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가계부 어플을 쓰고 있다.
카드값이 나갈 때는 숫자를 들여다 보지만,
심심할 때 적어둔 명목을 살펴보다보면 꽤 많은 것들이 기억난다.
이것도 삶을 기억하는 방법이구나, 생각도 든다.
올해 2월에는 내 명의로 된 문서를 하나 마련하면서
빚을 갚는 항목이 추가 됐고
('집'을 거꾸로 읽으면 '빚'이 된다는 문구를 이제야 실감하며 살고 있다)
어제는 난생처음,
<임금>항목을 만들어서, 돈을 지불헀다.
네다섯명 되는 후배들 데리고 밥한번 먹거나
각종 명절이나 프로그램 접을 때 책을 선물할 때는
십만원 훌쩍 넘긴 금액을 적는 일은 많았는데..,
그거야 고마움의 표시였고,
그야말로 누군가에게 나의 일이 돋보일 수 있게
일을 부탁하고 검수하고 수고하셨다는 말을 건내면서
계좌번호를 묻는 일은 난생 처음 해보는 일이다.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갈 떄는 별 감각이 없다가
문서를 넘긴 발송 버튼을 누르고선 나름 감격에 찼다.
이번 일에 대한 감상을 적어볼까 생각도 들었지만
종이로 된 일기장에 적기로 했다.
요즘 SNS에 전시된 삶을 보는 것에 꽤나 피로를 느끼고 있고,
어차피 나의 삶에 가장 관심이 있는건 '나'이니까.
인생에서 해보지 않았던 참 많은 것에 돈을 써보기 시작한 서름여덟
집에가면 종이 일기장에 또박또박 수고의 말을 건네고 싶다.
깊고 진한 격려가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