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으로 연일 말이 많다. 나도 많다. 욕설이 주를 이뤄서 그렇지 많긴 많다.
일단 내가 쓰고 싶은건 그 애기가 아니다. 그지같은 최저임금 이야긴 집어치고, 최저임금 얘기가 나오니까 문득 그게 생각나네. 나 일했던 첫번째 팀. 일한 시간을 시급으로 계산했을 때 나왔던 처참하고 잔인하고 혹독했던 결과.
그런 직장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고요 대신 책임만 지면 돼요." 그말인 즉슨 "출퇴근 시간은 없어요 당신은 능력이 없잖아요." 란 말의 또다른 표현.
내가 막내 로 일했던 작업환경이 어땠냐면, 아침 9시 30분까지 출근해서 아이템을 찾고 밤 11시 30분에 퇴근을 했다. 내가 근무한 기간은 9개월. 그리고 쉰 날짜를 모두 세어보니 9일. 그 9일 중엔 아이템이 잘풀려서 쉬었던 구정연휴 2박3일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주말엔 쉬는줄 아는데, 아니거든요. 주말에도 출근했거든요. (물론 9시 반은 아니고 한 10시 반쯤 출근했다.) 내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리는 장면이 있는데 일요일 저녁이었다. 우리가 그날 좀 아이템이 풀릴 기미가 보여서, 밤 9시에 퇴근을 하게 된거다. 오늘 일찍끝났다고, 우리 오늘 일찍 끝났다고 '씬'이나서, 너무너무 '씬'이나서 여의도바닥을 뛰어다니던게 생각난다.
문득 한 막내가 말을 던졌다.
"근데 일반회사에선 평일에 9시에 끝나도 야근이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2시간 일찍 끝난 자유의 기쁨을 순식간에 거둬갔다.
여튼 그런 직장에서 일하던 우리는 시간이 많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만큼 많았다. 그러기에 한번 우리가 받는 월급을 시간으로 나눠봤다. 얼마나 시간이 많았으면 (물론 쉬는날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9개월날짜 모두더하기 쉬었던 날짜 9일 곱하기 14시간만 하면 됐다.) 그때 나왔던 돈이 2700원이었나 2900원이었나. 그 당시에도 최저임금이 간신히 4000원을 넘을 때였는데 여튼 그정도 됐다. 그니까 최저임금도 못되는 직장에서 노동을 팔아가며 일했단 이야길 하고 싶은거다.
최저임금 그지같다, 말도 안된다.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다.
더불어 난 내 직군에 대해서 떠올린다. 꿈을 담보로 저당잡힌 인생들. 단하나의 목표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터. 근데 사실 이런 직군에서 주5일을 보장한다는건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최저임금을 보장하란 이야기도 난감한 일이다. 근데 그 모든 혹독함이 '프로가 되기 위해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란 단서를 달면 유일무의해진다.
언젠가 나도 "야 난 이러이러해서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일했거든? 니네가 고생하는거 약과도 아니거든?" 하는 꼰대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근데 되지 않기 위해서 토해 본다.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남의 꿈을 담보로 착취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은 내가 일개 아무것도 아닌 무명씨니까 참고 입김 센 사람이 될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지금 단계에선 정녕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나?
누가 누굴 걱정해 내 팔자나 고민해야할 때인가.
고민이 많다.
이놈의 그지같은 세상!
'내일'이란 허울좋은 말로 '오늘'을 그만 좀 괴롭혀라.
근데 일단 내가 그런 프로그램에 왔잖아? 진짜 하기 싫은데,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서 배운답시고 완전 빡세고 힘들고 1회성 밖에 되지 않을 프로그램에 왔잖아?
난 틀렸어.
아마 이번 생에는 안될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