 20유로 ㅠㅠ
남은 숙박비 정산 52.8유로 (10달러는 미리 지불- 약 7만5000원 가량 사용)
맥주 피자 (J작가님께 얻어먹음) 5유로
물사먹는거 0.7 유로(곧 여섯병에 1.5유로짜리 사먹어야겠다)

만난 사람. 수영장에서 스위스 남자애 친절하고 상냥한 루카스(와인을 권해줬기 때문에) 브라질여자애 사브리나. 길가다 말 건 마리우스 (from 노르웨이)


프랑크 푸르트에서는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다섯시반 기상이 스스로도 불안해서 결국엔 일찍 일어나는 걸 선택.

다섯시에 짐을 싸고 나와서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볼일보고 다시 짐쌈
로비에 고딩으로 보이는 애들 스무명이 있엇다.

중앙 역으로 어떻게 가냐고 하니까 15분 뒤에 버스 온다며 여기서 10분 있다 나가라고 한다. 버스는 호스텔에서 적어준대로 5시 58분에 정확히 온다. 무서운 나라야 독일...;;;
중앙역에서 인포를 들려공항까지 어떻게 가냐고 하니까 조용히 가는 방법이 적힌 티켓을 내민다. 말한마디도 아끼겠다 이건가? ㅋㅋㅋㅋㅋ 무서운 나라야 독일.. 이렇게 일하는데 시간단축을 하다닠ㅋㅋㅋ

공항 넘어오면서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번아웃 우울증 그런게 다 뭐람??!??! 왜 이렇게 깁누이 급 나아졌나 했더니 아무래도 독일 애들의 친절함을 다시 한번 느껴서 그런거 같다. 


짐의 무게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기로 하고 NSTS 호스텔 숙소 도착해서 그토록 갈망하던 이를 닦고 (루프트 한자엔 칫솔 치약이 없더라..) 열두시간 비행에 무슨 황당한 상황이란 말인가...고생이었다. 호스텔에선 영진이가 챙겨준 1회용 칫솔은 아무리 뒤져도 보이질 않고 결국 30여 시간 가까이 이를 닦지 못하는 불상사가 ㅠㅠ

도착하자 마자 짐푸르고 네끼치 이를 박박 닦고 땀범벅이었으므로 샤워도 간단히 하고 J작가님을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화장도 하고 렌즈도 끼고. 호스텔 수영장에 앉아 있어야 겠단 결심으로 나가 있는데 수영장에서 왠 백인 남자애가 너무 좋은 음악을 틀고 있는거다.
말 걸길 잘했지. 와인 같이 하지 않겠냐고 물어줌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참 상냥하고 좋은 친구야!! 암!!!


J작가님이랑 시내로 나가보기로 했다. 슬리에마를 따라 걸으며 바다를 보니 정말 끝내주더라. 다들 점핑하고 있고 말야. 내일은 필히 저기서 수영해야겠단 맘이 드는 바다였다.
그니까 여기 생활이 수영 수영 수영으로 점철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거다 흑흑

 

숙소에 돌아와서 일기를 쓰려는데 컴퓨터가 말썽이다.

한글 오십글자만 입력해도 마우스까지 죄다 멈춰버리기를 여섯번...

결국 포맷하고 말았다. 그 수많은 프로그램은 무엇하려고 깔아왔나 ㅠㅠㅠㅠㅠ 흑흑흑 ㅠㅠㅠㅠㅠㅠㅠ 일단 지금은 컴퓨터가 안꺼지고 있다. 핸드폰 사진은 계속 올리고 일단 아이리버부터 연결해서 중요한 음악은 넣어놔야겟다. 이 컴퓨터가 살아 있는한 부지런히 공부해야겠음 아프리카 투어 말이다. ㅎㅎ

 



9월 22일 화요일

 

오늘 쓴돈 :
프랑크푸르트 s반 4.55유로
택시 11유로 (46번 버스를 타려고 했으나 저녁 8시부터 나이트 버스라 거길 안간댄다 ㅠㅠ)
호스텔 27유로

 

 

 

<비행기에서의 술주정>

 

비행기가 출발한지 한시간 반. 독일 맥주 WASTEINER를 (간식으로) 마시고 있다.
한글 자막이 있는 영화가 몇 없길래 자막이 별로 필요 없는 영화를 선택하게 된다.
아일랜드 행 티켓을 끊은 이상 볼 수 밖에 없는 원스를 틀어놨다.

아까 공항버스 탈때는 좀 울컥했는데

작아지고 늙어버린 엄마 아빠와 작별하는 일만큼 슬픈 건 없다.
돈이 벌고 싶은건 사랑하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해줬던 부모님, 작은엄마 아빠들을 떠올리면서 뭔가 보답하고 싶은데
우리 사회엔 돈만큼 편안하고 확실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여튼 많이벌어서 나누고 싶다. 받았던 사랑과 보살핌은 모름지기, 보답하고 싶다.

 

오늘 공항에서는 후배에게 선물받은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쓰지 못했다.
120번이 넘는 게이트를 지나선 스타벅스 매장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짐이 너무 무거워서 물이고 나발이고 뭔가 마실상태가 아니었다.
비록 트렁크는 맡겼지만, 등짐 12kg+노트북가방 4.5kg+핸드백을 가장한 2.5kg의 짐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이동하는건 큰 체력소모를 쓰게 된다.
면세점까지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명근이가 말했던 너 이러려고 크로스핏 했냐 라고 했는데 그것마저 하지 않았음 어쩔..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른다 더는 못쓰겠다.

 

 

 

<실망이다, 원통하고 분하다!>

 

실망을 감추지 못하겠다. 몹시 의기 소침해져 있는 상태다.
왜? 대체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2012년부터 꾸준히 헬스를 시작했고 지난 3개월 크로스핏의 고난이도 운동을 강행했으면서.
과거 몸무게에서 10킬로그램 이상을 감량해왔으면서 자신있었다.
내가 다른건 몰라도 이 하나만큼은 괜찮겠지 싶었다.
무엇보다 속상한 것은 남들이 잘만하고 쉽게 하는걸 나는 하지 못한다는 거다.
이 난감함을 감출 수 없다.

 

그렇다!

나는 술을 먹고 또 고산병이 온거다. (2012년 유럽여행 이후 두번째다)
대체 왜 이런일이 '나에게' 발생하는 것인가! 나의 무엇이 잘못된 걸까?

안타깝게도..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고산병이 발병했을 때와 아닐 때의 차이는 하나다.
알콜 섭취의 유무.
흑흑

 

아마도 고치기는 힘들것 같은데 고칠 병도 아니고. 그냥 예방법이 술을 안마시는 거잖아?
절망감이 가득하다.
앞으로 남은 인생 비행기를 타고다녀야 하는 모든 순간 마다,
아무리 기쁘고 행복하고 축하할 일이 있다 하더라도,
세상 천지 맛좋은 와인과 좋은 술이 비행기에 준비돼 있는 퍼스트 클래스를 탄다 하더라도..
나는 비행기에선 술을 마실 수 없다. 네버!

 

가능성이 열려 있는것과 하지 못한다는 금기는 얼마나 큰 차이를 가지고 있는가.. 흑흑흑...
ㅠㅠㅠㅠㅠ 무와 유의 차이만큼 어마무시한 거다. 

 

실망이다. 슬프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아까 간식타임에 바이엔슈테판이란 아름다운 맥주를 탄생시킨 독일산 비행기이니만큼
여기서 맥주를 먹겠단 일념으로 호기롭게 '비어'를 외쳤는데,
기내식도 꼭꼭 씹어 챱챱챱 야무지게 먹었는데...,

아 그때까진 아름다운 여정의 시작이었지...


자다 말다를 반복하면서 두시간즘 지났을 때 두통이 오기시작했다. 배가 더부룩하고 토하고 싶고 내장이 빵빵해진 느낌. 이것은 고산병의 시작이 됐다. 참으려고 참아봤지만 또 너무 참으면 일을 키우는 법. 인내의 한계가 왔고 더 이상 놔둬서는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을 때
결국 승무원들 휴식장소로 휘청휘청 비틀대면서 걸어갔다.
(예전 유럽행 아시아나에서 -지금과 똑같이-고산병이 났을 때도 승무원에게 가니까 해결법을 알려줬던게 생각나서..)


비틀대면서 가서 브래지어 끈을 풀러놓고, 피가 통하도록 등산화를 벗고 기대어 쉬는데
아... 이 비행기는 루프트 한자였지? 독일인 언니들이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고산병을 외웠는데 뭐였지? 주절주절 영어로 설명하려고 하는데. 고산병이라 숨을 쉬기가 힘든거다. 눈앞이 캄캄하고 아득하고... 내 상태를 설명하는 영어도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이마운틴헤드에이크.. 중얼댔는데 다들 못알아 들어...
아이캔트브레쓰. 이 흔한 대화가 생각이 안나기 시작 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이 니드 코리안 스튜어디스...

언니들은 부랴부랴 휴식에 들어간 승무원을 불러주었다. ㅠㅠ
고산병이라고 이야기하고 숨쉬기 어렵다 누워 있으면 금방 괜찮아 질거다.
예전에 남미 여행했을 때 고산병을 겪어 본적이 있다.
대화도중 독일인 언니의 날카로운 질문...
/너 술 마셨냐?/
이렇게 예리할 건 뭐람. 결국 예스라고 대답하고 나는 이제 앞으론 비행기에서
술은 '못'마시는 거라고 깨닫고 말았다.

여튼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고 한국승무원언니가 통역해주고 있는 와중에,

급하게 뛰어온 한 독일 승무원 손에 들린건 산소호흡기. 흑
저 누워만 있어도 금방 나아지거든요. 지금도 많이 나아졌어요... 라고 사정했지만
항공사 규정 때문에 안된단다... 아흙...

이게 무슨 망신인가. 결국 산소마스크를 쓰고 담요를 깔고
항공사 캐비지(?)에 드러누워있는 신세가...

 

+) 여담인데 구겨지듯 좁은 이코노미석 창가에 찌그러져 있다가 드러누워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싶었다. 담요가 깔려 있고 비행기 본체가 워낙 따뜻해서 등이 뜨듯하니 체온이 돌고
피가 안통할까봐 두 다리는 의자 위에 올리고 누워 있는데 맑고 상쾌한 산소를 들이 마시고 있으니까...

 

여튼 이 모든 사건사고를 일으킨 뒤에 나는 시치미를 떼고 자리에 앉아 있다.
일단 저녁으로 나온 기내식은 패스하고. 등짐 20킬로를 지고 다니려면 배고파서 힘이 없으면 안되니까 간식으로 나온 샌드위치를 저녁 대신 먹었다. 소화를 위해서 평소 마시지도 않는 콜라까지 달라고 해서 마셨음.

 

실망이다. 원통하다.

비행기에서 기분내면서 술한잔 할 수 없는 비루한 몸뚱이! 너무 슬프다. 아아아아!!!

 몰타에서 다시 160일 여행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 비행기에서 술한잔을 할 수 없다니?!?!?!!?!?

이 무슨 인생의 비극이란 말인가....

 

 

 


<여행객의 동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전 남미에서 일기를 썼을 때
현지인의 동정으로 살아간다고 일기를 쓴적이 있다. 이번에 나는 한단계 더 발전해 있다.
여행객의 동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짐보관소를 찾지 못해 헤메기를 20여분...
결국 짐맡기는건 포기하고 그냥 유스호스텔이나 가야겠다 싶었는데

s반 타는 법을 도저히 모르겠는거다 흑흑...

정말 잘생기고 늘씬하고 친절하며 생글생글 웃어주는 독일인들의 도움을 받아 받아 동정을 주어주어  s반 타는 곳까진 갔는데
자판기에서 뽑는데 안뽑혀. 현지인인 베트남 사람이 아무리 자판기를 뽑아주고 자기 2유로짜리를 넣어주는데도 안먹혀. 카드도 안먹혀...

패닉이 돼버렸다. 결국엔 베트난 사람의 충고대로 다른 자판기를 찾아갔다. 베트남 친구강 ㅗ죽하면 6분 남앗다고 힘내라고 말해줌 흑흑.

그러다 자판기에서 티켓 뽑고 있는 중국인(프롬 텐진) 여행객 커플을 따라 졸졸 나가기 시작. 좀 따라가도 되겟니라고 물엇다. 그 와중에 오지랖을 참지 못하고
너 가방 쿠마몬이구나 중얼대주고 ㅋㅋㅋㅋㅋ 나 너를 따라갈거야. 니네 커플이 날 구했어 중얼대주며 셰셰를 연발해주고,
그렇게 프롬 텐진 여행객의 동정으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까진 무사히 도착.
개네들은 나를 무척이나 걱정해줘서 자기네는 역 근처 호텔이라며 같이 가지 않겟냐고까지 권해줬으나 가난한 몸뚱이.. 그럴 돈의 여유는 없었다.


현지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으며 비오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46번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길 20여분... 간신히 온 46번 버스가 밤에는 거길 안간다는 비극적인 말을 .. ㅠㅠㅠㅠㅠㅠ
거짓말! 거짓말!!! 이사람아 밤 9시가 이 무슨 비극이란 말인가.

뒤에서 그 이야기를 엿들은 늘씬하고 친절하고 잘쌩긴 독일인 젊은이가 구글로 후딱 검색을 해주더니 걸어가면 30여분이라고  같이 가줄 기세로 걸어나가는거다...
왜 하필 내 등에는 12킬로+4.5킬로+2,5킬로(+에짐 추가. 면세점에서 산 물품 부피는 작으나 포장이 대빵큰 물건들 흑흑흑)
거기까지 택시비는 얼마나 나오니? 라고 묻자 10유로 모어 라고 대답해주길래 그래 괜찮아 나 택시 탈게 라고 말하고 헤어졌다. 다행히 마음씨 좋고 인상좋은 흑인 택시아저씨가 택시 타겠냐고라고 물어서 11유로에 숙소까지 왔음

택시 타고 구경하는 프랑크푸르트 야경은 근사해서...
이곳을 낮에 못본다는 안타까움과 더불어 그래도 이렇게 안전하게 여행하는게 어떤가 싶다

짐을 이고 다니고 고산병까지 겪은 몸뚱아리.

샤워하고 싶었지만 세수만 간신히 하고 눈을 붙였다.

 

 

 


Gandalf : You will have a tale or two you tell of your own

                when you come back.
Bilbo   :  Can you promise that I will come back?
Gandalf : No. And if you do... You Will Not Be The Same.

 

<The Hobbit Unexpected Journey> 

간달프 : 돌아오면 분명 이야기 거리들이 생길거야.
빌보 : 돌아 올 수 있다고 약속하나요?
간달프 : 아니. 허나 돌아온다면, 전과 같진 않을거야. 

<호빗, 뜻밖의 여정>

 

 

Malta - Lyon France - Republic of South Africa - Namibia - Botswana - Zimbabwe - Zambia - Malawi - Tanzania - Kenya - Ireland - And Again Malta. 

 

지중해 고대문명이 펼쳐진 작은 섬에서 14세기 유럽 중세도시로,

남반구 땅끝으로 날아가 동아프리카에서 서아프리카로,

그리고 주먹불끈쥐게 하는 이야기들이 가득찬 나라에서 다시 시작점으로. 

 

 

우울과 관성에 쩔고 부정적인 '지금의 나'를 벗어나고 싶고,
지난 5년간 잃어버렸던 '명랑'을 되찾고 싶다.

 

(정열이란 연료를 장착하고 맹목이란 발화점에 불을 붙여 쾅하고 터뜨릴 만발의 준비를 장착하고)

내년 3월에 만나요. 우리.
그때 나는야, 쾌활한 서른다섯! 

 

 

 


4월 어느날

올해 안에 여행을 떠나야겠단 결심으로 그땐 유로가 이렇게 저렴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불안하니까 1000유로만 환전. 지금생각하면 신박한 결정이었으나 왜 더 환전하지 않았던거냐 자책이 덧대여지기도 함.

 

5월 어느날 

론니플래닛 몰타편을 헌책방에서 구입. 영문이라 목차포함 5페이지 읽고 설레여만 하다가 책장을 덮음

 

6월 12일

몰타 관련 유학원 방문, 별로 큰 도움을 받진 못함.

 

6월 16일

섯부른 몰타인아웃 비행기표 결재... 취소나 수정하려면 수수료가 어마어마한 노예계약이었음. 그리고 나는 솅겐 협약에 실질적인 피해자 A씨가 되는 운명에 처함. 아프리카 대륙에서 50여일간 떠도는데도 불구하고 합이 90일 무비자 솅겐 협약에 의해 몰타에 일찍 들어갈 수 없는 운명에 처함. 이 날부터 솅겐 협약 비가입국을 찾아 헤메기 시작.

 

6월 22일

비솅겐 협약국 결정. 비바람과 안개 섬나라의 우울이라는 최악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몰타 라이언에어 티켓 결재

 

7월 1일 

한국학생 없다는 몰타 유학원 소개받고 방문. 주당 10만원 정도 더 나내야하는 시점에서 빈통장은 생각치 않고 그저 한국인을 마주하고 싶진 않다는 생각에서 무모한 결정 시전

 

7월 2일 

몰타스토리 유학원 예약금 입금

 

7월 둘째주

아프리카 트럭킹 알아보기. 노매드로 갈것인가 트레블코로 갈것인가 고민 시전.

 

7월 둘째주

한국에선 불가능한 말라위비자 받기 위해 각종 정보를 뒤지고 유학원에 전화해대며 비자대행업체를 검색 혼신의 노력 끝에 필아프리카를 알아냄.

 

7월 18일

몰타 - 케이프타운/나이로비-더블린 비행기 티켓 결재

 

7월 넷째주

시티은행 방문 계좌 점거

 

9월 1일

유학생에게 좋다는 하나은행 계좌개설

 

9월 3일

트럭킹 권장사항 (필수사항아님) A형간염예방주사, 파상풍 주사 접종

 

9월 4일

신촌 알라딘, 신촌 홍대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읽을 책들 모으기시작

 

9월 10일

혹시 몰라서 장티푸스 예방주사 접종

 

9월 11일

리옹행 비행기티켓 결재

 

9월 16일

하루에도 다섯번씩 유로가 떨어지길 기다리다 '북한 미사일'관련 검색어가 등장하자 마자 바로 유학원에 입금을 하였으나, 그날 저녁엔 입금시기보다 10원이 떨어지는 비운의 주인공이 됨. 배쪽에 피지낭종이 생겨서 병원을 방문하였고, 상처를 짜고 한바늘을 꿰메는 당황스런 상황 발생. 크로스핏 1회권이 남아서 대좌절. 여행도중 읽고 버릴 문고판형 책을 청계천 헌책방거리 싹쓸이 시전하려고 했으나 아예 없어서 실패. 다시 신촌헌책방을돌고돌았음.

 

9월 19일

26인치 캐리어에 필요한 짐을 다 담았더니 30킬로그램이 나오는 불상사 발생. 하루 여섯번에 짐을 싸고 풀르고 다시 싸고 무게재고를 시전. 23키로가 한계인데 24키로까지 만드는 쾌거를 탄생시킴.  

 

9월 20일

캐리어 무게를 줄이기 위해 너무 많은 짐을 뺀 나머지 배낭을 들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는 결론이 남. 이 불운에 굴하지 않고 노력하고 노력하고 가방을 확장시켰음. 이 노력에 하늘이 보우하사 노트북 가방을 따로 들어도 된다는 정보를 발견. 노트북 가방에도 4권의 책을 구겨넣으며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명언을 되새김.  

 

9월21일

인생사 새옹지마. 노트북 가방이 생각보다 작아서 (노트북이 큰것은 절대 아님) 책 네권을 넣었다간 노트북 가방이 아니라 노트북이 터질 지경이라는 상태를 발견. 결국 살을 썰고 뼈를 깎아내는 고통과도 비슷한 침통한 심정을 느끼며 그렇게 발품을 팔았던 책을 4권이나 더 뺐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리어는 24kg 에어백과 침낭을 장착한 배낭은 12kg 노트북 가방은 4.5kg 카메라가방을 가장한 소지품가방은 2.5kg 임을 확인. 친구에게 이러려고 세달동안 크로스핏에서 강훈련을 시전한거였냐는 진지한 질문을 받음.

 

몸은 무겁고 마음은 떨리고 이것저것 대금치르느라 통장 잔고는 허전하고.

그래도. 간다.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