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횡재

20세기 소녀 2009. 2. 19. 10:06

어제 도서폐여점 만화책을 파는 곳에서 평생 구할수 없을거라 여겼던 얌생이를 구했다. 김정은 단편집 what's up과 한혜연 단편집 <어느 특별한 하루>랑 이향우 <우주인>까지.

 아 정말 얌생이는 새걸로 사고 싶었는데 ㅠ_ㅠ
아니 헌책이라 해도 원가에 3배까지 살 의향이 있는 만화책이었는데 800원에 팔고 있는걸 보면 나도 모르게 눈밀이;;;

어릴적부터 잡지(윙크)로 만화책을 보다 보니, 한국만화는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구입하지 않은 것들이 꽤 된다. 덕분에 잡지를 죄다 창고에 넣어 놓은 지금 다시 그 만화가 보고 싶어서 미칠지경인데 말이지....

좀 더 부지런하면 리뷰도 열심히 올리고 할텐데, 여의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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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자꾸 눈이 간다.

2년전에 사서 2년 약정도 다 못채운 애니콜 SPH-V9900!!

고작 200만 화소인 주제이 로모같은 효과를 내면서 사진이 찍혔고
불필요한 기능도 없이 쌈빡하게 깔끔했다. 가로로 더 긴 화면이 마음에든건 두말할 나위 없었고.
가끔 부러질까 두려웠던 것만 빼면 12만원을 주더라도 고쳐써볼까 몇번이나 다시 생각했던 폰이었다. 그 폰에 연결되어 있던 011-295-5*55 란 번호도 참 마음에 들었고 말이지.

여튼 그 핸드폰에 너무나 애착이 남아서인지, 새로 장만한 핸드폰이 4개월이 지나가는데도 정이 안간다. 안 이쁘다 안이쁘다 말한게 입에 붙어서 그런지 얼마 전에 잃어버릴 뻔했다. 근데 막상 찾고 싶은 생각이 안들어서 스스로 당황했다. 아직 할부금이 20개월 남짓 남은 주제에 정신차리라고 생각하고 애써 핸드폰을 찾으러 돌아다녔지.

그리고 지금 가장 안타까운게 있다면 카드지갑이다. 이대부고 전에 홍대 쇼핑때 이쁘다 이쁘다 말했던 걸 이대부고 여꼴통 애들이 눈여겨 봐줬다가 대학졸업선물로 준거다. 겉감은 남색천에 고양이가 마킹돼 있고 안에는 빨간색에 흰줄이 가 있는 퀼트천이 덧대여 있다. 고양이 얼굴이 닳고 끈이 끊겨나가도 어찌나 이쁜지. 근데 안에 껴 있는 비닐이 다 조각조각 나는 바람에 사용하지 못할 위기에 처해져 있다.

물건이란거 집착인거 다 알고 버리고 나면 그만일 뿐인데, 이렇게 자잘한 마음조차 버리지 못하는 나는-

요즘 우울한걸까? 아니면, 그냥 애 자체가 소심해져 가는걸까.
미련일까 집착일까.



 

내 눈물은 참 값싸다.
조금만 흥분하거나 조금만 자극시키면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눈물. 서눈물의 눈물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여튼 흔하고 값싸다. 그래서 후지다.

수 많은 이별 장면마다 나는 여지 없이 울었고, 그래서 내가 전하고 싶은 순간을 참 많이 망치고 간직해야할 것도 꽤 놓쳤다. 그래도 고쳐지지 않는 건 어쩔수 없다. 나는 눈물 미리 짜놓고 살 수 없으니 체념하고 순응하며 살수 밖에.

기억나는 이별장면이 뭐가 있더라? 곰언니 학교에서 떠나기로 하고 나랑 마지막 데이트 하던 날. 언니에게 마지막 편지 쓰면서 부터 울기 시작해서 데이트 날 당일 중간 중간 울고 집에 돌아오는 서대문우체국 길가에서부터 집에 도착하는 내내 울었고 눈이 붓다 못해 붙도록 울었고. 덕분에 그날 밤 우리 아빤 내가 실연한줄 알았었다.

고등학교 졸업식날 왠일로 안우는가 싶었다. 그건 몰라서 안운거였지, 눈물이 나서 안운게 아니었다. 대학교 입학하고 첫 스승의 날이 었다. 고등학교로 찾아간 나는 1학년 때 담임 책상위에서 목을 놓아 대성통곡. 쪽팔리다 못해 두고두고 전해지는 신** 진상 사건에 꼽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는 그제도 울었고, 어제는 아침 7시에 눈떠서 울었고, 또 다시 사무실에서 울었고 지금도 때때로 울컥한다.
1년 3개월 일한 팀을 떠난다. 직장생활같지 않게 좋아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아서. 빠트림 없이 존경할 수 있던 '어른'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나는 필요한 사람이다.'를 느낄 수 있었던 몇번의 순간. 얼마나 짜릿하고 행복했는지. 이토록 좋아하는 프로그램에서 일할 수 있었던 건 너무 큰 행운이었다. 분에 넘치는 복이고 기쁨이었다.

70년대 서울 냄새 나는 외딴 연구동. 테잎들고 자막들고 가며 아그작 아그작 밟아대던 은행구린내. 쓰레빠 질질 끌고 책을 한짐 이고 가던 폐품냄새 가득한 주차장 길.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찾아들면 '치아키 센빠이'가 연주하듯 크레센도 크레센도. 아찔하게 울어대던 여름 매미 가로수 길.

쉬는 날도 공휴일도 빈적 없는 차장님 의자. 역사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우리방 책장. 옆방 건너건물 친구들, 동기들. 나의 온갖 푸념을 들어주던 동생 지연씨. 이런저런 고민을 들어주던 작가선배님들. 여의도로 찾아온 오군이랑 임지랑 노닥거리던 값싼 KBS 로비. 매뉴퓰레이터 촬영 가면 언제나 먹을걸 한움큰 쥐어주시던 특촬실의 감독님. 얼굴도장 찍을 만큼 찍었다고 사원증 없이 책 빌려주던 도서관 사람들. 역사프로에 정말 잘 어울리는 한상권 아나운서. 언제나 유쾌했던 종편실 은실언니랑 김영호 감독님까지.

잊고 싶지 않은게 참 많고, 놓고 싶지도 않았는데

다시 돌아와 좀 더 오래 머무르기 위한 '양보'라고 생각하고 조금 더 인내하기로 했다. 헤어지는게 아쉬워도 조금만 참고 더 오래도록 함께 일할 수 있는 길을 선택 하겠다.

그래서 주문을 외운다
돌아온다. 나는 돌아온다. 꼭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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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작년 바리라고 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에 출연했던 만두. 만두는 <바리>라는 작품으로 세계 곳곳을 공짜로! 누볐습니다. 올해 만두가 다녀온 곳은 뉴욕과 몇몇 도시가 있었습니다. 그 중 동네파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산, 유럽의 한 도시가 있었으니! 독일 이 도시의 스펠링을 대세요!
뒤셀도르프 Düsseldorf


미녀소소
미녀 소다(다라고 불러주자!)의 내년 목표는 로리! 그런 그녀가 내년 크리스마스 파티 때 꼭 대여해서 입어보고 싶은 복장이 있다고 하는데요. 동화속 주인공이기도 한 이 소녀의 이름은?앨리스


외환은행
만두는 올 한해 최악의 환율을 자랑하던 그 시기!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피같은 환율을 자랑하던 그 시기 하지만 떠나지 않을 수 없었던 그날! 그 당시 유로는 얼마였을까요? (up&dawn다운문제)
1880원


라디오
올해 박명수 라디오에 출연했던 주기자! 다음은 듣기평가 문제 입니다. 잘 듣고 다음에 나올 문장을 맞추세요.


완전신나요 6번


쩡아네
올 한해 임용고시를 치르느라 모임에도 끼지 못했던 쩡아. 그녀는 1년의 한풀이를 하러 이 고환율 시장에 태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겨울방학을 맞은 이금환과 함께 떠난 겨울 여행!하지만 이금환과 이정아 외에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던 팩키지 여행!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을 친절히 안내했던 여행사 직원의 별칭은 무엇일까요?
(참고로 끝은 과장으로 끝나고 총 세글자입니다. 앞글자만 맞추면 되는 상황! 과장의 앞자는 동물의 이름에서 따오면 됩니다!!
용 과장


GM 대우
동네파 중 유일한 승자독식체제에서 승리한 그녀! 평탄한 생활을 하고 있었던 GM대우 사원 이금환에게 예기치 않은 일이 불어닥칩니다. 본사가 미국인 금환이네 GM대우. 이금환네 팀으로 발령된 푸른눈의 마팀장. 앞으로 결근은 물론 월차와 각종 휴가까지 영어로 설명해야하는 대 위기 속에서 이금환의 팀으로 발령난 팀장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로렌츠 마흐


연애하는 서*원

올 한해, 동네파에는 네 커플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두 커플이 남았습니다. 연애가 희귀한 동네파에서 무려 두 번의 연애를 했던 서*원. 그녀가 연애한 두 번째 남자는 모 연예인의 이름이었습니다. 자 문제 나갑니다. 그녀와 연애한 남자와 동명이인인 모 연예인. 그는 몇 년도 생일까요?

조인성 (1981년)


배낭

올 한해 우리 중 한명이 부푼 꿈을 안고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동행이 함께 있기에 새로운 로맨스를 꿈꾸며 떠났던 그녀. 하지만 바람잘날 없었던 그녀의 배낭 여행기를 듣고 혹자는 배를 잡고 웃었고 또 다른 혹자는 갑갑함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다음 중 그녀의 여행 중 일어난 사고가 아닌 것?

1. 여권 도난 
2. 기차 잘못타기 
3. 비행기 표 도난 
4. 숙소 들어갈 시간 다 되어가는 급박한 상황 속 기차 정체
5. 피렌체 두오모 성당 꼭대기에서 소매치기 
6. 새벽 기차에서 가방 도난 
7. 미리 기차에 타고 있던 서정원. 동행이 기차를 향해 뛰어오는데 출발하기 시작한 기차.


공군 윤댕
올해 윤댕이는 약 천여만원대의 돈을 들여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자격증을 따냈습니다.한국인 여군으로써 처음으로 따낸 자격증. 현재 철밥통 직장과 차 집까지 소유하고 있는 윤댕이에게 고액의 연봉까지 보장할 자격증입니다. 어쩌면 그녀에게 남자까지 가져다 줄지 모르는 항공정비 자격증! 윤댕이의 이 자격증을 수여한 곳은 어디일까요?
미국연방항공청(FAA)


방송 tv 신문
윤댕이가 단박에 따오길래 아무나 따는 건 줄 알았던 자격증! 하지만 윤댕이는 이 자격증으로 인해 방송은 물론 각종 언론매체에 노출되었습니다. 다음 중 그녀가 윤댕이가 나왔던 언론사가 아닌 것은?
1. 조선일보  
2. 한겨레  
3. 한국일보 
4. 동아일보
5. 중앙일보  
6. 서울경제  
7. 경향신문 
8. 연합뉴스


연희성당
북경올림픽이 한창인 무더운 늦여름. 50인치 HD TV를 산 우리 집에 동네파가 모였습니다. 이것저것 음식해먹고 광현이의 뒷태와 용대를 구경하고자 한 날! 김독은 동네파의 손을 빌려 일감을 해결하려고 했는데요. 이것은 연희동성당의 모 행사를 준비하는 초청장이었습니다. 당시 우리집에 와서 김독이 강제 노동시켜 만든 초청장! 이날 준비한 연희동성당의 행사는 무엇일까요?
서강찬양미사


자전거슝슝
2008년은 동네파에게 자전거를 알고 자전거와 만나고 자전거와 함께한 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동네파의 뜨거운 우정과 함께 힘차게 돌아가던 자전거 페달들! 자 올해 자전거를 산 순서를 순서대로 읊어주세요!
만두-주기자-신앙증-김마망-주기자-김도도


은경이네
다음 자전거에 신**가 붙인 이름은 몇 자일까요? 몇자인지 숫자와 함께 이름을 운율에 맞춰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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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모다모다이미수식어레드오션 16자.



카메라
올해 모양은 우연한 기회에 <***>이란 독립영화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이 독립작품에는 두가지 뜻이 있는데요. 글자 그대로 뜻 외에 또 다른 뜻은 무엇일까요?
푸른봄을 열다


은지네
김독이 지은 슈퍼동네파 내에 자전거 팀 이름. 동네파 회원들의 격심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그 이름은 무엇일까요?
슈동뛰빵


선물 편지
올 한해를 서로에 대한 애정과 집착으로 마무리한 슈퍼동네파 대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마니또 인데요. 동네파가 마니또 활동을 한 시간은 총 몇 시간일까요? 12월 5일 저녁 7시부터 12월 25일 오후 5시까지로 계산하시면 됩니다. (up&dawn다운문제)
214 시간


동네파의 최종 나이
천국에서도 함께 놀 것을 약속한 동네파. 나이는 먹어가지만 두렵진 않습니다! 자 문제입니다. 민경이 윤댕이 포함입니다! 내년 동네파의 나이를 모두 합치면 몇 살일까요? (up&dawn)
331살


나에겐 윤영이라는 친구가 있다. 우리집과 윤영이네. 두 집은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윤영이네도 딸딸아들 셋이었고, 우리집도 딸딸아들 셋이고. 윤영이와 나는 동갑이고, 윤영이네 막내 윤혁이와 우리 승용이가 동갑이고 그랬다. 두 집안은 모두 연희 교회를 다녔고, 초등학교 입학 전 같은 피아노 학원에서 얼굴을 트고, 초등학교 중학교 같은 교회 같은 성가대를 하면서 친구로 지냈었다.(이젠 별 교류가 없는 사이가 돼버렸으니 과거형이 어울리겠다.) 승용이는 윤혁이와 베스트를 먹기까지 한 사이였다. 그런 윤영이네와 우리네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할머니였다.

맞벌이하는 가정이었던 윤영이네와 엄마가 아빠랑 같이 남대문에서 장사하던 우리집. 우리집에도 언제나 할머니가 있었고, 어릴적 놀러갔던 윤영이네도 언제나 할머니가 계셨다.

동갑내기 친구였던 승용이와 윤혁이 중, 먼저 입대한 건 윤혁이었다. 그러다가 얼마전 윤영이네 할머니 이야기를 들었다. 군에 보낸 손주에게 편지가 너무 쓰고 싶어서, 한글을 배우셨다고.


편지에는 단 일곱글자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삐뚤빼뚤 제대로 쓰지 못하는 글씨로 딱 일곱자.

'윤혁아, 보고싶다'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참 많은 것이 변했다. 어느새 익숙해졌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건 우리 할머니만큼 나에게 무한한 축복과 애정을 쏟아줄 사람은 다시 없을 거라는 것. 부모와 자식은 애정과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일이라면 할머니와 손주 관계는 조금 더 선택적인 상황이다. 그리고 할머니의 선택엔 내가 놓여 있었다. 
할머니를 할아버지 옆에 묻어드리고 돌아온 날, 가장 먼저 맞닥드린 건 상실감이었다. 세상 속에서 이만큼 날 사랑해주는 사람은 없겠구나. 이제 다시 찾을 수 없을 애정에 대한 박탈감. 그래서 책상에 얼굴을 처박고 미친년처럼 눈물 콧물 쏟고 또 쏟고 세상 떠나가라 엉엉 울었다.

나 하나 바라보며, 돌아오지 않을 애정일지라도, 크고 크게 쏟아 부으며 사랑해 줄. 우리 할머니는 이제 내곁에 없다. 그게 너무 슬프고 서러워서, 그 불쌍한 사람이 우리 할머니어서 울었다. 혼자 남은 내가 너무 안쓰러워 울었다. 


학교 다녀오겠다 밖에 나갔다 오겠다 인사 같지도 않은 인사 건네며  할머니 방문을 나서면 항상 한결 같았던 우리 할머니. 

'조심히 댕겨와'

그게 얼마나 큰 애정이고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인지.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을 외롭고 섧은 사랑인지 몰랐던 건 아니지만.

전할 수만 있다면, 윤혁이네 할머니가 손주를 위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편지를 쓴 것처럼, 꼭 그 크기만큼의 정성을 바쳐서

나도. 나도, 나도 우리 할머니한테 편지를 쓰고 싶다.  

'할머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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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마 시절 터미네이터 2를 봤을 때부터 에드워드 펄롱이 좋았다.
정확하게 얼굴이 좋았다.
'나 사연있어. 그것도 슬픈 사연. 나 할말 많아. 그것도 구구절절.'하는 얼굴...
얼굴이 영화고 얼굴이 대하소설이고 얼굴이 오페라잖아.
얼굴이 심금을 울리잖아?

말 못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얼굴이 좋다.
장국영이 그랬고 에드워드 펄롱도 그렀다.

하나님이 진흙으로 구울 때 나의 이만배는 신경쓴것 같은 포쓰.
이런 얼굴을 그리고 있노라면,
잘못그리는 그림일지라도 그리는 내내 눈이 호강하고 손이 호강한다.


 
세상에 왜 오절지 스캐너는 없을까?
이세상 모든 종이가 A4용지는 아닐텐데,
조금만 규격이 커져도 스캐너가 너무 비싸진다. 흑흑
규격화된 세상을 규탄한다!












우리동네

20세기 소녀 2008. 8. 12. 16:32

연희동

나는 연희동에서 자랄 수 있었음을, 아직도 살고 있음을 감사한다. 여섯살 겨울. 둘째 고모부의 차를 타고 건너 온 이 동네에서 스무해하고도 일년을 보냈다. 숨을 턱 막히게 하는 고층건물. 천편일률적으로 생겨 먹은 아파트 단지. 호화롭지만 갑갑하고 복잡한 주상복합 아파트들과는 달리, 단층 혹은 이층 건물로 이루어진 이 동네에서는 아직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하늘을 볼 수 있다.

나는 이 동네에 사는 '전'모씨와 '노'모씨는 죽음으로 역사에 사죄해야할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생존해 있기에, 연희동이 '재개발지구'의 혜택을 입지 않는 건, 진정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쉽게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변화만을 선택하는 이 사회는 숨이 막힌다. 넌더리가 난다. 언제나 '개발'이라는 글자 아래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허용하고 묵인하고 침묵하는 <서울>은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두렵운 곳인가. 그런 서울에 살고 있음에도, 내가 사는 동네는 그것과 관련없는 동네였기에 나는 행복했고 행복하다.

그래서 내겐 연희동이 그렇다. 누구에겐 숭례문이 그랬다지만, '연희동'은 언제나 내게 고정된 상수였고, 내 위치를 알려주는 지표였다. 

서울이 고향인 사람은 천만이나 된다. 서울은 '내 고향'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겠지. 그래서 고향을 꼽자면, 스무해 하고도 일년. 느리게 변하고 변한듯 변하지 않는 '연희동'을.  멀리 떨어져 있으면 돌아가고 싶고, 되찾고 싶을 '연희동'이. 앞으로도 살고 싶고, 다른 곳에서 산다 생각하면 울컥하고 눈물이 나는 이 동네가 '진짜 내 고향'이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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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토 생파로 다모토리에 갔다.
삼겹살집에서부터 얼근했던 우리는 아는 노래마다 죄따라부르고, 두들겨지지도 않는 테이블을 두들기고, 어깨춤추면서 '처먹어'를 남발했다. 옆테이블 아저씨는 흥을 못이겨 걸어 나와 춤을 추었다.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나오더라.
이대부고에는 '한올'이라는 중창단이 있었다.
한올은 써클이 없이 특별활동만을 시키던, 교내 유일한 동아리였고, 졸업한 선배와 완전 후배를 연결시키며 많은 커플을 탄생시킨 동아리였다.

우리반에는 서은선이랑 최보윤이 한올이었는데,
당시 곡을 연습한다고 매일 워크맨을 들고 와서 쉬는 시간마다 노래를 듣곤 했다.

서은선에게 워크맨을 빌려서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을 들었던 쉬는 시간. 평소 같이 날뛰며 놀던 우리반 애들의 모습에 왜 울컥하고 치미는게 있었을까. 귀에 꽂고, 들리는 가사마다 맺히는 애들의 모습이 뭐 특별하다고, 앞으로 그리울꺼라고 생각했을까.

그래도 그뒤로 항상 이 모양이다.

천땡과 수다 떨던 서미연, 교실 구석에 앉아 있는 최보윤이랑 서은선 김효지. 왕웃긴 신혜선과 오혜미 두지연 엄기나. 앞쪽에 앉아 있던 감혜선. 욕 잘하는 장소라. 신지은. 최정은. 문환희. 너무 쉽게 게임에 인생을 걸었던 김동환 덩달아 놀았던 유광희 백인용 하숙집 아들이었던 김종민도 있었고 조뚱도 있고. 별명이 개코원숭이였던 박현숙 턱에 관한 별명이 있었던 이하윤. 이하윤과 사귀던 부반장. 부반장의 친구였던 김정제. 김정제와 사귀었던 최혜진. 음치였던 감데스와 정석현 유재관 조규자... 에어콘 구석 침을 뱉으며 놀던 오빠들까지. 가사속에 새겨 놓은 듯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어김없이 1998년 가을 이대부고 교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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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곡으로는 조하문의 '눈오는밤'이 나왔는데,

나는 당시 다니던 교회에 '오빠'가 있었고, 뚱토는 이대부고 3학년에 '오빠'가 있었고, 이지희는 같은반 옆분단에 '오빠'가 있었다. 그리고 이대부고엔 공식적인 오빠들이 있었다.

'그 시절에 오빠들은 어디에서 무얼할까. 우리들의 얘기할까.'

할리가 없다. 1%의 가능성 조차 없다. 그게 너무나 당연하다.


한참을 웃었다.  



변해가네

20세기 소녀 2008. 2. 27. 16:30


나 학교 있을 적, 나이 든 교수님은 눈썹이 더 세어졌다.
오래간만에 한 악수가 반갑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여전한 것들도 놓치지 않았다.

"신**는 하나도 안변했어. 그래야지. 참 보기 좋다."

그 말이 참 좋기는 한데, 그건 사실이 아니어서 참 슬펐다.

학교 언덕길 경사는 여전했지만, 마을 버스 대신 시내버스가 오고고, 눈오면 정말 예뻤던 이쁜이 나무 자리는 그대로지만, 버스 정류장 차양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옛 대학의 느낌이 나서 너무나 좋아했던 인사대 건물은 여전히 춥고 습기찼고, 전공강의실에는 이상한 연구소가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우리 과는 '신자유시대'에 걸맞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아직도 대학을 학문의 터전이라고 부르지만, 돈이 안된다는 것만큼 힘 없는 건 없었고, 그건 곧 변화에 이유였다. 도태될 지라도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길 바랬는데. 꼭 바라는 만큼 변하고 바뀐거 같았다.

이제 2년 남았다고 말하는 교수님은 편안해 보였다. 나 학교 다닐 적엔 욕심도 많고 고집도 있었는데. 그 사이 세월에 모든 것을 다 놓는 법을 배우신 것 같았다. 그 낯선 모습에 속이 상했다.

'교수님은 제가 변하지 않기를 바라세요?'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러진 않았다. 대신 가슴에 꾹꾹 담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에 문득 궁금해졌다. 뭐라고 대답하셨을까.

사람이 변하는 건지, 원래의 본질은 그대로인데 그저 변해가는 세월에 맞춰가는 건지. 근데 그건 이미 본질이 아니라 변질된 것이 아닌건지. 아니 어쩜 세상에 본질이란 존재하지 않는 건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세상은 아직 어렵기만하다.


"교수님. 저요, 변하긴 했는데, 많이 변하진 않았어요."

교수님이 뭐라고 답해주셨건,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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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이) 유일한 대기업 취업자이자, 88만원 세대에 해당되지 않는 이금댕. 어쩌면 동네파와 독서실파에서 유일하게 승자독시체제 속 상위 5%에 속하는 그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월차는 물론 생리휴가까지 가능한 그녀. 그녀는 이번 추석을 가을 방학기간으로 맞이하여 무의미하게 휴식을 취하는 일로 일관했습니다. 이번 가을. 이금환양의 가을방학은 몇 월 며칠부터 며칠까지였을까요?

답 9월 22일 9월 30일


천) 업&다운 문제.

올 한 해. 앙증은 비정규직노동자면서, 그리고 3D 업종인 방송계에 몸담았습니다. <인간극장> 그러나 팀원들끼리는 <인간끝장>이라고 부르는 팀에서 일했던 그녀. 그녀의 하루 평균 일하는 시간은 15시간. 그리고 그녀는 인간극장 일한 9개월 동안 설날포함 총 9일을 쉬었으며, 233일간 일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문제 냅니다. 그녀의 한 달 월급은 세금 3.3%를 제외한 967000원. 자 계산문제입니다. 그녀의 시급은 얼마일까요?

답 2450원.


팔) 업& 다운문제

만두는 프리랜서로, 예술인으로 살아온 한 해였습니다. 그녀는 소리꾼으로서 제 한 몸 소리에 실어 모든 정열을 다 불살랐습니다. 그리고 <바리>라고 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공연에 불려 다녀야 했던 그녀! 그녀가 올 한해 공연한 종류의 수와 총 횟수는 총 몇 번일까요?

답 대략 3개 공연 35회


년) 20대의 문제인 만큼 진로선택은 우리에게 큰 화두였습니다.

주초췌양 역시 예외가 아니었는데요, 그녀는 올해 수많은 직장을 전전했던 그녀. 그리고 그녀는 그 발자취를 따라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수 많은 명함을 남겼습니다. 그녀가 그간 옮겨 다닌 직장 수와. 그녀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명함은 총 몇 종류일까요?

답 9번. 7개의 명함



여가

행) 2007년 동네파와 독서실파 대다수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 사나이의 이름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유노윤호. 그러나 평소 참하고 격한 단어를 입에 담지 않는 것으로 소문난 만두를 격앙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유노윤호군의 스캔들! 유노윤호군이 전혜빈과 사귄다는 소문을 듣게 된 만두! 참담하고 상실된 그 당시의 기분을 훗날 그녀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7글자입니다. 유노윤호가 전혜빈과 사귄다는 걸 알았을 때, 만두는 마치 **** *** 같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가로 안에 들어갈 말은?

답 남자에게 차인 것



복) 업& 다운문제

20007년 쩡*는 우리의 걱정이자, 우리의 기도 제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반대로 그녀가 우리의 희망이란 증거이기도 하죠. 여하튼 이런 그녀가 걱정이 되기까지는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아이돌의 영향도 있었으나, 때로는 세상에 존재하는 재미난 드라마가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2007년 이정아가 한국 일본 미국을 통틀어 섭렵한 드라마의 총 개수는 몇 개일까요?

참고로 1시즌은 1편의 드라마로 계산했습니다.

답 총 26편의 드라마 (한국 드라마2+ 일본드라마 5편+CSI 7시즌+5시즌+3시즌+히어로즈+1시즌+위기의주부들3시즌)



한) 지난 9월의 마지막 밤. 동네파와 독서실파는 홍대에서 즐거운 여흥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당시 남자친구를 가지고 있었던 김도도양은 동네파를 버리고 다른 곳에서 여가를 즐기고 있었는데요. 물론 이러한 연애는 질타 받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결코 우리보다 즐겁지 않았을 것이 예상되므로 봐주도록 합시다. 여기서 문제입니다. 당시 김도도양이 남자친구와 함께 즐겼던 행사의 이름은?

답 청계천 걷기 대회.




추억


새) 독서실파에겐 다소 낯선 이름일지 몰라도, 동네파가 결코 잊지 말아야할 이름이 있습니다. 김민*. 어느덧 그녀는 한 남자의 부인이 되어버렸는데요. 하지만 그녀도 학창시절 뭇 남성들에게 사랑을 쏟아 부으며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6개의 수정의 멤버, 갈비집의 아들 모수원군이 되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돌이키자면, 그녀의 아이돌 사랑은 그야말로 그룹 ‘아이돌’로부터 시작됩니다. 대성라인 출신 아이돌만을 사랑했던 그녀는 잠시 잠깐 모 기획사의 다른 아이돌에게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함께 아이돌을 쫓아 다녔던 신정미양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우리에게 신신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었는데요. 이번 문제는 그 비밀에서 시작됩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지만, 자신이 사랑하던 그룹 ‘아이돌’의 라이벌이었던 다른 그룹 멤버에게 빠지고만 그녀. 부끄러움과 수줍음도 잊고 과감하게 모 군의 집에 찾아가 그의 어머니와 담소를 나눕니다. 여기서 문제 나갑니다. 그녀가 찾아간 모 그룹 모 군의 본명과 생년월일은 며칠일까요?

답 안칠현. 1979년 10월 10일


해) 연희동일대에서 마당발 넓기로 유명한 서*원양. 대학때 역시 과감한 마당발로 단 하루도 집밖을 나서지 않은 나날들이 많았습니다. 이에 그녀의 대학에서는 일 년 열두달 학교 활동가 각종 행사로 바쁜 그녀를 표창하기에 이릅니다.

여기서 문제 나갑니다. 동네파가 함께 했던 2005년 졸업식! 남산에 있는 그녀. 그녀는 덕분에 찾아와준 동네파와 다른 좌석에 앉아서 졸업식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그녀의 모교에서 그녀에게 수여한 상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답 봉사상



맞) 쩡*의 대학교 새내기 시절. 그녀는 젊음을 무기로, 마음껏 자유와 방종의 범위를 넘나들며 홍대의 언더문화를 온몸으로 누렸습니다. 그러던 그녀의 청춘의 나날 중. 그녀의 집에는 성적표라는 한 장의 고지서가 투여됩니다.

그리고... 날아든 성적표에는 이정아 뒤로, 단 두 명의 동기만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 표기 되어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두 명마저, 자퇴나 재수를 생각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자 여기서 문제 나갑니다. 1학년 1학기 뒤에서 3등을 한 이정아. 그녀의 이정아의 과석 차는? 몇 등일까요?

답 28등



애정

으) 만두의 현재 연인이자. 그저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한 사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코만도에서 치킨을 쏘는 바람에 급 호감으로 떠오른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조기유학생 출신인 그에게는 미국이름이 있는대요. 전혀 닮지는 않았지만 혼혈인으로 모델출신 탤런트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그의 이름! 의 미국 이름을 스펠링으로 대십시오!

답 D.A.N.I.E.L.


삼) 지난 11월 6일. 동네파와 독서실파는 급 번개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김*지양의 연애사에서 빠질 수 없는 기념비적인 날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서정원 배 소개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조금은 상기된 얼굴과 화려한 옷차림으로 노래방에 나타난 그녀. 그녀는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는 노래를 부르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녀의 노래를 들었던 사람들은 대폭소와 눈물을 그치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부른 그 노래의 제목과 우리를 대폭소하게 만든 구절을 따라 부르십시오.

답 김현성. 소원

알고있죠. 이것이 끝이 라는 걸. 두 번 다시 볼 순 없겠죠.


!!) 올 한해. 빼어난 (뒷)외모의 소유자인 서*원 양은. 모군과 썸씽의 불꽃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연애를 발목 잡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의 신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왠 운명의 장난인가. 서정원과 헤어진 모군은 헤어지자 마자 신분을 탈피해 바로 신분상승의 꿈을 이루고야 맙니다.

자 문제 나갑니다. 여기서 서정원과 헤어진 모군의 당시 신분은 고시생! 광부와 같은 등급, 그리고 새터민 바로 윗 등급이라고 알려진, 그의 신분. 듀오 등급으로 따진다면 몇 등급에 해당 될까요?

답 14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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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집은 별도로 판매중에 있습니다.



할머니

20세기 소녀 2006. 8. 24. 15:57

. 손 작은 건 우리 할머니를 닮았어.
발 작은 것도 우리 할머니를 닮았지
.
코 못생긴거랑 뚱뚱한거 살 단단한거

얼굴 똥그란거 조급하고 성질 급한거.

승부욕 강해서 지고는 못사는 거.
기차 화통 삶아 먹은
 목소리까정 할머니를 닮았어.
안 닮은게 하나 없이 우리 할머닐 꼭 닮았어
.

그 옛날 밥 차리기 귀찮다고 할머니랑

고추장에 밥비벼 먹던 가리봉동 집.
나 옆집 놀러가 있는데 우리 집서

승*야 승*야 할머니가 귀청 떨어지도록 소리 지르면
놀다 말고 입이 나발 나와서 집에 가야했던 거.
기지배가 기지배가 이 소리가 너무
 듣기 싫어서
내가 기지배면 할머니도 기지배야 라고 했다가

빗자루로 두둘겨 맞은거.
뭐 하나 사와서 얼마냐고 할머니가 물어보면

뭐가 그렇게 비싸냐고 핀잔주니까

항상 반값도 안되는 가격 말해야 했던거
연예인들 야하게 옷 입고 나와서 춤추면
티비 보다말고
 지랄하네 하고 할머니가 욕하던 거.
요 몇 달 우리 할머니 같지 않게 너무너무 마르고 기력도 없어서
,
할머니 더 드실려 물어보는건 대답도 안하면서
,
할머니 나 누구야 하면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승희!'하고 이 이름은 꼭 불러주던 거.

나 태어나서 지금까지 할머니 없이 살아본 적이 없어서.
기억나는
 것도 참 많고 기억하면서 살고 싶은거 투성이야.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되지 못한다는 걸 알아서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아서 그게 참 슬퍼.
그게 서러워서 눈물 나고 막 그래
.

할머니
.
나 할머니한테 꼭 한번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물어볼 기회가 너무너무 많아도 물어보질 못했어.

이거 물어 보다 말고 막 목소리 떨리다가

펑펑 울어 버릴까봐 차마 물어 보질 못했어.

달덩이 같은 할머니새끼 우는 거 보면

더 속상 할까봐 일부러 묻질 않았어.

그리고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그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알 수 있을꺼 같아서 그랬어.

 

 

할머니.
그 옛날 우리 고모들이 호박댕이 호박댕이

나 못생겼다 그렇게 놀려도
그 드센 고모들 다 후려치면서

조선 최고 부잣집 맏며느리로 시집갈꺼라고

뭘 믿고 그렇게 큰소리로 말했어?

머리털도 제대로 안나서 꾸역 꾸역 주는 우유만 받아 먹던

달덩이 같은 손주가
뭐가 그렇게 예뻐서, 어디가 그렇게 예뻐서

안바꾼다 안바꾼다 세상 다 줘도 안 바꾼다고 했어?



이 못생긴 내가 뭐 그리 예뻤냐고,

아직도 그렇게 이쁘냐고 물어 볼 수도 있었지만
나 아직도 할머니한텐 너무너무 이쁜 손주인거

말 안해도 알아서 일부러 안물어봤어.

묻지 않아도 너무 잘 알아서 안물어봤어.

 

그러니까 할머니.

거기서 더 행복하게 더 재미나게 살어.

우리 할머니한테 최고 이쁜 달덩이 같은 손주도 여기서 잘 살께.

할머니 말처럼 세상 복 다 누리면서 살께.

 

할머니. 그리고 나도 말야.

나도 우리 할머니 세상 다 준다 다 준다 해도 안 바꿔.

그 누구랑도 안 바꿔.

진짜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월이 가면

그대 나를 위해 웃음을 보여도
허탈한 표정 감출순 없어
힘 없이 뒤돌아선 그대의 모습을
흐린 눈으로 바라만 보네

나는 알고 있어요 우리의 사랑은
이것이 마지막 이라는 것을
서로가 원한다해도 영원할수는 없어요
저 흘러가는 시간앞에서는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을
잊지말고 기억해줘요




고등학교 졸업식 내내 이 노래가 생각났다.
소란하고 소란하던 교실, 다른반 친구들이 기웃대던 복도, 선생님들이 계셨던 교무실, 고등학교 졸업하던 그날 나는 속으로 이 노래를 100번정도 다시 부르기를 하면서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머리속에 기억하겠노라 다짐하고 그러다가 실은 아무도 못볼때 눈물나는걸 주먹으로 훔치곤 했다.







그리고 대학 졸업,


우리 스무살때

언젠가 비오던 날 이 거리는 술잔에 흔들렸고
떠나는 그대는 바람이었어라 바람이었어라
나는 보았네 그대 두눈에 가득 고인 눈물
할말도 못한 채 돌아서야했던 바보같던 시절
사랑하나 못하면서 사랑을 앓던 시절
손뼉을 치면 닿을 것 같은 스무살 시절의 추억
먼훗날 그대 이름조차도 잊혀질지라도
어딘가 남아있을 듯한 그때 우리 모습들




인사를 나누었던 그 수많은 사람들,
함께 웃을수 있었던 동기들,
마냥 좋아했던 선배들,
정말 소중하고 예뻤던 후배들,
인사하고 작별을 고하는 틈새 틈새 고이 고이 이 노래를 끼워 넣었다.


어느새 학교에서 떠나버린 선배들의 모습들,
새내기 시절 깔깔대던 내 웃음,
온힘을 다해 춤을 추며 들어올린 팔뚝질,
그 언덕 오르내리며 나누었던 인사들,
쩌렁쩌렁 온학교에 불러대던 친구들의 이름들,
해볼 수 있을꺼라는 의기양양했던 행복들,
나의 모자람에 괴로움에 막 훔쳐대던 슬픔들,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거라 감싸쥐던 좌절,
기억하고 기억하자고 되뇌이던 장면들,

그 모습.
내 4년,
어디로 가버렸을까?


지켜봤던 지난 졸업식 때마다
어우러져 아련하게 사라져버린 선배들의 모습처럼,
나는 이 곳을,
나는 이 곳에서,
그리고 이 곳을,

지난 4년,
무척이나 가득 채워 좋아하고
온 힘껏 미워할 수 있었던 상명
'우리 스무살때'를 노래하다.



-이공공오 공이 이삼
속상함에 메어오는 기억들에 정신 없었던 날
우리스무살때를 노래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