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 앙증'에 해당되는 글 763건

  1. 2009.05.08 앙증의 미투데이 - 2009년 5월 7일
  2. 2009.05.05 썩어 없어지지 않는 비닐 봉다리 같은 지식들
  3. 2009.05.02 앙증의 미투데이 - 2009년 5월 1일
  4. 2009.04.30 예수전 - 새로운 마가복음을 읽으며
  5. 2009.04.29 보시(布施)와 경기도 무료 급식 추진
  6. 2009.04.28 한 동네 20년 이상 살다 보면 그 동네 풍경이 된다
  7. 2009.04.25 앙증의 미투데이 - 2009년 4월 24일
  8. 2009.04.23 김마망의 센스는 식스 센스 - 그녀는 우리를 속이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2
  9. 2009.04.21 2009년 슈퍼동네파 배 올림픽 대회
  10. 2009.04.19 폴더 이름 '타임퀘이크'
  11. 2009.04.18 일생의 맹세
  12. 2009.04.05 앙증의 미투데이 - 2009년 4월 5일
  13. 2009.04.02 고등학교 4
  14. 2009.04.02 슬램덩크 속편 예약! 2
  15. 2009.03.30 앙증의 미투데이 - 2009년 3월 29일
  16. 2009.03.17 앙증의 미투데이 - 2009년 3월 16일
  17. 2009.03.11 병원의 기억 2
  18. 2009.03.10 앙증의 미투데이 - 2009년 3월 9일
  19. 2009.03.02 앙증의 미투데이 - 2009년 3월 1일 2
  20. 2009.03.01 앙증의 미투데이 - 2009년 2월 28일 2
  21. 2009.02.26 앙증의 미투데이 - 2009년 2월 25일
  22. 2009.02.25 앙증의 미투데이 - 2009년 2월 24일
  23. 2009.02.23 앙증의 미투데이 - 2009년 2월 22일
  24. 2009.02.22 관계의 깊이
  25. 2009.02.20 앙증의 미투데이 - 2009년 2월 20일
  26. 2009.02.20 앙증의 미투데이 - 2009년 2월 17일
  27. 2009.02.20 너희들이 90년대 해적판 만화를 아느냐-꽃보다남자아니죠,오렌지보이맞습니다 1
  28. 2009.02.20 약동하던 나무들은 지금 어디에 - JUMP TREE A+
  29. 2009.02.20 누구나 썼을 법한 일기장 -17세의 나레이션
  30. 2009.02.20 장미는 화사하게 피고, 순결하게 지네-대혁명의 장미 오스칼 2

  • 만취 상태로 취재 했다 열심히 공부중인 고딩들이 피같은 시간 애써 내줬는데.. 미안하다 애들아. 수화기 너머로 내 술냄새가 풍기지 않았기만을 바란다. ㅋㅋ 아 오늘도 야근인가…2009-05-07 10:16:08

이 글은 앙증님의 2009년 5월 7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뜬금 없이,
전세계 대량으로 쌓여가는 모든 지식들이 방부제를 첨가해 결코 썩지 않는 식품같이 느껴진다.  농경사회였다면 한세대가 끝나면 10분의 일도 남겨지지 않고 소모되고 썩어 없어질 내용(지식)들. 근데 그게 문자로 책으로 지금은 디지털로 남아서. 수천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비닐봉다리 마냥 계속 남겨져 대대손손 천년 만년 전달되고 있다.

우리가 배우고 익히고 있는 지식의 본질은 실은 '굉장히 불필요'하고 '과잉된 진리'가 아닐까?

인간이 한 평생 살고 죽는데 필요한 진리는
 년 먹고 살 양의 곡식을 생산하는 법만 알면 되고, 추위나 더위를 피할 집짓는 법만 배우면 되고, 뒷간과 우리집을 분간할 줄 아는 지혜만 있으면 되는건데 말이지.

라고 미투데이에 남기고 싶었는데
글자 초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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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방의 이유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침체되고 답습화된 우리나라 연예버라이어티 토크쇼에서 유난히 빛을 발휘하는 개그 센스와  광우병 파동과 심란한 시국에는 적절한 유머로 팬들을 선동할 줄 아는 지혜를 가지고 있는 타고난 아이돌, 연예인 김희철을 깊히 사랑하고 있다. ㅋㅋㅋ

 

  • 노동자의 날엔 그날 하루만큼은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보고 싶다…2009-05-01 16:19:53

이 글은 앙증님의 2009년 5월 1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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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의 <예수전>이 집에 배달되어 온건 월요일이었다. 출판 되기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노란 책 표지를 넘기기 시작했을 땐 달 뜨도록 설레였다.

어릴 적 계몽사에서 나왔던 <성경이야기(전5권)>을 수십번 읽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예수님이 좋아요>를 시작으로 경건의 시간(성경 구절 읽고 묵상하는)을 가졌다. 구약은 레위기에서 막혔지만 신약은 완독 했다. 매주 일요일 교회에서 예배드리기를 이십사년. 전부 다 안다 말할 수 없지만, 예수를, 그의 삶을 모른다고 부인한다면 (삼세번 부인한 베드로도 아니고) 그건 진짜 바보다.

 세상에 뿌려져 제 모든 것 바치고 썩어서 다시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개똥'에 비견되던 선구자. (나 다니던 교회, 존경하던 목사님은 항상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참 다행이다)

(한국)교회에 심사가 뒤틀린건 몇년 전이었다.
이단과 아닌 것을 구분하고 죄와 죄가 아닌 것을 재단하고 칼 같이 자르면서 비판하는 교회에 진저리가 났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에게는 끊임 없이 관대한 그들이 우스웠다. 정작 분노해야할 것에 외면하는 그 모습이 참 싫었다. 그토록 세상 복을 추구하면서 내세의 복까지 기대하는 그들이 탐욕스럽게 느껴지기 까지 했다.
서로가 서로를 사탄이라고 부르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봤을 땐, 그만 둘 때를 찾았구나 싶었다.  

그래도 24년 항상 의지했던 이름 예수. 한 때는 닮아가길 소망했고, (교회 수련회에서는 울면서) 부르짖기까지 했던 이름. 그의 이름으로 사는 자들이 싫다고 해서, 그의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잘못이겠다. 한장 한장 넘기면서 24년간 기억하고 있던 그의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그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성전의 장사치들에게 화내듯 불의와 불평등에 분노하고 성 낼 줄 아는 원칙주의자. 허세와 허례허식에 찌든 바리새인에게 네 잘못을 말해주던 비판자. 슬프고 애통하던 자에게 천국 복을 약속하던 예언자.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을 낮춘 신(神), 신(神)의 모습을 닮은 사람.

내가 아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많고, 그가 행한 많은 이적마다 너무나 다양한 해석이 있기 때문에 진정한 그를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분명한 것은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에서 언제나 분명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었다. (현재의 슬픔과 애통함을 다행으로 여길 정도로 말이다)

아직 16장 마지막까지 다 읽지는 못했다. 그래도 마지막엔 판단이 서겠지.

예수를 믿는 것이 중요한지,
하나의 밀알로 썩어가던 그의 모습으로 세상을 사는 것이 중요한지.

어쩌면 이미 나와 있는 답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 나는 이 책을 읽는지도 모르겠다.






예수전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김규항 (돌베개,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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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28일 “내년 말까지 경기도의 초등학생 전체와 저소득층, 섬과 외딴 지역, 농산어촌의 중·고교생 등 모두 101만명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당선인은 경제위기에 따른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임기 내 도내 전체 초등생 무상급식’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런 정책은 광역 단위에서는 첫 시도다.

김 당선인 취임준비팀과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이런 내용의 ‘무상급식 확대안’을 마련했다. 이 안을 보면, 도교육청은 현재 특수학교, 저소득층, 낙후지역 학생 등 21만여명에게 제공해온 무료급식을 내년 말까지 경기도의 전체 초등학생 88만명과 중·고교생 13만명 등 101만명에게 제공한다. 이는 경기도 전체 초·중·고교생의 55.4%에 이르는 비율이다. 그동안 충북, 경북, 경기 과천시·성남시·포천시 등지에서 제한적으로 무료급식을 제공해 왔으나, 이번처럼 초등학생 전체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한 사례는 없었다.

무료급식은 1단계로 올해 2학기부터 섬, 외딴 지역, 농산어촌, 소도시 지역의 초등학생 15만여명에게 확대되고, 2단계로 2010년 1학기에는 재정 자립도 평균 이하 도시지역 초등학생 3만5000여명과 섬, 외딴 지역, 농산어촌의 중·고교생 1만7000여명에게도 적용된다. 3단계로는 2010년 2학기에 도내 전체 초등학생으로 확대된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경제위기로 부모가 해고·장기 실직된 초·중·고교생 3만명에게도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친환경 농산물의 급식 재료 공급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무료급식 확대에 따른 예산은 1단계에는 지난해 잉여 예산에서 261억원의 사업비를 마련하고, 2단계에는 전시성 예산이나 사업 항목을 통합해 마련하며, 초등학생 전체에게 무료급식이 제공되는 3단계에서는 자치단체들과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도교육청은 밝혔다.

취임준비팀의 이성대 대변인은 “급식은 교육 정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라는 게 김 당선인의 생각”이라며 “학생들이 부모의 경제력에 관계없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게 이번 정책의 취지”라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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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친구 만두는 이번달 부터 월드 비젼에 3만원씩 돈을 붓는다고 했다. 미래가 불투명한 프리랜서란 직업이 월 3만원을 붓는다는 게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너무 잘알아서 정말 잘했다고 백 번 만 번 칭찬해주고 싶다. 니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주고도 싶다.


매달 3만원의 돈이면 몇명 혹은 몇십명의 아이들이 굶주림을 면할 수 있다. 하지만 '평등의 진정한 의미'를, 그 '평등이 지금 진정 필요한 때 임'을 알고 있는 정치인이 선거에서 당선되면, 수십만명의 아이들이 굶주림을 면할 수 있다.

보시 布施.
나는 불교에 관해선 아는 것 하나 없는 멍텅구리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의 끊을 놓지 않고, 감시하고 비판하고 때로는 그 부당함을 알리는. 이런 작은 일 하나하나가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보시' 라고 생각한다.



*기사 출처는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3522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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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네에 20년 이상 살다 보면 그 동네 풍경이 된다.

며칠전 문득 내린 결론이다. 매해 유입되는 인구와 다시금 밖으로 나가는 인구(지방에서 유학하러 왔다가 취직과 동시에 밖으로 떠나는 Y대생)가 유달리 많은 동네.
 
출근 할 때면 밀물 밀려오듯 등교하는 대학생 사이에서 혼자만 역방향으로 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흡사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가 된 기분이다. 분식집 분식집 하숙집 하숙집 치킨집 분식집 하숙집 원룸 하숙집.... 그래도 그 사이 참 변하지 않는 풍경들이 너무 많아서 낯설지 않은 건 다행이고.

우리집 1층에서 삼삼오오 앉아 아침밥 먹는 하숙생 아이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예전에는 열살 이상 차이나는 오빠 언니들이었고 어느 순간 인사 나누긴 다소 어색한 또래들이었고 이제는 파릇한 새내기들로 바뀌어 채워져 있다. 요즘 다시 어린 친구들과는 인사를 나누는데 매번 너무 자주 바뀌는 얼굴들이라 못 알아볼 때가 부지기수다.

늦은 밤 퇴근길 무심코 탄 작은 4번 마을 버스.
오래간만에 오줌싸개랑 인생한탄하면서 전화통화하고 있는데 그 작은 봉고차에 날 아는 얼얼굴이 셋이나 앉아 있다. 중학교 옆반 친구, 중학교 같은 반 친구, 교회오빠. 카드 단말기 찍는데 한명 그 뒷줄 뒷줄에 한명 맨 뒷자리에 한명. 셋이 나란히 앉아 있다. 어디 앉기도 뭐하고 누구부터 인사하기도 어색한 상황. 아이고 지겨워. 근데 실은 또 반가워.

새벽엔 만두에게 문자가 왔다. 한잔 하자길래 나에게 연애거는거냐고 한마디 해주니까 다시 냉랭한 문자가 돌아온다. 결국 실실대면서 자리에 누웠다. 진짜 다행인 건 나만 이 동네 붙박이가 아니라는 거다. 그게 참 다행이다.

십년 후 이십 년 후 지금 연희동에 유입됐다 밖으로 나갈 대딩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 '저 하숙집 아직 여깄네, 저여자는 아직도 사네'라고 진저리 칠 정도로, 사라지면 어색하고 쓸쓸한 빈자리로 남도록. 나는 우리 동네의 <오랜 풍경>으로 남고 싶다.
 



  • 김규항 <예수전>이 나왔다. 전부터 벼르고 있었는데 왜 이걸 모르고 있었지 ORZ;;; 월요일에 배송 예정이라고 한다.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2009-04-24 22:19:11

이 글은 앙증님의 2009년 4월 24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가끔씩 함께 대화하는데 샵하나 올라간 듯 반음을 내는 사람이 있다.
근데 문제는 아무리 튜닝을 해도 교정이 되지 않는다는 거다.
언제나 'A'를 이야기하면  반음 올라간 '#A'를 이야기하는 그녀!
그건 바로 우리들의 김마망....



지난 일요일 슈동은 이대 아름뜰에 모였다.
이대 봄날과 꽃밭을 만끽하며 포만감이 100% 들어찰 무렵
쉴사람은 쉬고 놀러 갈 사람은 놀러가고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이날 쩡아와 금댕은 광현이 선발전 SK 경기를 보러 간다고 자랑질을 잔뜩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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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금댕이가 올린 사진 밑에 달린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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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놔...  김미망, 이거 너무 한거 아니니?
그녀의 순도 100%의 순진무구함, 거짓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질문!!!
거기에 따라오는 순백의 백치에 감탄과 탄식을 오가며 나는 사무실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슈동에게는 여러가지 괴담이 있다. 주로 동네파 인생 말년을 장식해 줄 대 반전에 관한 내용이다. 실은 쩡아가 철인 3종경기 체력장 1등급을 소지할 만큼 운동신경이 발달된 아이라거나, 서눈물이 사실 비정하고 냉정한 인간이라는 거. 말 없는 김도도는 우리의 가벼운 수다가 우스워서 동참하지 않는 다는 거? 

그 중 가장 으뜸으로 도는 괴담은

"실은 김마망이 눈치 100단의 여자인거지."
"우리들 반응 보면서 즐기느라 맨날 헛소리로 말하는 거고."
"다 들리는데 이런 우리가 가볍고 우습고 한심하니까 계속 못들은 척 못 이해한척 사오정 연기를 하는거야"

언제까지 속는가 보자, 갈때까지 가보자.
평생 살다가 나이 먹어 죽어가는데 '나 사실 다 연기였다. 눈치 없는 척 한거지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눈치가 없을 수 없겠냐. 너네 여지껏 평생 속았지?'라고 하면 우쨰?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그녀의 눈치 없음이,
그녀의 반올림 올라간 대답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녀를 시험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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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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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는데도
그녀는....
그녀는!!!!!
광현이를 모른다 ㅠㅠ
('아 놔...' '헐;;;' 'OTZ;;;' 이런 단어가 왜 유행하는지 알 것 같은 순간이다.
게다가 유머의 이응도 모르는 거 같은 저 센스 없는 댓글이란....)




결국 참다 못한 금댕이가 김마망에게 전화를 걸었다.
광현이 모르냐고, SK광현이 모르냐고, 우리 작년 여름 올림픽 야구 보면서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는 광현이를 대체 왜 모르냐고, 187의 늘씬한 광현이가 진정 기억 안나냐고.....

마망은 한참있다가 대답했다고 한다.

"....걔 유명해?"





역시 김마망은 우리를 속이고 있는게 분명하다. -_-
고의가 아니고서야 광현이를 모를 수는 없다.
SK라는 힌트까지 줬는데 모를 수는 진정, 정녕, 결코 없는 거다.

아무래도 그녀의 일기장에는
그동안 우리를 놀려먹은 그녀의 행태가 가득 적혀
그녀와 함께 관속으로 묻어갈 들어갈 것 같다...

가면을 벗어라 김마망!!!!
네 정체를 들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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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동네파 올림픽 종목설명


철봉 매달려 떨어트리기

하루 3시간 주행은 기본. 산지가 70프로 이상인 대한민국 전역을 6단 이상의 높은 기아로 다니며 단련, 이제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살상무기로 다시한번 재 탄생한 주기자의 허벅지. 주기자(철근 허벅지)의 활약이 단연 돋보이는 고난이도 게임

미인되기 대작전 릴레이 
기름종이를 이마에 붙이고 달리기, 하이힐 신고 뛰기, 아이라인 그리면서 달리기, 립스틸 바르면서 뛰기 등 다양한 종목을 접붙일 수 있는 미니 릴레이. 릴레이가 끝난 후 참가 선수 전원의 얼굴에 평점을 매겨서 보너스 점수를 줄 수도 있다.
평소 유분 많기로 유명한  금댕이가 유리하며, 공연 전 단 한번의 선긋기로 완벽 아이라인을 구축하는 만두양에게 보너스 점수가 예상 된다.

씨름 또는 팔씨름
고딩 시절부터 길거리 농구대회를 전전하던 남학우들과 대등하게 경기하던 윤댕의 강철 아이언 바디를 감상하고 실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체급 탈피 이후 재기의 꿈꾸는 금송아지 신앙증의 뒷다리 걸기 역시 기대해볼만 하다.
윤댕과 앙증, 둘 다 흑팀 소속으로 이번 흑팀의 경이적인 기록에 한국 씨름계가 주목하고 있다. .

고무줄
딱따구리부터 전우의 시체까지. 발목에서 무릎 종아리 허리는 물론이고 머리 위체급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고무줄 계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서눈물의 부재.
시멘트 팀은 이 부재를 어떻게 메꿀 것인가? 그 대응과 결과가 주목되는 경기.

배드민턴
작년 다이소에서 구입한 배드민턴 공과 라켓의 부실로 경기 진행에 큰 차질을 빚으면서 아쉬움을 남겼던 게임. 후라이팬 기법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상공으로 솟아오르던 그녀들의 귀신같은 라켓 솜씨. 단 두번의 휘둘림으로 깃털이 나가던 배드민턴 콕! 조금만 당겨도 끊어져버리던 라켓이 어울어져 어떤 장관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우리들의 다채로운 경기가 궁금한 분들은
=오월 *일. *시 서대문구 소재 연*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나요.

끝나고 금댕이네 갈비식사가 있습니다.
회비 지참 필수!


이야기 하나
일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고등학교 그 시절이 자꾸 생각난다.
고딩들을 지켜보고 취재하면서 200*년도 입시를 준비한 그 시절을 모른척 지나친다면, 막장드라마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거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스펙터클 익사이팅 액티비티 했던 신촌동의 3년. 무수히 많은 장면들이 대하소설처럼 페이지마다 새겨져 있는 가운데, 최근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고2 겨울 방학 단과학원에서 김*록을 만났을 때다.

고 2 마지막 모의고사 200점 이하란 점수를 가지고 있었던 김군과(모의고사를 제대로 끝까지 풀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충정로 모 단과학원에서 우연히 만났다. 김군은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나는 우리반 반장이었고, 김군보다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거만하게 한마디 건넸다.

"수학만 하면 어떡해? 사탐도 해야지."

그뒤 김군이 남은 1년간 어떤 성적 스코어를 거뒀는지, 그래프 상에 얼마나 가파른 y축의 이동을 만들어 냈는지는 2대*고를 나온 아이들이면 다 안다. (십년 다되어가는 그 사건은 아직도 선생님들의 입을 통해 자꾸 회자되며, '너희도 할 수 있다','아직 늦지 않았다' 학습 선전용 도구로 쓰인다고) 결국 수능 날 392점이란 점수로 서울대도 가능한 스코어를 따낸 김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프로그램 주인공으로 딱인데 말야!
(비록 가끔 당당하게 코를 후비긴 했지만 그는 얼굴이 하얗고 눈썹이 짙은 긴 속눈썹 미소년이었다)


이야기 둘
미국의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 <타임퀘이크> 온 우주가 팽장을 잠시 중단하여 우주의 시계가 10년을 다시 돈다는 설정의 소설이다. 모든 인간들이 이미 겪었으면서도, 내가 어떤 인생을 살지 알면서도 그대로 10년을 살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책을 읽고 각자 판단하시라.



이야기 하나와 둘을 더하면...
"야 앙증! 스물 여덟 인생에 들어서면서 내 인생을 다시금 타임퀘이크가 찾아온다면 어느 시점으로 돌리고 싶니?"
"음... 나는 열아홉 겨울. 서울학원에서 김군과 수학 수업을 듣던 그때로 돌리고 싶은걸"

단과학원서 함께 떡볶기로 저녁을 때우던 김군! 왜 나에게 좀 더 권해주지 않았는가? '야, 지금 수학 안잡으면 일년 내내 고생해.' 라고 말이다.

'너 설마 내가 라이벌이어서 견제한거니?'
 이런 실 없는 농담 던질마큼 내 인생이 마냥 유쾌하고 신난건 아닐텐데;;;

내가 그 때 수학을 디비파서 완성했다면,1학기 내내 안나오는 수학점수로 애먹지 않았을거고, 고3 첫 학기 때는 여유 있게 영어를 봤을 것 같다. 그렇다면 60점대 나온 형편없던 내 수능 영어가 조금 더 나아지고, 서너 문제 정도는 더 맞출 수 있지 않았나? '간신히 서울 소재 대학'이 아닌 '서울대에서 조금 아쉬운 대학'을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렇다면 지금 내 인생은 어떨까.

소설 <타임퀘이크>는 희화화 되었지만 '비극'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서울대에 가까운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내가 쉽사리 만화의 꿈을 접었을 것 같지는 않다. 버젓히 4년제 대학 졸업한 뒤 만화 한다고 2년 깝치다가 능력의 한계치로 좌절. 그제서야 다른 길로 가겠다고 커브 틀고 고생 좀 하겠지. 영어 공부도 안했겠다, 변변한 스펙도 없겠다 빽도 없겠다. 결국 내가 선택한 길은 이모양 이꼴로 그대로 진전될 것 같은 이 예감! 비극을 향해 똑같이 도는건 소설 <타임퀘이크>의 등장인물과 꼭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이 폴더의 이름은 <타임퀘이크>
우주가 백번 팽창을 중지하면 백번 그대로
'꼭 같이', '똑 같이' 살아갈 내 인생의 흔적을 적어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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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퀘이크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커트 보네거트 (아이필드,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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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의 맹세

소소한 수다 2009. 4. 18. 19:25


마구 지른 소비로 인해 월급날까지 피폐한 삶이 예상된다.
수 없이 많은 소비가 방안구석에 덩그라니 쌓여가는 가운데, 다시 생각하고 또 다시 생각해도 이건 사길 잘했다 라고 생각되는 물건이 있다. 그 순간 돈을 지불하고 내 소유로 만들지 않으면 온몸이 녹아버릴 거 같이 삘꽂히는 물건. 그 순간을 놓치고 나면 때때로 '놓치고말았다'라는 광폭한 후회가 머리를 쥐어싸게 만드는 물건

여꼴통들이 사다준 카드지갑이 그랬고,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사온 젖소나침판이 그렇다.

그리하여 나는 내 운명을 만나고야 말았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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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풀이 너덜거리도록 닳고 닳아도, 쌔까만 때로 빛이 바래도, 허름하게 다루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다 하더라도 너를 사랑하고 아낄것을 맹세한다♥ (차마 '너만을'이라고 맹세하지 못하는 나를 용서하길)



  • 친구가 미싱박아준 식탁보 덕분에오늘은바닥에서 작업이다 김마망사랑해요/하트/(me2mms me2photo)2009-04-05 00: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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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앙증님의 2009년 4월 5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고등학교

20세기 소녀 2009. 4. 2. 18:20



12년 전, 나는 서태웅과 닮은 점이 있었다.
고등학교의 선택의 간단명료함.'가까우니까'.

높고 높은 연북중학교에서 3년을 지내다 보면, 평지에 버스정류장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이대부고 교문을 보면서 사랑과 운명을 예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사랑과 운명이 아니라 해도 어차피 연북중학교 애들은 이화여고 지망에서 떨어지면 '금란'아니면 '이대부고'로 갈 운명이었다. 과하게 운명을 거스르지 말자. 교복 치마를 입지 않아도 되는 그 학교를 선택하자. 커트머리였던 나는 머리 규정이 단발인건 문제가 아니었다. 

대학을 적게 가는 것도 장애물이 아니었다. 나는 선지망에 서슴없이 '이대부고'를 적었다. 연북중학교 3학년 5반 담임과 9반 담임은 이대부고를 못쓰게 했단 소리가 돌았다. '거길 가면 대학을 못가요' 학부모를 설득하기 참 명쾌한 문장이었다. 같이 쓰기로 한 몇몇이 선지망에 학교 이름을 못적었단다.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화여고 떨어지면 다들 만날 것을 뭘. 

11년 전 3월 2일. 아스트라한 입학식 장면을 잊을수 없다. 칼구두 쫄바지. 거북이 등껍질처럼 딱달라 붙은 루카스와 이스트백가방 속에서 혼미함을 느꼈다. 그래도 애써 다니는 학교인데 폄하하지는 말자. 안그래도 똥통학교로 유명한데. 그게 내 모토였고 어느새 불평보다는 장점을 찾기 시작했다.  

한학년 6반 270명 작고 작은 학교는 단점도 많고 부조리도 많았다. 서울대 이름 아래 '1'이란 숫자 하나 못 집어 넣었지만, 모든 선생님들이 전교생 이름을 외워주는 우리학교가 좋았다. 좁아서 50m 달린다음 두배의 숫자를 100미터 기록으로 넣을 망정 매점에서 1분이면 꼭대기층 2학년 교실까지 올라갈 수 있는 작은 학교가 좋았다.
휠체어를 탄 학생도 3년 개근상을 받던 학교. 옆반과 우리반이 남아서 축구대회를 하고 이대골목에서 수십명이 단체로 떡볶기를 사먹을 수 있던 학교. 토요일 하루를 빼서 지각비로 떡을 해먹으며 장기자랑을 했던 학교.
애써 장점만 봤던 탓도 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좋아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학교였다.  

8년 전 금란과 통합으로 건물은 이전되고 기억 속 그곳은 중학교가 되었다. 전교생 14명 한학년 700여명이란 숫자도 늘었지만 소위 명문대 적어 넣는 숫자도 참 늘었다고 한다. 교복과 두발단속은 더더욱 심해지고 남녀간 교제도 엄격해지고 통제하지 못할 참 많은 것들을 구속하고 닫아 놓는단다. 그래도 대학보내는 숫자 하나로 '자랑'이 되고 '명문'이 된단다.
내가 그리워한 우리학교는 그런 곳이 아니었는데.

고등학교 그 시절을 기억하면
불완전하고 모자란 특이하다 못해 이상한 아이들이 가득했고, 다른 학교에서는 생각을 못할 상상을 넘나들 일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기억 속 나는 언제나 웃고 있었다. 복도, 교실, 교무실 곳곳에서. 언제나.

토요일 버스타고 지나치니 하얗게 칠해진 건물이 보였다. 다음날 오후 자전거 타고 이대 후문을 지나오다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서서 한바퀴를 돌았다.

참 많은 일이 있었던 3년이었다. 그 시절 누구를 만나면 항상 그 때의 이야기를 할만큼. 다들 어디 있는지 때로는 궁금해서 못견딜 만큼. 그리고 언제라도 그 때 누구를 만나던 '그 때가 좋았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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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가 만화책 한권 사면서 대통령을 욕하게 될 줄이야.
(사실 아이팟 가격 알아보면서도 한번 욕했다...)
ㅆㅂ 이명박 ㄱㅅㄲ 강만수

일본에서 예약 판매 된다는 소문 듣고 바로 yes 24를 뒤졌다.
우리나라도 예약받는구나.
(환율 때문에39000원 가량한다)

환율이 너무 높아서 지금 사면 손해인가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서
'더 오를 수도 있잖아' 라고 회사 동료가 말해준다.

오오 그렇군! 감솨!
한손으로 박수치면서 오른손으론 결재 버튼을...

예전에 우미* 치*의 데뷔전 희귀본에 사십여만원을 쏟아부을때도 그랬지만,
난 정말 이러려고 돈버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만화인생의 시작이라면,
슬램덩크는 만화앤생의 절정이라 하겠다.

만화를 즐길수 있게 해줬고 얼마나 많은 재미를 주었는지.
(그리고 그 뒤, 집착과 소유욕으로 인해 고통받았고 얼마나 가난해졌는지.....)

그럼에도!! 아직도!! 지금까지도!!! 
고마워요 이.노.우.에! 사랑해요 이.노.우.에!

 

내 손에 들어와 안길때까지 계속 떨릴 것 같구나.
오늘 밤 서태웅과 김수겸이 꿈에 나올 것 같아서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다.  




  • 날씨 진짜 좋다 나와내 브로콜리를버린동네파 후회할꼬야(me2mms me2photo)2009-03-29 1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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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앙증님의 2009년 3월 29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 아무런 기대 없이 만난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 알고 지낸지 어느덧 5년이 지났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게 과연 지속 가능한 모임일까 별로 믿지 않았는데 꽤 길게 가고 있구나. 잦지는 않아도 오래가고 계속 되는 모임이길!2009-03-16 10:34:38

이 글은 앙증님의 2009년 3월 16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병원의 기억

20세기 소녀 2009. 3. 11. 15:48

프롤로그.

옆구리가 결린건 20일 정도부터였다. 정확하게 골반 아래 내장이 쑤셨다. 근육통 생긴듯이 욱씬거리는데 자는게 더 소중했다. 그냥 요즘 편히 잠을 못자서 그렇거니, 내가 요즘 변을 잘 못봐서 그러나 싶었다. 죽을 만큼 아픈건 아니니까 병원 가는걸 차일 피일 미뤘다.

월요일에 도저히 못참고 그냥 근처 내과로 향했다. 의사가 딱 잘라 진단했다.

1. 대상포진.
2. 배에 가스차고
3. 허리디스크가 골반으로 내려온다.

난 그말 믿고 지어준 약만 먹었을 뿐인데....

약봉지엔  타이레놀이 한알씩 들어 있었고 그 덕에 통증완화가 되어 나는 4일이란 시간 동안 병원을 찾지 않았다.
에라이 이 돌팔이 의사야! 아무래 내과라도 그렇지 내가 오른쪽 골반 아래 내장이 아프다고 말했냐? 안했냐?
4일 만에 고통을 못참고 찾은 병원에서는 맹장염 같다고 동네 외과를 찾으란다. 간신히 택시 타고 동네로 와보니 복막염으로 번진 것은 물론 맹장이 터진지는 일주일이 지났단다. 터지다 못해 아예 썩어 있단 판정까지 받았다. 이 지경이 되도록 병원을 찾지 않았냐며 냉대하던 의사의 싸늘한 눈을 잊을 수가 없다.


하나. '맹장 터진 나'
이렇게 맹장이 터지고 보니 그간 했던 많은 일에 수식어가 붙는다.

맹장 터진 채 새벽 출근해서 야근하고 퇴근하던 나.
맹장 터진 채 가스 뺀다고 허리 운동 하던 나
맹장 터진 채 6kg짜리 디스크 체어를 나르던 나
결국 나는 민감하고 예민하지 못한건 큰 죄라고 욕 먹고 있다.


둘. 같은 방 지연이

동신병원 327호실. 같은 방 쓰는 동기(?)는 열한살 먹은 꼬마 지연이. 게다가 우리는 연희초등학교 선후배 사이. 게다가 함께 구준표에 열광할 수 있는 소녀의 순정까지 둘 다 지니고 있었다.
이제 새학기 4학년에 올라가는 지연이는 교통사고 나서 학교 안가는게 신난다고 했다.

"지연아, 학교 안가니까 신나냐?"
"네"
"언니도 회사 안가서 신나.
"근데 지연아"
"네?"
"회사 안가는건 학교 안가는 것 보다 두배는 신나."

승부를 내겠다는 건 아니지만 여튼, 내가 이겼다.


셋. 떼어냄의 아픔
수술 하고 난 뒤 '새 내장'이 생겼다. 고무 호스로 연결된 그 주머니에는 나의 혈액이 들어 있으므로 내 신체의 일부로 여기기로 했다. (비록 하루에 한번 갈아내긴 하지만).
문제는 문병온 김형균과 유맹근이었다.
"내가 여기 입원해봐서 아는데 (김형균은 고1 때 급속히 자라는 키가 원인으로 기흉에 걸렸었다) 너, 이거 잡아 뺀다. 호스를 잡고 그냥 예고 없이 쑥 빼버려. 너 호스랑 연결 된 내장과 전체 부속품이 튀어나오는 고통을 느낄걸."

"뻥치시네."

냉소했지만 실은 무서웠다.
그러더니 김형균은 친절히 간호사를 붙잡고 자신이 주장하는 호스 떼는 법의 진위여부를 재확인 시켰다.
정말? 정말 그렇게 확 잡아 빼? 내장튀어나오면 어쩌라고? 배에 구멍 나듯이 잡아 빼는게 진짜냐고?!?!? 피는 안나? 내장이 같이 빠지면 어째!?!?!?

다음 날 온갖 겁을 집어먹고 외과로 내려가서 호스를 빼는데, 안아프다. 그냥 위장이 울컥하더니 무사히 제자리 찾는다.

그냥 호스 잡아빼던 의사가 웃었을 뿐이다. '신**씨, 이것도 안아파요?' 라며 껄껄.
정말 아프지 않았다. 그냥 내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아쉬움이 남을 뿐.


넷. 항생제의 공포

병원에서 제일 견딜 수 없었던건 링겔 뽑은 자리 비비는 바람에 혈관이 터진 것도 아니었고, 소변볼 때마다 엄습하던 내장을 쥐어짜는 고통도 아니었고, 3일 금식도 아니었다. 노란색 항생제의 공포!
슈동 놈들 여섯명 침대 근처에 옹기 종기 앉아 있는데 간호사 언니가 상냥하게 다가와 노란색 항생제를 투입하면 혈관을 따라 할퀴는 고통에 웃을 수가 없었다. 믿어줄지 모르지만 하이킥 보면서 웃는 그녀들 속에서 나는 정녕 고독을 느꼈다.

'인간은 모두 혼자인가?'
'개인의 고통은 오롯이 개인에게 주어질 수 밖에 없는가?'

아픈 사람은 '혼자' 아프니까, 외로울수 밖에 없고, 그래서 비뚤어지고 냉랭해지는 것 같다. 난 자주 안아파서 참 다행.


다섯. 병원에서 되찾은 꽃사슴
고등학교 때 난 산혜선을 좋아했다. 그녀의 천진난만함을 가장한 뼈 있는 말투. 따라 잡을 수 없는 찰나적인 재치. 연북중학교 시절에도 신혜선 못지 않게 내가 사랑한 애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연희동 꽃사슴 박*영이었다.
수술 끝난 다음 날 간신히 앉아서 책읽고 있는데 열린 병문 사이로 누군가 나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우연히 지나치다 병실에 새겨진 '신**' 세글자에 '에이 설마'라고 생각했댄다. 근데 열린 문큼 사이로 너무 익숙하고 커다란 덩치가 앉아 있었댄다. 그게 바로 나.

'으왁 박*영!!!!!'
"엄마가 말하던 건너편 방 맹장터진지 일주일 지나 입원한 인간'이 너였냐?"

병원에서 벌써 유명해졌나 본데, 그게 니 중학교 동창 맞아. 그게 바로 나지.
대답은 필요 없었다.  

금식 중인 나를 위해 5가지 맛 자일리톨을 사다준 것도 그녀였고, 인디아책을 빌려준 것도 그녀였고, 어머니가 퇴원하셨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방문해 딸기를 사다 앵긴 것도 그녀였다.

나는 그녀를 연희동 아닌 서대문구 꽃사슴으로 부르기로 했다.
서대문구 꽃사슴! 받기만 해서 미안해. 너만 괜찮다면 언제든 너에게 떡볶기를 쏘게 해줘.


일곱. 무한도전의 잔학성

못 먹는 것 보다 더 한 고통은 웃을 수 없는 고통이다. 수술한지 하루 밖에 안된 배를 붙잡고 무한도전을 보는건 빨갛게 달궈진 쇠철판 위를 맨발로 걷는 것과 비슷한 강도의 고통이었다.
자막 하나하나 왜 그리 웃기던지. 입술을 깨물다 못해 '푸!'하고 침을 분무기처럼 뿜어 대기를 두번. 결국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근데 들리는 음향만으로도 웃길건 또 뭐람.

무한도전, 무시무시한 프로그램이다. 맹장수술한 환자는 보지 말라고 경고해달라.


여덟, 고마운 사람들
엄마. 너무 수고 많았고 수발드느라 욕봤어. 하지만 병원에서 하룻밤도 잠 안잔건 평생 기억할꺼야. ㅋㅋ
영진아. 이틀이나 병원서 자느라 힘들었다. 하지만 의사가 진찰하러 왔을 땐 좀 일어나 앉지 그랬니? 의사가 널 냉대한건 아니야. 너같이 자느라 아침이 오는 줄 모르는 보호자도 대다수라고.
아빠. 아빤 나 수술하는 날 잠시 있다 갔지? 그리고 아무리 기억하려해도 기억에.... 없더라 ㅋㅋㅋㅋ
빡세, 윤호오라버니. 와주셔서 감사. 내가 제일 아플 때 와서 정말 제대로 대접도 못했네. 비록 내가 먹지는 못했지만 내 대신 식구들이 딸기 잘 먹었대.
지은언니. 먼길 오느라 수고 많으셨구요. 이렇게 챙겨줘서 고마워요. 전 언제부터 마실 모임에 나갈 수 있을까요?  ㅋㅋ
선화. 과자 맛있는 것만 골라 사와서 또 다른 고통이었다구. 우리 조만간 만나. 인자기 관해서 할말이 많아. 귀여워 미치겠다고.
은실. 오랜만에 얼굴봐서 좋구나. 비행 다니는 친구는 중간 중간 휴일이 있어서 참 좋아. 다음에 그분과 함께 보경이도 함께 봐. 나는 널 괴롭힐테야.
오줌싸개. 노고산 함께가자. 언니 이제 쇠도 씹어 먹어. 니가 사온 떡볶기 맛있었어. 날 '아내의 유혹'의 세계에 빠트리다니. 잘하는 짓이다 잘하는짓이야!!! ㅋㅋ
뒷걸음질. 먼길 오느라 수고 많았어. 학교 수업 마치고 오느라 피곤했을 텐데 우린 멀리 떨어져 살아서 만나려면 참 먼길 와야하네. 다음엔 내가 동네로 갈께. 맛있는거 먹자. 과일통조림 잘 맛있더라.
뚱토. 비오는 날 오느라 수고 했구나. 밥을 많이 먹어서 네 떡볶기를 반기지 못했어. 마음에 담아두지 마 ㅋㅋ
선주. 화환 대신 보낸 쇼콜라 케잌은 평생 잊지 못할껴. 맛있는건 둘째치고 덕분에 빠진살 다시 쪘어. 가끔 경민이 뿡뿡이가 되줄테니 꾹참게나.
27기들. 유맹근이가 사온 던킨도너츠를 열심히 비우던 홍얼을 잊지 못하겠다. 미식거리고 아플때 와서 많이 반겨주지도 못했구려.
미디어 ** 팀원들. 그저 죄송할 뿐. 미련한게 죄지, 저 없는 새 제 일처리하러 분주했을 팀사람들 생각하면 그냥 민망할 따름이예요.
유맹근&김*균. 니들이 내게 준 호스의 공포는 무사히 이겼다. 곧 맥주 함께해. 그나저나 뒷침대에 이쁜 여대생 있는건 언제 봤니?
나의사랑우리슈동. 하루 빼고 나타나준 쩡아, 벨기에 다녀온 이후 매일 와준 만두. 최소 2번 이상의 출석률을 보여준 전 멤버들! 수고 많았어. 때때로 아프고 피곤할 때 냉대해서 미안해. 작은 서랍속에 넣어 두는건 좋은데 너무 자주 열지는 말자. 너네 없으면 그 긴시간 어떻게 버텼겠니? 다양한 방문과 함께 하던 티비시청... 덕분에 잊지 못할 입원기간이었어.


아홉. 읽은 책들.

책 읽으려면 지금이 기회인거 같아서 사뒀다 못읽은 책들, 얻어 와서 안 읽은 책들 해치웠다. <다섯째 아이><인디아><내 친구 엘링을 소개합니다><자기만의 방><안개><3기니><앗 뜨거워 HEAT!>
런던 스케치는 아직 읽다 말았네. 만화도 열심히 다시 봤는데 다시 읽은 쿨핫은 아직까지 정말 대단한 만화다. 얼마전에 구입한 석정연 만화책도 다시 읽었다. 열왕대전기랑 잔혹한신이 지배한다는 정말 가볍게 훑는 것만으로 충분히 괴로워지는 찐한 다크 초코 같은 만화로구나. 다시 되새김질!


열. 안녕 병원.
회사 복귀 하고 나니까 언제 병원에 있었는지 꿈같이 느껴진다. 현실감도 없고 내가 그렇게 긴 시간 있었는지 실감도 안나고. 병원에서의 하루하루는 비슷하고 똑같이 닮아 있었기 때문에 9일동안의 기억이 하루라 해도 보냈다해도 믿겠다.그냥 병원의 기억은 영역 지정해서 잘라내고 다시 출근하는 아침부터의 기억을 'ctrl+E'해서 붙여 넣은 것 같다.

꿈같은 휴식을 마치고 나는 다시 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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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왔다. 병원에서 일주일 넘는 시간들이 꿈결같다 ㅠㅠ 병문안 와주었던 모든 분들 너무 고마워요. 이번 일을 계기로 배운거라면 내몸에는 통점이 적다는거. 조금 아파도 꼭 병원을 찾아야한다는 것 정도겠다. 아.. 병원의 여유있던 시간이 마냥 그립다 ㅠ..ㅠ2009-03-09 10:44:02

이 글은 앙증님의 2009년 3월 9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 꿰멘맹장을부여잡고 엘링시리즈를읽고있다 살라미와 각종 치즈에대한 설명에 고문이따로없다 포도맛껌이라도씹고싶다ㅜ‥ㅜ(me2mms)2009-03-01 12:03:36

이 글은 앙증님의 2009년 3월 1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 맹장터진지 일주일지나 병원찾아간 어이없는 여자가됐다 의사가 욕을 한바가지했다 수술하고 아픈건참겠는데 웃음은못참겠다 아 개그치고 싶다ㅜㅜ(me2mms)2009-02-28 08:46:39

이 글은 앙증님의 2009년 2월 28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 조갑제한테 쓰레기통을 던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야근에 철야에 온몸이 삐그덕거리고 밥맛뚝 떨어지게 세상 돌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아볼만 하구나. 정녕개훈훈 +_+ 아아 용사여~2009-02-25 13:20:42

이 글은 앙증님의 2009년 2월 25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 책을 못읽고 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메리 스튜어드'에서 단리가 리치오를 죽이는 장면까지 봤는데 그 절정의 순간 뒷부분을 못읽고 있다. 북코아 헌책방에서 책도 마구 질렀는데 손하나 못대고 있다. 그래도 난 도리스 레싱 새책을 엄청 싸게 구입했는걸;;;2009-02-24 10:17:38

이 글은 앙증님의 2009년 2월 24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 어째서 내 블로그 숫자가 “Today: 127 Yesterday : 238”이나 되는거지? 대체 대체 대체? 방문 경로나 검색단어로 들어온 흔적이 뚜렷한게 없고 아이피 주소도 특이할게 없는데;;;; 메인에 뜬 것도 아닌데 놀라울 따름이다.2009-02-22 12:37:46

이 글은 앙증님의 2009년 2월 22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관계의 깊이

20세기 소녀 2009. 2. 22. 13:23


내가 결코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근데 어느 새 십수년을 넘게 만나온 사람들이 참 많다. 만두나 김도도 영*이 같은경우는 심지어.. 20년을 채워간다. (한 동네에 22년째 사는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만나온 햇수가 결코 사이의 깊이를 나타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깊게 십수년을 만나온 사이라도 '현재의 나'를 알지 못한다면 그 순간만큼은 소용 없는 거니까.


생각해 보면 난 집중력이 떨어지는 애였다. '단짝친구'는 좀 불편했다. 심지어 또래 아이들이 만드는 그룹도 2-3개씩 여러개에 걸쳐 있었으니까. 하나에 집중하고, 하나에 깊이를 더하는걸 몹시 겁냈던 걸까? 너무 깊은 몰입에 항상 질려하고 쉽게 지쳐한 것 같다.


남자애들한테는 정을 덜 주려는 중이다. 동네 중학교 동창놈들, 고등학교 남자애들이나 교회놈들. 이런 얘들 결혼하고 나면 언제까지 만날 수 있을까? 주*이 같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부류를 제외하고 나면 참 몇 안된다 싶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면 사람과의 관계도 참 부질없단 생각이 들어서 쓸쓸해진다. 동성과 이성을 구분 짓는 건 별로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만날 수 있는 '이성친구'와의 관계란 건 참 한정적이구나 싶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선을 긋는 경우도 있고, 선을 긋고 계산하는 내 자신을 보면 우울하기도 하고.


28년간 관계의 깊이는 재보지 않고 부질 없이 넓혀 왔던 것 같다. 소모된 시간이 아까운게 아니라, 그 깊이 없음이 안타깝다. 내면에 추잡하고 쪼잔한 내 심정까지 다 드러내 보인 상대가 있었나? 손에 꼽으면 참 몇 안돼서 서럽다.


그냥 어제 술마시고 집으로 오는데 자꾸 한숨이 나왔다. (언덕길을 오르느라 숨이 차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 미투데이랑 블로그랑 연결해 놓고 3일째 기다리고 있는데 글이 안올라간다. 왜일까? 왜일까? 왜일까? api 주소도 간신히 맞춰놨는데 뭐가 문제일까? 문제일까? 문제일까? ㅠㅠ 여튼 오늘도 변경해보고 다시 도전해본다! 내일 아침엔 이 글이 올라와 있길 얍!2009-02-19 10:17:37
  • 밤샘을 몇번 해본 결과 몇개의 필요한 항목이 더 추가됐다. 수면양말, 안대, 작은 쓰레기통. 오늘 당장은 무리겠지만 여유 생기면 집에가서 농활베개를 어디다 뒀는지 뒤져봐야겠다. 너무 졸려. 자막은 언제 마무리 되는겨 ㅠ_ㅠ2009-02-20 03:11:54

이 글은 앙증님의 2009년 2월 19일에서 2009년 2월 20일까지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 오늘 윤호오빠가 초대해준 덕분으로 티스토리에 블로그 만들었다. 개장한것 하나 없지만 천천히 채워 넣어야지.2009-02-17 14:15:22

이 글은 앙증님의 2009년 2월 17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너희들이 90년대 해적판 만화를 아느냐 - 꽃보다 남자 아니죠, 오렌지보이 맞습니다!

꽃남 열풍이란 말로도 모자란다고 했다.
남자 주인공 캐스팅을 보고 ‘완전 따오밍쓰네’라고 비웃던 나.... 드라마 2회 시청을 마치자마자, 노트북에 ‘구준표 폴더’를 만들었다.
연애 중인 친구는 구준표가 금잔디에게 키스할 때마다 기도하듯 경건한 자세로 두 손이 모아진다고 한다. 월요일과 화요일 10시와 11시대에는 여자들에게 문자 보내는 건 엄금이라고 했다. ‘아아아악 구준표!!!!!!!!!!!!!’란 문자 밖에 오지 않는다고 .

이미 임자 있는 몸인 20대의 여심과 순정을 뒤흔드는 이 드라마. 이 드라마 왜 이렇게 인기 있는 걸까? 이렇게 과열되어도 좋은 걸까? 나... 너에게 빠져도 되는거니, 구준표? ㅋㅋ

하지만 만화책 <꽃보다 남자>의 기억을 떠올려 보라. 이 인기가 부족하면 부족했지 과한 것은 절대 아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알게 되어서 대학교를 졸업한 24살 때 끝난 (지독하리만치 장기 연재한) 만화. 일본 순정만화 역사사상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자랑하던 이 만화. 신간이 나온 날 학교에 가져가면 앞자리 1번부터 뒷자리 46번까지 전원이 돌려보고 한반 전체가 하나 되어 쉬는 시간마다 ‘황보명!’ 또는 ‘윤지민!’을 외치게 만든 만화.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갖고 싶은 만화는 ‘소유해야만’ 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당연히’ 이 만화책을 가지고 있다. KBS 방영판 꽃보다 남자 5화를 보던 날이었던가? 결국 이 드라마는 옥상 창고를 뒤지게 만들었고. 7개의 라면박스를 다 흐트러트린 결과. 보물 같은 만화책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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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낸 만화책의 제목은 <오렌지 보이>. <꽃보다 남자>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일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히트친 만화의 (라이센스를 따지 않은) 불법무단복제판이 었기 때문에 네이밍센스가 이렇다. 이 만화의 제목이 ‘오렌지’보이 인건, 90년대 초반 유흥과 풍기 문란으로 당시 사회에 커다란 문제로 화두된 ‘오렌지 족’에서 왔다는 걸 기억할 사람들이 있을지..... 해적판을 찍어낸 번역가 입장에서는 F4가 오렌지 족으로 보였음직도...(충분)하다.

꺼내어 다시 놓고 보니, 그런데 이 만화 심상치가 않다. 이 만화가 건드린 사회 문제가 한 두 개가 아니다. 정유나(일본이름 츠쿠시, 한국드라마 이름 금잔디)를 향한 ‘왕따’는 당시 일본에서 큰 화두가 된 ‘이지메’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 비뚤어진 사랑으로 정유나를 괴롭히는 후배 혜연(일본이름 사쿠라코, 한국드라마 에서는 이시영이 맡은 역)은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세기의 문제아(?) 이다. (비록 정유나의 도움으로 개과천선하긴 한다만;;)

하지만 그 어떤 것 보다 이 만화가
 가장 크게 다루고 있는 것은 ‘권력’이다. 그리고 ‘권력을 향한 항거’이다.

시장경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신(神)이란 돈을 의미했고. F4, 그들은 신의 아들이었다. 그들을 계급의 꼭대기에 올려 주고, 그 어떤 폭력과 범죄를 용인해 준 것 역시 돈이었고, 세상이 그들을 ‘돈’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이 사회에서 ‘돈’으로 따지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었겠냐만은)

자기 힘으로 돈 한 번 벌어본 적 없는 주제에!’

정유나(=츠쿠시, 금잔디)의 대사 그대로 만화는 이 사회의 병폐를 그대로 꼬집어 내고 있다. 비록 '신데렐라'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덧칠해져 있긴 하지만.

(작가는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이토록 사회부조리를 그대로 함축하고 있는 만화! 오렌지보이(꽃보다남자)가 순정 로맨스의 장르의 대서사시로 자리 매김한 것은 어찌보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오렌지보이가(=꽃보다남자) 자본이라는 절대 권력에 맞서는 한 여성의 용기를 그린 장작 37권에 걸친 만화라고 한다면 비약이 너무 심한 것일까? (황보명도 정유나를 F4에 맞선 유일한 여성이라고 해줬는데?)

내가 존경해 마지 않는 한 어른은 대한민국 여자들이 얼마나 돈에 집착하는지 보여주는 시청률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달콤하게 포장해 내놓건 쓰고 악취 나게 내놓건 이 만화는 우리 사회, 더 나아가서는 현 인간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드러내다 못해 만천하에 까발린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고.

동화 속 공주들은 항상 왕자를 만났다. 재투성이 아가씨도 왕자를 만났다. ‘왕’이라는 피라미드의 꼭지점이 존재하는 한 신분사회에서는 윗 계급을 꿈꿀 수 밖에 없고. 사회구조가 그러한데 그걸 나쁘다고 마냥 욕할 수는 없다. 욕하기 전에‘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라는 십년 전 노래가사를 현실에 적용해 보는 게 조금 더 건설적인 일이 분명하다. 

만화가 연재될 당시인 1992년에도 그러했지만 여전하고 더 심화화 된 2009년 자본주의 사회. 그 절대 권력에 대항하는 정유나(츠쿠시 혹은 금잔디). 비록 그녀가 신데렐라의 삶을 살게 된다 할지라도(만화 속 둘은 이어지지 않은 채 미래를 약속하며 열린 결말을 맞이했다.), 손 댈 수 조차 없는 절대적인 권력에 맞서 끝까지 당당했던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아이스크림마냥, 로맨틱하고 달콤해야할 순정만화에서 조차 ‘절대권력’과 ‘계급’을 따지게 만드는 이 사회를 지탄해본다. 지금이야 이 썩어 문드러진 사회가 나를 이리 냉혹하게 만들어 권력과 계급을 계산하지만! 10년 전 <오렌지 보이>에 열광하던 나는 <오렌지보이>를 보며 백마탄 왕자님을 꿈꾸던 지고지순한 소녀였었기에....
 





* 꽃보다 남자가 아닌 해적판 <오렌지 보이>에서는 90년대 불법 복제된 해적판 만화의 온상을 알 수 있다. 애써 고등학생을 대학생으로 만들다 보니 나이를 잊고 무리하게 교복을 입고 등장하는 ‘대학생들’은 물론이고, 기모노가 한복으로 변하는 순식간의 변화 과정도 엿볼 수 있다. 부실해 보이는 ‘한국화’과정을 거친 컷들은 <오렌지보이>의 또다른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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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노가 한복으로 변하는 과정. 참 쉽죠? 그래 참 쉽다;;;


* 대체 이 <오렌지 보이>는 해적판 만화인 주제에 자체 검열을 왜 시도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차피 불법인 주제에 청소년의 성윤리에 큰 타격을 줘서는 안 된다는 기준이 있었던 것일까? 여하튼 90년대 일본 해적판 만화를 즐겨 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을 거다. 찐하고 애절한 키스 장면. 뜬금없이 등장해 여주와 남주의 입술과 입술을 가리던 꽃무더기. 어설프게 런닝 셔츠로 급조된(?) 속옷. 주름하나 없이 맨몸라인을 그대로 살려주는 정체불명의 티셔츠. 이런 자체 검열은 오히려 묘한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걸 그들은 아나?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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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로 야하지 않은 내용인데, 갑자기 런닝셔츠기 덧입혀진 수정을 보면 당혹스럽기 그지 없다. 금기는 상상력을 증폭시키는걸 정녕 삼성코믹스.. 니들은 모른단 말이냐?

* 전권을 읽고 나면 12년간 연재된 만화답게 작가 카미오 요코 의 날로 발전(?)하는 그림체를 볼 수 있다. 일취월장하는 그림체(그러기엔 너무 길지만) 도 이 만화의 중요 포인트다!

* 순정만화 답게 이들 사랑에 몇 번의 위기가 몰아쳤는지 모르겠다. 셀 수가 없다. 윤지민(일본판 루이, 한국판 김현중), 혜연(사쿠라코), 외국인 남자, 국회의원아들 종오, 하급생 모델, 해변에서 함께 오징어팔던 놈, 황보명의 사촌으로 사칭하는 놈, 황보명의 어머니, 기억상실증 걸리고 병원에서 만난 여자애 등등. 이들 사랑은 너무나 풍파가 많았다. 굳이 전권을 읽어볼 요량이라면, 또 다른 라이벌에 등장에 너무 놀라하지 말 것. 정유나(츠쿠시, 금잔디)의 인생이 너무 밑바닥에 밑바닥으로 떨어진다 해도 지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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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인기 있었던 해적판 만화는 절반은 정체불명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권수를 늘려 내야하는데 대책없이 얇은 페이지로 출판할 수 없다는 양심은 좋은데, 한 책의 3분의 2가량이 단편으로 채워지면 이건 잡지 연재물도 아니고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이러나 저러나 분통이터지기 마련이다



* 단순 멍청 무식한 황보명은 멍청해야 맛, 그리고 (짐승같이) 정유나를 향해 과도한 집착을 보여줘야 맛이다. 개인적으로 KBS판 <꽃보다 남자>에 황보명(구준표)의 질투심을 자극하면서 곳곳에 코믹적인 요소를 심어줄 상엽이가 등장하지 않은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원작 관련한 몇가지 tip

원래 꽃보다 남자의 ‘F4’는 ‘F5’였다고 한다(써놓고 보니 키보드 키 같다;;;) 근데 작가였던 카미오 요코가 다음회 예고를 넣기 위해 컬러 컷을 넣는다는 게 스케치를 끝내고 나니 남자 4명 밖에 들어갈 자리가 없었고 덕분에 F4로 대수정 되었다고.

카미오 요코는 원래 윤지민(일본판 루이, 한국판 김현중역)을 정유나(츠쿠시, 금잔디)와 엮어주려 했으나 자꾸 그리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황보명과 엮어지는 바람에 어쩔수 없었다고;;;

*개인적인 드라마에 대한 요청.

구준표는 더 멍청해야 캐릭터가 산다. 개그가 안살아 있다. 게다가 철이 너무 일찍 들었다. 금잔디(정유나, 츠쿠시) 를 통해 성장하고 자신의 과거를 뉘우쳐 가야하는데 이건 뭐... 혼자 다 커버려서 성장의 맛이 하나도 없다.

금잔디는 가장 매력적인 여주인공 중 하나이다. 그녀는 ‘보통’을 표현하는 대명사여야 하고, 이 만화 속에선 ‘유일하게’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와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인물이다. 그런데 드라마 속 금잔디는 마냥 떽떽대기만 하는 통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감정이입을 막고 있단 소리다.

구혜선이 억지스럽게 밥을 우걱우걱 먹는 씬은 8,9년 전 유행하던 명랑소녀성장기를 보는 것 같아서 촌스럽고 어색하다. 게다가 중간 중간 되도 않게 어설프게 우에노 주리가 연기해 낸 ‘노다메’를 흉내 낸 것은 몹시 불편하다. (원작인 두 만화를 봐라. 두 만화 속 두 캐릭터의 닮은 점이 단 하나라도 있는지...)

정상적이고 현실적인 여성 금잔디가 보고 싶다. 츠쿠시한테 쓸데 없이 ‘한(恨)’따위를 심지 말아 달란 말이다!




처음 첫사랑을 꿈 꾸기 시작한 그때가 언제였더라?

대게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정확하게 기억한다. 초등학교 5학년 열두살. 만화 대여점에서 300원에 책 한 권을 빌려 하루 종일 읽고 또 읽던 무렵이었다. 어른이라 부르기엔 미숙하지만, 어른의 모습을 하고. 풋사랑이라 부를지언정 ‘사랑’을 시작하는 나이. 이 만화를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런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그 나이'를 맞이할 수 있었을까?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겨울. 나는 교회 겨울 수련회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또래 남자아이들보다 두 뼘 내지 세 뼘 키가 큰 ‘오빠들’. 신발에 질질 끌리는 청바지. NIX와 GET USED, Calvinklein 따위의 메이커들. 문화적 충격과 세대간 격차를 몸으로 새기던 시절 나는 이 만화를 떠올렸다. 무언가 비슷해. 묘하게 닮았어. 두 손을 움켜쥐고 중얼거렸다.

나는 나에게도 ‘그 시절’이 왔음을 상기해야 했다.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유혜진’은 빨리 발돋움해서 오빠 같이 자라고 싶다. 자신의 오빠가 회장으로 있었던 고교 동아리 <JUMP TREE A+> 가입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오빠와 비슷한 승주 오빠를 만난다. 당연히 동아리 활동을 같이하는 단짝친구가 등장하고 한 살 차이일지언정 그 나이만큼 어른의 역할에 다가간 선배들이 등장하고. 그리고 첫 사랑도 나타난다.

만화는 순정만화답게, 보잘 것 없고 울보인 유혜진에게 4명의 남자가 쏠리는 러브라인을 구축한다. 하지만 의외로 그녀의 선택은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남자인 승주보다는 이미 동아리 내에 오랜 연인 이 존재하는 있는 태준이를 향한다.

만화의 마지막, 혜진이는 자신의 친오빠보다는 조금 작은 키로 자신의 열일곱을 함께해준 사람들과 사람들과 함께 웃는다.

아주 가끔 생각을 해본다. 당연히 그 나이가 되면 ‘꼭 만날 수 있을거라’ ‘당연히 존재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 나는 한번도 ‘어른스러운 미성년’의 존재를 부정해본 적이 없기에 더욱 그렇다. 비록 그러한 고교시절을 보내지 못했지만, 내가 겪지 못했다고 해서 그 존재가 없는 거라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난 십년이나 더 어린 그 애들보다 더 어린 스물 일곱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88만원 세대로 세상을 마주쳤을 승주오빠와 태준이 오빠는 무얼 할까? 꿈과 현실의 괴리속에서 꿈을 선택한 터프한 민휘경은 자신의 삶에 후회가 없었을까? 나보다 ‘선배’로써 ‘첫사랑’을 앓았던 만화 속 주인공들에게 묻고 싶은 말들이 참 많다.

여하튼 이 만화를 읽고 나면 그렇다.

백뮤직으로 등장하는 이오공감이나 푸른 하늘의 노래, 90년대초 이승환의 노래를 다시 꺼내 듣고 싶어지고. 그 시절, 그 거리, 명확하게 지칭되지 않았던 그 때가 떠오르고. 누구라 허공에 발차기 하고 싶을 만큼 부끄러울 지언정 잊지 못할 첫사랑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오공감이라니, 누구에게는 개유치할지 모르겠지만, 90년대 첫사랑을 해본 나에게는 아직 세상 최고의 낭만이고 순수고 열정이고 그렇다.



*다른 이에겐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에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이오공감’만큼 낭만적인 노래가 아직 없다. 10점 만점의 10점을 부르는 세대 속에서. 관리 소홀로 늘어나 버릴지도 모르는 가냘픈 테잎에 녹음된 ‘한사람을 위한 마음’ 이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 모든 순정만화가 그러하듯이 만화는 여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모든 설정이 전개 된다. 사랑받을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 주위에 등장하는 수 많은 남자들의 애정과 헌신... 그리고 그녀에게 마냥 관대한 주변 인물들... 잊지 말자. 화가 치밀어 오를 때마자 상기시키자. 이 만화는 여자들의 판타지와 희망을 그린 ‘순정 만화’다.

* 역시 모든 순정만화가 그러하듯, 남자 등장인물 중 장발이 등장하지 않으면 순정만화가 아니다. 남자 고교생의 머리가 어떻게 허리까지 오는지 헤비메탈 그룹과 비슷한 퍼머까지 가능한지 스타일인지는 묻지 말자. 이 만화는 90년대 ‘순정만화’라는 면죄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캠프파이어 시간에 나오는 BGM 가사를 읽어보라. 어쩌면 당신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의 노래가사를 그냥 지나쳤을지도 (아예 모를지도) 모른다. 94년 당시에 고교생이었던 그들의 현재나이를 곰곰이 계산해보길 바란다.

*당시 순정만화지 <댕기>에 연재되었던 이 만화는 한국 순정만화 최고의 르네상스시기를 구축하며,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었다. 90년대 인기가 많았던 만화가 재판 삼판 수어번의 재탕 출판되는 것에 반해 이 만화는 단 한 번의 재판 외에 새로 판을 찍지 않았다. 특별한 근황이 전해지지 않는 작가인데 책이나 더 찍어주지 두문불출 뭘 하고 지내는지(아울러 그녀의 수입원은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하다. 책을 구하고 싶은 팬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그것도 대여점을 한번 거친 상태인 나쁜 상태의) 옥션 책의 가격을 보면 바짝바짝 애가 탄다. 헌책방을 지나다가 이 만화책을 본다면 주저말고 구입하라! 팬이라면 만화를 소장했단 기쁨에 몸부림을 칠 것이고, 팬이 아니라면 옥션에 올려 짭잘한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만화를 보면서 드는 가장 큰 의문은 과연 이 대사를 고등학생이 읊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다. 어릴 때야 아 고등학생이 되면 저런 말을 할 정도로 ‘진지해’지나보다 싶었지만, 나는 서른이 돼서도, 마흔이 되서도 저런 대사를 읊을 일이 없을것 같다....(일단은...)

예시가 될 만한 몇 개의 컷을 붙여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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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일곱의 나도 한번 읊어 본적 없는 이 대사. 집착은 커녕 소유조차 해보지 못한 내 인생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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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사를 후배 앞에서 읊을 수 있는 용기. 열 아홉 아니라면 할 수 없을 객기이리. (비록 십년후 손발이 오그라들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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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라니 누가 병아리란 말인가. 열아홉살의 입장에서 보자면 열일곱도 병아리로 보일수 있을 게다. 하지만 이 치밀어 오르는 씁쓸함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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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여덟이 되더라도 평생을 걸쳐
읊어보지 못할 듯한 대사다.




하지만 이 수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이 만화를 꺼내볼 때마다 설레이는 서정적인 <녀성>임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이 만화를 읽을 때는 ‘90년대 감성’을 잊지 않은 채 만나야 맛이다.


90년대를 풍미한 한국 만화가를 고르고자 한다면 정말 수 많은 이름이 스쳐지나간다. 그럼에도 내 첫 번째 손가락은 ‘언제나’ 정해져 있었다. 강경옥. 그야말로 한국 순정만화의 부흥기라고 할 수 있는 1990년대. 십대가 등장하는 만화는 무수히도 많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녀는 내게 국내 최고의 순정 만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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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 해도 나는 ‘사람’이다.
단지 ‘사람’앞에 보통이란 단어를 받고 싶지 않은 기분을 느낄 뿐이지.
그것이 17세의 어린 객기에서 오는 것이든 자신의 콤플렉스에서 오는 것이든
알 수 없는 미래가 남아 있기에 지금의 나는 어떤 특별한 가능성을 꿈꿔보는 것이다.
설사 현실은 같은 일의 반복이더라도 그래서 결국 보통 사람이다 하더라도 말이지.
오늘도 어제의 연속일 뿐인 이 생활
어제의 연속인 이 생활에서 나는 어떤 특별한 꿈을 꾸고 싶어하는 것일까.

평범한 열일곱이 꿈꿀 수 밖에 없는 오늘. 그리고 그 나이가 아니면 하기 힘든 고민들. 학교, 친구, 진로, 이성문제... 턱없이 작았다 비웃을지 모르는 이야기지만, 그 나이는 목숨을 걸 만큼 커다란 문제였고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였다.

내 이름은 강세영. 고등학교 1학년에 별 배역 맡아본 적 없는 연극부원.
현재 좋아하는 남자애는 소꼽동무 정현우에다
라이벌 비슷한 애도 한명...
그리고 집과 학교, TV, 분식집, 친구들...
그런 당연하고 평범한 것들에 싸여서
그렇게 어떤 시작도 끝도 없이
생활의 중간에 있었다.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아이들이 등장하는 만화. 평범한 세상 속 아이들은 예외 없이 자라나고, 그 과정 중 성장통을 앓기 마련이다. 그 시절. 내가 누구인지 현재가 어떤 과정인지 의문 갖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만화는 열일곱 살에 누구나 한번 쯤 써봤을 법한 일기장 같은 이야기를 담는다. 그리고 커다란 결론 없이 자잘한 결론들로 마지막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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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건 그건 본인의 마음이다.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는거다.
선아도 연호선배도 현정이도 현우도 혜미도 모두...
그리고 나도..

여우도...
누구를 위해 무얼 하는가는 여우의 마음인거다.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고민하던 시간들. 상처 받고 싶지 않아 외면했던 마음들. 나는 무엇이 될까 하는 두려움. 수 많은 고민은 등장하지만 어떤 끝도 결론도 낼 수 없었던 나이 열일곱.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니라 말하기는 참 쉽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얼마나 열일곱이 안고 있었던 고민을 하는지.

아픈 통증을 수반하는 ‘성장기’. 그럼에도 다가오는 내일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던 그 때.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면면히 모여, 인생이 만들어지는거란 생각해본다. 그 사실을 깨닫던 깨닫지 못하던 그렇게 열일곱의 나이는 지난다.

  • 이 만화의 주제곡은 단연 김민우의 <사랑일 뿐야>이다. 혹시 세월이 너무 흘러 노래를 모른다면 꼭 노래를 먼저 듣고 만화책을 읽어주기 바란다. 연우 선배가 우연히 등장하는 씬에서 노래의 음향을 느낄수 있어야 만화의 극적인 묘미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실은 <17세의 나레이션>을 먼저 다룰까, <현재진행형 ing>를 먼저 이야기 해볼까 참 많은 고민을 했었다. 어릴 적에는 조금 더 경쾌한 톤의 <17세의 나레이션>을 더 좋아했는데, 커서 읽어보니 <현재진행형 ing>의 빼어남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작가가 그린 두 개의 성장 만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만화는 같은 톤으로 다른 두가지 이야기를 차분하게 읽어준다.
  • 세영이가 소꿉친구 현우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어린왕자>. 여우에 대비한 연극은 정말이지 적절한 장치라고 할 수 있겠다. 여백을 살린 그림과 나레이션이 실제 <어린왕자> 이야기와 묘하게 어울려서 더욱더 깊은 감동을 준다.
  • 강경옥의 모든 만화가 그렇지만, 가볍게 줄거리를 읽어내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말칸 대사 하나하나가 한번쯤은 생각해볼법한, 그리고 생각해야만 하는 이야기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화책 분량에 비해 속도가 더디다 하더라도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장미는 화사하게 피고, 순결하게 지네 - 대혁명의 장미 오스칼


씨네 21에서 국방부가 선정 할 불온작품에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올려 놓았다.
아! 정말 이제사, 이 만화의 반사회적 코드를 알아주는구나. 앙뜨와네트의 휘황찬란한 드레스와 보석, 가장무도회와 불륜에 가리워져 이 만화의 참된 존재의 이유를 몰라주던 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우리 엄마도 개중 일원이었다. 바람난 왕비 애기가 뭐 그리 재밌냐고 질색했었지. 엄마! 난 적자부인의 사랑놀음 따위를 좋아했던건 아니거던뇨!)

이 만화에 대해서 내뱉고 싶은 말 투성이다. 그리고 내뱉고 싶은 만큼 간직하고 싶은 것 투성이기도 하다. 여하튼 이 만화가 시작이었다. 16년 만화 오타쿠 인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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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 아우라! '베르사이유'라는 이름만 해도 상당한 부담인데(여성들이 애용하는 명품 이름같다;;) '장미'까지 더하라면 문제가 좀 심각해 진다. 18세기 서유럽의 궁중 문화와 파티, 화려한 목걸이와 고데기로 만 머리, 지름 2미터는 됨직한 과한 드레스. 30여년이 지난 지금이야 난감하게 다가오는 철지난 코드지만, 70년대 소녀적 감성에서는 이 만화가 얼마나 아름답고 유혹적이었을지.... (오그라드는 부끄러움에 대비해) 상상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이 만화는 진정한 묘미는 역사에 스며드는 스토리 라인과 팩트와 픽션을 오가는 서사 구조. 시대상황을 적절하게 설명해주면서도 순정만화의 기본기를 놓치지 않는 충실함이라고 하겠다.

엔틱 문양이 금박으로 새겨진 가죽 하드 커버 책이지만 열어보면 깜짝 놀랄만한 혁명서랄까? 모양새는 이리 갖추고 있지만 제목과 내용은 엄연히 다른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 이 만화 한권만 떼면 절대왕정을 지나, 산업혁명을 거친 프랑스의 한세기를 아울러 당시 유럽의 패권 분포까지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신분의 차이를 사랑으로 포장해 모두에게 감정이입시키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 (초등학교 4학년 어린 맘에 앙드레가 잔디에서 풀뜯으며 절규할 때, 나의 마음도 오그라드는거 같았더랬다! )  

일본 순정만화가 제 틀을 잡기 시작할때 캔디캔디와 더불어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은 이 만화. 더불어 순정만화의  거대한 신화로 이후 무수한 아류작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김혜린과 황미나도 데뷔 당시엔 이 만화와 엇비슷한 코드의 작품을 그려냈었다)

세계사수업 따위로 배울 수 없는 당 시대가 직면한 수 많은 일화들.
민중을 알고, 귀족과 부르조아를  배우고, 생쥐스트 로베스피에르 당통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하다 못해 루소의 소설 누아엘로이즈까지 소개해주는.
18세기 로코코 시대가 화려하게 꽃피운 궁정문화에서 그 끝자락에 휘몰아쳐 대던 대혁명의 시대까지! 역동과 격정의 시절, 프랑스 혁명. 진정 그 시대를 알고자 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이 만화를 추천하고프다.

그리하여 나는 이 만화의 제목을 다시 짓자면, '대혁명의 장미'라고.....(-_-;;) 수 많은 소녀들을 울렸던 오스칼 (그러나 여자;;). 신분의 벽을 넘어 총탄에 피흘리면서도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던 그녀. 장미처럼 순결하게 져가던 혁명 전사에게 진정 잘 어울리는 제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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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만화는 대원동화에서 1권부터 11권까지(1-9권. 10권 11권은 내용과 별도의 외전), 애장판 전 3권 (3권사이즈를 한권으로 합쳐 놓은 것, 책이 잘 갈라지고 보관이 어렵다)으로 나왔다가 2001년에 아주 작은 사이즈(보통 일본만화가 나오는 사이즈로 A5보다 작다. 총 11권) 로 한번 더 출간되었다. 외전에 등장하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그림체는 믿기 어렵겠지만 동일 작가 이케다 리요코의 그림이다. 다만 십수년이 흐른 후, 그림체가 상당히 손상된 뒤 팬들을 위해 그린 그림이라 솜씨가 변질되버렸다.
2001년판은 인쇄가 마모되거나 흐릿하게 나온 선이 많아서 이게 과연 20년 이후의 인쇄술인가? 의문이 든다. 본 내용을 다 안다면 차라리 일본 헌 만화책 가게에서 전권을 더 구입하는 편이 아름다운 오스칼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이겠다.  


* <베르사이유의 장미 - 미스테리와 진실> 이란 책도 나왔는데, 그닥 추천하지 않는다. 일단 미스테리가 별로 없고, 진실이랄 것도 없다. 정보가 진부하기 그지 없을 뿐더러, 팬이라면 대다수 알고 있는 내용이 전부다. 일러스트도 제대로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진정 베르사이유의 장미 오타쿠가 되길 원한다면 굳이 책을 사서 보기 보다는 웹상에서 넘쳐나는 베르사이유 장미 관련만 찾아보아도 충분하다.


* 우리나라 락 그룹인 <네메시스>가 <베르사이유의 장미>란 노래를 불렀다. 개인적으로는 만화의 기본 스토리에 충실한 노래기 때문에 노래방에서 부를땐 오그라드는 친구들의 손발을 감상할 수 있다. 덧붙이면 가사 중, '잠들지 말아요 아직은 안돼요'부분은 오스칼이 앙드레에게 하는 말이고, '사람들이 원하는 건 사랑보다 더 큰 변화'란 프랑스 대혁명을 의미하는 것임을 밝혀둔다. 마이크를 쥐고 가사를 음미하면 오그라드는 '자신의 손가락'도 발견할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