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위해 준비를 몇 개 했다.

서라운드 리얼 음향으로들리는 동해의 무거운 파도소리,

쉬지 않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짙은 파도가 있는 풍경,

럼은 사지 못했지만 이야기 속 짜릿한 흥분을 더해줄 밀맛 진한 맥주,

고급 선실에 앉아 있는 듯한 효과를 주는 호텔방...

 

지난 몇달 서울살이가 버거워 이정도는 준비해야 할것 같았다.

그래야 다시 모험이 시작됐음을 착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계량된 숫자와 강자들의 정치가 만들어낸 지도를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귀기울이지 않은 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강원도 속초 호텔에서 탐험을 시작했다.

 

적도 기니로, 차고스제도로,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로, 산타크루즈 솔로몬제도로...

유배지의 타는듯한 고독,

산호초의 명멸 속에서 창조된 세상,

개미에게 생살을 뜯어먹히는 붉은게의 비명.

꿈꾸는 이의 낙원이 실패라는 마침표를 찍는 소리.

교수형을 피해 도망친 도망자들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

3톤 폭탄을 실은 헬륨풍선이 한 세상의 명멸을 장식한 순간..

 

짜릿한 모험이었다.

모험으로 더할나위 없던 2박3일이었다.